登入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올려다보자, 벽처럼 느껴지는 커다란 체구의
남자가 다정하게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굵은 목선 위로 다듬어지지 않은 수염이기 때문에실제 나이보다 조금 들어 보이지만, 반으로 묶은 은발은
야성적으로 흐트러져 남성미를 느끼게 했다.
아드리안의 퇴폐적인 아름다움과 다르게 남성적인 매력의 그를잠시 멍하게 바라본 엘레노어는 세차게 고개를 흔들며 정신을 차렸다.
"아...아니요. 대공비는 방금 도착한 것 같으니다른 부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지 않을까요?"
연회장에 오자마자 로제을 찾는 모습에서 그녀에 대한 그의 마음을알 수 있었다. 만약, 두 사람이 함께 있는 장면을 보면
분노로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
우선, 무조건 마주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엘레노어는애써 머리를 굴려 시간을 끌기로 한다.
"그런데 이런 자리에서 오랜만에 뵙는 것 같습니다. 대공님.""아시다시피 저는 이런 자리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처지니까요.
아드리안…. 아니, 황태자의 경계를 받고 있기도 하고."
테오도르는 머쓱한 미소를 지었다.그는 황제의 동생으로 아드리안 다음 순위의 황위 계승자이기도 하다.
그 탓에 스스로 전장을 떠돌아다녔고, 황궁에서 멀리 떨어진 북부 경계를
지키는 북부 대공의 자리에 올랐다. 그러던 중 출신이 한미한 로제을
만나게 됐고, 그녀가 아이를 가진 탓에 아내로 맞이하게 된 것이다.
물론, 황족이 아이가 생겼다고 해서 전부 아내로 맞이하지는 않는다.신분의 차이도 있고 여러 복잡한 문제가 있기 때문에
혼외자로 입적만 시켜도 될 일이다.
그러나 테오도르는 신분이 낮은 아내를 맞음으로 인해황위에 대한 욕심이 없다는 점을 보여주고자 전략적인 결정을 한 셈이었다.
아이가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 로제린과 테오도르는 황궁에 얼굴을비치지 않다가 최근, 그러니까 아드리안이 그녀와 잠자리를 한 그날이
로제이 황궁에 처음으로 얼굴을 비춘 날이었다.
"레온은 많이 컸겠어요. 함께 수도에 오셨나요? 편하실 때 같이 오셔서저희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게 해주시면 참 좋아할 것 같은데, 어떠세요?"
"그렇게 말씀해 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사실 로제이 북부를 지루해해서
수도에 좀 더 머무를 계획인데, 저는 먼저 돌아가 봐야 할 것 같아서요.
레온 또래의 친척들과 어울릴 기회가 생긴다면 더없이 좋을 것 같습니다.
황태자비께 부탁 좀 드려도 되겠습니까?"
테오도르는 엘레노어의 제안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북부는 춥고 척박하다. 외부의 침략에 언제나 대비해야 해서
긴장된 상태인 데다 기후 때문에 먹고 마실 것이 풍족하지도 않다.
그나마 특별한 광맥이 흐르는 탓에 자금 사정은 나쁘지 않다고 하나
로제처럼 화려한 여성이 놀러 갈 곳 하나 없는 북부를 지루해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길게 보면 레온의 장래를 생각해서라도 수도의 타운하우스에 머무르며대공의 자녀다운 교육을 받고 성장하는 것이 나을 수 있는 선택지였다.
"물론이죠. 제가 도울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겠습니다." 이로인해 로제린과 레온은 수도의 타운하우스에 좀 더 머무르게 되는상황이 만들어졌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아차 싶었다.
로제과 아드리안은 그럼 좀 더 긴 시간 밀회를 즐길 것이고
서로의 감정이 깊어질 수 있다. 그 전에 질릴 수도 있겠으나
지금까지 여자 문제는 없던 아드리안이기 때문에 그녀는 더욱 걱정스러웠다.
테오도르가 테라스에 좀 더 머무르도록 한다는 것이
오히려 남편의 불륜을 돕는 상황이 된 것이다.
순간 표정이 어두워진 엘레노어의 표정을 보자테오도르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그런데...아까부터 표정이 좋지 않으시군요.혼자 테라스에 나와계시고. 걱정거리라도 있으신 겁니까?"
엘레노어는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입술만 달싹였다. "당신의 아내와 제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있어요."라고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그녀는 테오도르를 난처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한참은 작은 키의 그녀를 내려다보는 표정에는 걱정과 진심이 담겨 있었다.
어디가 아픈지 좀 더 살펴보려는 듯 얼굴이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오자
그의 얼굴을 처음으로 제대로 볼 수 있었다.
