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문이 열리고 실크 잠옷과 가운 차림의 엘레노어가 들어섰다.
들어서자마자 눈에 보인 것은 알몸으로 침대에 앉은 아드리안과
그 발치에 놓인 이불 덩어리였다. 그냥 보기에도 사람이 몸을
이불로 감싼 형태였다.
그 이불 덩어리는 로제린이었으나 얼굴이 보이지 않아 그녀는
누구인지 알 진 못했으나 이 상황이 무슨 상황인지는 알았다.
분명 자신이 이 방에 들어설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유일한 사람이나
불청객이 된 기분 말이다.
로제린은 잔뜩 몸을 웅크린 채 얼굴이 드러나기라도 할까 숨을 죽이고 있었다.
엘레노어는 애써 숨을 고르고 황태자비로서의 위엄을 잃지 않으려 애썼으나
가지런히 모은 두 손은 가늘게 떨고 있었다.
그녀는 방 안에 가득한 정사의 냄새까지 느껴지자, 눈을 질끈 감았다 뜨고 말했다.
"내일...다시 오겠습니다."
그리고 가볍게 예를 갖춘 뒤 문밖으로 도망치듯 사라졌다.
아드리안은 그 순간까지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닫히는 문만 바라보고 있다가
꼼지락대며 다시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는 감각에 시선을 돌렸다.
어느새 이불 밖으로 빠져나온 로제린은 이불로 몸을 가린 채
다리 사이에 손을 뻗어 쪼그라든 자신의 것을 쥐고 올려다보고 있었다.
우습게도 그 올려다보는 붉은 눈이 마주치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발기했다.
"하...미치겠군."
아드리안은 피식 웃으며 그녀의 머리채를 잡아 자신의 고간에 뭉갰고
로제린은 익숙하게 목구멍 깊숙이 그의 것을 받아냈다.
**
- 탁
아드리안은 밤새 자신의 판타지를 실현하듯 그녀를 몰아붙였고
정오가 되어서야 로제린은 수도에 자리한 대공의
타운하우스로 돌아올 수 있었다.
소파에 보석이 잔뜩 박힌 핸드백을 집어 던지고
아찔한 하이힐을 바닥에 내동댕이치듯 벗어내고 쓰러지듯 기대니 살 것 같았다.
밤새도록 아드리안의 요구를 들어주느라 애쓴 탓에
온몸이 뻐근했고 어서 씻고 자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물론 그와의 섹스가 힘들고 불쾌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오랜만에 맛본 "다른" 젊은 남자의 육체는 신선하고 자극적이다.
거기다 자신에게 욕정 하는 남자들의 눈빛은 그녀에게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원동력이다.
그녀는 아이를 낳고도 자신이 아직 남자들에게 먹힌다는
사실에 살아있음을 느끼곤 했다.
북부에서 종종 어린 기사나 시종들과 관계를 하며
테오도르와의 지루한 결혼생활을 억지로 버텨냈지만
수도에 오니 상대가 황태자다.
거리에서 푼돈에 몸을 팔던 여자가 몸뚱이 하나로 북부 대공을 유혹해
아이를 낳고 대공비가 된 것도 모자라 이제는 황태자의 정부가 된 셈이다.
-차르륵, 달칵
가슴을 한껏 강조하며 엉덩이까지 딱 달라붙는
스팽글 드레스가 바닥에 떨어졌다.
알몸을 가리지도 않고 선 채, 손짓하자
하녀가 달려와 드레스와 핸드백을 치웠고
또 다른 하녀는 향유 냄새가 진동하는 욕실로 그녀를 안내했다.
이 삶은 꽤나 만족스러웠지만 로제린은 지루했다.
-참방참방
그녀는 항상 같은 향유를 쓴다. 남자를 동하게 한다는 향인데
그녀가 밑바닥 생활을 할 때부터 즐겨 쓰던 향이다.
귀족이나 황족 여인들은 천박한 향이라고 쓰기를 거부하지만
황실 연회나 무도회에 이걸 쓰고 갔을 때 자신의 목덜미에 코를 파묻는
남자들을 볼 때면 묘한 승리감에 고취되곤 했다.
"하아..."
그녀는 욕조에 기대 천장을 가득 채운 수증기를 바라보며 눈을 감았다.
그때 쿵쿵거리는 소리가 가까워지더니 욕실 문이 거칠게 열렸다.
"로제린!"
그의 남편이자 북부 대공 테오도르 드 발렌시아였다.
