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제왕과 원용의, 이를 본 주명취제왕부.제왕은 이미 이틀째 돌아오지 않고 있다.주명취는 매일 엄마 생각에 울고, 제왕이 자신을 홀로 둔 박정함에 울고 내 운명이 어쩌다 이렇게 어긋나게 되었나 한탄하며 울었다.각종 달갑지 않던 것이 한방에 폭발한 것이다.그래서 제왕이 마침내 돌아왔을 때 주명취는 뛰쳐나가 제왕을 가로 막았다.그녀는 눈두덩이가 빨갛게 부어올라 눈은 실처럼 가늘다. 주명취 입장에선 요 며칠간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져 제왕이 가장 필요한 순간, 그는 자리에 없었다.이런 원망과 슬픔 때문에 제왕이 그녀 앞에 무표정하게 서 있는 것을 보고, 분노가 끓어올라 젖 먹던 힘까지 끌어올려 제왕의 따귀를 때리며 일갈하길: “당신은 어떻게 저를 이렇게 대하실 수가 있나요?”제왕은 그녀의 거의 흉악하기까지 한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마친 모든 추악함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그 순간 제왕은 주명취의 따귀를 때리고 픈 참을 수 없는 충동마저 느꼈다.하지만 제왕은 여자를 때리지 않으며, 더욱이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은 때릴 수 없다. 그래서 제왕은 아무 말없이 차갑게 그녀를 바라봤다.주명취가 제일 먼저 터트린 말은, “제가 당신에게 아직 더 잘해야 하나요? 제 온 마음은 당신 하나였기에 당신에게 시집왔어요, 제가 뭘 희생했는지 알죠? 제가 뒤에서 당신을 위해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지 알고 있어요? 당신은 은혜를 고마워할 줄 몰라요, 당신은 정말로 은혜를 몰라요, 우문경, 제가 사람을 잘못 봤어요.”제왕 뒤에서 천천히 머리 하나가 나왔는데 그 동그란 얼굴은 입장이 매우 난처한 모양이다. 난감하네.왜 요즘 계속 이러지? 다른 사람 싸우는 거 듣지 싫은데 왜 그런 상황을 마주하게 되는 걸까?오늘 제왕이 초왕부에 갔다가 원용의가 초왕부에 있으며 희상궁이 치료하는 것에 폐를 끼치는 것 같다는 말에, 바로 데려오려고 하니 원용의가 초왕비 언니 앞에서 싸우고 싶지 않다고 짐을 챙겨 제왕과 함께 돌아온 것이다.원래 같이 들어오
주명취를 단단히 혼내는 원용의주명취는 맞아서 정신이 없고 뭐가 뭔지 어리둥절한 가운데 원용의 손에 자수 꽃신을 보고,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말투로: “너 신발바닥으로 날 때린 거야?”주명취는 정신이 확 들면서 비통하고 실망스럽게 제왕을 보고 떨리는 목소리로 하소연하며, “쟤가 날 때리는 걸 당신은 그렇게 보고만 있을 거예요?”원용의는 제왕이 입을 열 기회도 주지 않고, 불붙은 대포처럼 분노해서: “왜? 네 얼굴에만 금칠 했냐? 너는 날 때려도 되고 난 너 때리면 안돼? 무슨 근거로 모든 사람이 너한테 져줘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넌 너 자신 좋아하고, 네가 꼴리는 길 가, 그런데 너한테 맞고, 널 위해서 목숨도 버릴 수 있는 개새끼가 나는 아니야. 네가 어떤 사림인지 똑똑히 봐주지, 자존심은 하늘보다 높은데 팔자는 백지장보다 얇고 조금도 억울한 걸 못 참으니 원. 진짜 이렇게 야심이 가득하다니 기왕비한테 좀 배운 모양인데, 기왕비는 어쨌든 수년간 계획하고 일을 꾸미는데 엄청난 은자를 지불하고 심혈을 기울였어, 기왕비가 지금 절반이상의 세력과 인맥을 확보한 건 그녀가 쟁취한 거라고, 그런데 넌 뭘 했는데? 제왕전하에게 태자 지위를 쟁취해 오라고 요구만 해댔지 그를 위해 뭘 계획하고 준비한 게 있어?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제왕전하를 위하고 그를 위해 희생했다고 지껄이는데 초왕비 자리 희생한 게 다잖아? 내뱉는 대로 희생했다고 하면 그게 귀한 줄 몰라, 너 초왕비 자리 안중에도 없었으면서 희생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주명취는 원용의에게 통렬하게 혼이 나더니 열 받아 거의 넘어갈 지경으로 제왕을 노려보며, “쟤가 있으면 난 없을 줄 알아요, 이 자리에서 얘기해 봐요.”제왕이 원용의를 제지하고 화를 내며: “됐어, 입 다물어!”원용의는 한 팔로 제왕의 손에서 벗어나며, “저 막지 마세요, 당신이 오늘 저 여자를 편애해서 싸고 돌면 당신도 때릴 거야.”제왕은 본래 원용의가 초왕비 얘기를 꺼내는 탓에 열 받아 막은 것인데, 원용의가 악귀처럼 제왕도 때리겠
