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다윈은 비비안의 품에서 벗어나려는 듯 힘겹게 몸을 움직였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 사랑하는 여자는 여전히 평온하게 잠들어 있었고 두 팔로 그의 허리를 감싸고 있었다.
어제 비비안이 찾아온 후, 다윈은 곧바로 사무실을 나와 그녀의 아파트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어젯밤, 결국 그곳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 어차피 오늘은 휴일이었으니 서둘러 일어나 사무실로 갈 필요도 없었다. 여전히 잠들어 있는 비비안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던 다윈은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조금 움직인 뒤 한쪽 팔꿈치로 머리를 받쳤다. 남은 한 손으로는 비비안의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이따금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춘 뒤, 사랑스러운 두 뺨으로 입맞춤을 내려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비안이 작게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눈을 떴다. “안녕, 자기야…” 그녀가 중얼거렸다. 막 잠에서 깨어난 탓에 목소리는 잠겨 있었다. 다윈은 비비안이 언제나 눈부시게 아름답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온화한 분위기는 그를 더욱 그녀에게 빠져들게 했다. 다윈은 평생 비비안에게만 이런 감정을 느꼈다. 장거리 연애를 하는 동안 그녀가 감수했던 희생은 말할 것도 없었다. 지금도 그녀는 자신이 다른 여자와 강제로 결혼한 상황에서도 기꺼이 자신을 기다려주고 있었다. 비비안이 해온 모든 희생 때문에 다윈은 그녀를 절대 떠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언젠가는 반드시 그녀와 결혼해 함께하겠다고 약속하기까지 했다. “좋은 아침, 자기야.” 비비안은 눈을 깜빡이더니 미소 지으며 다윈의 목에 얼굴을 묻었다. 그녀는 그의 체취를 깊이 들이마셨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마치 그를 놓아주기 싫다는 듯 그의 몸을 꼭 끌어안았다. “일어나기 싫어?” 다윈이 계속 그녀를 안은 채 물었다. 여전히 그를 안고 있던 비비안이 고개를 저었다. “아직 졸리고, 당신을 더 그리워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어.” 다윈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어 흐트러진 비비안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아직도 부족해? 너랑 함께 있으려고 집에 가지 않고 아예 하룻밤까지 보냈잖아.” 비비안은 장난스럽게 입술을 삐죽였다. 여전히 연인을 놓아주기가 망설여졌다. 계속 함께 있고 싶었다. 누구도 그들을 방해하지 않았으면 했다. “당신이랑 같이 있고 싶어, 윈. 우리가 이렇게 함께 있었던 건 당신이 발리에서 신혼여행을 보냈을 때가 마지막이었잖아. 그 후로 한 달이나 지나서야 다시 함께할 수 있었고.” 비비안이 투덜거렸다. 그 말에 다윈은 그녀를 떠나는 것이 더욱 마음에 걸리고 망설여졌다. “하지만 내가 바쁘지 않을 때마다 널 찾아갔잖아?” “그렇긴 하지만 우리 잠깐씩만 만났잖아? 함께 밤을 보낸 적은 한 번도 없었고.” 다윈은 말없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공식적으로 베로니카의 남편이 된 이후로, 기억하기로 그는 발리에서 신혼여행을 보냈을 때 단 한 번 비비안과 시간을 보냈을 뿐이었다. 베로니카와 휴가를 즐기는 대신, 그는 자카르타로 돌아올 때까지 비비안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했다. 그 일 이후 다윈은 가끔씩 비비안을 만나거나 함께 외출했을 뿐이었다. 어젯밤에 다시 그녀와 시간을 보내고 하룻밤까지 함께한 것은 최근 자신이 너무 바빴던 것을 만회하기 위해서였다. “조금만 더 나를 기다려줄 수 있어? 일이 안정되면 바로 베로니카와 이혼하고 너와 결혼할게.” 비비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다윈이 했던 이 약속을 잊지 않고 있었다. “응, 얼마나 오래 걸리든 기다릴게.” “그렇다면 이제 내가 가도 될까? 오늘 오후에는 케네디를 만나기로 약속했거든.” 비비안은 입술을 삐죽였다. 여전히 다윈을 보내기가 싫었다. “제발.” 다윈이 다시 한번 부탁했다. “약속할게. 내일 점심에는 내가 데리러 올게.” 비비안의 아쉬워하던 표정이 마침내 부드러운 미소로 바뀌었다. 