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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053화

Author: 유애
이날 정무회의를 마치고, 우문호는 냉정언과 홍엽에게 남았다가 어서방에서 잠시 얘기 좀 나누자고 했다.

그는 아주 낙담한 모습으로 긴 한숨을 내쉬는데, 홍엽과 냉정언이 서로 눈을 맞추며 ‘이거 또 무슨 꿍꿍이지?’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사적인 자리에서 만날 땐, 예전 모습 그대로 서로를 군신이 아닌 친구처럼 대했다.

냉정언이 편하게 물었다.

“왜 그래?”

우문호는 애원하는 눈빛으로 두 사람을 바라봤다.

“정언아, 엽이야, 어떡해야 좋을지 모르겠어. 나 갑자기 늙어버린 것 같아.”

“어? 잠자리가 마음같이 안돼?” 홍엽이 눈을 치켜뜨며 물었다.

그러자 우문호가 화가 난듯 홍엽에게 붓을 던졌다.

“마음같이 안되는 건 너고, 상대도 없는 게 어디서!”

홍엽이 킥킥 웃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그럼, 뭐가 그렇게 걱정이야?”

냉정언은 예상이 되는지 느긋하게 차를 마시며 말했다.

“애들이 다 커서 곁을 떠났는데, 늙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겠어?”

“아직 내 딸이 옆에 있잖아?”

우문호가 홍엽에게 눈을 부라렸다.

“내 딸이야, 우리 딸 아니거든.”

“똑같지, 뭐, 네 꺼가 내 꺼고, 내 꺼가 네 꺼고. 너무 야박하게 굴지 말자. 우리 사이에 뭘 그렇게 쪼잔하게 나누고 그래.” 홍엽이 아주 뻔뻔하게 말했다.

“이건 원칙의 문제거든!” 우문호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자 냉정언이 나섰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또 낳으면 되지!”

“그건 불가능해.”

“그럼 어떻게 하고 싶은 건데?”

우문호가 두 사람을 쳐다봤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너희들 나이도 적지 않잖아. 이젠 본인의 인륜지대사를 좀 생각해 봐야 하는 거 아냐?”

홍엽과 냉정언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쓸데없는 참견 하지마!”

말을 마치고 각자 일어나 예를 취했다.

“공무가 바빠서 저희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투덜이는 무시하는 게 정석이지!

우문호가 몸을 움츠리고 자신의 아내와 딸에게 갔다. 시간이 남았을 땐 딸과 함께 있는 게 역시 최고였다.

반면, 원경릉은 그가 곁에 있기를 바라지 않는 듯, 오늘 숙왕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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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3711화

    다음 날 이른 아침, 파 회장은 직접 승합차를 몰고 와서 황제와 삼대 거두를 마중 나와주었다. 부장은 우문 작가의 가족이 오는 것뿐이니, 성대하게 맞이하지 않고 그저 운전기사만 보내려 했었다.이 말에 파 회장은 그 자리에서 불호령을 내렸다. 그는 우문 작가가 바로 회사의 진짜 주인이라고 알렸다. 파지옥은 부장에게 입사한 지도 꽤 되었는데, 그 정도도 알아채지 못했다면 부장 자리에 있을 자격도 없다며 말을 이었다.부장은 파지옥의 욕설에 넋을 잃고 말았다. 비록 우문 작가가 회사에서 일정한 발언권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파 회장은 여태껏 우문 작가가 회사의 진정한 주인이라고 말한적이 없었다.‘더러워서 못 해 먹겠네.’하지만 업계가 불황인 데다, 그의 능력으로 회사 부장이 된 것도 파 회장의 과대평가가 한몫했기에, 만약 다른 회사에 간다면 그저 평범한 자리에 만족해야 할 게 뻔했다.부장은 준비하러 촬영장으로 향했다. 그쪽에도 친척들이 있다는 얘기를 듣자, 그는 직접 차를 보내 파 회장과 동행하도록 했다. 우문 작가의 외조부모와 외삼촌까지 모두 모셔 온 것이다.칠성은 전날 밤부터 다 같이 분주하게 움직이느라, 집에 돌아가지 않고 바로 촬영장에 와 있었다. 그래서 부모님이나 무상황을 따로 만나지 못했다.환타와 찰떡은 약속대로 함께 촬영장에 도착했다. 이미 와 계신 부모님을 보자마자, 그들은 침착하던 모습을 거두고 곧장 어머니에게 달려가 그녀를 꼭 껴안았다.칠성은 두 주연 배우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가족이 도착한 걸 보고는 기쁜 얼굴로 말했다.“저 먼저 가봐야겠어요, 집안사람들이 왔거든요.”모자는 행복에 겨운 채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무상황이 못마땅한 듯 헛기침을 하자, 그제야 아이들은 어르신들도 자리에 계신 걸 깨닫고 황급히 달려가 인사를 올렸다.한편, 다섯째는 근처를 두리번거리며 돌아다녔다. 영화와 드라마 세트장이라 규모는 컸지만, 황금빛 장식들이 다소 조악하고 가짜 티가 많이 났다. 우문호는 서일이 좋아할 것 같아, 괜히 데리고 오지 않은 것에

  • 명의 왕비   제3710화

    소요공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간사하긴.”그러자 주 어르신이 의미심장하게 한마디 했다.“황후도 다 우리 건강을 생각해서 그런 거네. 좀 사납긴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다들 어디 말을 듣겠나?”무상황이 그를 흘긋 보더니 말했다.“그만하거라. 더 말하면 불편해서 토할 지경이니. 아첨이 지나치다.”주 어르신는 대꾸하지 않고, 충전이 끝난 핸드폰을 집어 무상황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우리 방에 감시카메라 있소. 지금 누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오?’무상황은 핸드폰을 힐긋 보더니, 이내 고개를 들어 방안을 훑어보았다. 역시 서북쪽 구석에 카메라 하나가 걸려 있었다. 역시 수보 출신답게, 주 어르신의 관찰력은 대단했다.“그래, 결국은 다 좋은 뜻이니, 됐다.”무상황이 한마디 덧붙였다.소요공은 발끈했다.“어찌 자네도 그렇게 말하는 것이오? 참 가식적이네. 어쨌든 난 안 갈 것이오. 가고 싶은 사람만 가라지. 난 모레 바로 여행갈 것이네. 괜히 이곳이 자기 고향이라고 우리에게 으름장을 놓다니? 난 강하게 나오면 절대 따르지 않는 사람이오. 다르고 얼리면 모를까…”무상황과 수보는 소요공이 쉴 새 없이 떠드는 것을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주사 맞을 희생양 하나쯤은 있어야지 않겠는가 싶었기 때문이다. 그가 흥분해서 떠드는 와중에, 서북쪽에서 날카로운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디로 여행을 간다는 말입니까? 제가 티켓을 준비해 드릴테니, 말해보십시오. 지금 당장 사드릴 수도 있습니다.”그 말에 소요공은 겁에 질려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로 허겁지겁 주위를 둘러보다가, 뒤늦게야 서북쪽에 있는 감시카메라를 발견했다.‘이런… 경솔했군.’그는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다들 맞는 말이오. 황후도 다 우리의 건강을 생각해서 그러는 것이네. 검진만 끝나면 기분 좋게 놀 수 있잖소? 참 효녀라니까. 흠잡을 데가 없소.”“흠…”주 어르신과 무상황은 못마땅하다는 듯 그를 흘겨보았다. 흔들리는 갈대처럼 말을 바꾸는 야비한 사람같으니라고!한편, 카메라 화면을 지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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