북부의 산악지대를 닮은 회색 눈동자가 달빛을 받아 그윽하게 반짝였고,
다정함과 야성미가 공존하는 강인한 턱선과 입매는 시선을 뗄 수 없었다.
낯선 남성미에 반응해서일까,자기도 모르게 멍하니 바라보던 그녀는 곧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별일…. 아닙니다." 가까워진 거리에서 차가운 겨울바람 같은 체취가 느껴졌다.대답하는 목소리가 원치 않게 갈라져 나왔다.
입안이 마르는 것 같기도 하고 얼굴에 열이 오르는 걸 애써 숨기려 고개를 숙이자
테오도르는 더욱 가까이 다가와 그녀의 얼굴을 살폈다.
"얼굴이 빨간데 혹시 어디 편찮으신건..." 그의 시선은 달빛처럼 그녀의 얼굴에 내려앉았다.어쩔 줄 몰라 하며 한참을 망설이더니 엘레노어의 이마에 커다란 손이 닿았다.
깜짝 놀란 엘레노어는 움찔하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테오도르 입장에서는 아픈 조카며느리의 체온을 확인하려는 행동이었으나
그녀는 숨 쉬는 것을 잠시 잊을 정도였다.
검을 잡는 손은 거칠었지만 놀랍게도 따뜻했다.밀어내거나 도망쳐야 하는 상황임에도 엘레노어는 꼼짝도 못 한 채 그를 바라보았다.
"열은 없는 것 같은데..." 확인했으면 손을 바로 떼야겠지만 손은 아직 그녀의 이마에 머물러있었다.그리고 달빛을 닮은 눈동자는 그녀가 뚫어져라 바라보더니 곧 손을 거두었다.
그제야 엘레노어는 제대로 숨을 쉴 수 있었다.
"목이...마르네요. 한잔해야 겠습니다." 그녀는 핑계를 대며 빠른 걸음으로 홀로 돌아갔다.도망치듯 사라지는 뒷모습을 쫓는 테오도르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애써 무시한 채 지나가는 하인이 나누어주는 샴페인을 받아 들이켰다.
여전히 술은 익숙하지 않아 식도가 타들어 가는 것 같았지만
청량한 기포의 감촉에 기분이 조금 나아지는 듯했다.
"하아." 크게 심호흡하고 홀을 둘러보자, 어디에도 아드리안과 로제린은 보이지 않았다.자신의 마음을 짓누르는 가장 큰 돌덩어리임에도 잠시나마 잊었단 사실이 신기했다.
엘레노어는 문들 자신의 얼굴 상태를 확인하고 싶어졌다.
테오도르가 얼굴에 열이 있는 것 같이 보였다고 하니
화장을 고칠 필요가 있었다.
"볼터치가 너무 붉었나?"
그녀는 이동하면서도 인사를 건네는 귀족들과 가벼운 대화를 나누며
황태자비의 의무를 다했다.
그렇게 파우더룸 문 앞에 다다랐을 때, 안쪽에서 낯익은 소리가 들려왔다.
자기도 모르게 자리를 피하지 않고 그 소리에 집중하자
좀 더 또렷한 소리가 들렸다.
"...들...어""하앙-!"
분명히 익숙한 목소리다. 평소보다 낮은 아드리안의 목소리.침대에서 그는 평소보다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듯이 말한다.
그리고 지금그 목소리를 닮은 누군가가
자신이 아닌 누군가에게
밀어를 속삭이고 있었다.
문을 열까말까 고민하며 손을 떨던 엘레노어의 손이
마침내 문고리를 잡았던 그때였다.
누군가 그녀의 등 뒤에서 손을 낚아챘다.
6화부터는 유료분 입니다. 유료분은 매 주 월-금 연재되며 회당 분량이 더욱 많아질 예정이에요!