열덕주점에서 만난 주명취와 우문호주명취는 울면 울수록 마음이 아파 점점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결국 시녀에게 화장과 옷시중을 들게 하고 두껍게 화장을 해서 부은 눈두덩이를 가리더니 외출 할 것이라며 가마를 대령하게 했다.그때 우문호는 퇴근하고 바로 말을 달려 초왕부로 돌아왔다.막 입구에 들어서는데 누군가 붙잡는다.우문호는 말을 멈추고 그 사람을 보니 행수 복장에 얼굴이 약간 낯이 익은지라 아마도 열덕주점(悅德酒館) 행수 같아 묻길: “무슨 일이지?”행수가 예를 취하며 앞으로 나와, “소인 초왕 전하를 뵌 적이 있습니다. 구사라는 작은 나리께서 소인에게 여기서 전하를 기다리라고 하시며, 구사 나으리께서 전하를 모셔 오라고 긴한 말씀이 있다고 하셨습니다.”“구사가?” 우문호는 인상을 찌푸렸다. 구사 이 자식 낯에 당직 아닌가? 아직 해도 안 떨어졌는데 출궁 했다고? 출궁 하자마자 술을 마시러 가? 썩었 구만, 썩어빠졌어.“예, 구사 나으리께서 전하께 꼭 오시라고 청하셨습니다.” 행수는 계속 예를 취하며, “중요한 일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가서 내가 일이 있어 가지 않는다고 알려라.” 초왕이 말했다.행수가 서둘러: “전하, 구사 나으리께서 전하를 위해 20년된 여아홍(女兒紅)을 가져오셨으니 꼭 가셨으면 합니다.”우문호는 얼굴에 불쾌함을 드러내며 자신이 말 잘 듣고 착한 남편으로 일찍 돌아와 아내와 같이 있고 싶어하는 걸 잘 알면서 술을 마시자고 불러 내다니, 이런 나쁜 친구는 따끔하게 한마디 하고 하는 김에 술도 몰수해야 한다.못 된 녀석, 20년된 여아홍을 입수했으면 진작에 알렸어 야지, 어쩐지 출궁 하자마자 마신다 했다. 이렇게 좋은 술을 구했으면 당직이 아닐 때 마시면 되는데 구사의 인내력에 탄복했다.우문호는 발로 말의 배를 차며 호기롭게: “길을 안내해라.”행수가 우문호를 모시고 열덕주점으로 가자 입구에서 누가 우문호의 말을 대신 끌고 가고 우문호를 사랑으로 안내했다.우문호가 들어가자 문이 잠겼다.방안에는 술냄새가 코를 찌르고
우문호에게 애원하는 주명취주명취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오로지 우문호를 바라보며, “이미 제왕에게 이혼하자고 했어요, 계속 당신을 잊을 수가 없어요, 알아요 당신은 이미 날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하지만 포기할 수가 없는 걸요. 아무리 제왕이 나에게 잘해 줘도, 나도 우리의 옛날을 잊을 수가……”우문호는 그녀의 말을 끊고, “우리 옛날은 얘기하지 마, 우리 옛날이 뭐, 그리고 네 입으로 말하는 옛날은 내 생각에 맛이 변했어.”우문호는 여기 더 머물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집에 질투쟁이가 한 분 계신데, 들쑤셔 놓은 뒤 앞날이 어떨지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이 말을 마치고 발을 빼서 나가려고 했다.그런데 주명취가 우문호에게 확 안기더니 얼굴을 그의 가슴에 묻고 울며: “아니, 아니, 이렇게 나한테 하지 말아요, 난 당신을 잊을 수가 없어요, 당신을 따르겠어요, 첩이면 어떻고 노비면 어때요, 당신과 함께 있고 싶어요, 아무것도 따지지 않아요, 명분도 필요 없어요.”우문호는 펄쩍 뛰며 그녀를 떼어놓고 화를 내며: “앞으로 다시는 날 찾지 마라, 난 원선생이 오해하는 걸 원하지 않아, 나와 넌 각자 혼인했을 때 이미 아무런 상관도 없어졌어.”주명취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 주먹을 쥐고 비분강개한 말투로: “초왕비가 오해할 까봐 겁난다고? 그녀가 힘들까 겁나요? 그녀한테만 떳떳하면 되나요, 나한테는 떳떳한 가요? 나한테 뭐라고 약속했어요? 말했잖아요, 내가 원하기만 하면 날 도울 거라고. 내가 태자비가 되게 도울 것이고, 내가 황후가 되게 도울 거라고, 고작 일년 남짓 지났는데 당신은 완전 변했어요, 황족은 정을 저버린다더니.”우문호는 차갑게 주명취에게, “이 말은 분명히 해둬야 할 것 같아. 당시 나와 너는 비록 약혼을 하진 않았지만 아바마마와 네 친정이 모두 우리 둘을 맺어 주실 뜻이 있으셨어. 그런데 공주부의 일이 터지고 내 스스로도 부끄러움을 감당하기 힘든데, 네가 내 앞에서 상심해서 죽고 싶다고 하니 내가 순간 사리분별을 못하고 앞으로 네
