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다윈은 뻐근한 목을 주물렀다. 불과 몇 분 전, 그는 이사회 임원 몇 명과 함께한 회의를 막 마친 참이었다.
그가 막 의자에 등을 기대려던 순간,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어 보니 케네디와 랜디가 내용물을 알 수 없는 중간 크기의 상자를 들고 자신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너희 둘은 미리 말도 안 하고 이렇게 찾아오는 일이 거의 없잖아.” 다윈이 말했다. 두 사촌이 그의 앞에 의자를 끌어다 놓고 앉았다. 케네디가 먼저 자신이 들고 있던 상자를 건넨 뒤 자리에 앉았다. “시간이 없었어, 윈. 방금 회의가 끝났는데, 이걸 너한테 가져다주라고 해서 바로 달려왔어.” 남자가 방금 건넨 상자를 가리키며 설명했다. 다윈의 미간이 좁혀졌다. 그는 몸을 바로 세운 뒤, 직접 내용물을 확인할 생각으로 테이블 위에 있던 상자를 자신의 앞으로 끌어당겼다. “이게 뭐야?” “블랙 포레스트 케이크야.” 케네디가 대답했다.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자리에 앉아 두 손을 가슴 앞에서 모았다. “루나가 만들었어. 네가 블랙 포레스트 케이크를 정말 좋아한다고 말했거든. 그런데 많이 만들어서 나눠주겠다고 하더라.” “나도 어젯밤에 케이크를 배달받았어. 갓 구운 건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리 집으로 바로 배달해 줬더라.” 랜디도 케네디의 말에 덧붙였다. 다윈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졌다. 사촌의 아내가 자신을 챙겨준 것이 기분 좋은 모양이었다. “네 아내는 정말 대단해. 남편도, 아이들도, 가족 전체도 챙기잖아. 심지어 먼 친척들까지 기억하고.” “원래 늘 그랬어! 루나는 항상 그런 사람이었어. 고아원 아이들까지 생각하는 사람이야. 그래서 내가 루나를 더 사랑하는 거고.” 케네디가 말을 이었다. 다윈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케네디의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루나를 알고 지낸 사람으로서, 자신의 사촌 아내가 정말 다정하고 배려심 깊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배려심 많은 여자와 결혼하면 정말 좋겠네. 특히 너희처럼 서로 사랑하는 관계라면 더 그렇겠지. 넌 정말 운이 좋아, 켄.” 케네디가 피식 웃었다. 그녀는 다윈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했다. 또한 자신의 사촌이 결국 정략결혼을 하게 되었고, 사랑하지 않는 여자와 억지로 결혼해야 했던 것에 얼마나 답답해했는지도 알고 있었다. 한국에서 돌아온 지 1년 후, 케네디는 다윈이 장거리 연애 중인 여자친구와의 관계를 계속 이어갈 생각에 무척 들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케네디가 기억하기로, 사촌은 그녀에게 프러포즈할 준비를 하고 있었고, 심지어 여자친구에게 결혼해 달라고 청할 계획까지 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다윈의 희망은 아버지가 어떤 이유로 다른 여자와의 결혼을 정하면서 산산이 무너졌다. 케네디는 당시 다윈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결혼을 거부하려고 애썼지만, 마그누스가 자신이 선택한 여자와 아들을 결혼시키겠다는 결정을 바꾸지는 않았다. 케네디는 다윈이 거의 사흘 연속 술집이나 나이트클럽에서 술에 취해 지냈던 것도 잊지 않았다. 그녀와 랜디는 걱정이 되어 번갈아 가며 사촌을 집으로 데려왔고, 그가 슬픔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도록 계속 달래며 설득해야 했다. “누가 내가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했다고 그래? 너와 비교하면 내 상황이 더 안 좋아, 윈. 처음부터 루나와 나는 잘 맞는 사이가 아니었어. 처음에는 서로 정말 많이 다퉜지. 루나는 정말 짜증 나는 사람이었어. 파쿠온에서 제안이 들어오지 않았다면, 난 루나와 결혼하지 않았을지도 몰라.” 