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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장

Autor: Priscilla
last update Fecha de publicación: 2026-08-26 16:24:45

**리나의 시점**

진료 예약은 오전 9시였다. 아다에제 의사의 진료실은 모리슨 저택에 입성한 뒤 첫 검진을 받았던 곳이자, 내 상황을 완벽히 숙지한 의사가 나를 취조받는 기분이 들지 않게 배려하며 신중하고 능숙하게 질문을 던졌던, 내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의미 있는 말들이 오갔던 바로 그 공간이었다.

마커스가 나와 함께해 주었다.

그는 매 검진마다 단 한 번도 빠짐없이 동행했다.

내가 부탁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임신 초기, 나는 의학적 검진 정도는 혼자서도 충분히 받을 수 있고 그의 일정을 변경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말했었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마커스는 내 말을 가만히 들은 뒤 이렇게 답했었다. *'당신에게 내가 필요 없다는 건 알아. 내가 같이 가고 싶어서 그래. 그 둘은 엄연히 다른 거야.'* 나는 그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래, 그 둘은 다른 거지.'* 그리고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

아다에제 의사가 초음파 검사를 진행했다.

진료실 안은 정적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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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리슨 가문의 잃어버린 상속녀   제75장

    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7월의 모리슨 저택, 재회의 날 특유의 공기가 온 저택을 감쌌다. 웅장한 정문은 활짝 열려 있었고, 진입로에는 차들이 줄지어 서 있었으며, 분수대는 시원하게 물줄기를 내뿜었다. 현관문에 들어서기도 전에 헨리 오빠가 요리하는 맛있는 냄새가 홀까지 풍겨왔다. 지난 5년 동안 수많은 뜻깊은 순간들이 쌓이고 쌓여, 저택의 공기 자체가 완벽하고 온화하게 바뀐 듯했다.나는 거실 문가에 서서 그 모든 풍경을 가만히 지켜보았다.이단은 이제 여덟 살이었다.태어날 때부터 남달랐던 의연함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또렷해졌다. 아이는 데미안 오빠의 단호함, 즉 사물을 서두르지 않고 온전히 직시하는 태도와 스스로 확신하지 않은 의견에는 절대로 휩쓸리지 않는 주관을 빼닮아 있었다. 동시에 마커스의 다정함, 즉 상대를 바라볼 때 따뜻하게 다독여주는 눈빛과 웃기로 마음먹기도 전에 튀어나오는 유쾌한 웃음소리도 그대로 품고 있었다.물론, 아이의 고집은 여전했다.그것만큼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었다.이단은 지금 아벨 오빠와 무언가 심각한 협상을 진행하는 중이었다. 자신의 주장을 피력할 때 나오는 아벨 오빠 특유의 화려한 손짓과, 설득당하지 않았을 때 나오는 이단 특유의 팔짱 낀 자세가 눈에 들어왔다. 주제가 무엇이든, 이단은 데미안 오빠에게서 배운 대로 목소리를 높이는 대신 정적을 유지하며 단단하게 자기 자리를 지켜내고 있었다.아벨 오빠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이단은 묵묵히 버티고 있었다.이 싸움이 누구의 승리로 끝날지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클라라는 네 살이었다.네 살이 된 지 석 달째였고, 아이는 그 석 달이라는 시간을 지극히 생산적으로 보내는 중이었다.사건은 지난 4월, 정원 사업에서 시작되었다.클라라가 명쾌한 논리로 몇 번이나 설명해 주었지만, 아이의 논리를 단번에 이해하지 못한 나를 오히려 의아해하는 눈빛 때문에 이 사업의 정확한 기원은 여전히 불분명했다. 내가 이해한 바로는 텃밭과 헨리 오빠의 씨앗 몇 봉지, 그리고