엘레노어는 오랜만에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이들도 즐거워보였고 테오도르와의 티타임은 더할나위 없었다. 그러나 티테이블의 평온이 깨진 것은, 북부군 전령이달려와 테오도르에게 밀서를 올리는 순간 전부 꺠졌다."보고드립니다. 죄수 로제린, 간수 유혹하여 탈옥을 시도. 적발. 그리고… 황태자 전하, 유폐 중 외부 밀서를 작성. 반역 선동 혐의가 추가되었습니다."테오도르는 찻잔을 탁 소리가 나게 내려놓았다. 엘레노어의 손가락이 잔 손잡이에서 잠깐 굳었다. 차향은 그대로인데, 공기가 먼저 식는 느낌이었다. 테오도르는 말없이 받아든 밀서를 펼쳤다."여전히...서툴고, 다급하고, 어리석군."아드리안의 글씨체 그대로였다."군을 일으켜… 수도 동문을 압박하라…"눈동자가 한 줄 한 줄 내려갈수록, 턱에 힘이 들어갔다."황제가 될 뻔한 자가 궁지에 몰렸다고... 제국을 팔아먹겠다고?"목소리가 낮아질수록 주위가 얼어붙었다. 주변의 시종들이 숨을 죽였다. 엘레노어는 그의 옆얼굴을 보았다. 분노라기보다, 배신당한 사람의 차가운 정적에 가까웠다. 테오도르는 엘레노어의 시선을 느끼고 날카로움을 조금 누그러 뜨렸다."심문은요?"엘레노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앞당길 겁니다. 다만 지금은…"테오도르가 밀서를 접으며 목소리를 낮췄다."엘레노어, 로제린을 먼저 봐 주시겠습니까."엘레노어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제가요?""당신이... 그 여자를 제일 잘 아니까. 여자대 여자로."그가 잠깐 말을 고르다, 다정하면서도 진지하게 이었다."그녀라면 분명 레온을 언급할겁니다. 당신이 먼저 선을 그어 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들어가면… 감정을 조절하지 못할까 봐 걱정이 돼서요."그 말에 엘레노어의 가슴이 잠깐 철렁했다. 테오도르의 분노는 언제나 조용했고, 그래서 더 무서웠다. 그러나 그녀를 향한 목소리와 손길에는 그런게 담긴 적이 없다. 그런 그가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기 어렵다고 하다니. 그녀는 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다만… 아이들에겐 아직 말하
별궁 동편 유폐실의 창은 쇠빗장이 가로지른 채였다.바깥에는 북부군 근위 둘이 교대로 섰고, 식사는 하루 세 번, 문 틈으로만 들어왔다. 편지도, 면회도, 어떤 대화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드리안은 유폐 이틀째부터 식판 소리로 시간의 흐름을 유추했다. 그리고 발자국 소리로 경비의 교대 시간 또한 파악할 수 있었다.로제린은 이미 버린 패였다. 임신 소식이 거짓이라는 것, 그걸 이유로 이 판을 짰는데 모두 망쳤다. 전부 다 그녀의 탓으로 돌리는 중이었다. 자신이 이 끔찍한 유폐실을 벗어난다 하더라도 몸뚱이 빼고 전혀 쓸모없는 저런 짐짝을 끌고 동부로 갈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필요한 건 군과 명분, 그리고 자기 몸 하나뿐이었다.그는 나름 머리를 짜냈다. 자신에게 음식을 갖다주는 자들 중 자신이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을 찾기로 말아다. 그게 바로 마르셀이다. 동부 영주 가문에서 궁으로 올려 보낸 하인으로, 아드리안의 유년기부터 곁을 지킨 얼굴이었다. 테오도르가 섭정이 된 후에도 그는 유폐실 배식 당번으로 남았다.아드리안은 사흘을 기다려, 감찰관이 복도 끝으로 물러나는 틈에 수프 그릇을 밀쳐 내며 속삭였다."마르셀. 네 동생은 아직 하벨트 영지에서 마구간을 쓰지."마르셀의 손가락이 쟁반 가장자리에서 하얗게 질렸다."전하, 감찰이""감찰은 내가 푼다. 네가 할 일은 쪽지 하나야. 거절하면 네 이름부터 감찰에게 고할것이다. 네가 유폐실에 나와 무슨 대화를 나누었는지 말이지."아드리안은 익숙하게 협박을 흘렸다. 아드리안은 품에서 은화 세 닢을 꺼내 식판 밑에 밀어 넣었다."이건 착수금이다. 성공하면 동부에서 네 가족의 인생이 바뀔만한 금액을 쥐어주지."은화를 받아든 마르셀은 결국 고개를 숙였다. 아드리안은 그제야 식판을 도로 끌어당겨, 아무 일도 없던 척 식사를 시작했다.그날 밤, 그는 방안을 뒤져 남은 종이 짜투리에 짧은 메시지를 적었다. 필기구가 지급되지 않은 탓에 잉크는 등잔 심지 그을음과 식초, 침을 섞은 것이었다.황태자로서의 모든 걸 압수당한