그녀는 얼굴을 앞으로 가까이 가져갔다. “가도 돼. 하지만 조건이 있어.” “무슨 조건인데?” 비비안은 대답하는 대신 손을 다윈의 얼굴로 가져가 그를 가까이 끌어당겼다. 그리고 깊고 적극적으로 그에게 입을 맞췄다. 입술이 맞닿은 채 비비안의 한 손이 다윈의 넓은 가슴으로 내려가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녀는 일부러 그를 도발했다. 잠시 후 그녀는 입맞춤을 끝내고 관능적인 목소리로 속삭였다. “내가 만족할 때까지 꼭 안아줘. 그러면 가도 돼.” 다윈은 피식 웃었다. 그는 곧바로 비비안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어차피 사랑하는 여자가 만족할 때까지 품에 안고 있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다음 순간, 다윈은 비비안을 힘껏 끌어안았다. 그녀를 가까이 끌어당긴 채 마치 절대로 놓아주고 싶지 않은 사람처럼 꼭 안았다. 두 사람은 남은 시간을 함께 즐겼다. ⸻ 여자친구와 충분히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한 다윈은 점심 무렵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집에 도착한 그는 조금 놀랐다. 차를 진입로에 세우자, 자신이 알아보지 못하는 또 다른 고급차가 그곳에 주차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궁금해진 다윈은 집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선 그는 식당에 장인과 자신의 아버지가 앉아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두 사람은 점심을 먹을 준비를 하고 있는 듯했다. “어, 윈.” 베로니카의 아버지인 데미안 애쉬본이 다윈이 도착한 것을 알아차렸다. 중년의 남자는 계단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사위를 곧바로 반겼다. 그 자리에 있던 매그너스 월터스도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베로니카가 자리에서 일어났고, 다윈도 마지못해 그녀를 따라 식사 공간으로 걸어갔다. “아버지.” 다윈이 어색하게 인사했다. 곧 장인과 자신의 아버지 양쪽에게 추궁을 받을 것을 알기에 갑자기 긴장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난감했다. “밥은 먹었니? 같이 점심 먹자. 사무실에서 야근까지 했다니 피곤하겠구나.” 순간 다윈은 당황했다. 잠시 베로니카를 바라본 뒤 다시 장인을 바라보았다. “저, 그게…” “그래.” 데미안이 말을 끊었다. “베로니카에게 듣기로는 월말 야근 업무를 처리하느라 이른 아침부터 일하고 있었다더구나. 직원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기 위해 헌신하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어. 리더의 위치에 있으면서도 추가 근무를 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일을 제대로 마무리하기 위해 휴일까지 희생하다니 말이야.” 데미안 옆에 있던 매그너스가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거들었다. 그의 얼굴에도 환한 미소가 번졌다. “내가 누구의 사위인지 봤어야지. 다윈이 이렇게 훌륭하게 자란 건 다 내 교육 덕분이야.” 데미안은 매그너스를 바라보다가 미소를 주고받은 뒤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자네의 성격과 책임감이 나와 잘 맞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사랑하는 딸 베로니카와 결혼하는 데 동의한 거야.” 두 중년 남자가 웃음을 터뜨리며 여전히 어리둥절한 채 서 있는 다윈을 바라보았다. “그럼 옷부터 갈아입는 게 어떻겠니, 윈?” 매그너스가 아들에게 말했다. “그리고 빨리 식당으로 돌아오렴. 우리 같이 점심 먹자. 아내가 음식을 이렇게 많이 준비했는데 먹지 않으면 아깝잖니.” 다윈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어색해 보였지만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네, 아버지.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먼저 옷부터 갈아입을게요.” 그 순간 다윈은 베로니카를 바라보며 아내에게 자신과 함께 위층으로 올라오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 신호를 알아챈 베로니카는 다윈을 따라갔다. 그녀는 다윈의 뒤를 따라 빠르게 계단을 올라갔다. 다윈의 방 바로 앞에 도착하자, 사실 두 사람은 지금까지 각자의 방에서 따로 자고 있었기에, 다윈이 갑자기 베로니카의 팔을 거칠게 붙잡았다. 