케네디 옆에 있던 랜디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사실 그는 다윈이 만날 때마다 결혼 생활에 대해 불평하는 것을 듣는 데 지쳐 있었다. “너도 케네디한테 배웠어야지, 윈. 저 둘은 결국 서로 잘 맞게 됐고, 나중에는 서로 사랑하게 됐잖아. 그런데 너는? 아내에게 가까이 다가가거나 서로 알아갈 기회조차 주기 전에 모든 걸 거부했잖아.” 이번에는 다윈이 느긋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베로니카에게 예의를 갖춰야 한다는 생각만 해도 속이 메스꺼웠다. “넌 내 상황을 겪어보지 않았잖아, 랜. 좋아하지도 않는 여자와 결혼해서 함께 사는 게 얼마나 불쾌한지 몰라.” “아, 그건 그냥 네 기분 탓일 수도 있지.” 랜디가 놀리듯 말했다. “케네디도 처음에는 루나한테 그랬던 거 아니야?” “하지만 케네디와 루나는 서로 알아가기는 했잖아. 비록 사장과 직원으로서였다고 해도 말이야. 하지만 난 그녀를 전혀 몰라.” “똑같아, 윈.” 랜디가 반박했다. “달라, 랜.” 다윈이 투덜거렸다. 사촌과 논쟁을 벌이는 것이 점점 짜증 나기 시작했다. “너도 나처럼 정략결혼을 하게 돼서, 알지도 못하고 좋아하지도 않고 사랑하지도 않는 낯선 사람과 결혼해 봤으면 좋겠다. 그래야 내 입장이 어떤지 알게 될 테니까.” 랜디가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다윈이 자신에게 한 그 저주 같은 말에도 그는 전혀 기분 나빠하거나 화내지 않았다. 사촌의 화와 불평을 듣는 데 익숙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혼하고 나서는 술에 취하는 걸 그만뒀지?” 이번에는 케네디가 물었다. 다윈의 과거 나쁜 습관이 다시 나타난 것은 아닌지 확인하려는 것이었다. “아니.” 다윈이 고개를 저었다. “걱정하지 마. 그 이후로 술집이나 나이트클럽에는 한 번도 가지 않았어.” “잘됐네.” 랜디가 덧붙였다. “너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고생했잖아. 네가 정신을 잃었을 때 케네디와 내가 널 집으로 데려오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맞아. 네가 정신을 잃었을 때 랜디가 멀미약까지 먹이려고 했던 거 기억나?” 케네디가 회상하듯 말했다. 다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도대체 랜디는 왜 자신에게 멀미약을 먹일 생각을 했던 걸까? “뭐 하려고? 나 죽이려고 했어?” “아니!” 랜디가 고개를 저었다. “죽이려고 한 게 아니야! 술 때문에 생긴 멀미에 먹는 약이잖아. 어쩌면 그걸 먹으면 정신이 들고 술에 취한 것도 바로 사라질지 모른다고 생각했지.” 랜디가 순진한 얼굴로 농담했다. “그게 말이 되기나 해, 이 바보야! 술에 취한 거랑 멀미약이 무슨 상관이 있다고. 너 정말 미친 사촌이구나.” 다윈은 즉시 투덜거렸다. 비슷하게 무례하고 때로는 황당한 행동을 하는 사촌들을 둔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됐어. 난 이제 돌아갈게. 여기 너무 오래 있으면 내 일이 밀리겠어.” 케네디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고, 랜디도 뒤따라 일어났다. 두 사람은 방을 나가기 전에 다윈과 포옹했다. 두 사람이 나간 뒤 문이 닫힌 지 몇 초 지나지 않아, 다시 노크 소리가 들렸고 이어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노트북 화면에 막 집중하고 있던 다윈은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바로 인사했다. 들어온 사람이 자신의 비서라고 생각했다. “무슨 일이야, 알리사? 오늘 아침에 부탁한 보고서는 끝냈어?”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다윈이 고개를 들자 곧바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토록 사랑하는 여자가 바로 자신의 앞에 서 있었다. “비비안.” 그의 입술에서 그녀의 이름이 흘러나오자 비비안이 환하게 미소 지었다. 그녀는 앞으로 다가와 다윈이 앉아 있는 곳으로 걸어왔다. “일하는 데 방해하는 건 아니지?” 다윈은 고개를 저었다. 바쁘든 아니든,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시간을 내는 것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여기 온다고 왜 말 안 했어?” 