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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ulis: 서담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9-25 21:38:23

꽃 배달을 마친 여름은 빈 바구니를 정리해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1층 버튼을 누르고 나서야 조금 전 스위트룸 앞에서 마주친 덕배와 여자가 떠올랐다. 흐트러진 셔츠에 여자와 나란히 객실에서 나오던 모습이면 굳이 설명을 듣지 않아도 뻔했다.

데이트가 아니라면 더 이상했다.

여름은 잠깐 생각하다 고개를 갸웃했다.

“요즘은 저런 것도 데이트라고 안 하나?”

그게 전부였다.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자 생각도 함께 끝났다. 남이 누구와 호텔에 가든 자신이 알 바가 아니었다.

호텔 밖으로 나온 여름은 J&J로 돌아가기 전에 꽃시장에 들렀다. 재희가 부탁한 포장재와 리본을 챙기고 예약 주문에 필요한 꽃까지 확인하느라 오후가 빠르게 흘렀다.

J&J로 돌아왔을 때는 손님이 몰려 있었다.

“여름아, 왔어?”

“네. 리본도 가져왔어요.”

“잘됐다. 이쪽부터 좀 받아줘.”

여름은 곧바로 앞치마를 고쳐 묶었다.

손님을 응대할 때는 호텔에서 있었던 일 따위 완전히 잊었다. 꽃을 고르는 손님에게 색을 맞춰 보여주고, 선물 받을 사람이 좋아하는 분위기를 물었다. 익숙하지 않은 주문은 재희에게 확인했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은 먼저 찾아 움직였다.

해가 질 무렵에야 가게가 조금 한산해졌다.

재희가 작업대에 기대 커피를 마시며 물었다.

“호텔 배달은 잘했어?”

“네.”

“스위트룸 층이라 길 안 헤맸고?”

“저 길 잘 찾아요.”

“지난달에 지하상가에서 삼십 분 헤맨 사람이?”

여름의 손이 멈췄다.

“그건 출구가 너무 많았잖아요.”

재희가 웃었다.

여름은 포장지를 정리하다 문득 말했다.

“아, 거기서 그 아저씨 만났어요.”

“누구?”

“차 안 빼던 아저씨요.”

재희가 바로 알아들었다.

“그 무섭게 생긴 사람?”

“네.”

“호텔에서?”

“스위트룸에서 여자분이랑 나오던데요.”

재희가 커피잔을 내리며 여름을 봤다.

“둘이?”

“네.”

“그래서?”

여름이 고개를 들었다.

“뭐가요?”

“아니, 그냥.”

“여자친구인가 봐요. 엄청 예쁘던데.”

말투에는 별다른 감정이 없었다. 오히려 여름은 채아의 화려한 모습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둘이 잘 어울리긴 했어요.”

“배덕배 씨 이름도 알아?”

“네. 사장님이 알려줬잖아요.”

“아, 그랬지.”

재희는 여름의 태도를 한번 살피더니 더 묻지 않았다. 여름 역시 금세 다음 주문표를 집어 들었다.

그날 밤, 덕배는 CH건설 지하주차장에서 정민과 함께 차로 향하고 있었다.

사뇌파 서쪽 건은 아직 움직일 때가 아니었다. 강수의 지시대로 사람만 붙인 채 돈이 어디까지 흘러가는지 지켜보는 중이었다.

“내일 현장 몇 시냐?”

정민이 물었다.

“일곱 시.”

“주말인데 부지런하다.”

“건물한테 주말이라고 공사 멈추라 그래.”

“난 회사 얘기한 건데.”

“나도 회사 얘기했어.”

정민이 헛웃음을 흘렸다.

주차된 차에 거의 도착했을 때 덕배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채아였다.

덕배는 화면을 확인하고 바로 받았다.

“왜.”

- 집 도착했어?

“아직 회사.”

- 아까 헤어지고 또 일한 거야?

“어.”

- 진짜 일밖에 모르네.

덕배가 코웃음을 쳤다.

“몇 시간 전에 호텔에서 같이 나온 여자한테 들을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정민의 걸음이 옆에서 아주 조금 느려졌다.

덕배가 바로 눈을 흘겼다.