우문호는 밖으로 나가면서 술집 주인을 밀치고 의자를 집어 들어 입구를 부숴 버렸다. 그는 급히 말에 올라타 왕부로 돌아와서는 원경릉도 보지 않고 온천으로 가서 목욕을 했다. 그는 오늘 입었던 옷을 갖다 버리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주워다가 사람을 시켜 끓는 물에 반복해 끓이라고 했다.그는 이 일을 원경릉에게 숨길 수도 숨기고 싶지도 않았다.목욕을 한 후 그는 소월각으로 돌아가 월경릉 옆에 누웠다. “오늘 주명취가 찾아왔어.”원경릉은 그가 왕부로 돌아오자마자 옷을 벗어던지고 목욕을 한 것을 이상하게 여겼지만 화는 내지 않았다.“그래서?”“제왕하고 헤어지겠다고 하더라……”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을 잡고 그녀가 한 말을 그대로 알려주었다.“주명취 말을 듣고 난 거들떠보지도 않았어. 정말이야.”“그래 난 널 믿어.” 원경릉이 웃었다.우문호는 의외라는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좋은 말은 하나도 안 했어. 질책과 경고만 했지. 아! 다시 찾아오면 주수보에게 말하겠다고도 했다.”“알겠어. 믿는다니까.”원경릉은 옆에 있는 천을 집어 들더니 아기 옷에 수를 놓기 시작했다. 우문호는 그녀의 평온한 표정을 보고 당황했다.“아니 경릉아 내 말 들어봐. 그녀가 나를 안으려고 할 때 내가 걔를 바로 밀어냈어. 이걸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마. 나는 오늘 있었던 일은 다 솔직하게 말했어. 못 믿겠으면 주명취를 불러다가 삼자대면해도 좋아.”“알겠다고. 믿겠다고.”원경릉은 바느질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았다. “정말? 나는 네가 화를 낼 줄 알았는데…” 우문호의 말을 듣고 원경릉은 바늘과 실을 한쪽으로 치웠다.“전에는 네가 나한테 거짓말을 해서 화를 낸 거고, 네가 나한테 진실을 말해주는데 내가 왜 화를 내겠어?”“아… 정말이야?”“내가 너를 속일 이유가 뭐 있겠어.”우문호는 멋쩍은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그럼 전에는 내가 너한테 진실을 말하지 않아서 화가 난 거야? 여자들이 나를 안거나 입을 맞추려고 해서 화가 난 게 아니라?”“여자들
“원용의가 주명취한테 얼마나 세게 맞았는지 약까지 처방 했다니까. 귀가 멍하니 울린다고 하더라.”“걔는 도대체 왜 그렇게 변한 거야?”우문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네가 거절했으니 그 여자가 또 무슨 짓을 할지 몰라.”“원용의랑 주명취 사이에서 벌어진 일을 알고 있다는 걸 주명취가 안다면 너한테 불똥이 튀는 거 아니야?”지금 우문호는 무슨 일이든 원경릉과 연관시켜 생각했다. 외부가 소란스러우면 그는 아내 원경릉을 먼저 걱정했다. 원경릉은 고개를 저었다.“그럴 가능성은 없어. 그 여자는 아주 냉정한 사람이야. 내 생각에는 그녀가 일부러 과격한 행동을 한 것 같아. 만약 초왕부가 주명취를 받아주지 않는다면 걔도 제왕부를 나오지 않을 거야. 내 생각에는 자살 시도를 해서 제왕의 마음을 약하게 하려고 하는 걸걸?”“그럴 수도 있다. 일곱째가 마음이 진짜 약하거든.”“그래서 둘이 갈라서는 것은 불가능해.” 원경릉이 싱겁게 웃었다.“나는 일곱째가 그 여자를 쫓아내는 것에 찬성해. 이렇게 계속 가다가는 일곱째도 그 여자 꼬임에 시달리게 될 거야.”“너 나 잘해.” 원경릉은 그의 볼을 툭툭 쳤다.“맞다! 여덟째는 어때? 저번에 입궁했을 때 봤어?”우문호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저번에 입궁했을 때 마음에 걱정이 많아서 여덟째를 챙길 겨를이 없었어. 