  • 모리슨 가문의 잃어버린 상속녀   제74장

    1월의 어느 수요일, 새벽 3시 17분. 클라라가 세상에 태어났다.수요일이나 새벽 3시 17분이라는 시간이 특별해서도, 1월이라는 계절에 거창한 의미가 있어서도 아니었다. 단지 크리스마스를 지나며 만삭의 몸으로 거대한 변화를 마주할 준비를 하듯 조심스럽고도 단단한 걸음으로 저택을 거닐던, 춥고 어두운 그달에 클라라가 찾아왔을 뿐이었다.아이가 그때 태어난 건, 순전히 스스로 그렇게 결정했기 때문이었다.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건 지극히 클라라다운 방식이었다.진통은 한밤중인 12시에 시작되었다.나는 잠들지 못하고 깨어 있었다. 지난 2주 동안 도통 숙면을 취하지 못하던 터였다. 임신 막바지의 지독한 신체적 불편함, 배 속의 공간이 좁아지며 아기와 나 사이에 묘한 밀당이 이어지던 중이었다. 첫 진통이 찾아왔을 때, 나는 잠시 미동도 없이 누워 생각했다. *'방금 그건 평소와 다른데.'*다음 세 번의 진통 간격을 쟀다.그러고 나서 마커스를 깨웠다."때가 됐어요."내가 문장을 채 마치기도 전에 그가 눈을 떴다.마커스는 상체를 일으켜 세우고는, 몇 주 전부터 마음의 준비를 해왔던 사람 특유의 완벽한 몰입과 집중으로 나를 바라보았다."간격이 어떻게 돼?" 그가 물었다."8분이요.""알았어." 그가 벌써 움직이기 시작했다. "알았어. 아다에제 의사에게 연락할게.""벌써 문자 보냈어요." 내가 말했다.마커스가 나를 건너다보았다."당신을 깨우기 전에 진통 간격을 세 번 쟀거든요." 내가 덧붙였다. "확실히 하고 싶어서."그는 다정함과 황당함, 그리고 깊은 사랑이 한데 얽힌 표정으로 나를 딱 1초 동안 바라보았다."당연히 그랬겠지." 그가 고개를 내저으며 미소를 지었다.마커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는 데미안 오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밤중에 오빠에게 꼭 연락을 취해야 할 의무는 없었지만, 오빠는 3주 전 나지막이 '시작되면 반드시 알려달라'고 부닥했었고 마커스는 그 말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복도 너머로 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