다윈이 궁금한 듯 물었다. 평소에는 자신이 먼저 비비안을 데리러 가거나 만나곤 했다. “당신이 너무 보고 싶었어. 우리 사흘 동안 못 만났잖아. 그래서 바로 여기로 와서 당신을 보려고 했어.” “미안해, 자기야. 지난 며칠 동안 정말 바빴어. 그러니까 화내지 마.” 비비안은 그저 미소 지었다. 다윈이 방금 말한 이유를 듣고도 조금도 화가 나거나 짜증 나지 않았다. 자신의 남자친구가 일 때문에 매우 바쁘다는 것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었다. “괜찮아. 당신이 바쁜 거 알아. 지금 이렇게 당신을 볼 수 있다는 게 중요하지.” 다윈은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비비안의 몸을 자신의 무릎 위로 끌어당겼다. 망설임 없이 그녀의 입술에 길고 뜨거운 키스를 했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고 싶었다. “나 많이 보고 싶었지?” 다윈이 입맞춤을 끝내며 속삭였다. “당연하지. 당신을 오랫동안 안고 싶어.” 비비안이 대답하며 손가락으로 다윈의 입술을 쓸었다. 아직 방금 전 키스 때문에 촉촉한 입술이었다. “우리 내 아파트로 갈까? 나랑 오붓하게 시간을 보내면서 서로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고 싶지 않아?” 비비안의 눈에 장난스러운 빛이 어렸다. 그녀는 지금 자신을 품에 안고 있는 남자를 일부러 도발하고 있었다. 다윈은 곧바로 입꼬리를 올렸다. 그토록 깊이 사랑하는 여자와 시간을 보내자는 제안을 거절할 리 없었다. 게다가 두 사람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은 이미 꽤 흔한 일이었다. “그래, 네 아파트로 가자.” 그 말과 함께 다윈은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일을 완전히 내팽개쳤다. 그는 떠나기로 했다. 필요하다면 오늘은 집에도 돌아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비비안이 자신과 함께하는 시간에 충분히 만족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다윈이 방에서 나오자 베로니카는 곧바로 자신의 방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그녀는 빠르게 뛰는 심장 때문에 거칠게 오르내리는 가슴을 움켜쥔 채 문을 단단히 잠갔다.결혼한 지 한 달이 지난 후, 이렇게 용기를 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베로니카는 남편이 하는 거의 모든 말에 맞받아치기까지 했다.사랑과 보살핌을 받으며 자랐고 외동딸로서 사랑받았던 베로니카는 다른 사람에게서 거칠거나 잔인한 대우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 명문가 출신으로 부족한 것 없이 자랐지만, 부모님은 그녀에게 다른 사람을 얕보거나 무례하게 행동하는 법을 가르친 적이 없었다.하지만 데이지의 말을 떠올리며, 베로니카는 더 이상 너무 약하거나 순종적인 태도로 자신의 자존심이 짓밟히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이 상황에서 잘못한 사람은 자신이 아니었다. 다윈과의 결혼은 피할 수 없었던 순수한 정략결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다윈에게 자신의 좌절감을 자신에게 풀 권리는 없었다.한편, 자신의 방에 있는 다윈은 몹시 화가 난 모습이었다. 그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화장대와 테이블 위에 있던 거의 모든 것을 바닥으로 내던졌다. 베로니카가 감히 비비안을 자신의 불륜 상대라고 대놓고 몰아붙인 것 때문에 너무나 답답했다. 게다가 이제 아내는 자신이 원하지도 않는 사업의 세계로 그를 더욱 깊이 밀어 넣고 있었다.다윈이 데미안이 제안한 프로젝트들을 맡는다면, 베로니카에게서 벗어나거나 그녀와 이혼하기는 분명 더 어려워질 것이었다. 게다가 그의 아버지는 친구가 월터스 가문에 새로운 회사를 하나 더 넘겨준 것을 무척 기뻐하는 듯했다.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는 회사였다.게다가 데미안은 회사 승계 문제까지 언급했다. 장인은 자신에게 볼텍스 그룹의 경영권을 물려줄 생각이 분명해 보였다. 