그는 그녀를 방 안으로 데리고 들어간 뒤 문을 단단히 잠갔다. “우리 아빠랑 네 아빠가 언제부터 여기 있었어?” 다윈이 날카로운 시선으로 물었다. 사실 그는 좀 더 좋은 말투로 물을 수도 있었다. 다윈은 너무 오만하거나 어쩌면 너무 자존심이 강해서 베로니카에게 단 한 번이라도 친절하게 대하지 못하는 듯했다. “오전 10시부터.” 베로니카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동안 나한테 알려줄 생각도 안 했어? 일부러 날 곤란하게 만들려고 한 거야?” 다윈이 반박했다. 분노가 드러난 그의 감정은 점점 격해지고 있었다. 베로니카는 두려워하지도, 기분 나빠하지도 않고 여전히 미소를 지은 채 침착하게 대답했다. “내가 오늘 아침에 연락했으면, 당신이 정말 바로 오겠다고 했을 것 같아?” 다윈은 입을 다물었다. 베로니카의 단순한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한편 베로니카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다윈에게 한마디를 더 던졌다. “연락하려고 했어. 그런데 당신 전화가 꺼져 있더라. 당신 정부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내가 방해하지 못하도록 일부러 꺼둔 모양이지.” 다윈은 순간 화가 치밀었다. 그는 베로니카의 턱을 거칠게 움켜쥐었고, 강한 힘에 그녀는 고통스러운 듯 얼굴을 찡그렸다. “그녀는 내 정부가 아니야. 내가 그녀와의 관계를 망치고 있는 건 바로 너야! 네 위치를 똑똑히 알아둬.” 베로니카의 입술에 다시 미소가 피어났다. 전과는 달랐다. 이번에는 자신에게 분명히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다윈을 마주하면서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당신은 내 남편이야. 나는 당신의 정식 아내고. 우리 결혼 밖에 있는 여자는 그저 골칫거리일 뿐이야. 내가 당신 아빠와 내 아빠 앞에서 당신을 망신시키지 않은 걸 고마워해야 해. 지금까지 당신 정부에게 손 하나 대지 않은 것도 감사해야 하고. 물론 내가 원한다면 그렇게 할 수도 있지만.” 그 순간 다윈은 그녀의 턱을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베로니카가 자신에게 이렇게 대담하게 맞받아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감히 그녀에게 손을 대기만 해. 반드시 후회하게 될 거야!” “그렇게 협박할 필요는 없어.” 베로니카가 재빨리 대답했다. “이제 아래에 있는 내 아빠와 당신 아빠 앞에서는 얌전하게 굴 준비나 해.” 10분 후, 어두운 눈빛을 한 남자가 아래층으로 내려와 마침내 식탁에 합류했다. 베로니카 바로 옆에 자리를 잡은 다윈은 다정한 남편처럼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아내가 건넨 접시도 순순히 받아들였다. 베로니카가 밥과 여러 반찬을 덜어주는 동안에도 다윈은 전혀 불평하지 않았다. 거절하거나 부주의하게 행동할 수는 없었다. 베로니카의 아버지인 데미안이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결혼했을 당시 다윈은 무관심했고, 베로니카의 부모나 장인어른에게 자신이 이 결혼에 전혀 동의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비비안이 인피닉스 그룹을 예전처럼 안정시키기 위해 베로니카의 부모가 계속 지원할 수 있도록 좋은 태도를 유지해 달라고 부탁했기에, 다윈은 어쩔 수 없이 모두가 보는 앞에서 베로니카를 잘 대해 보이도록 노력해야 했다. 다윈은 망설임 없이 접시에 담긴 음식을 한입 먹었다. 천천히 씹으며 맛을 음미하던 그는 잠시 멈췄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그는 아내의 요리가 자신이 생각했던 것만큼 나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은 어떠니, 윈?” 매그너스가 식탁에서 대화를 시작했다. “다윈의 일은 잘되고 있어요, 아버지. 데미안 아버님의 도움 덕분에 지점 회사들이 하나씩 다시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했어요. 아직 100%는 아니지만, 다윈은 곧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올 거라고 확신하고 있어요.” 데미안은 자랑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어려움을 겪고 있던 인피닉스 그룹에 도움을 준 그는 회사가 이렇게 빠르게 정상화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능력 있는 사위의 개입 덕분이었다. “이 개선 작업이 끝나면, 아빠가 또 다른 회사를 너에게 맡길 생각이야, 윈. 아빠가 주는 결혼 선물이라고 생각하렴.” 데미안이 말했다. “마침 위자야 그룹에 사리 멜라티라는 자회사가 있어. 