تسجيل الدخول사신단 연회가 내일로 정해지자 중궁전에도 궁녀들과 지우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특히 지우는 무언가에 몰두하고 싶어서인지 다른 때보다 연회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마마, 사신단을 맞을 때 입으실 예복은 준비를 마쳤사옵니다.”“연회에 올릴 음식은?”“그것은 사옹원에서 준비하고 있사오나, 마마께서 따로 살펴보라 하신 것은 확인해 두었사옵니다.”지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탁자 위에 놓인 목록을 내려다보았다.“혹시 모르니 사신들에게 올릴 음식과 술은 다시 한번 확인해 줘. 특히 음식에 이상한 것이 섞이지 않았는지도.”“예, 마마.”궁녀가 지우의 말에 고개를 숙인 뒤 밖으로 나가자, 곁에 있던 소하가 빙그레 웃으며 작은 함 하나를 내밀었다.지우는 의아한 표정으로 함을 바라보았다.“이 함은 무엇이냐?”“전하께서 보내신 것이옵니다.”“전하께서?”소하의 입가에 장난스러운 미소가 번졌다.“예. 마마께서 이번 연회 때 쓰실 장신구를 친히 준비해 주셨사옵니다.”지우의 눈이 조금 커졌다.“전하께서 직접?”“예. 그러니 어서 열어보셔요.”소하가 재촉하듯 함을 지우 앞으로 조금 더 내밀었다.지우는 소하의 재촉에 옅게 웃으며 함을 받아 들고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그리고 자리에 앉아 조심스럽게 함을 열어보았다.함 안에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수수하고 단아한 꽃비녀 하나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어머, 마마. 전하께서 꽃비녀를 준비해 주셨네요.”소하의 말에 지우는 아무런 대답 없이 꽃비녀를 조심스럽게 집어 들었다.그런데 그 순간이었다.비녀가 놓여 있던 자리 아래로 접힌 종이 한 장이 모습을 드러냈다.“응?”지우의 시선이 종이 위에 멈췄다.“이게 뭐지……?”종이에는 단종이 직접 쓴 듯한 글귀가 적혀 있었다.‘꽃을 보다가 문득 중전이 생각나 골라보았소.연회 때 꽂아준다면 과인이 기쁠 것 같소.’지우는 한동안 말없이 글귀를 바라보았다.짧은 몇 마디였지만 자신을 생각하며 직접 비녀를 골랐을 단종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것 같았다.지
-의금부 추국장-평소보다 더욱 무거운 기운이 감도는 의금부 추국장 안.수양대군은 포박된 채 한쪽에 앉아 있었지만, 죄인의 신분이라는 것이 무색할 만큼 표정에는 별다른 동요가 없었다.그의 맞은편에는 한명회가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한동안 서로 떨어져 조사를 받아왔던 두 사람이 같은 자리에서 마주한 것은 붙잡힌 이후처음이었다.한명회는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천천히 시선을 들어 수양대군을 바라보았다.순간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하지만 어느 쪽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마치 서로가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이미 알고 있기라도 한 듯 짧게 시선을 주고받았을 뿐이었다.그 모습을 맞은편에서 지켜보던 김종서의 눈빛이 가늘어졌다.‘역시…….’붙잡힌 뒤 서로 한마디 나눌 기회조차 없었을 텐데 두 사람에게서는 이상하리만큼 초조함이 느껴지지 않았다.김종서는 탁자 위에 놓인 두 사람의 진술서를 천천히 펼쳤다.“참으로 오랜만에 마주하는 두 분이겠군요.”수양대군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대감께서 일부러 자리를 마련해 주신 것이오?”“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지요.”김종서는 수양대군의 농을 받아주지 않은 채 한명회를 바라보았다.“그동안 두 분을 따로 조사해 보았으나 좀처럼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말입니다.”그러자 한명회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무엇이 그리 맞지 않는다는 말씀이십니까?”“그것을 지금부터 알아보려는 것이네.”김종서는 진술서 한 장을 들어 보였다.“두 사람에게 같은 것을 묻고, 같은 대답이 나오는지 직접 확인해 보면 될 일이 아닌가.”한명회의 눈빛이 미세하게 달라졌다.그러나 수양대군은 여전히 여유로운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좋소.”수양대군이 천천히 몸을 바로 세웠다.“대감께서 그토록 궁금하시다면 무엇이든 물어보시오.”“그럼 그리하지요.”김종서는 잠시 수양대군을 바라보다 진술서를 내려놓았다.그리고 첫 질문을 던졌다.“백윤.”