내일 입궁해서 볼 텐데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아.”*이튿날.원경릉은 기왕비의 수액을 갈아준 후에 요패(腰牌)를 들고 궁으로 들어갔다.팔황자는 전보다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다. 팔황자는 원경릉이 입궁하자 매우 기뻐하며 자기가 직접 그린 그림을 보여 주었다. 원경릉은 그의 그림에서 구황자를 보고 웃으며 “아홉 동생을 그렸네? 구황자가 좋습니까?”라고 물었다.“예. 구황자가 나를 구해줬다고 노태감께서 말해주셨습니다. 하지만 이 일은 모후께서 알면 안 됩니다. 모후는 구황자를 싫어해서 그를 쫓아낼 수 있습니다.” 팔황자가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그 말을 듣고 원경릉은 마음이 쓰렸다. 그녀는 손을
원경릉은 태상황에게 문안을 드리러 건곤전으로 갔다.태상황이 희상궁의 상태를 물으니 원경릉이 “희상궁님이 주수보가 그녀를 보러 방문하였습니다. 지금 상궁은 전보다 기운을 많이 차렸습니다. 이제 밖에 소문도 잠잠해졌습니다.”라고 말했다.“네가 기운이 없는 것 같은데, 넌 무슨 일이야?” 태상황이 원경릉을 보고 물었다.원경릉은 팔황자의 일이 떠올랐지만 애써 표정 관리를 했다. “괜찮습니다. 황조부 조만간 황후 쪽 사람이 팔황자에게 안경이 왜 있느냐고 묻는다면, 황조부께서 하사하신 것이라고 답하십시오”“말할 것도 없어. 황후가 짐에게 감히 묻겠느냐.”원경릉이 멍해져 있자 상선이 앞으로 나왔다.“황후도 주씨 집안사람입니다.”원경릉은 앉아서 태상황을 보며 “황조부, 주수보를 정말 믿으십니까?”라고 물었다.“무슨 할 말이 있어?”태상황은 그녀를 힐끗 보고 물었다.원경릉은 상심한 표정으로 “제 생각일 뿐인데, 저는 예전에 주수보가 그냥 야심가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전에 제 부친께서 주수보를 찾아갔는데 주부에 못 들어오게 하더니 제 부친 보고 다섯째와 혼인을 파하라고 했다고 합니다.”라고 말했다.태상황은 손가락을 까딱하며 문을 닫으라고 명령했다.상선은 그대로 밖으로 나가 문 앞을 지켰다.태상황은 그제야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원경릉을 보았다.“주수보가 너네 집안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분명해. 너도 네 아버지인 정후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겠지. 네가 어떻게 초왕비가 됐는지도 말이야. 주수보는 다섯째를 늘 사윗감으로 염두해 두고 있었어. 그런 사윗감을 정후가 낚아챘는데 당연히 싫지.”원경은 속으로 태상황은 이 몸의 원래 주인인 원경릉을 말한 것이지 자신을 말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정신승리했다.“황조부님의 말대로 주수보가 다섯째를 사윗감으로 좋게 생각했는지는…… 그는 두 번이나 주명양을 다섯째에게 시집보내려고 했습니다. 혜정후(惠鼎侯) 일도 그는 공정하게 판결하지 않고 있어요.”이 말을 들은 태상황은 웃었다.“공정한 판결? 그 사람이 꼭 좋은
원경릉은 태상황의 말에 완전히 동의할 수는 없었지만 태상황이 우문호를 얼마나 아꼈는지 알기 때문에 태상황 앞에서 크게 내색하지 않았다. 현재 황제의 자리에 오를 유력한 후보 중 가장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우문호다.황실에서 우문호에게 조금만 힘을 실어 준다면 그는 태자로, 황제로 우뚝 솟아날 수 있다.이런 생각이 들자 그녀는 갑자기 태상황에게 서운해지기 시작했다. 태상황이 말하는 폭풍우는 도대체 언제 오는 것이며 무엇일까?정세가 바뀌려는 조짐이 보이자 황실에서 우문호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이런 사사로운 감정이 들자 그녀는 문득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 태상황의 눈을 쳐다보지 못했다.*이틀 후, 손왕비가 찾아왔다. 그녀의 손에 들린 손왕의 생일 차림표를 보고, 원경릉은 전에 손왕이 생일 준비를 한다며 황제의 요리사에게 요리를 주문해 시식을 하던 것이 생각났다.