여러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의 모기업인데, 너처럼 능력 있는 리더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지. 생각해 본 결과, 네가 이 역할에 가장 잘 맞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다윈이 아니라 매그너스가 환하게 웃었다. 친구가 자신의 아들에게 이렇게 인상적인 선물을 주는 것이 기쁜 모양이었다. “다윈이 이런 멋진 선물을 받다니 정말 기쁘겠구나.” 매그너스가 말을 거들었다. “어떻게 생각하니, 윈? 할 수 있겠지?” 다윈은 가렵지도 않은 눈썹을 긁는 듯한 행동을 했다. 장인이나 위자야 가문과 관련된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 싶었는데, 오히려 눈부신 것을 손에 쥐여주고 있었다. “사실, 다윈은…” “다윈이라면 기꺼이 하겠죠, 아버지.” 베로니카가 끼어들었다. 그러고는 남편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그런 회사를 이끄는 게 뭐가 그렇게 어려워요? 그리고 혹시라도 힘들면 베로니카가 도와주면 되잖아요. 그렇죠, 여보?” 베로니카가 다윈을 바라보며 물었다. 다윈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거절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네, 아버지. 다윈이라면 그 회사를 충분히 운영할 수 있어요.” 데미안은 기쁜 듯 미소 지었다. 자신의 제안을 기쁘게 받아들인 것이 만족스러웠다. “그렇다면 모레 두 사람 모두 반드시 볼텍스 그룹 임원들이 주최하는 갈라 디너에 참석해야 한다. 그 자리에서 아빠가 다른 경영자들에게 너를 소개해 줄게. 어차피 아빠가 은퇴하면 이 모든 것이 너에게 넘어가게 될 거잖니? 베로니카에게는 형제자매가 전혀 없으니까. 그러니 폭넓은 인맥을 갖기 위해서는 많은 사업 관계자들을 알아두는 것이 중요해.” 다윈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물질적인 것만 따지는 사람이었다면 데미안 애쉬본의 사위가 된 것을 기뻐해야 마땅했을 것이다. 그의 회사는 연간 수익도 평균 이상이며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기업이었다. 그런 데미안에게 인피닉스 그룹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래서 다윈의 아버지가 도움을 요청했을 때 장인이 기꺼이 도움을 주었던 것이다. “우리 아버지와 네 아버지가 한동안 여기 계셨으니, 이제 우리는 돌아가야 할 시간이구나. 모레 행사에 오는 것 잊지 마라. 아빠가 그곳에서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을게.” 두 아버지가 떠난 것을 확인한 다윈은 다시 베로니카를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는 그녀를 방으로 데려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게 다 무슨 뜻이야?” 베로니카가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전과 마찬가지로 그녀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특별한 뜻은 없어.” “하지만 난 네가 이렇게 한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아.” “처음부터 당신은 나를 좋아하지 않았잖아?” 다윈은 비꼬듯 웃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이 결혼에 너무 많은 걸 기대하지 마. 조만간 우리는 결국 헤어지게 될 테니까.” 베로니카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 같은 미소를 지은 채, 그녀는 곧바로 남편의 말에 맞받아쳤다. “나중에 당신이 한 말이 맞는지 직접 증명해 봐.” 그러고 나서 베로니카는 몸을 돌려 갑작스럽게 자리를 떠났다. 이제 다윈이 다시 자신에게 화를 낸다고 해도 그녀는 신경 쓰지 않았다.다윈이 방에서 나오자 베로니카는 곧바로 자신의 방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그녀는 빠르게 뛰는 심장 때문에 거칠게 오르내리는 가슴을 움켜쥔 채 문을 단단히 잠갔다.결혼한 지 한 달이 지난 후, 이렇게 용기를 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베로니카는 남편이 하는 거의 모든 말에 맞받아치기까지 했다.사랑과 보살핌을 받으며 자랐고 외동딸로서 사랑받았던 베로니카는 다른 사람에게서 거칠거나 잔인한 대우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 명문가 출신으로 부족한 것 없이 자랐지만, 부모님은 그녀에게 다른 사람을 얕보거나 무례하게 행동하는 법을 가르친 적이 없었다.