큰 키와 떡 벌어진 체구는 마치 거대한 벽 같았고, 손질하지 않은
수염은 거칠고 나이 들어 보이기 짝이 없었다.
거기다 또 검을 휘두르다 왔는지 땀 냄새까지 나는 것 같다.
로제린은 이 모든 게 정말 지긋지긋했다.
애써 못 들은 척 눈을 감고 자는 척 하자, 테오도르는 가까이 다가와 콧김을 씩씩대며 외쳤다.
"자는 척하는 거 다 알고 있소! 대체 어젯밤에 뭘 하느라 외박을 한 거지?!"
그는 애써 화를 억누르는 건지 목소리가 갈려 있었다.
실눈을 뜨고 그를 흘긋 바라본 로제린은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어제 너무 과음해서 황궁에 방을 빌려서 잠이 들었지 뭐에요. 피곤해요."
"당신은 북부 대공비이고 한 아이의 엄마요! 그 말이 가당키나 하단 말이오?
거기다...이 천박한 향은 대체..."
테오도르는 허공에 퍼진 그녀의 향유 냄새까지 지적하고 나섰다.
로제린의 사랑스러운 모습에 반해 그녀와 아이를 갖게 되었고,
주변의 반대에도 다소 무리해서 신분이 낮은 그녀를 대공비로 올렸다.
그 또한 그녀의 목덜미에 코를 파묻던 남자들 중 하나였다.
두 사람 사이에 태어난 아이는 너무나 사랑스러웠고
그는 이 행복이 평생 갈 줄 알았다.
처음 만났을 때의 사랑스러운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사치하며 아이를 돌보지 않는 방탕한 여인만이 남아 있었다.
"하암...피곤해요. 나중에 얘기해요."
로제린은 테오도르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하품까지 하고 못들은 체 했다.
외박하고 들어와서도 아이를 먼저 찾지 않았다.
그녀에게 테오도르와 아이는 자신을 밑바닥 인생에서 끌어올려 줄
동아줄에 불과했고 이미 그 목적을 이룬 뒤 더 높은 곳을 향하고자 마음먹은 지금,
그저 방해물에 불과했다.
"당신...아이와 다 같이 식사한 게 언제인지는 기억하오?"
로제린은 다리를 물 밖으로 들어 살피며 말했다.
"그런 거까지 기억해야 해요? 밥 좀 따로 먹으면 어떻다고.
당신 이러는 거 너무 답답해요."
"뭐라고?"
"북부에만 처박혀있다가 몇 달 만에 수도에 왔는데,
좀 늦을 수도 있지 뭘 그렇게 예민하게 굴어요?
북부에 눈 말고 뭐가 있죠? 자꾸 숨 막히게 굴지 말아요!"
테오도르는 아직 젊은 그녀가 자신 때문에 북부의 성에 갇혀
아이만 보는 것에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종종 다른 남자와 불륜을 저지른다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고,
오늘 또한 단순히 놀다가 늦어져 황궁에서 자고 온 걸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손을 뻗어 물 밖으로 드러난 그녀의 발목을 잡아 복숭아뼈부터
부드럽게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로제린은 육감적인 몸매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가 가장 좋아하는 건 이 가는 발목이었다.
테오도르가 고개를 숙여 그녀의 발등에 입 맞추자
그녀는 짜증스럽게 발을 홱 빼서 물에 다시 집어넣었다.
"피곤해요."
시선조차 그에게 향하지 않은 채 말했다. 허공에 놓인 손을 머쓱하게 거둔
테오도르는 말없이 욕실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가 사라지자, 로제린은
짜증스럽게 발로 물장구를 쳤다.
그러더니 한숨을 내쉬고 어떻게 해야 황태자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고민했다. 침대를 빠져나올 때 아쉬워하던 눈빛이란. 분명 승산이 있어 보였다.