“손왕비, 손왕 생신은 이미 지났잖아요? 분명 몇 달 전에 오셔서 생일 준비한다고 요리사에게 요리를 부탁해 시식 했는데…”“초왕비는 손왕의 말을 믿습니까? 그냥 배고파서 그런 거겠죠.” 손왕비가 심술궂게 말했다.“아…… 그렇군요.” 원경릉이 웃음을 터뜨렸다.“맞다! 초왕비는 지금 제왕부 상황 알고 있습니까?” “원비가 지금 초왕부에 있어서 그녀에게 들었습니다.”“이혼? 말도 안 되는 얘기입니다.”손왕비는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예?” 원경릉이 물었다.“주명취가 바보도 아니고, 일곱째는 황상의 적자에다가, 성격도 온화하고 됨됨이도 좋잖아요. 제왕같은 남자가 열에 하나 있을까 말까 한데 주명취가 제왕을 포기한다고요? 그 똑똑하고 영악한 여자가 그렇게는 절대 못 할 겁니다.”“너무 단정 짓지는 마세요. 혹시 모르지 않습니까?”원경릉은 진지한 표정으로 열번을 토하는 손왕비를 보고 웃었다.“초왕부가 그녀를 받아준다면 몰라도, 주명취는 절대 제 발로 제왕부를 나오지 않을 겁니다.”원경릉은 꺼림칙한 표정으로 “왜 주명취를 초왕부랑 관련을 지으십니까?”라고 물었다.손왕비는 의미
안왕은 깜짝 놀랐다.“그가 꿈을 꿨다고? 셋째 형님이 사고를 당하는 꿈을?”“예!”“언제 꾼 꿈이더냐?”원경릉은 많이 지친탓에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말했다.“아마 저녁 해시쯤 인 것 같습니다.”안왕이 물었다.“저녁 해시? 강북부에 있던 것이냐? 해시에 꿈을 꿨는데, 어떻게 자시가 되어 도착한 것이냐?”원경릉은 멈칫하다가, 그제야 무심코 자신이 말을 잘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이제 와서 며칠 전에 꾼 꿈이라고 수습하려 해도 방법이 없었다. 다섯째와 함께 온 것이 아니라, 홀로 왔기 때문이다.안왕은 여전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사실 그는 황후에게 무슨 능력이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다만 황후에 관한 일은 늘 완전히 드러나지 않아, 무슨 상황인지 제대로 알 수 없었다.안왕은 셋째 형님의 일로 마음이 무거운 터라, 더 캐묻지도 않았다. 사실, 더 캐묻는다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아무리 황후가 대단하다 해도, 그를 해치지 않기 때문이다. 정말 그를 해칠 사람이었다면, 진작 그를 죽였을 것이다.그는 다만 셋째가 위험에 빠진 것을 다섯째가 꿈에서 알았다는 것이 놀라왔다. 게다가 그 꿈 하나로 황후를 먼저 급히 보내왔다는 것도 놀라웠다.꿈을 꾸는 건 어쩌면 이상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형제끼리는 어느 정도 교감을 하니 말이다. 하지만 꿈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황후를 심야에 먼저 보낸다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그는 예전에도 다섯째를 대단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번에는 단순한 존경을 넘어, 그들의 형제애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원경릉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방으로 들어갔다.그리고 수술이 끝나자마자, 그에게 산소를 공급하고 주사를 놓았다.큰 상처들은 처리했지만, 얼굴과 손에 있는 작은 상처들은 아직 손도 못 댄 상태였다. 원경릉은 생리식염수를 꺼내 천천히 상처를 닦아주었다.얼굴에는 작은 상처들이 여러 군데 있었고, 손에 특히 많았다. 그녀는 예전에 그가 강북부에서 병사들과 함께 산을 오르고 밭을 일구며 텃