하지만 데이지의 말을 떠올리며, 베로니카는 더 이상 너무 약하거나 순종적인 태도로 자신의 자존심이 짓밟히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이 상황에서 잘못한 사람은 자신이 아니었다. 다윈과의 결혼은 피할 수 없었던 순수한 정략결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다윈에게 자신의 좌절감을 자신에게 풀 권리는 없었다.한편, 자신의 방에 있는 다윈은 몹시 화가 난 모습이었다. 그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화장대와 테이블 위에 있던 거의 모든 것을 바닥으로 내던졌다. 베로니카가 감히 비비안을 자신의 불륜 상대라고 대놓고 몰아붙인 것 때문에 너무나 답답했다. 게다가 이제 아내는 자신이 원하지도 않는 사업의 세계로 그를 더욱 깊이 밀어 넣고 있었다.다윈이 데미안이 제안한 프로젝트들을 맡는다면, 베로니카에게서 벗어나거나 그녀와 이혼하기는 분명 더 어려워질 것이었다. 게다가 그의 아버지는 친구가 월터스 가문에 새로운 회사를 하나 더 넘겨준 것을 무척 기뻐하는 듯했다.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는 회사였다.게다가 데미안은 회사 승계 문제까지 언급했다. 장인은 자신에게 볼텍스 그룹의 경영권을 물려줄 생각이 분명해 보였다. 그렇게 된다면 매그너스 월터스는 아들이 거절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들의 가문에 금광이나 다름없는 베로니카와 이혼하는 것조차 생각하지 못하게 할 터였다.답답한 마음에 빠져 있던 다윈의 휴대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다윈은 비비안의 품에서 벗어나려는 듯 힘겹게 몸을 움직였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 사랑하는 여자는 여전히 평온하게 잠들어 있었고 두 팔로 그의 허리를 감싸고 있었다.어제 비비안이 찾아온 후, 다윈은 곧바로 사무실을 나와 그녀의 아파트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어젯밤, 결국 그곳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 어차피 오늘은 휴일이었으니 서둘러 일어나 사무실로 갈 필요도 없었다.여전히 잠들어 있는 비비안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던 다윈은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조금 움직인 뒤 한쪽 팔꿈치로 머리를 받쳤다. 남은 한 손으로는 비비안의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이따금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춘 뒤, 사랑스러운 두 뺨으로 입맞춤을 내려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비안이 작게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눈을 떴다.“안녕, 자기야…” 그녀가 중얼거렸다. 막 잠에서 깨어난 탓에 목소리는 잠겨 있었다. 다윈은 비비안이 언제나 눈부시게 아름답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온화한 분위기는 그를 더욱 그녀에게 빠져들게 했다.다윈은 평생 비비안에게만 이런 감정을 느꼈다. 장거리 연애를 하는 동안 그녀가 감수했던 희생은 말할 것도 없었다. 지금도 그녀는 자신이 다른 여자와 강제로 결혼한 상황에서도 기꺼이 자신을 기다려주고 있었다.비비안이 해온 모든 희생 때문에 다윈은 그녀를 절대 떠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언젠가는 반드시 그녀와 결혼해 함께하겠다고 약속하기까지 했다.“좋은 아침, 자기야.”비비안은 눈을 깜빡이더니 미소 지으며 다윈의 목에 얼굴을 묻었다. 그녀는 그의 체취를 깊이 들이마셨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마치 그를 놓아주기 싫다는 듯 그의 몸을 꼭 끌어안았다.“일어나기 싫어?” 다윈이 계속 그녀를 안은 채 물었다.여전히 그를 안고 있던 비비안이 고개를 저었다.“아직 졸리고, 당신을 더 그리워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어.”다윈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어 흐트러진 비비안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아직도 부족해? 너랑 함께 있으려고 집에
