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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그날 밤
미친 그날 밤
Penulis: 김세라

제1화

송연아는 결혼했다. 그것도 듣도 보도 못한 신랑 없는 나 홀로 결혼 말이다.

부모님의 취향대로 장식된 신혼 방은 이 어이없는 상황을 반복적으로 일깨워 주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제아무리 달갑지 않다고 해서 뭐 어쩌겠는가, 권력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게 그녀의 현실인 것을...

송연아는 오로지 아버지 송태범의 욕심으로 인해 강씨 집안으로 시집오게 되었다. 강씨 집안의 운전기사로 일하던 할아버지는 우연한 사고로 회장 강의건의 목숨을 살리고 희생되었다.

때마침 송태범의 회사가 어마어마한 부채를 끌어안고 파산을 직면하게 되었는데, 그는 돈을 빌리는 것으로 강씨 집안을 신세 갚게 하는 것이 아닌 송연아와 강의건의 손자 강세헌의 혼사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결혼은 돈과 인맥을 동시에 가져다줄 수 있는 좋은 거래이기 때문이다.

강씨 집안에서는 갚아야 할 신세가 있어 결국 거절하지 못했다. 당사자인 강세헌은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불만을 표출했고, 송연아가 자신의 이름을 이용해 사모님 행세를 하지 말 것을 단호하게 경고했다.

이 모든 일이 일어나는 과정에 송연아의 의견을 물어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래도 그녀는 자신의 운명이 비참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애초에 그 정도로 나약한 사람도 아니었고 말이다.

지루한 신혼 첫날밤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병원 동료에게서 문자 한 통이 왔다. 대신 당직을 서줄 수 있는지 묻는 문자였다.

송연아는 빠르게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왔다. 순백의 드레스는 순백의 가운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일에 집중하기 시작하려는 찰나, 예고 없이 벌컥 열린 문과 함께 당직실의 불이 전부 꺼져버렸다.

송연아는 순간 소름이 돋아 떨리는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누구세...?”

송연아는 말을 채 끝나기도 전에 힘 있는 손에 눌려 책상 위로 넘어졌다. 책상 위에 있던 책들이 혼잡한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도 잠시, 곧 차가운 비수가 목에 닿았다.

“조용히 있어.”

먹구름에 가려진 어두운 달빛에 의해 남자의 피투성이가 된 얼굴과 차가운 눈빛이 희미하게 보였다. 코를 찌르는 피비린내를 통해 남자가 심하게 다쳤다는 것을 쉽게 판단할 수 있었다.

좋은 의미로 피를 보고 칼을 쓰는 직업에 종사해서인지 송연아는 아주 차분했다. 그녀는 다리를 들어 낭심을 공격해 볼 생각이었는데 바로 들켜서 결박당하고 말았다.

“분명히 이쪽으로 왔는데...”

이때 당직실 밖에서 말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문을 사이 두고 들려오는 말소리에 마음이 급했는지 남자는 머리를 숙여 송연아와 입술을 겹쳤다.

당황한 송연아는 당연히 그를 밀어내려고 했다.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남자는 재빨리 비수를 거뒀다, 혹시라도 예상치 못한 사고가 생길까 봐서 말이다. 그는 애초부터 송연아에게 해를 가할 생각이 없었다.

끼익...

당직실 문이 천천히 열리는 것을 듣고 송연아는 본능적으로 남자의 목을 끌어안고 키스를 받아줬다. 그리고 둘만 들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도와줄게요.”

남자는 뜨거운 숨결과 함께 더 적극적으로 반응했다. 그리고 매력적인 중저음으로 나지막하게 말했다.

“당신을 꼭 책임질게요.”

송연아는 그저 단순한 연기라고 생각하는 반면 남자는 꽤 진지해 보였다.

곧이어 문이 열리고 시끄러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송연아는 급한 대로 영화에서만 들어본 적 있는 신음을 냈다. 그러자 남자뿐만 아니라 문가에 서 있는 사람마저 가슴이 떨리기 시작했다.

“아이고, 역시 배운 사람이 더 놀 줄 아네.”

열린 문틈 사이로 복도의 불빛이 들어와 두 사람을 비췄다. 남자는 자세를 낮춰 송연아를 자신의 그림자 속에 가뒀고, 멀리서는 한데 엉킨 두 사람의 몸집만 흐릿하게 보일 뿐이었다.

“저 사람 강세헌은 아닐 거야. 강세헌 그 자식은 피투성이가 돼서 도망갈 힘이 있는 것만으로도 용하니까.”

“그나저나 여자 신음이 진짜 죽여주지 않아?”

“목숨이 간당간당한 상황에서 그런 소리가 나와?”

문이 닫히고 당직실에는 또다시 어둠이 깔렸다. 고요한 병원에는 점점 멀어지는 발걸음 소리와 두 사람의 숨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남자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 자신을 쫓고 있는 사람이 멀어지고, 더 이상 연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하지만 그는 도무지 멈출 수가 없었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욕망이 그의 이성을 삼키고 있었다.

점점 높아지는 온도와 끈적한 분위기에 송연아 마음속의 반항심이 갑자기 들끓기 시작했다. 그녀는 선택권을 빼앗긴 인생이 불 꺼진 당직실보다 더 어둡게 느껴졌다. 그래서 복수라도 하는 기분으로 남자의 손길을 전부 받아줬다.

...

얼마 후, 남자는 송연아의 볼에 짧게 뽀뽀하며 말했다.

“꼭 다시 만나러 올게요.”

남자는 빠른 걸음으로 밖으로 나갔다.

송연아는 책상에 누운 채로 한참이나 움직이지 못했다. 오랜 시간 동안 책상에 쓰린 허리는 아직도 화끈거리고 있었다.

이때 책상 변두리에서 애써 중심을 잡고 있는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수락 버튼을 누르자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송닥, 응급실에 TA 환자가 왔는데 상태가 좋지 않아요. 빨리 와봐요.”

송연아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차분하게 말했다.

“네, 금방 갈게요.”

송연아는 전화를 끊은 다음에도 넋이 나간 채로 누워 있었다. 마구 풀어헤친 옷자락과 힘이 풀려버린 몸은 조금 전의 일이 꿈이 아닌 현실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녀는 신혼 첫날밤에 낯선 남자와 살아생전 해본 일 중에서 가장 반항적인 일을 하고 만 것이다.

지금은 사적인 감정에 휩싸일 때가 아니기에, 송연아는 빠르게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응급실로 갔다. 그렇게 하룻밤 꼬박 응급실에서 보내고 다시 당직실로 돌아오자, 처참하게 바닥에 떨어져 있는 책들이 그녀를 반겨줬다.

송연아는 어젯밤 일이 다시 생생하게 떠오르기 시작해 주먹을 꼭 쥐었다.

“송닥, 어제는 진짜 고마웠어요.”

최지현이 미소를 지으면서 인사하자, 송연아도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아니에요.”

“당직 시간은 끝났으니까, 얼른 돌아가서 쉬어요. 근데...”

최지현은 난장판이 된 당직실을 둘러보며 물었다.

“이건 어떻게 된 일이에요?”

송연아는 복잡한 표정을 숨기기 위해 머리를 돌리며 말했다.

“응급 콜을 받고 급하게 나가다 보니 이렇게 된 줄도 몰랐네요. 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

최지현은 이해가 안 되는 눈빛이었지만 개의치 않고 떨어진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때 병원장이 강세헌의 비서 임지훈과 함께 당직실 문 앞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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