"당신은 밤에는 누구보다 거칠지만 여기...내면은 누구보다 따뜻한 사람인 거 알아요?"엘레노어가 테오도르의 귓가에 속삭였다. 손가락으로 가슴을 콕콕 찌르는 그녀의 장난스러운 손길에 그는 저절로 미소를 지었다."레온과 인사부터 하세요. 오랜만에 보지 않아요?"그녀는 테오도르의 등을 떠밀었다. 테오도르는 어색하게 레온과 아이들이 놀고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이들이 먼저 테오도르를 알아보고 뛰어왔다. 레온은 자신의 아버지임에도 어색하게 바라만 보고 있었다. 테오도르는 그에게 다가가 어색하게 머리를 쓰다듬고 말했다."아픈 곳은 없느냐?"무뚝뚝하고 서툴기 짝이없는 질뭉이었다. 레온은 잠시 그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테오도르는 잠시 말을 입 안에서 고르고 말했다."너는 누가 뭐래도 내 아들이다.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단다. 그리고 네가 들은 모든 것들은 네 잘못이 아니고 어른들의 못난 부분 떄문이지. 그러니 그 일로 네가 마음 쓸 이유는 없다."레온은 가만히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아까 간신히 멈췄던 눈물이 다시 고이는 듯 했다. 테오도르의 뒤에서 부자의 대화를 바라보던 엘레노어는 다가와서 레온을 다시 품에 안아주었다. 따스한 체온이 느껴지자 삼키려던 눈물이 다시 터져나왔다. 8살 정도의 아이가 그런 일이 있을 때 우는 건 당연했지만 상황은 아이를 제대로 울지 못하게 만들었나보다. 한참을 흐느낀 레온의 울음이 잦아들자 막내인 엘레나가 다가와 그의 손을 잡아 끌었다."오빠빠...가서 놀아."레온은 그 작은 손에 잡힌 채 작게 웃으며 눈물을 훔치더니 다시 아이들과 정원 한 쪽으로 사라졌다. 테오도르와 엘레노어는 그제야 티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다. 레온을 달래느라 차가 조금 식어있었다."차를 새로 올리라 할까요? 조금 식었는데.""괜찮습니다. 바로 마실 수 있어서 좋군요."
엘레노어는 허리에 감긴 무게를 느끼며 눈을 떴다. 어느새 해는 하늘 높이 떠있었고 온 몸을 짓누르는 무거운 감각은 어제의 기억을 떠오르게했다. 그의 흔적이 남은 목덜미는 이불이 스칠 때마다 흠칫할 정도였다. 옆자리에는 테오도르가 그녀를 안고 아직 잠들어 있었다.- 이렇게 늦잠을 자도 되는건가?엘레노어는 테오도르를 깨워야 하나 잠시 고민하며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일어났어요?"그 떄, 자는 줄 알았던 테오도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눈을 찡긋 뜨더니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꺠어있었네요. 이렇게 늦게까지 있어도 되나요?"엘레노어가 짐짓 엄격하게 말하자 그는 그녀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으며 말했다."글쎼...내가 아무리 게을러도 아드리안보단 나을거요."아드리안이라는 이름에 엘레노어는 헛웃음을 지었다. 한때는 그 이름만 들어도 표정관리가 되지 않았지만 며칠 전, 그가 로제린과 아드리안을 유폐한 뒤로 그의 이름을 듣는 것이 불편하지 않았다. 마음에 걸리던 것이 해결되어서 그런 것 같았다.편안한 그녀의 표정을 보자 테오도르도 짐짓만족스러운 듯 말을 이었다."무리하지 마시오. 오늘은...그냥 이렇게 쉬어도 좋소."로맨틱하거나 감미로운 말을 쏟아내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는 언제나 짧은 말에 마음을 담아서 이야기 해주었다. 지금도 그 한마디에 엘레노어가 염려하던 것들이 뒷전으로 밀리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누워만 있을수는 없었다. 철들 무렵 황태자비가 되어 평생 규칙적인 생활을 해온 엘레노어는 그의 입가에 짧게 입을 맞추고 몸을 일으켰다. 허리부터 하체까지 묵직한 기분이 들었지만 못 움직일 정도는 아니었다. 테오도르는 살짝 구겨지는 그녀의 이마를 보고 혹시나 불편한 건 아닌지 전전긍긍했다."불편한 것 같은데...좀 더 누워있지 그러십니까?""아닙