정민은 아무것도 못 들었다는 얼굴로 자기 차 키를 꺼냈다.

- 내일은?

“현장.”

- 끝나고 봐.

“보고.”

- 또 보고.

채아가 투덜거리다 전화를 끊었다.

덕배는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었다.

정민이 차 문을 열다 말고 물었다.

“아까 호텔?”

“왜.”

“아무것도.”

“들었잖아.”

“듣긴 했지.”

덕배가 차 문에 기대며 눈을 가늘게 떴다.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

정민은 잠시 생각하다 어깨를 으쓱했다.

“채아랑 아직 만나나 싶어서.”

“어.”

“오래 가네.”

“잘 맞으니까.”

덕배에게는 그걸로 충분한 설명이었다.

정민도 굳이 관계를 캐묻지 않았다. 덕배가 여자에게 어떤 식인지 하루 이틀 본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차에 타려던 덕배가 혼자 피식 웃었다.

정민이 고개를 돌렸다.

“왜.”

“아니.”

호텔 복도에서 꽃바구니를 안고 고개만 빼꼼 내밀던 얼굴이 느닷없이 떠올랐다.

데이트 잘하세요.

그러고는 자기가 아니라고 하자 정말 아무 관심도 없이 가버렸다.

덕배가 차 문을 열며 중얼거렸다.

“그 조그만 건 남 일에 존나 관심이 없어.”

정민이 차 문을 잡은 채 멈췄다.

“누구?”

덕배가 그제야 자기가 입 밖으로 말했다는 걸 알아챘다.

“아무도 아니야.”

“조그만 거라며.”

“가라, 새끼야.”

“여자 같은데.”

덕배가 차 키를 쥔 손으로 정민을 가리켰다.

“한정민.”

“왜.”

“내가 지금 기분 좋게 말할 때 꺼져.”

정민이 웃으며 자기 차에 올라탔다.

덕배도 운전석에 몸을 넣었다.

시동을 걸려다 문득 호텔에서 여름이 했던 말이 다시 떠올랐다.

장소 바뀌면 나이도 바뀌어요?

“씨발.”

덕배는 웃음을 삼키며 시동 버튼을 눌렀다.

그 순간 휴대전화에 메시지가 하나 들어왔다.

[안채아: 가방 사진 보냈어. 봐줘♡]

덕배는 화면을 확인하고 별 망설임 없이 답장을 보냈다.

[사.]

여름에 대한 생각은 거기서 끊겼다.

아직 그의 일상에서 더 오래 자리를 차지하는 건 익숙한 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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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덕한 여름   61

    덕배는 여름과 민우가 사라진 뒤에도 한동안 J&J 안에 서 있었다. 유리문 너머로 두 사람의 뒷모습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손에는 또 거절당한 다이아 반지가 든 쇼핑백이 남아 있었다. “배 이사님.” 재희의 목소리에 덕배가 돌아봤다. “왜요.” “안 가세요?” “갑니다.” 대답은 했지만 바로 움직이지 않았다. 재희는 작업대 위 꽃을 정리하며 슬쩍 그를 봤다. 가방부터 시작해서 구두, 팔찌, 오늘은 다이아 반지까지. 가격을 몰라도 비싼 물건이라는 건 포장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여름은 단 한 번도 상자를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고 덕배는 거절당하면서도 다음 날 또 뭔가를 사왔다. “하나 물어봐도 돼요?” 덕배의 눈썹이 올라갔다. “뭡니까.” “여름이가 왜 안 받는지 아직도 모르세요?” 덕배의 얼굴이 구겨졌다. “비싼 거 싫어하는 거 아닙니까?” 재희의 손이 멈췄다. 잠시 뒤 헛웃음이 나왔다. “진짜 모르시네.” “뭘요.” “비싼 게 싫은 게 아니라 이유 없이 받는 게 싫은 거예요.” 덕배가 쇼핑백을 한번 내려다봤다. “내가 주고 싶다는데.” “그게 배 이사님 이유고요.” 재희는 꽃 줄기를 정리하며 차분히 말을 이었다. “여름이는 자기 이유가 없잖아요.” 덕배의 미간이 조금 좁아졌다. “선물 받는 데 걔 이유까지 있어야 합니까?” “여름이는 그래요.” 재희가 웃었다. “그러니까 그만 사오세요. 저러다 진짜 화내요.” 덕배가 코웃음을 쳤다. “이미 맨날 화내는데요.” “그건 그렇네요.” 재희도 웃었다. 덕배는 결국 쇼핑백을 들고 가게를 나왔다. 차에 올라타 뒷좌석 문을 열자 기가 막힌 광경이 보였다. 가방. 구두. 팔찌. 그리고 반지. 나란히 쌓인 쇼핑백을 보던 덕배가 혀를 찼다. “씨발, 매장 하나 차리겠네.” 운전석에 올라탔지만 바로 시동을 걸지는 않았다. 재희가 한 말이 걸렸다. 여름이 왜 안 받는지는 알았다. 이제는. 그렇다고 다른 방법이 바로 떠오르는 건 아니었다.