수술실은 즉시 가장 빠른 속도로 준비되었고, 원경릉은 직접 소독했다. 소독이 끝난 후에는 아무도 들어올 수 없었다.그 후 위왕을 이송했는데, 이송하는 사람들도 전부 소독을 마쳤다.문이 닫히는 순간, 본격적인 대수술이 시작되었다.원경릉은 마음이 몹시 아팠다.과거 사생활은 그렇다 해도, 그는 정말 훌륭한 신하였고, 뛰어난 장군이자 좋은 형제였다.수년간 그가 얼마나 고생했는지도 모두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다들 그가 속죄를 위해 스스로 고통을 택했다고 말하지만, 원경릉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양심의 가책이 없는 사람은 속죄조차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도 속죄의 방법은 다양하다. 1년, 2년 정도 고생하면 본인과 타인에게도 속죄한 것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었다.하지만 그는 십여 년 동안 매일 이 춥고 황량한 변경에서 모진 세월을 견디며 고통 속에서 살아왔다. 속죄하려는 마음도 있긴 하겠지만, 원경릉은 북당의 변방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가장 컸다. 비록 예전엔 그에게 화가 난 적이 있긴 했지만, 지금은 오로지 존경과 가족으로서의 따뜻한 감정만이 남아 있었다.그래서 수술 중 그의 옛 상처와 새로운 상처를 볼 때마다 그녀의 마음은 찢어질 듯 아팠다.조금만 늦었더라도 그는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른다.이 모든 것은 안왕의 도움도 컸다. 변경의 바람과 모래가 그들 형제가 진정한 화해를 할 수 있게 이끌었다.그때 태상황이 그를 변경으로 보낸 것은 그에게 새로운 삶을 주는 기회였고, 북당에도 십 수년의 안정을 가져다 준 일이었다.위왕의 복부 상처는 너무 깊었고, 어깨와 등에도 칼에 찔린 자국이 있었다. 부상 당시 출혈도 심각해 생명이 위태로웠다.수술이 끝났을 땐, 이미 날이 밝아 있었다.원경릉은 혼자 수술을 집도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 이미 익숙해지긴 했지만, 이번 수술은 유난히 위험했다. 그녀는 행여나 너무 늦게 도착한 것은 아닌지, 마음이 조마조마했다.위왕은 언제나 강한 사람이었기에, 그녀는 그가 이번에도 버텨내길 바
위왕의 병사들이 저택 문 앞에 모여 무릎을 꿇고 있었다.위왕은 오랜 세월 병사를 이끈 뛰어난 장군이었기에, 병사들의 모든 선망을 받고 있었다. 그가 사고를 당한 일만으로도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의원들이 하나둘 고개를 저으며 떠나는 모습과 안왕비가 하늘에 기도를 올리려 무릎을 꿇은 것을 보고 병사들도 애타는 마음에 함께 무릎을 꿇었다.주변의 백성들 역시 사정을 듣고 자발적으로 찾아와, 저택 밖에 몰려들었다. 위왕은 평소 허세를 부리지 않았으며, 이웃들과도 농담을 주고받는 친근하며, 모두에게 사랑받는 왕이었다. 사실은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일부러 몰락한 왕인 척했고, 그런 모습 덕에 백성들과 가까워질 수 있었다.한편, 저택 안에서는 안왕이 위왕에게 내공을 주입하며 심맥을 지키고 있었는데, 곧바로 의술이 뛰어난 의원을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모두 함께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원경릉은 도착하자마자 이 광경을 목격했고, 다섯째의 꿈이 사실인 것에 깜짝 놀랐다. 누군가가 큰일을 당한 것이 분명했다.그녀는 곧 사람들의 기도 속에서 위왕의 이름을 들었고, 사고를 당한 이가 정말 셋째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그리고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함께 기도하는 모습에 감격을 금치 못했다. 그녀는 위왕이 북당을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바쳤는지도 절실히 느꼈다.그녀는 워낙 빠르게 달려온 터라, 출발해서 도착까지 한 시진도 걸리지 않았다. 그녀는 길가에 말을 세우고, 서둘러 가려고 했지만 가득 찬 인파에 가로막힌 탓에, 어쩔 수 없이 큰 소리로 외쳤다.“의원입니다, 비켜주세요!”그 외침에 사람들은 바로 길을 내주었고, 원경릉은 재빨리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문 앞에 서 있던 집사는 안왕과 함께 경성에서 온 사람이라 원경릉을 알아보았다. 집사는 기쁨에 복받쳐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황후마마께서 오셨다니…! 위왕은 무탈할 것입니다.”병사들과 백성들은 그 말을 듣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황후가 직접 뛰어오셨다니? 그리고 다들 그제야 마음을