테오도르의 시선은 엘레노어를 잡아먹을 듯 훑었다. 거친 숨이 서로에게 닿으며 마치 열흘을 굶은 새끼 사자가 어미의 젖을 찾듯 움직였다. 손가락과 입술은 서로의 몸을 하나라도 더 만지겠다는 듯 움직이며 흔적을 남겼고 그 행동에 수치심이나 계산은 전혀 들어있지 않았다. 엘레노어가 그의 허리에 다리를 감고 말했다."빨리...들어와요."테오도르는 뜻대로 바로 움직이지 않았다. 손가락으로 그녀의 뺨을 쓸며, 눈가를 혀로 핥으며 속삭였다."지금?"목구멍 안쪽을 긁는 맹수의 목소리였다. 엘레노어는 대답 대신 허리를 감은 다리에 좀 더 힘을 주어 당겼다."빨리...!""제대로 말해야 해줄 건데?"테오도르는 다시 그녀을 애태우며 말했다. 그의 입술은 단단하게 솟아오른 그녀의 유두를 희롱했고 엘레노어는 허리를 비틀며 그의 것에 자신의 것을 비벼댔다."...뭘? 빨리...넣으라니까."그녀가 체면을 내려놓고 말했지만 그는 아직 멀었다는 듯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며 혀를 더욱 빠르게 놀렸다. 엘레노어의 목이 젖혀지며 바튼 신음이 들리왔고 아랫배가 축축히 젖어들었지만 그녀의 뜻대로 해주지 않았다."가슴만으로 가고 넣으면 더 조이더라고.""그런 말...좀..."엘레노어의 얼굴이 더욱 빨갛게 물들었다. 그의 말대로 가슴만으로도 가버릴 것 같았다. 엘레노어의 손이 그의 어꺠를 파고들 듯 움켜쥐었다. 허리가 파들거리며 경련했고 입에서는 더 이상 신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가슴 만으로 이렇게 느낄 수 있단 걸 그 때 알았다."하...아아...테오도르..."그녀의 반응을 느낀 테오도르가 그제서야 자신의 것을 그녀의 입구에 문질렀다. 그리고 천천히 무게를 싯자 축축히 젖은 채 다물려 있던 입구가 벌어지며 그를 맞이했다. 두 몸이 완전히 겹쳐지자 엘레노어는 지금과는 다른 반응을 보여주었다. 가만히 있어도 내벽이 떨려서 그를 저절로 움켜쥐듯 졸라댔다. 테오도르는 그 느낌이 만족스러운지 씨익 웃어보였다. 엘레노어의 피부에 소름이 끼치는 것이 느껴졌다. 추워서가 아니었다. 그는 그
복도에 칼날이 부딪치는 소리가 사라지고 로제린의 비명도 잦아들었다. 아드리안은 숨을 헐떡이며 테오도르를 바라보며 서있었다. 도망치거나 호통을 치고 싶었으나 위압감 때문인지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테오도르는 그의 앞에 서서 아무 말 없이 아드리안을 내려다 보았다."난...난 이 일에 대해 몰라."아드리안은 애써 현실을 부정했다.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고 눈동자는 불안하게 흔들렸다. 테오도르는 검을 그의 목 아래에 겨누고 그를 바라보았다. 아드리안은 덜덜 떨면서 계속 말을 이었다."로제린이...우리가 함께 지내기 위해서는 그 방법 밖에 없다고 했어. 근데...어떤 방법으로 그랬는지는 정말 몰라!"절박한 목소리로 아드리안이 외쳤다. 뒤쪽에서 북부군에 포박된 로제린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뭐라고? 지금 내 탓으로 돌리는거야? 멍청하게 나 하나 제대로 지켜주지 못한게? 이게 다 너 때문이잖아!"로제린이 악에 받친 목소리로 외치자 아드리안이 그녀를 돌아보았다. 이미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에 애정따윈 없었다."닥쳐! 다 너 때문이야. 네가 유혹하지만 않았어도.""뭐라고? 내가 널 유혹해? 야!"아드리안의 말에 화가 난 로제린이 몸을 버둥대며 덤벼들 듯 몸을 움직였다. 그러나 북부군에 의해 저지되었다. 테오도르는 두 사람의 다툼에 머리가 지끈거리는 기분이었다. 더 이상 들을 필요도 없었다. 두 사람의 혐의가 확인 된 이상 제대로 된 조사가 필요했다.그는 손짓을 하며 말했다."아드리안 황태자를...방에 유폐시키고 로제린은...감옥에 투옥시켜. 내가 친히 심문한다.""뭐...뭐라고? 심문? 미쳤어?! 내가 누군지 알아!? 날 심문한다고? 이 미친새끼야! 아드리안! 도와줘...제발...아악!"로제린이 욕을 퍼부으며 테오도르를 향애 악담을 퍼부었지만 북부군은 꿈쩍도 하지 않고 그녀를 끌고 사라졌다. 아드리안은 멍한 표정으로 별궁에 끌려가 유폐되었다. 어느정도 일이 일단락 된 듯 싶었다. 남은 건 조사다.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황제의 업무를 대리할 사람이 필요했