  • 모리슨 가문의 잃어버린 상속녀   제73장

    나는 서재에서 데미안 오빠를 찾아냈다.오빠는 모니터 화면들을 띄워둔 채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양손을 책상 표면에 평평하게 얹은 자세였다. 중앙 모니터에는 바로 그 기사가 떠 있었다. 내가 노크하고 들어왔을 때 이미 그 기사를 읽고 있었으며, 굳이 탭을 닫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오빠는 이 상황을 내게 숨기거나 조작하려 들지 않고 있었다.내가 들어서자 오빠가 고개를 들었다.나는 오빠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알고 있는 거 다 말해줘요." 내가 말했다."기사는 읽었겠지." 오빠가 말했다."읽었어요. 내가 알고 싶은 건 이 정보의 출처에 대해 오빠가 파악한 내용이에요."오빠가 모니터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애시워스 건에 관한 내부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던 자야." 오빠가 입을 열었다. "나와 애시워스의 과거사, 그러니까 공개된 기록에는 없는 개인적인 원한이라는 프레임을 짜 넣었다는 건 회사 내부 문서에 접근할 수 있었다는 뜻이지." 오빠가 잠시 말을 멈추었다. "다시 말해, 내부자의 소행이라는 거다.""아벨 오빠가 추적 중이에요." 내가 말했다."알고 있다." 데미안 오빠가 응수했다."어떻게 할 생각이에요?"오빠가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내가 늘 하던 대로 해야지." 오빠가 무덤덤하게 말했다. "완벽한 정보를 손에 쥐기 전까지는 움직이지 않는다.""오빠가 그러고 있는 동안에도 기사는 계속 퍼져나가고 있어요.""그렇겠지.""그리고 사실도 아닌 헛소문에 오빠 이름이 들먹거려지고 있고요.""그래." 오빠가 다시 한번 대답했다. 완벽하게 평정심을 유지한 목소리였다.나는 오빠를 가만히 건너다보았다.데미안 모리슨. 지난 수십 년 동안 이 가문의 모두를 지켜온 사람. 회사를 이끌고, 약속을 지키고, 끄나풀을 솎아내고, 위협을 제거하며, 자신이 두려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으려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복도 끝에 서 있던 사람. 그런 사람이 자신을 향한 왜곡된 비난 기사가 언론에 도배되고 있는 순간에도 책상 앞에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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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나의 시점**진료 예약은 오전 9시였다. 아다에제 의사의 진료실은 모리슨 저택에 입성한 뒤 첫 검진을 받았던 곳이자, 내 상황을 완벽히 숙지한 의사가 나를 취조받는 기분이 들지 않게 배려하며 신중하고 능숙하게 질문을 던졌던, 내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의미 있는 말들이 오갔던 바로 그 공간이었다.마커스가 나와 함께해 주었다.그는 매 검진마다 단 한 번도 빠짐없이 동행했다.내가 부탁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임신 초기, 나는 의학적 검진 정도는 혼자서도 충분히 받을 수 있고 그의 일정을 변경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말했었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마커스는 내 말을 가만히 들은 뒤 이렇게 답했었다. *'당신에게 내가 필요 없다는 건 알아. 내가 같이 가고 싶어서 그래. 그 둘은 엄연히 다른 거야.'* 나는 그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래, 그 둘은 다른 거지.'* 그리고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아다에제 의사가 초음파 검사를 진행했다.진료실 안은 정적에 휩싸였다.모니터 화면이 밝게 빛났다."성별을 알고 싶으신가요?" 의사가 물었다.마커스와 나는 서로를 바라보았다."네." 내가 대답했다."딸이네요." 아다에제 의사가 미소를 지었다.나는 화면을 바라보았다.그리고 마커스를 건너다보았다.그의 얼굴.나는 이사회의장에서, 강변 산책로에서, 밤 11시의 주방에서, 결혼식 단상 앞에서, 그리고 새벽 2시의 아이 방에서 마커스 그레이의 얼굴을 보아왔다. 서로를 선택하며 함께한 3년의 세월 동안 그가 보여준 온갖 무수한 표정들을 하나하나 기억해 두었기에, 나는 그 사람의 모든 얼굴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다.하지만 이런 표정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완전히 무장 해제된 남자의 얼굴이었다.압도당한 것이 아니라, 경계가 완전히 풀려버린 모습. 늘 유지하던 특유의 단단한 틀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채, 그 아래 숨겨진 본연의 모습이 아무런 방어막 없이 오롯이 드러난 표정이었다.그는 모니터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그의 턱 끝이 미세하게