"당신은 밤에는 누구보다 거칠지만 여기...내면은 누구보다 따뜻한 사람인 거 알아요?"엘레노어가 테오도르의 귓가에 속삭였다. 손가락으로 가슴을 콕콕 찌르는 그녀의 장난스러운 손길에 그는 저절로 미소를 지었다."레온과 인사부터 하세요. 오랜만에 보지 않아요?"그녀는 테오도르의 등을 떠밀었다. 테오도르는 어색하게 레온과 아이들이 놀고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이들이 먼저 테오도르를 알아보고 뛰어왔다. 레온은 자신의 아버지임에도 어색하게 바라만 보고 있었다. 테오도르는 그에게 다가가 어색하게 머리를 쓰다듬고 말했다."아픈 곳은 없느냐?"무뚝뚝하고 서툴기 짝이없는 질뭉이었다. 레온은 잠시 그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테오도르는 잠시 말을 입 안에서 고르고 말했다."너는 누가 뭐래도 내 아들이다.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단다. 그리고 네가 들은 모든 것들은 네 잘못이 아니고 어른들의 못난 부분 떄문이지. 그러니 그 일로 네가 마음 쓸 이유는 없다."레온은 가만히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아까 간신히 멈췄던 눈물이 다시 고이는 듯 했다. 테오도르의 뒤에서 부자의 대화를 바라보던 엘레노어는 다가와서 레온을 다시 품에 안아주었다. 따스한 체온이 느껴지자 삼키려던 눈물이 다시 터져나왔다. 8살 정도의 아이가 그런 일이 있을 때 우는 건 당연했지만 상황은 아이를 제대로 울지 못하게 만들었나보다. 한참을 흐느낀 레온의 울음이 잦아들자 막내인 엘레나가 다가와 그의 손을 잡아 끌었다."오빠빠...가서 놀아."레온은 그 작은 손에 잡힌 채 작게 웃으며 눈물을 훔치더니 다시 아이들과 정원 한 쪽으로 사라졌다. 테오도르와 엘레노어는 그제야 티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다. 레온을 달래느라 차가 조금 식어있었다."차를 새로 올리라 할까요? 조금 식었는데.""괜찮습니다. 바로 마실 수 있어서 좋군요."
엘레노어는 허리에 감긴 무게를 느끼며 눈을 떴다. 어느새 해는 하늘 높이 떠있었고 온 몸을 짓누르는 무거운 감각은 어제의 기억을 떠오르게했다. 그의 흔적이 남은 목덜미는 이불이 스칠 때마다 흠칫할 정도였다. 옆자리에는 테오도르가 그녀를 안고 아직 잠들어 있었다.- 이렇게 늦잠을 자도 되는건가?엘레노어는 테오도르를 깨워야 하나 잠시 고민하며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일어났어요?"그 떄, 자는 줄 알았던 테오도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눈을 찡긋 뜨더니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꺠어있었네요. 이렇게 늦게까지 있어도 되나요?"엘레노어가 짐짓 엄격하게 말하자 그는 그녀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으며 말했다."글쎼...내가 아무리 게을러도 아드리안보단 나을거요."아드리안이라는 이름에 엘레노어는 헛웃음을 지었다. 한때는 그 이름만 들어도 표정관리가 되지 않았지만 며칠 전, 그가 로제린과 아드리안을 유폐한 뒤로 그의 이름을 듣는 것이 불편하지 않았다. 마음에 걸리던 것이 해결되어서 그런 것 같았다.편안한 그녀의 표정을 보자 테오도르도 짐짓만족스러운 듯 말을 이었다."무리하지 마시오. 오늘은...그냥 이렇게 쉬어도 좋소."로맨틱하거나 감미로운 말을 쏟아내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는 언제나 짧은 말에 마음을 담아서 이야기 해주었다. 지금도 그 한마디에 엘레노어가 염려하던 것들이 뒷전으로 밀리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누워만 있을수는 없었다. 철들 무렵 황태자비가 되어 평생 규칙적인 생활을 해온 엘레노어는 그의 입가에 짧게 입을 맞추고 몸을 일으켰다. 허리부터 하체까지 묵직한 기분이 들었지만 못 움직일 정도는 아니었다. 테오도르는 살짝 구겨지는 그녀의 이마를 보고 혹시나 불편한 건 아닌지 전전긍긍했다."불편한 것 같은데...좀 더 누워있지 그러십니까?""아닙
