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후는 눈썹을 찌푸렸다.“뭣하고 있는 게야? 서둘러 초왕부에 가서 오해를 풀어야 하지 않겠느냐?”“태후 마마, 화 푸십시오. 굳이 초왕부에 가서 말을 하지 않아도 태자비는 현비가 거짓을 전했다는 것을 알 겁니다. 그리고 모두들 현비가 거짓말을 했다는 걸 압니다.” 호 상궁이 말했다.“그게 더 큰일이야! 그들은 내가 현비를 감싸고 있다고 여길 텐데…… 나와 현비가 한 통속이라고 알 것이야!”“태후 마마 걱정 마십시오. 그 누구도 태후 마마에 대해 논할 수 없습니다.” 태후는 호 상궁의 말을 듣고도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그렇게 설교할 시간에 당장 초왕부로 가보거라!”태후가 호 상궁에게 명령했다.“예!”원경릉은 갑자기 태후의 사람인 호 상궁이 왕부로 찾아온 것을 보고 의아했다.이미 오래전 일로 현비가 태후를 들먹이며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원경릉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굳이 해명할 필요도 없는데, 태후께서 왜 호 상궁을 보내 이 일을 해명하려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원경릉은 호 상궁에게 자신이 전혀 태후 마마를 의심하지 않고 있으니 염려 마시라고 전해달라고 하며, 덧붙여 태어난 세 증손주들을 대신해 태후 마마의 안부를 물어달라고 했다.태후는 돌아온 호 상궁에게 말을 전해 듣고 기쁜 마음으로 우문호를 불러 선물을 하사했다.*호 상궁이 떠난 후, 원경릉은 잊고 있었던 현비의 독사 같은 말들이 떠올라 기분이 나빠졌다.그녀가 아무리 잊어버리려고 노력해도, 쏟아진 물을 주워 담을 수 없듯 현비가 했던 말이 가슴에 박혀있었다. 당시에 현비는 아이들을 걱정해서가 아니라, 그냥 원경릉을 없애버리고 싶어 했다. 그렇기에 아이들이 태어나고도 그런 소란을 피운 것이다.원경릉은 현비와 원한 관계도 없는데, 현비가 왜 이렇게 자신을 죽이려고 드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는 마음이 답답해서 자신의 감정을 누군가에게 터놓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우문호가 국자감에서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우문호가 왕부로 돌아오자 그녀는 하인들을 시켜 그가 좋아하
원래 아이들을 원경릉이 있는 방안에 두었지만, 유모 상궁이 젖을 먹이기 불편해하자 원경릉이 옆에 사랑채를 비우고 아기방으로 삼았다.두 사람이 들어서자 유모 상궁이 허둥대며 만두를 내려놓았다.“무슨 일이야? 전에도 말했듯, 애들이 보채지 않을 때는 안지 말라고 했잖아!” 우문호가 눈살을 찌푸리며 유모 상궁을 다그쳤다.유모 상궁은 태자 내외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급히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다.“태자, 태자비님 정말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쇤네가 잠시 다른 곳을 보고 있을 때, 도련님이…… 그만 바닥으로 떨어지셨습니다.”“떨어졌다고?” 원경릉은 빠르게 걸어가 만두를 보았다. 만두는 치아가 다 빠진 늙은이처럼 실없이 웃고 있었다.“어떻게 떨어질 수가 있지?” 우문호는 아이들이 잠을 자는 침상을 바라보았다.침상은 원경릉이 준 도면에 따라 삼면이 모두 높게 올라와 있었으며, 남은 한 면은 난간이 있어 아이들이 떨어지지 않게 특수 제작된 침상이었다.게다가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뒤집기도 못할 텐데, 어떻게 떨어진다는 말인가.“믿기 힘드시겠지만, 사실이옵니다. 도련님이 떨어지는 것을 쇤네가 직접 보았습니다.” 옆에 있던 두 명의 유모 상궁이 말했다.원경릉과 우문호는 서로를 마주 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 “떨어지는 것을 직접 보았다고?” 라고 물었다.방금 죄를 고한 유모 상궁은 고개를 저으며 “쇤네는 보지 못했습니다. 고개를 돌렸을 때, 큰 도련님이 바닥에 계셨습니다.”라고 말했다.우문호는 만두를 안아들어 다친 곳이 있는지 확인했다. 다행히도 그는 포대기에 둘둘 싸여있었으며 바닥에는 깔개가 두껍게 깔려있었기에 다친 곳은 없어 보였다.우문호는 차가운 눈빛으로 유모 상궁을 노려보았다. 