  • 모리슨 가문의 잃어버린 상속녀   제71장

    **리나의 시점**결혼식 당일 아침 7시 반, 헨리 오빠가 내 방으로 찾아왔다.나는 이미 깨어 있었다. 내 배 속 아이는 수면 시간표에 대해 아주 확고한 주관을 가지고 있었고, 새벽 5시부터 그 주관을 강력하게 주장해대고 있었으니까. 오빠가 문을 두드리고 찻잔 두 개를 든 채 들어왔을 때, 나는 화장대 앞에 앉아 있었다. 오빠의 얼굴에는 감당하기 힘든 감정을 어디에 쏟아내야 할지 몰라 헤매는 기색이 역력했다."앉아요." 내가 말했다.오빠는 창가 옆 의자 가장자리에 걸터앉았다.두 손으로 찻잔을 꽉 쥔 채.가만히 찻잔만을 내려다보았다."헨리 오빠." 내가 불렀다."나 괜찮아." 오빠가 말했다."괜찮은 거 알고 있어요." 내가 말했다. "내가 하려던 말은 그게 아니에요."오빠가 고개를 들었다."결혼식 날 아침에 마땅히 지어야 할 표정을 완벽하게 짓고 있다고 말하려 했어요." 내가 미소를 지었다. "자기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을 막 해내기 직전인 사람의 표정 말이에요."오빠는 잠시 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그렇게 티가 나니?""완전히 정신 못 차리고 있는 거요?" 내가 응수했다. "네. 엄청나게 티 나요."오빠가 허탈한 듯 웃음을 터뜨렸다. "어떻게든 마인드 컨트롤을 해보려고 애쓰는 중이었는데.""컨트롤하려고 하지 마요." 내가 말했다. "오빠 결혼식이잖아요. 오늘만큼은 마음껏 넋을 놓아도 돼요."오빠는 다시 찻잔으로 시선을 옮겼다."루스는 정말 특별한 여자야." 오빠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나에게 들으라고 하는 소리가 아니었다. 그저 가슴속에 맴도는 진실을 밖으로 털어놓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사람 특유의 읊조림이었다. "요즘 자꾸 그런 생각이 들어. 만약 루스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내 삶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 다들 돌보느라 정작 나 자신은…."오빠가 말을 멈추었다. "정작 나 자신은 누군가에게 돌봄을 받지 못한 채, 예전처럼 계속 살아가고 있었겠지."나는 오빠를 가만히 바라보았다."하지만 오빠는 루스를 찾았잖아요.""그래.

  • 모리슨 가문의 잃어버린 상속녀   제70장

    **리나의 시점**아벨 오빠와 카라의 첫 번째 결혼기념일은 3월의 어느 토요일이었다.내가 이 사실을 알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아벨 오빠가 1월부터 특유의 집요하고 완벽주의적인 태도로 기념일을 준비해 왔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중요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쏟아붓는 그 열정. 사실 아벨 오빠의 계획은 굳이 입 밖으로 내지 않아도 주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티가 났다.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는 아벨 오빠에게서는 그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단번에 읽어낼 수 있는 특유의 분위기가 풍겨 나왔으니까.오빠는 근사한 레스토랑을 예약해 두었다.아주 훌륭한 곳이었다. 몇 달 전부터 미리 예약해야만 갈 수 있는 곳이었는데, 오빠가 그걸 무려 1월에 해냈다는 사실은 지난해 기념일이 채 다 지나가기도 전에 다음 해 기념일을 준비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했다. 지독하게 철두철미한 건지, 아니면 지독하게 아벨 오빠다운 건지. 나는 그 둘이 결코 별개의 개념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하지만 그 예약은 취소되었다.아벨 오빠가 취소한 게 아니었다.카라가 취소했다.결혼기념일을 고작 사흘 앞둔 수요일, 카라는 예약을 취소하고 아벨 오빠 몰래 다른 일정을 준비했다. 예약이 취소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 대체안이 무엇인지 듣기까지, 그 24시간 동안 아벨 오빠가 풍겨낸 에너지는 주변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야말로 가관이었다.오빠는 지극히 프로페셔널하게 상황을 대했다.물론 그 프로페셔널함이란 막대한 에너지가 요구될 때 아벨 오빠가 보이는 특유의 방식이었다. 다시 말해, '상황 통제야말로 현재 가장 적절한 대응'이라고 결론 내린 사람처럼,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동원해 상황을 통제하려 애쓰는 게 겉으로 투명하게 다 보였다는 뜻이다.카라는 오빠가 마음껏 상황을 통제하도록 내버려 두었다.그리고 목요일 저녁, 자신이 직접 준비한 특별한 대체안을 오빠에게 털어놓았다. 둘만의 아주 특별한 이벤트였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알지 못하지만, 그 이야기를 전해 들은 지 불과 3분 만에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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