순간 한명회의 눈빛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그자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지우와 단종은 부원군이 남긴 마지막 편지를 확인하기 위해 눈에 띄지 않는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뒤 호위 두 명과 함께 궁을 나섰다.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호위들 역시 두 사람과 약간의 거리를 둔 채 주변을 경계하며뒤따랐다.두 사람이 향한 의금부 입구에는 김종서가 미리 언질해 둔 덕분인지 관리 한 명과나장 한 명이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두 사람을 발견한 관리가 곧바로 앞으로 나와 허리를 깊이 숙였다.“두 분께 직접 가져다 드리지 못하고 이곳까지 오시게 한 점 송구하옵니다.”관리가 미안한 기색을 보이자 지우는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아니네. 김종서 대감에게 들으니 중요한 증좌가 될 수도 있어 이곳에 보관하고 있었다하지 않았는가.”“예, 중전마마.”“그렇다면 우리가 직접 와서 확인하는 것이 당연하지. 너무 마음에 두지 말게.”“그리 말씀해 주시니 감사하옵니다.”관리가 다시 한번 허리를 숙였다.그러자 옆에 있던 단종이 의금부 안쪽을 바라보며 물었다.“그 편지는 지금 어디에 있소?”“안에 안전하게 보관해 두었사옵니다. 이쪽으로 드시지요.”관리가 앞장서자, 지우와 단종이 그 뒤를 따랐다.지우는 걸음을 옮기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두 손을 꼭 맞잡았다.‘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남긴 편지…….’조금 전까지만 해도 애써 담담함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막상 편지가 가까이에 있다고생각하자 심장이 조금씩 빨라졌다.관리가 자신의 업무실 앞에 당도하자 문을 열고 단종과 지우를 안으로 안내했다.“이쪽으로 드시지요.”단종과 지우가 말없이 안으로 들어서자 관리 역시 뒤따라 들어왔다.“두 분께서는 잠시 이곳에 앉아 계십시오.”관리가 방 한쪽에 놓인 의자를 가리켰다.“부원군께서 남기신 편지는 혹시 훼손될까 따로 보관해 두었사옵니다. 제가 바로 가져오겠습니다.”“그리하시오.”단종의 대답에 관리가 허리를 숙인 뒤 방 안쪽에 놓인 문갑으로 향했다.지우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그를 따라 움직였다.관리가 문갑을 열고 안쪽 깊숙한 곳에서 작은 함 하나
-편전-편전 안에는 단종과 지우가 마주 앉아 있었다.조금 전까지 두 사람은 거란족 사신단과의 화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지만, 문밖에서 들려온 다급한 목소리에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전하, 김종서 대감이 급히 뵙기를 청하옵니다.”단종의 표정이 미세하게 굳어졌다.김종서라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이렇듯 갑작스럽게 편전을 찾을 사람이 아니었다.“들라 하시오.”“예, 전하.”잠시 후 문이 열리고 김종서가 빠른 걸음으로 들어왔다.“전하를 뵙사옵니다.”“어서 오시오.”단종은 김종서의 얼굴을 살피다 곧바로 물었다.“무슨 일이오? 대감의 표정이 심상치 않아 보이는구려.”김종서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잠시 지우 쪽을 바라본 뒤 다시 단종에게 시선을 돌렸다.“전하.”평소보다 한층 무거운 목소리였다.“아무래도 전에 전하와 중전마마께서 염려하시던 일이…… 사실인 듯하옵니다.”단종의 눈빛이 달라졌다.“우리가 염려하던 일이라니?”김종서는 잠시 숨을 고른 뒤 입을 열었다.“수양대군에 관한 일이옵니다.”그 이름이 나오자 지우의 표정 역시 굳어졌다.“숙부가 또 무슨 일을 꾸미고 있다는 말이오?”“오늘 의금부에서 수양대군의 측근들을 고신하던 중 새로운 사실 하나가 드러났사옵니다.”김종서는 목소리를 더욱 낮췄다.“수양대군이 붙잡히기 전…… 백윤에게 은밀히 내린 명이 있었다고 하옵니다.”“백윤에게?”“예, 전하.”단종과 지우가 잠시 서로를 바라보았다.공교롭게도 백현이 아우인 백윤을 만나러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다.단종이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무슨 명이었소?”김종서가 천천히 대답했다.“흩어져 있는 자들을 다시 불러 모으라는 명이었다고 하옵니다.”“사람들을…… 모은다고요?”지우가 자신도 모르게 되물었다.김종서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뿐만이 아니옵니다.”잠시 침묵이 흘렀다.“때가 오면 그들을…… 궁으로 들이겠다고 하였답니다.”순간 편전 안의 공기가 싸늘하게 식었다.단종의 표정이 굳었고, 지우 역시 아무