그렇게 된다면 매그너스 월터스는 아들이 거절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들의 가문에 금광이나 다름없는 베로니카와 이혼하는 것조차 생각하지 못하게 할 터였다.답답한 마음에 빠져 있던 다윈의 휴대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다윈은 비비안의 품에서 벗어나려는 듯 힘겹게 몸을 움직였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 사랑하는 여자는 여전히 평온하게 잠들어 있었고 두 팔로 그의 허리를 감싸고 있었다.어제 비비안이 찾아온 후, 다윈은 곧바로 사무실을 나와 그녀의 아파트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어젯밤, 결국 그곳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 어차피 오늘은 휴일이었으니 서둘러 일어나 사무실로 갈 필요도 없었다.여전히 잠들어 있는 비비안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던 다윈은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조금 움직인 뒤 한쪽 팔꿈치로 머리를 받쳤다. 남은 한 손으로는 비비안의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이따금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춘 뒤, 사랑스러운 두 뺨으로 입맞춤을 내려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비안이 작게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눈을 떴다.“안녕, 자기야…” 그녀가 중얼거렸다. 막 잠에서 깨어난 탓에 목소리는 잠겨 있었다. 다윈은 비비안이 언제나 눈부시게 아름답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온화한 분위기는 그를 더욱 그녀에게 빠져들게 했다.다윈은 평생 비비안에게만 이런 감정을 느꼈다. 장거리 연애를 하는 동안 그녀가 감수했던 희생은 말할 것도 없었다. 지금도 그녀는 자신이 다른 여자와 강제로 결혼한 상황에서도 기꺼이 자신을 기다려주고 있었다.비비안이 해온 모든 희생 때문에 다윈은 그녀를 절대 떠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언젠가는 반드시 그녀와 결혼해 함께하겠다고 약속하기까지 했다.“좋은 아침, 자기야.”비비안은 눈을 깜빡이더니 미소 지으며 다윈의 목에 얼굴을 묻었다. 그녀는 그의 체취를 깊이 들이마셨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마치 그를 놓아주기 싫다는 듯 그의 몸을 꼭 끌어안았다.“일어나기 싫어?” 다윈이 계속 그녀를 안은 채 물었다.여전히 그를 안고 있던 비비안이 고개를 저었다.“아직 졸리고, 당신을 더 그리워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어.”다윈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어 흐트러진 비비안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아직도 부족해? 너랑 함께 있으려고 집에
다윈은 뻐근한 목을 주물렀다. 불과 몇 분 전, 그는 이사회 임원 몇 명과 함께한 회의를 막 마친 참이었다.그가 막 의자에 등을 기대려던 순간,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어 보니 케네디와 랜디가 내용물을 알 수 없는 중간 크기의 상자를 들고 자신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너희 둘은 미리 말도 안 하고 이렇게 찾아오는 일이 거의 없잖아.” 다윈이 말했다. 두 사촌이 그의 앞에 의자를 끌어다 놓고 앉았다. 케네디가 먼저 자신이 들고 있던 상자를 건넨 뒤 자리에 앉았다.“시간이 없었어, 윈. 방금 회의가 끝났는데, 이걸 너한테 가져다주라고 해서 바로 달려왔어.” 남자가 방금 건넨 상자를 가리키며 설명했다.다윈의 미간이 좁혀졌다. 그는 몸을 바로 세운 뒤, 직접 내용물을 확인할 생각으로 테이블 위에 있던 상자를 자신의 앞으로 끌어당겼다.“이게 뭐야?”“블랙 포레스트 케이크야.” 케네디가 대답했다.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자리에 앉아 두 손을 가슴 앞에서 모았다. “루나가 만들었어. 