다윈은 뻐근한 목을 주물렀다. 불과 몇 분 전, 그는 이사회 임원 몇 명과 함께한 회의를 막 마친 참이었다.그가 막 의자에 등을 기대려던 순간,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어 보니 케네디와 랜디가 내용물을 알 수 없는 중간 크기의 상자를 들고 자신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너희 둘은 미리 말도 안 하고 이렇게 찾아오는 일이 거의 없잖아.” 다윈이 말했다. 두 사촌이 그의 앞에 의자를 끌어다 놓고 앉았다. 케네디가 먼저 자신이 들고 있던 상자를 건넨 뒤 자리에 앉았다.“시간이 없었어, 윈. 방금 회의가 끝났는데, 이걸 너한테 가져다주라고 해서 바로 달려왔어.” 남자가 방금 건넨 상자를 가리키며 설명했다.다윈의 미간이 좁혀졌다. 그는 몸을 바로 세운 뒤, 직접 내용물을 확인할 생각으로 테이블 위에 있던 상자를 자신의 앞으로 끌어당겼다.“이게 뭐야?”“블랙 포레스트 케이크야.” 케네디가 대답했다.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자리에 앉아 두 손을 가슴 앞에서 모았다. “루나가 만들었어. 네가 블랙 포레스트 케이크를 정말 좋아한다고 말했거든. 그런데 많이 만들어서 나눠주겠다고 하더라.”“나도 어젯밤에 케이크를 배달받았어. 갓 구운 건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리 집으로 바로 배달해 줬더라.” 랜디도 케네디의 말에 덧붙였다.다윈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졌다. 사촌의 아내가 자신을 챙겨준 것이 기분 좋은 모양이었다.“네 아내는 정말 대단해. 남편도, 아이들도, 가족 전체도 챙기잖아. 심지어 먼 친척들까지 기억하고.”“원래 늘 그랬어! 루나는 항상 그런 사람이었어. 고아원 아이들까지 생각하는 사람이야. 그래서 내가 루나를 더 사랑하는 거고.” 케네디가 말을 이었다.다윈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케네디의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루나를 알고 지낸 사람으로서, 자신의 사촌 아내가 정말 다정하고 배려심 깊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배려심 많은 여자와 결혼하면 정말 좋겠네. 특히 너희처럼 서로 사랑하는 관계
“몇 번이나 말했잖아. 나를 위해 음식을 준비하지도 말고, 내 물건에는 손대지도 마. 그게 무엇이든 상관없어! 귀가 있다면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어야 하는 거 아니야!”그의 목소리가 방 안을 쩌렁쩌렁 울리며 그녀의 가슴을 세차게 두드렸다. 순식간에 방 안에 긴장감이 감돌았고, 마치 모든 산소가 빨려 나간 듯 숨이 막히면서 베로니카는 가슴이 답답해졌다.다윈이 그녀에게 거칠게 말하거나 경고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벌써 한 달이 지났지만, 그는 아내에게 단 한 번의 다정한 행동조차 보여주지 않았다.오늘 아침도 마찬가지였다.출근하기 전, 베로니카는 또다시 먼저 나서서 자신과 남편의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하지만 고맙다는 말은커녕, 간단한 감사 인사조차 듣지 못한 채 그의 차가운 반응만 마주해야 했다. 어쩌면 베로니카가 자신이 몇 번이나 반복해서 했던 말을 아직도 듣지 않아 짜증이 난 것인지도 몰랐다.“이거 한번 먹어봐, 윈. 걱정하지 마. 네 음식에 독 같은 건 안 넣었어.”“내가 왜 네 요리를 먹어봐야 하는데? 시행착오는 결혼 생활에서나 하는 거야. 계속 내 인생을 괴롭게 만들고 싶지는 않아.”그는 다시 한번 말없이 앉아 있는 베로니카를 남겨둔 채 자리를 떠났다.베로니카는 지금까지 자신에게 조금의 고마움조차 보여준 적 없는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울고 싶은 걸까?베로니카의 눈물은 이미 말라 있었다.하소연하고 싶은 걸까?안타깝게도 베로니카는 자신이 겪는 모든 불행을 부모님에게 달려가 하소연하는 성격이 아니었다.아버지를 걱정시키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언젠가는 다윈이 정신을 차리고 적어도 자신을 조금이라도 존중해 주길 바라며, 그가 자신에게 보이는 잔인한 태도를 지금까지 혼자 간직해 왔다.“베로니카 아가씨, 음식은 치울까요, 아니면 그대로 둘까요?”레나타의 목소리가 갑자기 베로니카를 생각에서 끌어냈다.그녀는 가사 도우미를 향해 몸을 돌리고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그냥 치워줘. 나 다 먹었어. 이제 출근 준비도 해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다윈이 차갑게 물었다. 그의 불쾌감은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내가 당신한테 물어야 할 말이네. 당신은 왜 여기 있어?” 베로니카는 즉시 문 근처에 서 있는 여자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것도 다른 여자랑 같이.” 