유모 상궁은 우문호의 눈빛이 무서워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두 사람은 밖으로 나와 희상궁을 불러 유모 상궁이 수상하니 지켜보라고 했고, 만약 오늘 같은 상황이 다시 발생하면 유모 상궁을 즉시 해고하라고 했다.우문호와 원경릉은 유모 상궁이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혹시 난간이 느슨해진 것은 아니냐?”우문호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난간을 흔들어보았지만, 침상에 고정된 난간은 꿈쩍하지 않았다.원경릉은 순간 머릿속의 주지의 말이 떠올랐다.‘혹시 유전……?’만약 실제로 뇌에 약물을 주입해 변이가 생겼다면, 이는 삼둥이에게도 유전될 수 있다. 그러나 유전됐다고 하더라도 기껏해야 뇌세포의 활동성이 좋거나 많은 정도, 또는 지능이 다른 사람보다 뛰어난 것뿐일 것이다. ‘근육이나 신체능력 방면은…… 그래, 어쩌면 영향이 있었을 수도 있겠어.’대뇌는 온몸을 관할하는 곳으로 대뇌의 개발은 인체의 모든 부분에 영향을 준다.“왜 그래?” 우문호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원경릉을 보고 물었다.“별일 아니야. 그냥 이 상황이 안 믿겨서.” 원경릉은 웃었다.“나도 믿기지 않아. 하지만 우리 삼둥이들은 일반 아이들보다 똑똑하고 힘이 셀 거야. 어쨌든 부처님 오신 날에 태어난 아이들은 매우 특별하거든.” 우문호가 말했다.“응, 그래.” 이튿날, 원경릉은 우문호가 외출하자마자 유모 상궁을 시켜 삼둥이를 방으로 데리고 오라고 했다.그녀는 세 아이의 혈액, 심장, 맥박을 모두 검사했고 결과는 모두 정상이었다.‘뇌파를 스캔할 수도 없고, 겉으로 봐서는 어떤 이상이 있는지 알기 힘드네.’원경릉은 아이들이 걱정됐다. 그녀는 자신의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것이 좋지 않았다. 그녀는 삼둥이들이 평범하게 자라길 바랐다.그제야 그녀는 이 과제를 연구하기 시작한 것을 후회했다. ‘내가 왜 이런 약을 개발했을까?’원경릉은 점점 마음이 불안해졌고, 하인을 불러 주지를 모셔오라고 했다.주지는 원경릉의 부름을 예상했다는 듯 그녀를 보자마자 종이 한 묶음을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그 종이에는 여러 가지 복잡한 공식이 적혀있었는데, 그녀에게는 아주 익숙했다.“아이가 선배의 변이 유전자를 물려받았는지 알고 싶다면, 이 공식들을 이용해 계산해 보세요.” 주지가 말했다.“왜 그렇게 추측하는 겁니까? 주지는 지금 내
“그래요, 이 연구로 세상을 구해봅시다.” 원경릉이 억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선배의 연구를 부정할 필요 없어요. 이제는 투입량만 파악하고 통제한다면 인류의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주지가 말했다.과학자는 언제나 마음속에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웅대한 포부를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물론 원경릉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녀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연구가 필요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인간은 이미 똑똑하다. 만약 똑똑한 인간이 더 똑똑해진다면 그에 따라 야망도 커질 것이고, 그렇다면 세상이 어떻게 되겠는가?주지를 돌려보낸 후 원경릉은 삼둥이를 빤히 보았다.“너희가 지금 내 말을 알아듣든 못 알아듣든 한 가지만 꼭 기억해. 항상 겸손해야 하고 특이한 행동은 하지 않는 게 좋다.” 원경릉이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삼둥이들은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동그랗게 벌린 채 주먹을 꼭 쥐고 있었다. 그 순간 만두의 엉덩이에서 ‘부웅-‘ 소리가 나더니 만두가 씩 웃었다.옆에 있던 경단이는 멍한 표정으로 만두를 보았고, 찰떡이는 ‘으앙’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원경릉은 아이들을 보니 걱정이 눈 녹듯 사라졌다. ‘지금 아이들의 행동을 보아하니 별다른 특이사항은 없는 것 같구나.’