테오도르의 시선은 엘레노어를 잡아먹을 듯 훑었다. 거친 숨이 서로에게 닿으며 마치 열흘을 굶은 새끼 사자가 어미의 젖을 찾듯 움직였다. 손가락과 입술은 서로의 몸을 하나라도 더 만지겠다는 듯 움직이며 흔적을 남겼고 그 행동에 수치심이나 계산은 전혀 들어있지 않았다. 엘레노어가 그의 허리에 다리를 감고 말했다."빨리...들어와요."테오도르는 뜻대로 바로 움직이지 않았다. 손가락으로 그녀의 뺨을 쓸며, 눈가를 혀로 핥으며 속삭였다."지금?"목구멍 안쪽을 긁는 맹수의 목소리였다. 엘레노어는 대답 대신 허리를 감은 다리에 좀 더 힘을 주어 당겼다."빨리...!""제대로 말해야 해줄 건데?"테오도르는 다시 그녀을 애태우며 말했다. 그의 입술은 단단하게 솟아오른 그녀의 유두를 희롱했고 엘레노어는 허리를 비틀며 그의 것에 자신의 것을 비벼댔다."...뭘? 빨리...넣으라니까."그녀가 체면을 내려놓고 말했지만 그는 아직 멀었다는 듯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며 혀를 더욱 빠르게 놀렸다. 엘레노어의 목이 젖혀지며 바튼 신음이 들리왔고 아랫배가 축축히 젖어들었지만 그녀의 뜻대로 해주지 않았다."가슴만으로 가고 넣으면 더 조이더라고.""그런 말...좀..."엘레노어의 얼굴이 더욱 빨갛게 물들었다. 그의 말대로 가슴만으로도 가버릴 것 같았다. 엘레노어의 손이 그의 어꺠를 파고들 듯 움켜쥐었다. 허리가 파들거리며 경련했고 입에서는 더 이상 신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가슴 만으로 이렇게 느낄 수 있단 걸 그 때 알았다."하...아아...테오도르..."그녀의 반응을 느낀 테오도르가 그제서야 자신의 것을 그녀의 입구에 문질렀다. 그리고 천천히 무게를 싯자 축축히 젖은 채 다물려 있던 입구가 벌어지며 그를 맞이했다. 두 몸이 완전히 겹쳐지자 엘레노어는 지금과는 다른 반응을 보여주었다. 가만히 있어도 내벽이 떨려서 그를 저절로 움켜쥐듯 졸라댔다. 테오도르는 그 느낌이 만족스러운지 씨익 웃어보였다. 엘레노어의 피부에 소름이 끼치는 것이 느껴졌다. 추워서가 아니었다. 그는 그
복도에 칼날이 부딪치는 소리가 사라지고 로제린의 비명도 잦아들었다. 아드리안은 숨을 헐떡이며 테오도르를 바라보며 서있었다. 도망치거나 호통을 치고 싶었으나 위압감 때문인지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테오도르는 그의 앞에 서서 아무 말 없이 아드리안을 내려다 보았다."난...난 이 일에 대해 몰라."아드리안은 애써 현실을 부정했다.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고 눈동자는 불안하게 흔들렸다. 테오도르는 검을 그의 목 아래에 겨누고 그를 바라보았다. 아드리안은 덜덜 떨면서 계속 말을 이었다."로제린이...우리가 함께 지내기 위해서는 그 방법 밖에 없다고 했어. 근데...어떤 방법으로 그랬는지는 정말 몰라!"절박한 목소리로 아드리안이 외쳤다. 뒤쪽에서 북부군에 포박된 로제린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뭐라고? 지금 내 탓으로 돌리는거야? 멍청하게 나 하나 제대로 지켜주지 못한게? 이게 다 너 때문이잖아!"로제린이 악에 받친 목소리로 외치자 아드리안이 그녀를 돌아보았다. 이미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에 애정따윈 없었다."닥쳐! 다 너 때문이야. 네가 유혹하지만 않았어도.""뭐라고? 내가 널 유혹해? 야!"아드리안의 말에 화가 난 로제린이 몸을 버둥대며 덤벼들 듯 몸을 움직였다. 그러나 북부군에 의해 저지되었다. 테오도르는 두 사람의 다툼에 머리가 지끈거리는 기분이었다. 더 이상 들을 필요도 없었다. 두 사람의 혐의가 확인 된 이상 제대로 된 조사가 필요했다.그는 손짓을 하며 말했다."아드리안 황태자를...방에 유폐시키고 로제린은...감옥에 투옥시켜. 내가 친히 심문한다.""뭐...뭐라고? 심문? 미쳤어?! 내가 누군지 알아!? 날 심문한다고? 이 미친새끼야! 아드리안! 도와줘...제발...아악!"로제린이 욕을 퍼부으며 테오도르를 향애 악담을 퍼부었지만 북부군은 꿈쩍도 하지 않고 그녀를 끌고 사라졌다. 아드리안은 멍한 표정으로 별궁에 끌려가 유폐되었다. 어느정도 일이 일단락 된 듯 싶었다. 남은 건 조사다.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황제의 업무를 대리할 사람이 필요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