네가 블랙 포레스트 케이크를 정말 좋아한다고 말했거든. 그런데 많이 만들어서 나눠주겠다고 하더라.”“나도 어젯밤에 케이크를 배달받았어. 갓 구운 건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리 집으로 바로 배달해 줬더라.” 랜디도 케네디의 말에 덧붙였다.다윈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졌다. 사촌의 아내가 자신을 챙겨준 것이 기분 좋은 모양이었다.“네 아내는 정말 대단해. 남편도, 아이들도, 가족 전체도 챙기잖아. 심지어 먼 친척들까지 기억하고.”“원래 늘 그랬어! 루나는 항상 그런 사람이었어. 고아원 아이들까지 생각하는 사람이야. 그래서 내가 루나를 더 사랑하는 거고.” 케네디가 말을 이었다.다윈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케네디의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루나를 알고 지낸 사람으로서, 자신의 사촌 아내가 정말 다정하고 배려심 깊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배려심 많은 여자와 결혼하면 정말 좋겠네. 특히 너희처럼 서로 사랑하는 관계
“몇 번이나 말했잖아. 나를 위해 음식을 준비하지도 말고, 내 물건에는 손대지도 마. 그게 무엇이든 상관없어! 귀가 있다면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어야 하는 거 아니야!”그의 목소리가 방 안을 쩌렁쩌렁 울리며 그녀의 가슴을 세차게 두드렸다. 순식간에 방 안에 긴장감이 감돌았고, 마치 모든 산소가 빨려 나간 듯 숨이 막히면서 베로니카는 가슴이 답답해졌다.다윈이 그녀에게 거칠게 말하거나 경고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벌써 한 달이 지났지만, 그는 아내에게 단 한 번의 다정한 행동조차 보여주지 않았다.오늘 아침도 마찬가지였다.출근하기 전, 베로니카는 또다시 먼저 나서서 자신과 남편의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하지만 고맙다는 말은커녕, 간단한 감사 인사조차 듣지 못한 채 그의 차가운 반응만 마주해야 했다. 어쩌면 베로니카가 자신이 몇 번이나 반복해서 했던 말을 아직도 듣지 않아 짜증이 난 것인지도 몰랐다.“이거 한번 먹어봐, 윈. 걱정하지 마. 네 음식에 독 같은 건 안 넣었어.”“내가 왜 네 요리를 먹어봐야 하는데? 시행착오는 결혼 생활에서나 하는 거야. 계속 내 인생을 괴롭게 만들고 싶지는 않아.”그는 다시 한번 말없이 앉아 있는 베로니카를 남겨둔 채 자리를 떠났다.베로니카는 지금까지 자신에게 조금의 고마움조차 보여준 적 없는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울고 싶은 걸까?베로니카의 눈물은 이미 말라 있었다.하소연하고 싶은 걸까?안타깝게도 베로니카는 자신이 겪는 모든 불행을 부모님에게 달려가 하소연하는 성격이 아니었다.아버지를 걱정시키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언젠가는 다윈이 정신을 차리고 적어도 자신을 조금이라도 존중해 주길 바라며, 그가 자신에게 보이는 잔인한 태도를 지금까지 혼자 간직해 왔다.“베로니카 아가씨, 음식은 치울까요, 아니면 그대로 둘까요?”레나타의 목소리가 갑자기 베로니카를 생각에서 끌어냈다.그녀는 가사 도우미를 향해 몸을 돌리고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그냥 치워줘. 나 다 먹었어. 이제 출근 준비도 해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다윈이 차갑게 물었다. 그의 불쾌감은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내가 당신한테 물어야 할 말이네. 당신은 왜 여기 있어?” 베로니카는 즉시 문 근처에 서 있는 여자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것도 다른 여자랑 같이.” 다윈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베로니카의 손목을 잡아 그들이 함께 써야 할 침실 쪽으로 거칠게 끌고 갔다. “다윈, 놔줘!” 그는 무시했다. 침실에 도착하자마자 다윈은 베로니카를 안으로 밀어 넣고 다시 침대 위로 밀쳤다. “내 일에 간섭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 그가 짜증을 내며 쏘아붙였다. “내가 당신한테 물어야 할 말이야! 