설사 아이들이 조금 더 커서 돌발행동을 한다고 해도 세 아이 모두 원경릉의 자식이며, 원경릉이 단속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원경릉은 유모 상궁에게 아이들을 항상 예의주시하라고 하며, 조금이라도 이상한 행동을 할 경우에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고 반드시 자신을 찾아와 보고하라고 했다.“태자비, 혹시 아이들이 제천대전에 태어나서 특출난 능력을 타고났다고 생각하십니까?” 유모 상궁이 물었다.원경릉은 상궁의 물음에 대답 대신 미소를 보였다. 유모 상궁은 아이들을 24시간 내내 돌보는 상궁으로 만약 아이들이 이상한 행동을 한다면 제일 먼저 알아차릴 사람이다. “그런 것 같네요. 호국사 주지에게 물어보니 불력(佛力)을 타고났을 수도 있다네요. 그렇기에 이 일은 절대 다른 이에게 알려서는 안됩
원경릉이 우문호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진지한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너한테 할 말이 있어. 일단 차분하게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 중간에 말 끊지 말고.” 원경릉이 말했다.“너 설마 이미 알고 있었어? 나는 비밀을 지키고 싶었는데.” 우문호가 의아해했다.“무슨 비밀?”“응……? 몰랐어? 보아하니 몰랐구나?”“무슨 소리야? 먼저 말해.” 원경릉이 물었다.우문호는 얼굴이 발그레해지더니 눈이 반달 모양이 됐다.“정정(靖廷)이 왔어.”“누가 왔다고?” 원경릉은 실눈이 된 우문호가 못마땅했다. “정정!” 우문호는 크게 대답했다. 그의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 보였다. 마치 첫사랑을 기다리는 소녀의 얼굴이랄까…… “정정? 그 사람이 왜 와?” 원경릉의 머릿속에는 종이 울렸다.‘대주(大周)의 진정정(陳靖廷)이 왜 온다는 거지?’우문호는 헛기침을 몇 번 하더니 옷깃을 바로 세우고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태자 책봉 축하 자리에 참석하러 오는 거지! 다른 사람은 오든 말든 필요 없고, 정정은 꼭 와야 해.”원경릉은 눈을 가늘게 뜨고 우문호를 보았다.“오든 말든 필요 없는 다른 사람이 설마 나야?”“무슨 소리야! 다른 사람에 네가 왜 포함돼?” 우문호는 정정을 만날 생각에 흥분이 되는지 귀까지 빨개졌다.원경릉은 흥분한 우문호를 보고 순간 위기감을 느꼈다. ‘저러는 걸 보니, 정정이 오면 잘 감시해야겠어. 혹시 알아? 정정이 대주로 가자고 하면 홀라당 따라가 버릴지?’ 지금 우문호의 꼴을 보니 틀림없이 만사 다 내팽겨두고 짐 싸서 정정을 따라 대주로 갈 판이었다.“근데 정정 부인이 임신을 했다고 했잖아? 부인은 두고 온 거야?” 원경릉이 물었다. “부인도 같이 와.” “부인도 온다고? 가만, 지금 개월 수로 따지면 7개월이 됐을 텐데, 그 몸을 이끌고 온다고?”“무슨 상관이야.” 우문호는 정정의 부인에게는 관심 없었다.원경릉은 순간 정정 부인도 자신과 같은 생각임에 틀림없다고 여겼다. 정정도 우문호를 만날 생각에 설레고 있을 것이다
원경릉은 우문호의 눈을 보았다.“내가 예전하고 많이 다르다고 하지 않았어? 너도 솔직히 느꼈잖아. 왜 그런지 알고 싶지 않아?” 원경릉이 말했다.“전하고 차이는 있지만, 사람이 변할 수도 있는 거고……” 우문호는 그녀의 눈을 피하며 “이 얘기는 그만하고 나가서 산책이나 하자.”라고 말했다.원경릉은 똑똑한 우문호가 그녀의 변화에 대해 모를 리 없다고 생각했다.“우문호, 난 밖에 나가지 않을래. 하던 말을 마저 하고 싶어.” 원경릉이 말했다.“그럼 네 말을 듣기 전에 한 가지만 묻자.”“……”“네가 할 말이 우리를 헤어지게 할 수도 있어?” “왜 그렇게 생각해? 당연히 우리가 헤어질 일은 없지!” 원경릉이 놀란 표정으로 답했다.“정말 그럴 리 없다는 거지?” “응! 당연하지. 우리가 왜 헤어져, 너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원경릉은 급 피곤해졌다. 우문호는 원경릉을 보고 천천히 입을 뗐다.“사실 전에 탕양과 함께 너의 변화와 네 약상자에 대해 여러 번 논의를 했었어.”“그래?”“응, 논의 끝에 네가 요괴거나 도깨비라는 결론을 내렸다.”“뭐 요괴? 도깨비?” 원경릉은 손을 뻗어 우문호를 잡고는 “왜 선녀는 안 되는 거야?” 라고 물었다.우문호는 그녀를 보며 부드럽게 웃었다.“경릉아, 나도 눈이라는 게 있잖아. 선녀랑 너는…… 어울리지 않아.”