  • 배덕한 여름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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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덕한 여름   58

    다음 날 오전, 덕배는 현장으로 향하다 백화점 앞에서 차를 돌렸다. 어제 산 가방은 여전히 뒷좌석에 있었다. 상자조차 열어보지 않고 거절당한 물건이었다. 보통이라면 다시 매장에 보내든 누구에게 줘버리든 했겠지만 아직 그대로였다. 덕배는 가방이 아니라 다른 게 문제였다고 결론 내렸다. 취향. 서여름이 가방을 별로 안 좋아하는 걸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다른 걸 사면 됐다. 덕배에게는 단순한 문제였다. 백화점에 들어선 그는 어제와 다른 층으로 올라갔다. 여성 구두 매장이 이어진 곳에서 잠깐 걸음을 멈췄다. 문제는 이번에도 아는 게 없다는 것이었다. 덕배는 매장 직원에게 곧장 물었다. “스무 살 여자들이 뭐 신습니까?” 직원이 잠시 당황했다가 웃었다. “찾으시는 스타일이 있으실까요?” “예쁜 거.” “평소 스타일은요?” 덕배의 미간이 좁아졌다. 여름이 뭘 입었더라. 청바지. 운동화. 꽃집 앞치마. 양로원에 갔던 날도 운동화였다. “편하게 입습니다.” “그럼 로퍼나 플랫도 괜찮고요. 조금 꾸밀 때 신을 거라면 이런 펌프스도—” 덕배는 직원이 보여주는 구두를 훑었다. 그러다 가장 비싼 쪽에 시선이 멈췄다. “이건.” “시그니처 라인입니다.” “이걸로.” “사이즈는 어떻게 되세요?” 덕배가 멈췄다. “……사이즈?” “네.” 그걸 알 리가 없었다. 덕배는 잠시 서 있다가 휴대전화를 꺼냈다. [배덕배: 야.] 답장은 잠시 뒤 왔다. [서여름: 왜요?] [배덕배: 발 몇이냐.] 이번에는 답이 바로 오지 않았다. [서여름: 제 발이요?] [배덕배: 그럼 내 발 물어봤겠냐.] [서여름: 235요. 근데 왜요?] 덕배는 화면을 확인하고 직원에게 말했다. “235.” 결제까지 끝낸 뒤에야 여름의 마지막 질문에 답했다. [배덕배: 그냥.] 쇼핑백을 들고 나온 덕배의 걸음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이번에는 가방이 아니었다. 신발은 누구나 신는다. 게다가 예뻤다. 가격도 충분히 비쌌다. 이 정도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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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의를 끝내고 CH건설을 나온 덕배는 곧장 J&J로 향했다. 같은 날 오후였다. 뒷좌석에는 백화점에서 산 가방이 든 쇼핑백이 놓여 있었다. 신호에 걸릴 때마다 한 번씩 눈에 들어왔지만 덕배는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까지는 늘 그랬다. 여자에게 선물을 고르는 데 오래 고민한 적도 없었다. 원하는 게 있으면 사줬고, 직접 고르기 귀찮으면 가장 비싸거나 좋은 걸 골랐다. 상대는 좋아했고 덕배도 그걸로 끝이었다. 이번에도 다를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J&J 앞에 도착한 그는 익숙하게 입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차를 세웠다. 쇼핑백을 들고 문을 열자 맑은 종소리가 울렸다. “어서 오세요.” 작업대에서 꽃을 정리하던 여름이 고개를 들었다. 덕배를 발견한 얼굴에 의아함이 먼저 떠올랐다. “아저씨?” “어.” “아까 갔잖아요.” “알아.” 