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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Auteur: Pure Moon
last update Date de publication: 2026-10-01 14:24:40

나는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렀다.

팩 영지의 가장 외진 끝자락에 자리한 곳이었다. 횃불은 희미하게 타올랐고, 복도에는 늘 적막이 감돌았다.

보이지 않는 존재.

그게 바로 마커스가 원했던 것이겠지.

이름뿐인 루나.

장부에 서명하지도 않고, 누구에게도 명령하지 않으며, 작은 돌 건물 하나에 처박아 두었다가 자신에게 여전히 소속된 아내라는 사실을 누군가에게 상기시킬 필요가 있을 때만 꺼내 보이면 되는 존재.

"그 사람에게는 그럴 권리가 없어요."

네사가 내 머리카락을 빗으며 말했다.

필요 이상으로 빗을 세게 잡아당기고 있었다.

네사는 내가 이곳으로 오겠다고 했을 때 굳이 따라와 준 유일한 하녀였다.

3년 전, 내가 결속식을 올리던 날에도 내 머리를 땋아 주었던 아이였다.

그때의 나는 내가 결혼하는 남자가 그 누구도 내 목소리를 짓밟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지금도 네사의 눈 뒤에는 분노가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꽉 억누르고 있었다.

하녀라는 사람들은 자신의 분노를 작게 접어 가슴속에 숨기는 법을 배운다.

그렇지 않으면 그 대가를 치러야 하니까.

"걱정하지 마."

나는 벽에 기대어 세워 둔 작고 금이 간 거울 속 내 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

"언젠가는 이 모든 게 끝날 거야."

네사는 뭔가 더 말하고 싶어 했다.

그녀의 이 사이에 무언가가 차오르는 게 보였다.

내가 다시 대연회장으로 돌아가 내 것을 요구하며 맞서 싸워야 한다는 말.

그들이 나를 이곳으로 내쫓도록 그냥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는 말.

하지만 네사는 결국 그 말을 삼켰다.

그리고 말했다.

"네, 루나."

3년 동안의 봉사가 그녀에게 가르쳐 준 말이었다.

손이 빗을 잡은 채 떨리고 있을 때조차도.

이곳 전체에서 여전히 내 것처럼 느껴지는 곳은 정원뿐이었다.

나는 결속을 맺은 첫해 봄, 직접 정원을 만들었다.

무릎을 꿇고 흙을 파며 손톱 밑에 흙이 들어가는 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다른 루나들은 멀리서 나를 지켜보며 수군거렸다.

루나가 하녀처럼 정원을 가꾸다니 이상하다고.

하지만 그때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장미나무.

낮은 돌담을 따라 뻗어 있는 덩굴들.

그 모든 것은 내 손으로 키운 것이었다.

내가 이곳에서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아직 믿었던, 내 인생의 유일한 시절에.

나는 장미들 사이에 서 있었다.

그때 리라의 목소리가 고요함을 갈랐다.

"이 나무는 뽑아야겠어요."

그녀는 마치 자신이 발을 딛고 있는 땅까지 모두 자신의 것인 양 태연하게 정원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리고 더 예쁜 걸 심어요."

그녀가 배를 바라보며 말했다.

"히비스커스는 어때요? 제대로 꽃을 피우는 걸로요."

네사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그리고 곧바로 나를 바라봤다.

내가 어떻게 대답할지 기다리는 눈빛이었다.

나는 허리를 곧게 폈다.

지난 이틀 동안 모든 것을 빼앗긴 뒤에도 내게 남아 있는 마지막 위엄을 끌어모았다.

"그건 뽑을 수 없어."

내가 말했다.

리라는 천천히 미소 지었다.

기뻐하는 표정이었다.

마치 내가 그녀가 바라던 바로 그 반응을 보여 준 것처럼.

"여기는 루나님의 정원이에요."

네사가 재빨리 말했다.

그리고 내 앞에 반쯤 몸을 내밀었다.

나는 그 순간 네사를 더없이 사랑스러워했다.

그 작은 용기를 내기까지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했는지 알았기 때문이다.

리라가 웃었다.

하지만 전혀 친절한 웃음이 아니었다.

"아, 엘레나."

루나라고 부르지 않았다.

그저 내 이름만 불렀다.

내가 이 팩에 들어오며 가지고 왔던 모든 직함을 벗겨 버린 듯한 호칭이었다.