우문호 일행은 강북부로 향하는 내내 북방의 풍경과 풍속을 경험했다. 그로 인해 속도는 매우 느리긴 했지만 말이다.그날 밤, 우문호는 갑자기 악몽에서 깨어나 온몸에 땀을 흘리며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그의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그러자 원경릉이 벌떡 일어나 그를 껴안으며 물었다.“무슨 일이오? 악몽을 꾼 것이오?”우문호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아직 날씨가 덥지 않은 데다가 북방에 있어 오히려 날씨까지 쌀쌀했기에, 그는 아직도 악몽이 생각나는 듯, 창백한 표정을 지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꿈에서 셋째 형님이 피투성이인 채 죽어가고 있었소…”원경릉은 그저 꿈이라 생각하고 위로해 주려 했지만, 이내 우문호의 강한 감응 능력을 떠올렸다. 갑자기 나타난 이 꿈이 형제간의 영적 감응일지도 몰랐기 때문이다.우문호도 점점 불안한 생각에 빠졌다.“강북부가 비록 평온해 보여도 사실 북당에서 가장 복잡한 곳이오. 온갖 사람들이 섞여 있고, 북막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네. 게다가 셋째 형님도 무모한 사람이니, 진짜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지 걱정되오. 원 선생, 어서 빨리 가야겠소.”원경릉이 서둘러 옷을 입으며 말했다.“아니, 내가 먼저 가겠소. 정말 상처를 입었다면, 내가 가야지 도움이 되지 않겠소? 게다가 난 빨리 갈 수 있잖소.”“좋소. 그럼 먼저 가시오. 우리도 곧 출발하겠소.”우문호는 너무 생생한 꿈 탓에, 더 이상 천천히 갈 수 없었다.“사람을 불러야겠소.”원경릉은 재빨리 옷을 입은 후, 우문호에게 포옹하고 이마에 입을 맞췄다.“먼저 가겠소.”“조심하시오.”우문호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 원경릉은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원경릉이 사라지자마자 우문호는 방 문을 두드리며, 출발하자고 소리쳤다.우문호의 소리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이 밤중에 출발이라니, 무슨 큰 일이 생긴 걸까?이때 수보가 겉옷을 걸치고 나오며, 우문호의 팔을 잡고 물었다.“무슨 일입니까?”우문호가 답했다.“나도 모르네. 하지만 셋째 형님에게 무슨 일
스무 명이 넘는 자 중 단 한 명만 생포하고 나머지는 전부 섬멸되었다.안왕은 재빨리 위왕의 혈을 눌러 지혈한 후, 중상을 입은 위왕을 데리고 저택으로 돌아왔다. 먼저 의원을 찾으러 간 사람이 있었기에, 의원은 이미 저택에 도착해 있었다. 이때 안왕이 피투성이가 된 채, 의원의 옷깃을 움켜잡았다.“살리시게, 살려야 하네. 꼭 살아야 하네.”의원이 바로 약상자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진정하십시오.”의원이 위왕의 옷을 가위로 자르자마자, 상처가 바로 드러났다. 다행히도 먼저 지혈한 덕분에 저택까지 돌아올 수 있었다.하지만 심각한 부상 상태와, 깊은 복부의 자상 때문에 장기를 다친 것으로 판단한 의원은 간단한 처리를 마친 후, 안왕에게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소인의 의술이 부족한 탓에, 치료를 감당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경성에서 다치셨다면, 희망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강북부는 의료가 낙후된 지역이다. 