“하, 그래. 알겠다고!” 원경릉이 화를 냈다.“하지만, 탕양이 이 일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하더라. 말을 하고 나서 큰 화를 입을 수 있다고.”“큰 화를 입는다고? 말도 안 돼.”“나는 탕양의 말을 완전히 신뢰하지 않아. 네가 요괴건 도깨비건 믿어도 그만 안 믿어도 그만 아니냐? 난 그냥 너와 함께 이렇게 재밌고 즐겁게 살면 그만이다. 난 진실을 알고 싶지도 않고 모험을 하고 싶지도 않아.”우문호는 원경릉을 끌어당겨 품에 안고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경릉아, 내가 애써 태연한 척했지만, 네가 약상자를 꺼낼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렸어. 내 생에 한 번도 본 적 없는 기
“죽은 시체에서 영혼만 빠져나온 거야?” 우문호가 물었다.원경릉은 우문호의 말에 반박을 하고 싶었지만, 어찌 보면 우문호의 말도 맞는 말이라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맞지? 네 죽은 영혼이 남의 몸 안으로 들어간 거잖아. 어쩐지 그럼 네 원래 얼굴은 지금 이 모습이 아니라는 거네? 어쩐지 생긴 게 영……”우문호는 마치 무거운 짐을 벗어던진 것처럼 홀가분해 보였다. 그는 속으로 원경릉이 요괴나 도깨비가 아닌 것에 감사했다. 만약 요괴나 도깨비였으면 언제든 그들의 세계로 도망갈 수 있었겠지만, 죽은 사람의 영혼이라면 도망갈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원경릉은 의외로 쉽게 받아들이는 우문호의 모습에 어리둥절했다. “아까 무슨 박사(博士)라고 했지? 차(茶) 박사? 술 박사? 차를 끓이는 솜씨를 보아하니 차 박사 맞지?”“박사는 학문이 뛰어난 사람을 가리키는 말 아니야?”“그건 그렇지만, 학문이 뛰어난 박사들은 다 남자인데…… 설마 너 혹시 남자야? 그래 이상하다 했어! 천문 지리를 알고, 태양의 흑점을 논하더니…… 원래 남자였구나!” 우문호가 기겁했다.“넌 내가 어떤 모습이든 사랑해 주는 거 아냐? 남자면 뭐 어쩔 건데?” 원경릉이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거짓말하지 마. 하나도 안 웃겨.” 우문호가 정색하고 원경릉을 보았다. “치, 아쉽게도 난 남자가 아니야. 나는 원래부터 여자였고, 현대에서는 의사이면서도 천문학도 잘 알았어.”“휴,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네.” 우문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근데, 내가 정말로 남자였다면 어땠을 것 같아?” 원경릉이 물었다.“상상하기도 싫어.”“왜 한 번 생각해 봐.”우문호는 눈을 감으며 “너를 들어다가 벽에 던져버렸을 수도?” 라고 말했다.“너무해.”“네가 남자인 게 더 너무한 일 아니야?” 우문호가 놀란 가슴을 쓸었다.“치, 말이라도 예쁘게 하지!”우문호는 원경릉을 보며 “근데 삼둥이에게 뭔가 이상한 게 있다며, 정확히 뭐가 이상하다는 거야?” 라고 물었다.“지금은 나도
“그럼 우리 삼둥이들이 모두 천부적인 마법의 힘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거네? 마법은 네 영혼에서 나온 것이고, 넌 그럼…… 삼둥이들의 영혼의 대장이라는 건가?” 우문호가 물었다.원경릉은 깜짝 놀라 그를 빤히 보았다. 그녀는 문득 이 몸이 내 것도 아닌데, 어떻게 삼둥이들에게 유전이 된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그럼 내 영혼이 이 몸으로 들어오면서, 내가 약상자를 조종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원주 원경릉의 원래 뇌에도 영향을 줬다는 건가? 아니면 내 원래 뇌파가 원경릉의 뇌파와 연결되면서 원경릉 본체에 영향을 끼친 건가? 그래서 삼둥이들에게도 유전이 된 건가?” 원경릉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네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저 삼둥이들이 건강하게만 자라면 소원이 없겠다.” 원경릉은 태연한 우문호의 표정에 마음이 놓였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답답한 느낌이 있었다. “내 얘기를 다 들었잖아. 뭐 또 궁금한 건 없어?”“궁금한 거?”“응, 내가 어디서 왔는지, 어떤 집안에서 태어났는지 가족은 몇 명인지 그런 거.”