다윈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베로니카의 손목을 잡아 그들이 함께 써야 할 침실 쪽으로 거칠게 끌고 갔다. “다윈, 놔줘!” 그는 무시했다. 침실에 도착하자마자 다윈은 베로니카를 안으로 밀어 넣고 다시 침대 위로 밀쳤다. “내 일에 간섭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 그가 짜증을 내며 쏘아붙였다. “내가 당신한테 물어야 할 말이야! 왜 다른 여자랑 같이 있는 건데?” 베로니카는 마침내 목소리를 높였다. 처음부터 조용히 있으려 노력했지만, 그녀의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랐다. “다윈 월터스, 우리가 이제 부부라는 거 잊었어? 그런데 당신은 다른 여자랑 여기 있어.” 다윈은 건조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베로니카의 말은 그의 신경을 건드리기 시작했다. 왜 그는 거의 알지도 못하는 여자와 결혼하도록 강요당해야 했는가? “그러니까 이제 내 아내가 됐다고 해서 내 모든 걸 통제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좋든 싫든 우리는 부부야. 당신이 다른 여자랑 있는 걸 막을 권리 충분히 있어!” 다윈은 차갑게 웃었다. 그리고 더 가까이 다가가 그녀가 밀쳐내려 하자 베로니카를 끌어당겨 제지했다. “다윈, 뭐 하는 거야?” 베로니카는 몸부림쳤지만, 빠져나올 수 없었다. “당신이 말한 남편으로서의 내 권리를 주장하는 거야.” 그의 미소는 위협적이었다. “놔줘!” 그녀는 더 세게 몸부림쳤지만, 다윈의 손아귀는 단단했다. “왜 저항하는 거지?” 그는 더 가까이 몸을 숙이며 조롱하듯 속삭였다. “내 아내를 가질 자격이 없다는 거야?” 베로니카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우린 이제 공식적인 부부야, 베,” 다윈이 차갑게 말을 이어갔다. “남편으로서의 권리를 주장하지 않는다면 아쉽지 않겠어?” 그
“일어나!”다윈은 방의 커튼을 걷어 햇빛이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게 했다. 소파에서 잠들어 있던 베로니카는 몸을 일으키며 몇 번이고 눈을 깜빡였다. 여전히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그녀는 흩어진 생각을 정리하려 애썼다.“빨리, 짐 싸!” 다윈이 차가운 말투 그대로 명령했다.“짐을 싸라고?” 베로니카가 망설이며 물었다. 아직 이른 아침이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짐을 싸라고 하는 걸까? “나를 내쫓으려는 거야?” 그녀의 말에는 걱정이 묻어났다. 다윈이 자신을 집에서 내보내려는 건지, 아니면 벌써 이혼하려는 건지 걱정이 되었다. 결혼한 지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이혼한다면 아버지가 심장마비라도 일으킬지 몰랐다.“쯧!” 다윈은 혀를 찼다. 눈앞의 여자에게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설명하지 않으면 일이 더 복잡해질 터였다. “한 시간 후에 공항으로 출발할 거야.”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다윈은 속내를 알 수 없는 표정을 유지했다. 베로니카는 어젯밤의 일 때문에 다윈이 다시는 자신과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다.“공항?” 베로니카가 되물었다. “우리 어디로 가는 거야?”“세상에. 질문 좀 그만해!” 다윈이 짜증스럽게 쏘아붙였다. 그는 이런 수다를 질색했다. 게다가 왜 그의 지시를 그냥 따르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걸까? “어서 짐이나 싸. 너처럼 중요하지 않은 사람을 기다리느라 시간 낭비하는 거 싫으니까!”그 말을 남기고 다윈은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한편 베로니카는 서둘러 일어나 몸을 정돈한 뒤 남편의 명령대로 짐을 싸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제 다윈이 자신의 명령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을 싫어하는 변덕스러운 남자라는 것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티셔츠와 청바지를 입은 베로니카는 오른손에 작은 여행 가방을 들고 천천히 계단을 내려왔다. 거실에 도착하자, 그녀는 다윈이 기다리면서 누군가와 휴대전화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베로니카가 준비를 마친 것을 알아차린 다윈은 자리에서 일어나 아무렇지도 않게 현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