비록 혜민서를 설립한 이후 의사를 집중적으로 양성하긴 했지만, 경성에 비하면 여전히 많이 부족했다.안왕이 숨을 헐떡이며 눈에 핏줄을 세우고 소리쳤다.“중상을 입었는데 어찌 도성으로 돌아가란 말인가? 긴 여정을 견딜 수 있을 것 같은가?”의원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그것도 참 문제입니다. 황실 친왕이 자금단을 가지고 계신다고 들었는데, 혹시 저택에 있습니까?”“없네!”안왕은 위왕의 호흡이 점점 미약해지는 모습을 보며 절망감에 휩싸여 털썩 주저앉았다.“내가 갖고 있던 자금단은 이미 먹은 지 오래된 것이네.”“경성… 경성으로…”의식을 잃은 위왕은 그저 경성이라는 말만 중얼거렸다.안왕은 눈물을 닦으며 무릎을 꿇었다.“형님, 조금만 더 버티십시오. 의원이 약을 썼으니, 황후가 오실 때까지 며칠만 버티십시오.”심각한 상황이니, 경성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돌아가려면 최소 일주일 이상은 걸리지만, 황후는 아마 사흘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경성으로……”위왕은 의식을 잃기 전까지 계속해서 경성을 찾았다. 그곳은 그가 너무
위왕은 마음속에 또 하나의 걱정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다섯째가 곧 강북부에 오는 것이었다. 비록 이 일은 소문내지 않았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순행했으니, 소문이 새어나가게 마련이다.설령 그가 강북부에 온다고 밝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의 최종 목적지가 강북부라는 것은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북막인들이 다섯째에게 해를 가하려는 것은 아닐지 걱정되었다.아무래도 단 한 순간도 북막인의 야심은 멈춘 적 없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는 방심하지 않고, 허점을 찾아내겠다는 결심을 다지며 이들을 감시했다. 확실한 증거가 없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추측일 뿐이기에, 그는 이 일을 아직 넷째에게 말하지 않았다. 섣불리 말을 꺼냈다가, 그들이 진짜 금나라 상인이라는 것이 밝혀지기라도 한다면, 두 나라의 사이만 영향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비록 무장이지만, 외교적인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아주 작은 불씨라도, 마음먹은 자가 부추기면 걷잡을 수 없는 큰불이 될 수 있는 법이기에, 섣불리 행동해서는 안 되었다. 그리고 감시 끝에 마침내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 처음엔 열댓 명 정도였던 이들 무리는 이틀 사이 스무 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새로 온 자들은 앞선 사람들과는 다르게, 군인이라기보다는 강호 인사의 분위기를 풍겼으며, 무공 또한 약하지 않아 보였다.위왕은 경계심을 품고, 밤새 직접 사람들을 이끌어 조사에 나섰다.앞서 만났던 금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질문에 순순히 응했지만, 새로 온 강호인들은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 위왕의 질문에도 그저 시큰둥한 태도만 보이며 북당인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위왕은 건방진 그들의 태도에, 몇 마디 호통을 쳤고, 그 모습에 강호인들은 참지 못하고 바로 위왕에게 손을 쓰려고 했다.위왕은 조사하기 위해 온 터라, 데리고 온 부하도 단 몇 명 뿐이었기에, 상대가 일반적인 조사에도 이렇게 쉽게 공격하려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앞서 온 금나라인들이 말리려 했지만, 그들이 손을 쓰자, 사태가 수습되지 않을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