로제린은 끌려가는 내내 패악질을 멈추지 않았다."안돼! 놔! 아드리안! 어디있어!"북부군 병사 둘이 그녀의 양팔을 붙잡아 끌어내리는 내내 로제린은 발버둥치며 바닥에 굴렀다. 그녀는 병사의 손을 물어 뜯거나 할퀴는 걸 맘추지 않았고 발로 차기도 했지만 그들의 힘을 이겨낼 수는 없었다. 그녀의 악에 받친 목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지만 그들의 걸음은 멈추지 않았고 누구도 그녀를 돌아보지 않았다."아드리안! 아드리안! 아악!"그 때, 목이 터져라 부르던 아드리안이 복도 끝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숨을 헐떡이고 있었는데 로제린의 비명을 듣고 급히 달려온 것 같았다."무슨 짓이지? 당장 내려놓지 못해?"아드리안이 외쳤다. 그리고 그의 시선은 복도 끝에 서있는 테오도르에게 향했다. 테오도르는 그에게 천천히 다가오며 말했다."폐하, 로제린은 임신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의사가 확인 했습니다. 로제린과 짜고 거짓을 고한 의사도 처벌해야 합니다."아드리안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녀의 임신했다는 말에 속아 그동안 너무나 많은 일을 해온 것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믿어지지가 않았다. 그러나 그를 괴롭게 하는 사실은 그걸로 끝나지 않았다. 테오도르는 기다렸다는 듯이 더욱 많은 이야기를 시작했다."그리고...로제린이 폐하의 식사에 독을 넣도록 사주한 걸 알고 계셨습니까?"북부군에게 붙잡힌 채 바닥에 구르던 로제린이 눈을 치켜뜨고 외쳤다."아니에요! 아니야! 저는 아무것도 모른다고요!"아드리안의 얼굴이 더욱 심각하게 굳어졌다. 분명 그 부분은 로제린이 알아서 한다고 했고 자신도 선황제가 죽었을 때 그녀를 잠시 의심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다만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죽였는지는 아는 바가 없었다. 자칫했다가는 로제린과 함께 선황제 시해로 엮이게 된 상황이었다. 그는 어떻게든 이 사실을 부인해야 했다.아드리안은 떨리는 주먹을 다잡으며 테오도르를 노려보았다."숙부...지금...나와 로제린을 모독하는 것이 선을 넘은 걸 알고 계
회의는 없지만 회의실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다들 결단을 내린 표정이었고 그 결단을 실행하기 위해 테오도르의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을 앉아있던 그가 드디어 자리에서 일어섰을 때,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 봤다. "이제 때가 되었습니다. 로제린의 진찰을 강제로 진행합니다. 아드리안이 막으려 한다면 그 또한 무력으로 제압합니다. 이 이상 이 꼴을 지켜볼 수 는 없으니까요."테오도르가 말을 하는 그 순간 이미 북부군이 황궁을 봉쇄하고 있었다. 아드리안을 제외하고 가장 서열이 높은 테오도르의 명이었다. 또한 그의 손에는 전 황제가 서거하기 전 남긴 메모가 있었다. 꼭 아드리안이 황제가 될 필요는 없다는 서류였다. 그는 말을 이었다."로제린의 사치와 임신 여부, 그리고 전 황제 시해 등. 이 모든 것을 아드리안이 용인한 증거. 이 세가지를 공개하고 절차에 맞게 진행할 것입니다."테오도르의 말에 한 대신이 말했다."로제린이 아드리안의 별채에서 지내는 동안 전 황제께서 돌아가셨지요. 그 때, 로제린이 시녀복장을 하고 드나들었다는 의심이 있습니다. 혹시 모르죠. 그녀가 식사에 손을 댔을 지도요."그 의심은 사실이었다. 직접적인 증거는 없으나 마리가 들은 것들이 바로 그 증거였다. 마리는 결국 그들의 편에 서서 로제린을 사지로 몰아넣을 것이다. 회의실에 모인 자들의 입이 순간 다물어 졌다. 다들 알고 있던 부분이나 사안이 더욱 심각해지기 때문이다. 정적을 깨고 한 대신이 입을 열었다."그렇다면...아드리안 전하께서 황제 시해에 직접 관여하셨다는...""시해에 사용된 약물을 로제린에게 판 사람이 있네."테오도르가 입을 열었다. 대신들은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그리고 아드리안은 로제린을 얻기 위해 엘레노어를 치울 이유가 필요했지. 과연 이 모든게 로제린의 독단적인 결정이었으리라 생각하시오? 아드리안이 의심만으로 엘레노어를 몰아냈듯, 우리도 그럴 자격이 있소. 이 제국을 위해서 말이오."그의 목소리는 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