"내가 알파의 후계자를 임신하고 있다는 걸 모르나 보네?"

그녀가 비웃었다.

"정말 네가 여기서 내가 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해?"

나는 그녀와 싸우고 싶었다.

내 모든 본능이 소리치고 있었다.

지금 당장 그녀에게 내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려 주라고.

장미 사이의 흙바닥에 모든 진실을 쏟아내고, 자신만만하게 웃고 있는 그녀의 얼굴에서 혈색이 사라지는 모습을 보라고.

하지만 나는 억지로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그 말을 다시 삼켰다.

아직 때가 아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순간을 그녀 때문에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때 그가 오는 소리가 들렸다.

마커스가 거의 달리다시피 정원을 가로질러 왔다.

그가 내 목소리에는 단 한 번도 이렇게 달려온 적이 없었는데, 리라의 목소리에는 귀신같이 반응했다.

"무슨 일이야?"

그는 나를 완전히 무시한 채 리라에게 물었다.

마치 나는 그저 정원을 장식하는 일부인 것처럼.

"이 나무를 뽑고 싶어요."

리라가 투정하듯 말했다.

이제는 배에 손을 얹고 있었다.

마치 낡은 장미나무를 보는 것만으로도 정말 고통받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리고 그 자리에 더 예쁜 걸 심고 싶어요."

마커스가 하녀들을 돌아봤다.

"뽑아."

"안 돼."

그 말이 내가 미처 부드럽게 만들기도 전에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그 나무는 뽑을 수 없어."

나는 그를 똑바로 바라봤다.

"이건 나에게 남은 유일한 것이야."

그가 그제야 나를 바라봤다.

그 눈빛에는 조금의 다정함도 없었다.

"난 팩을 위해 이러는 거야, 엘레나."

그가 말했다.

"모두가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당신은 내 정원을 없애면서 그걸 평화라고 부르는 거야?"

내 목소리가 떨렸다.

"그녀가 뭘 품고 있는지 알아?"

마커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정원 담장 너머를 지나가던 몇몇 늑대들이 걸음을 늦추고 이쪽을 바라볼 정도로 날카로운 목소리였다.

"그녀가 이 팩에 무엇을 가져다주는지 그 가치가 얼마나 큰지 이해해?"

그는 나를 노려봤다.

"그런데 넌 여기 서서 꽃 따위 때문에 나와 말싸움을 하고 있어."

목이 꽉 막혔다.

그에게 쏟아내고 싶은 말들이 목구멍에 걸렸다.

눈 뒤로 뜨거운 눈물이 차올랐다.

그리고 나는 그녀 앞에서 그 눈물이 떨어질 것 같다는 사실이 너무나 싫었다.

마커스는 내게서 등을 돌렸다.

그리고 다시 명령했다.

이번에는 하녀들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나는 네사의 손이 떨리는 것을 지켜봤다.

그녀가 억지로 정원을 파헤치는 모습을.

삽이 흙을 파고들었다.

내가 직접 뒤집었던 흙이었다.

뿌리 하나하나까지 내 손으로 심었던 것이었다.

3년 동안 이어 온 조용한 아침들이 단 한 번의 오후에 산산이 무너지고 있었다.

마커스는 그것이 끝나는 모습조차 지켜보지 않았다.

그는 리라를 자신의 옆에 바짝 붙인 채 걸어갔다.

벌써 히비스커스의 색깔을 어떤 것으로 할지 이야기하면서.

마지막 장미나무.

담장에 가장 가까이 있던 그 나무.

내가 처음으로 어쩌면 정말 그를 사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깨달았던 바로 그 주에 심었던 장미나무.

그 나무가 마침내 내 가슴 안에 남아 있던 무언가를 완전히 끊어 버렸다.

나는 장미나무의 뿌리가 흙에서 뽑혀 나오는 모습을 바라봤다.

창백한 뿌리가 오후의 햇빛 아래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리고 3년 동안 내 안에서 무언가를 붙잡고 있던 힘이 마침내 놓아 버렸다.

나는 울지 않았다.

소리 지르지도 않았다.

그저 망가진 화단 한가운데에 아주 가만히 서 있었다.

그리고 이상할 정도로 평온한 명확함 속에서 깨달았다.

이곳에는 이제 내가 지켜야 할 것이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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