-김종서의 집무실-김종서는 집무를 보던 중 탁자 위에 펼쳐놓은 문서를 살펴보고 있었다.수양대군이 붙잡힌 뒤에도 처리해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수양대군과 함께 붙잡힌 자들의 명단부터 그들과 접촉한 사람들, 아직 행방을 찾지 못한 백윤과 한명회에 관한 보고까지.김종서의 시선이 문서 위를 천천히 움직였다.그때였다.“대감, 의금부에서 사람이 왔습니다.”문밖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김종서는 보던 문서에서 눈을 떼고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들라 하게.”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문이 열리며 의금부 관리가 안으로 들어왔다.평소와 달리 다급해 보이는 모습이었다.김종서는 들고 있던 문서를 내려놓으며 담담하게 물었다.“무슨 일이오?”“오늘 수양대군의 부하들을 고신하던 중 알아낸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보통 일이 아닌 듯합니다.”김종서의 눈썹이 미세하게 올라갔다.“무엇을 알아냈다는 것이오?”“수양대군이 붙잡히기 전, 백윤에게 따로 내린 명이 있었다고 합니다.”백윤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김종서의 표정이 조금 굳었다.그토록 군사들을 풀어 찾아다니고 있지만 아직 제대로 된 행방조차 파악하지 못한 자였다.“무슨 명이었소?”의금부 관리가 한층 목소리를 낮췄다.“흩어져 있는 사람들을…… 다시 불러 모으라는 명이었다고 합니다.”“흩어져 있는 사람들?”“예.”김종서는 미간을 좁혔다.“그게 누구인지는 알아냈소?”“아직 거기까지는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죄수 역시 정확히 누구를 가리키는 것인지는 모르는 듯했습니다.”“…….”“다만 그자가 들은 것이 하나 더 있다고 합니다.”김종서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말해 보시오.”의금부 관리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때가 오면…… 그들을 궁으로 들이겠다고 했답니다.”순간 김종서의 얼굴에서 조금 전까지의 담담함이 사라졌다.“……궁으로 들인다?”“예.”김종서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흩어져 있는 사람들을 모은다.그리고 때가 되면 그들을 궁으로 들인다.
-의금부 추국장-평소에도 무거운 기운이 감도는 의금부 안쪽에서 간간이 사람의 신음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으윽…….”추국장 한가운데에는 수양대군과 함께 붙잡힌 사내 몇 명이 포박된 채 무릎을 꿇고 있었다.며칠 전까지만 해도 수양대군의 명을 받들며 거리낌 없이 움직이던 자들이었지만, 지금은 그 모습이 말이 아니었다.그들 앞에 앉아 있던 의금부 관리가 탁자 위의 문서를 천천히 내려놓았다.“다시 묻겠다.”낮고 단호한 목소리가 추국장 안을 울렸다.“백윤은 어디에 있느냐?”“……모릅니다.”“모른다?”관리가 눈을 가늘게 떴다.“너희가 수양대군의 명을 받아 함께 움직였다는 증좌가 이미 나왔다. 그런데 정작 가장 가까이에서 대군을 보필하던백윤의 행방은 모른다?”사내는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정말…… 모릅니다.”“그럼 전하와 중전마마를 가두었던 곳은?”“…….”이번에는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관리는 잠시 사내를 바라보다 옆에 서 있던 나장에게 시선을 돌렸다.“계속하라.”“예.”그 말에 사내의 얼굴이 순간 창백해졌다.“잠깐……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하지만 관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백윤의 행방, 숨겨둔 군사들의 수, 그리고 수양대군이 따로 마련해 둔 근거지.”관리는 손가락으로 탁자를 천천히 두드렸다.탁. 탁.“그중 하나라도 알고 있는 것이 있다면 지금 말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사내의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다.하지만 이내 이를 악물고 고개를 숙였다.“……아는 것이 없습니다.”“그래?”관리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그렇다면 기억이 날 때까지 물을 수밖에.”바로 그 순간이었다.“영감!”밖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잠시 후 관리 하나가 추국장 안으로 들어와 허리를 숙였다.“무슨 일이냐?”“김종서 대감께서 급히 전하라 하신 것이 있습니다.”“말해라.”관리가 가까이 다가오자 사내가 목소리를 낮췄다.“백윤과 관련된 흔적을…… 찾은 듯하답니다.”그 순간이었다.고개를 숙이고 있던 죄수 하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