“너 가족이 있어?”“가족이 없는 사람도 있어?” 원경릉이 웃었다.“그럼 네 가족은 북당의 어디에 살아? 무얼 하는 집안이야?”“우리는 대대손손 의사 집안이고, 모든 가족은 대주로 이사를 갔어. 기회가 되면 한 번 보러 가자.”원경릉은 진실 반, 거짓 반으로 아무 말이나 했다.“그래!” 우문호가 말했다. 두 사람은 진실을 모두 털어놓은 후 서로 눈을 맞추며 웃었다. 그러나 원경릉의 마음속에는 삼키지 못할 정보가 하나 더 있었다. 만약 지금 우문호에게 말한다면 그는 정보 과부하에 견디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원경릉이 그에게 더 궁금한 게 없냐고 물었을 때, 그가 묻지 않았으니 원경릉이 나서서 자신의 얘기를 주절거릴 이유가 없었다. 잠시 후, 우문호가 갑자기 그녀를 보며 “나 궁금한 거 생겼어.” 라고 물었다.“응. 말해.”우문호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정정이 오면, 그를 우리 왕부에서 지내게 하면 안 될까?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개혁은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나라가 이미 망가진 뒤라, 보수파들은 북당이 더는 흔들림을 견딜 수 없다고 여겨, 더 이상 변화를 원하지 않았다. 그러자 소국공은 소복을 부상으로 임명했고, 소복은 부상이 된 후, 온갖 수단으로 보수파를 하나 하나씩 무너뜨렸다.그는 협박, 욕설, 생떼, 무례, 끈질긴 설득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수파를 공략했고, 심지어 마지막에는 돗자리를 말아, 상대의 대문 앞에 깔고는, 저녁엔 문 앞에서 잠을 청하고, 낮에는 문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북당의 발전을 가로막는 자라고 비난까지 했다.그렇게 보수파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휘 형과 형수가 대주에서 돌아왔다. 그는 드디어 애써 노력한 끝에, 그들에게 기대에 부응할 만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성공의 길은 여전히 멀었다. 가난 때문에 발생한 난장판은 아직도 평정되지 않았다.휘 형과 형수는 사실 그의 혼례를 치르기 위해 돌아온 것이었다.그는 이제 황후를 책봉해야 할 시기였고, 황후 후보는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 바로 숙왕부에서 지낸 적 있는 소복의 딸이었다.소복의 딸이 원래 무슨 이름이었는지, 그는 이미 기억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복이 부상 자리에 오른 뒤, 딸의 이름을 소봉으로 새로 지었기 때문이다.소복의 꿈은 언제나 직설적이었다. 소봉의 이름은 '소가에서 나온 봉황'이라는 단도직입적인 뜻을 담고 있었다.소봉은 아버지 소복과는 달리 성격이 반듯하고 강직했다. 당시 그는 온갖 일로 정신이 없어 남녀 간의 감정 따위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사모의 감정보다 그에게 나라가 더욱 중요했었다.하지만 황제로서, 그도 후사를 마련하는 것이 북당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그에게 사모의 정에 대해 조금 느낀 적 있는지 묻는다면, 아마도 소가의 셋째 딸, 소낙연의 이름을 들었을 때이다.다만 그도 그녀의 이름만 알고 있었을 뿐, 나중에야 소낙연이라고 자칭했던 여인이, 사실 그의 형수인 라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 시절
그렇게 그들은 만취해 하늘을 이불 삼고 땅을 침대 삼으며, 마치 처음 전장에 나섰던 그 시절로 돌아간 기뿐을 느꼈다.그 시절에는 전쟁이 치열해, 종종 땅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잠을 청하곤 했다. 여섯째는 당시에 항상 설사를 했었다. 셋이 몰래 전장에 나가려 했기에, 선생과 형수를 속이기 위해, 스스로 배탈을 자초한 후, 돈을 조금 챙기고는 전장으로 향했었다. 전쟁터에서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다들 마음속으로 두려움이 가득했었다. 가난을 제외하고, 죽음보다 무서운 것은 없었다.