왜 다른 여자랑 같이 있는 건데?” 베로니카는 마침내 목소리를 높였다. 처음부터 조용히 있으려 노력했지만, 그녀의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랐다. “다윈 월터스, 우리가 이제 부부라는 거 잊었어? 그런데 당신은 다른 여자랑 여기 있어.” 다윈은 건조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베로니카의 말은 그의 신경을 건드리기 시작했다. 왜 그는 거의 알지도 못하는 여자와 결혼하도록 강요당해야 했는가? “그러니까 이제 내 아내가 됐다고 해서 내 모든 걸 통제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좋든 싫든 우리는 부부야. 당신이 다른 여자랑 있는 걸 막을 권리 충분히 있어!” 다윈은 차갑게 웃었다. 그리고 더 가까이 다가가 그녀가 밀쳐내려 하자 베로니카를 끌어당겨 제지했다. “다윈, 뭐 하는 거야?” 베로니카는 몸부림쳤지만, 빠져나올 수 없었다. “당신이 말한 남편으로서의 내 권리를 주장하는 거야.” 그의 미소는 위협적이었다. “놔줘!” 그녀는 더 세게 몸부림쳤지만, 다윈의 손아귀는 단단했다. “왜 저항하는 거지?” 그는 더 가까이 몸을 숙이며 조롱하듯 속삭였다. “내 아내를 가질 자격이 없다는 거야?” 베로니카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우린 이제 공식적인 부부야, 베,” 다윈이 차갑게 말을 이어갔다. “남편으로서의 권리를 주장하지 않는다면 아쉽지 않겠어?” 그
“일어나!”다윈은 방의 커튼을 걷어 햇빛이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게 했다. 소파에서 잠들어 있던 베로니카는 몸을 일으키며 몇 번이고 눈을 깜빡였다. 여전히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그녀는 흩어진 생각을 정리하려 애썼다.“빨리, 짐 싸!” 다윈이 차가운 말투 그대로 명령했다.“짐을 싸라고?” 베로니카가 망설이며 물었다. 아직 이른 아침이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짐을 싸라고 하는 걸까? “나를 내쫓으려는 거야?” 그녀의 말에는 걱정이 묻어났다. 다윈이 자신을 집에서 내보내려는 건지, 아니면 벌써 이혼하려는 건지 걱정이 되었다. 결혼한 지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이혼한다면 아버지가 심장마비라도 일으킬지 몰랐다.“쯧!” 다윈은 혀를 찼다. 눈앞의 여자에게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설명하지 않으면 일이 더 복잡해질 터였다. “한 시간 후에 공항으로 출발할 거야.”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다윈은 속내를 알 수 없는 표정을 유지했다. 베로니카는 어젯밤의 일 때문에 다윈이 다시는 자신과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다.“공항?” 베로니카가 되물었다. “우리 어디로 가는 거야?”“세상에. 질문 좀 그만해!” 다윈이 짜증스럽게 쏘아붙였다. 그는 이런 수다를 질색했다. 게다가 왜 그의 지시를 그냥 따르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걸까? “어서 짐이나 싸. 너처럼 중요하지 않은 사람을 기다리느라 시간 낭비하는 거 싫으니까!”그 말을 남기고 다윈은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한편 베로니카는 서둘러 일어나 몸을 정돈한 뒤 남편의 명령대로 짐을 싸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제 다윈이 자신의 명령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을 싫어하는 변덕스러운 남자라는 것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티셔츠와 청바지를 입은 베로니카는 오른손에 작은 여행 가방을 들고 천천히 계단을 내려왔다. 거실에 도착하자, 그녀는 다윈이 기다리면서 누군가와 휴대전화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베로니카가 준비를 마친 것을 알아차린 다윈은 자리에서 일어나 아무렇지도 않게 현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