점심 무렵 진 꽃을 맡기고 돌아간 사람이 몇 시간 만에 다시 나타났으니 이상할 만했다. 여름의 시선이 덕배 손에 들린 쇼핑백으로 내려갔다. “그건 뭐예요?” 덕배는 작업대 앞으로 걸어가 쇼핑백을 올려놨다. “너.” 여름이 눈을 깜빡였다. “저요?” “어.” “뭐가요?” “선물.” 덕배는 별일 아니라는 듯 턱짓했다. “열어봐.” 여름은 쇼핑백과 덕배를 번갈아봤다. 익숙한 명품 브랜드 로고였다. 표정에서 웃음기가 조금 사라졌다. “왜요?” 덕배의 눈썹이 올라갔다. 예상했던 반응과 달랐다. “뭐가 왜야.” “왜 저한테 선물을 줘요?” “주고 싶으니까.” “갑자기요?” “어.” 여름은 쇼핑백에 손도 대지 않았다. 덕배가 답답한 듯 직접 상자를 꺼냈다. “일단 봐.” “아저씨.” “왜.” “저 이거 안 받아요.” 덕배의 손이 멈췄다. “뭐?” 여름은 장난치는 얼굴이 아니었다. “안 받을래요.” “열어보지도 않았잖아.” “뭔지 대충 알 것 같은데요.” “가방이야.” “그러니까요.” 덕배의 미간이 천천히 좁아졌다. “가방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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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J를 나온 덕배는 차에 올라탄 뒤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점심도 먹지 않았는데 배고픈 줄도 몰랐다. 머릿속에는 조금 전 본 장면만 계속 걸렸다. 덮밥 두 개. 뮤지컬 티켓 두 장. 그리고 그걸 받아 들고 웃던 여름. 덕배의 턱이 단단하게 굳었다. “씨발.” 질투하는 건 이미 인정했다. 다른 새끼가 여름에게 들이대는 게 싫었다. 둘이 매일 저녁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 것도 마음에 안 들었고, 이제는 뮤지컬까지 같이 보러 간다고 했다. 그렇다고 가만히 보고 있을 배덕배가 아니었다. 민우가 꽃을 사주고 밥을 사주고 공연을 보여주면서 점수를 따고 있다면 자신도 뭔가 하면 됐다. 덕배에게 여자 마음을 얻는 방법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동안 여자들이 뭘 좋아하는지 수도 없이 봤다. 가방. 주얼리. 비싼 레스토랑. 갖고 싶다는 게 있으면 사줬고, 대부분 좋아했다. 돈은 많았고 그 정도 지출에 의미를 둔 적도 없었다. 신호에 걸린 순간 덕배는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 연락처를 내리다가 여자 하나를 골라 전화를 걸었다. 두어 번 함께 밤을 보낸 적 있는 여자였다. - 오빠? “어.” - 웬일이야? 먼저 전화도 하고. “물어볼 거 있어.” - 뭔데? 덕배는 한 손으로 운전대를 두드렸다. “요즘 여자들 무슨 가방 좋아하냐?” 전화기 너머가 잠시 조용해졌다. - 갑자기 가방? “어.” - 누구 사주게? “그건 알 거 없고. 요즘 제일 핫한 거.” 여자가 웃었다. - 나 사주려고? “너 말고.” - 너무하네. “빨리 말해.” 몇 가지 브랜드와 모델명이 줄줄이 나왔다. 덕배에게는 전부 처음 듣는 이름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뭐가 제일 좋아.” - 나이대가 어떻게 되는데? 덕배가 잠깐 멈췄다. “스물.” 이번에는 전화기 너머가 더 오래 조용했다. - 오빠 양심 어디 갔어? 덕배의 얼굴이 바로 구겨졌다. “가방이나 처말해.” 여자가 한참 웃었다. - 알았어. 요즘 많이 찾는 게 있기는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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