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적군이 승전가를 부르며 전우를 죽이고, 나라를 침탈할 때, 그들은 한 번도 죽음을 생각해 본 적 없었다.죽음에 관해 생각한다고 해도, 죽더라도 이 땅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그들은 그렇게 잠에 들었고, 꿈속에서 막 즉위하던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났다.숙왕부도 여전히 그대로였고, 적성루는 인파로 붐볐으며, 전쟁으로 인해 찢어지게 가난했다. 휘 형과 형수는 대주로 빚을 갚으러 갔다. 북막과의 전쟁을 위해 대주의 30만 대군을 빌려왔지만, 갚을 돈이 없어 휘 형을 인질로 넘겼다.휘 형이 떠난 후, 조정은 서출의 어린 새 황제를 신경 쓰지 않았다.그들은 조정에서 대신들과 첨예하게 대립해야 했고, 매번 언쟁 후에는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채, 어서방에 돌아가 주저앉곤 했다.즉위할 때 휘 형은 최선을 다하면 좋은 황제가 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었다.그래서 그도 그렇게 믿었지만, 막상 황위에 올라보니 전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있는 힘껏 버텨도 소용없었다.하지만 퇴로 또한 없었다. 휘 형이 말했듯이, 퇴로가 없는 것이 오히려 가장 좋은 길이었다. 두 눈 질끈 감고 힘껏 돌진하다 보면, 결국 승리하게 된다.다행히 조정에 그들을 도와주는 이들도 있었다. 장 대인과 소복이 큰 도움을
그들은 사생활을 모조리 보여주는 것 같아, 팬들이 따라오는 것을 막았다.하지만 팬들은 놀랄 만큼 열렬한 애정을 보이며 기어코 그들 뒤를 따랐다.그 모습에 다들 처음엔 못마땅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이해하기로 했다. 모두 예전에 많은 사람이 따르고, 시중을 받으며 전성기를 가졌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익숙하기도 했다.어쨌든, 그들은 지금 행복하게 차를 몰며 독고 도로를 달리며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다. 팬들도 그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다투기도 하고, 술을 마시며 농담을 주고받고, 무술을 연습하는 모습 등, 그들의 사소한 순간들 모두 영상으로 편집되어 올라갔다 .그리고 곧 사람들은 퇴직 여행 계정에 한 명이 아닌, 세 명이 함께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상에 등장한 사람은 '십팔매'라 불렸는데, 많은 네티즌이 그 이름을 듣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얼굴에 약간의 여드름 자국이 있고, 항상 무표정으로 자기를 과인이라고 부르는 노인은 '여섯째'라 불렸다. 비록 엄숙해 보이지만, 실은 장난기가 많아 두 사람을 몰래 놀리고는 입을 막고 웃기도 했다.항상 핸드폰으로 독서하는 노인은 '주대'라고 불렸다. 박학다식하며, 말할 때마다 고사성어를 인용해, 십팔매와 여섯째가 싸울 때 몇 마디로 갈등을 풀어낼 정도로 인품이 뛰어났다.팬들은 이들의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터질 지경이었다.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듣고, 어릴 때부터 함께해왔고,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함께 여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깊이 감동하였다.그렇게 어느 날 밤, 그들은 야외에서 술을 마시고 반쯤 취한 채, 바닥에 누운 채로 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 장면 역시 팬들에게 촬영되었다.늘 털털한 십팔매는 두 손을 머리 뒤에 괴고 은하수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감탄하며 말했다."우리 정말 많이 늙었네.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 수 있을까?"여섯째가 그의 머리를 한 대 가볍게 쳤다."길 위에서는 불길한 말 금지네."십팔매가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