ログイン민 대표는 웃으며 말했다.“에블린 씨도 오늘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얼른 들어가 푹 쉬세요.”“네.”연지아는 강현수와도 인사를 나눴다.성유원도 송나겸과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눈 뒤 두 사람은 연회장을 나섰다.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하자 성유원이 연지아가 들고 있던 쇼핑백과 가방을 받아 들었다.“내가 들게.”연지아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그는 이미 자연스럽게 물건을 가져갔다. 연지아는 옆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마침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가자.”연지아는 시선을 거둔 채 더는 따질 마음도 없어 조용히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성유원도 뒤따라 들어왔고 두 사람은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차에 오른 뒤 돌아가는 길에 성유원은 오늘 행사에 대해 몇 가지를 물었다. 연지아도 업무와 관련된 이야기만 간단히 답했다.그 이후로는 차 안에 긴 침묵만이 이어졌다.40분 뒤, 롤스로이스는 오션빌리지 별장 지하주차장에 도착했다.시차 적응이 아직 되지 않은 성시하는 비행기에서도 내내 잠을 잔 탓에 혼자 침대에 누워 인형을 만지작거리며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문이 열리자 성시하는 고개를 돌려 바라봤다. 아이는 엄마를 발견한 순간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며 기쁜 목소리로 외쳤다.“엄마!”연지아는 얼른 다가갔다.성시하는 푹신한 침대 위를 뛰어오다 발을 헛디뎌 그대로 넘어질 뻔했다. 연지아는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아이를 붙잡으며 말했다.“조심해야지.”성시하는 곧바로 다시 일어나 엄마 품으로 와락 안겼다.매일 엄마와 연락은 했지만 막상 얼굴을 보니 정말 오래 떨어져 있었던 것처럼 반가움이 밀려왔다. 연지아는 성시하를 꼭 안은 채 작은 머리를 쓰다듬었고 눈빛에는 따뜻한 애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성유원은 문가에 서서 다정하게 안겨 있는 모녀를 바라봤다. 그는 두 사람을 방해하지 않고 조용히 문손잡이를 잡아 문을 살며시 닫았다.연지아가 씻고 나온 뒤 성시하는 손에 작은 상자를 들고 있었다. 포장만 봐도 전문가가 한 것이 아니라 직접 포장한 것이 분명했다.“시하
“신어 봐.”연지아는 이미 감정을 추스른 뒤 두 손으로 플랫슈즈를 받아 들었다.강현수는 연지아가 벗은 하이힐을 신발 상자에 넣어 쇼핑백에 담고는 그녀가 신발을 신는 모습을 보며 물었다.“잘 맞아?”연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잘 맞아요.”성유원은 말없이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송나겸이 몸을 돌려 성유원에게 말했다.“유원아, 잠깐 얘기 좀 하자.”성유원은 시선을 거둬 송나겸을 바라봤다. 이내 두 사람은 함께 자리를 옮겼다.“공항에서 바로 온 거야?”송나겸이 묻자 성유원은 짧게 대답했다.“응.”성유원은 성시하를 집에 데려다준 뒤 곧장 이곳으로 왔다. 송나겸은 걸음을 멈추고 옆으로 성유원을 바라봤다.“방금 네 행동은 서로 사랑하는 연인이나 부부에게나 어울리는 거야. 그렇지 않으면 상대방은 불편하게만 느낄 뿐이지.”성유원은 입꼬리를 살짝 올린 채 옆에 있던 와인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부부 사이인데, 뭐가 문제지?”송나겸은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린 채 더는 대답하지 않았다.공기가 2초가량 조용히 가라앉았다. 성유원은 손가락으로 와인잔을 천천히 굴리며 흔들리는 와인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강현수랑 협력할 생각이야?”송나겸은 담담하게 답했다.“좋은 기회가 있다면 협력 못 할 이유도 없지.”성유원은 다시 와인을 한 모금 마신 뒤 먼 곳을 바라보며 무심한 목소리로 말했다.“협력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군.”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다시 침묵에 빠졌다. 두 사람을 둘러싼 공기마저 한층 무겁게 가라앉았다.강현수가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이 노설윤이 연지아를 찾아왔다.“오늘 직접 보니까 선배님의 실력이 정말 대단하네요. 의견 하나하나가 정말 인상적이었고, 그렇게 많은 거물들 앞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으시는 모습이 정말 대단했어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더라고요.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앞으로는 저도 선배님께 많이 배워야겠어요.”연지아는 노설윤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미소 지었다.“노설윤 씨 입에서
노설윤과 운성 그룹 임원들이 성유원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성 대표님.”성유원은 그들을 바라보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행사 내용은 노설윤이 정리해 상세 보고서로 제출할 예정이었다.두 임원은 성유원과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중 한 사람이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오늘 송 대표와 강 대표가 토론하는 걸 보니 의견이 유난히 잘 맞더군요.”오늘 토론에서 강현수의 전문적인 견해에 대해 송나겸은 거의 전적으로 동의하며 그의 의견을 적극 지지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두 사람 사이에 긴밀한 협력 관계라도 있는 줄 알 정도였다.운성 그룹 입장에서는 송나겸의 그런 태도가 자사와 성 대표의 체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행동처럼 보였다.성유원은 그 말을 듣고도 잘생긴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지 않았다. 그저 시선을 들어 세 사람이 있는 쪽을 바라보더니 곧바로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눈에 띄게 뛰어난 성유원의 존재감은 어디를 가든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연지아도 단번에 사람들 사이에서 그의 훤칠한 모습을 발견했다.송나겸은 다가오는 성유원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돌아왔네.”“응.”성유원은 가볍게 대답했지만 그의 시선은 곧장 연지아에게 향했다. 천천히 아래로 내려간 시선은 그녀의 발에 멈췄다.다음 순간, 성유원은 아무런 예고도 없이 한쪽 무릎을 꿇고 연지아의 앞에 앉더니 손을 뻗어 연지아의 발목을 단단히 감싸 쥐었다.갑작스러운 행동에 연지아는 그대로 몸이 굳어 버렸다. 눈을 크게 뜬 그녀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성유원, 뭐 하는 거야?”연지아는 본능적으로 발을 빼려 했지만 성유원의 손힘이 너무 강해 빠져나올 수 없었다.그녀의 발은 그대로 들려 올라갔다. 희고 가느다란 발목은 그의 손안에 완전히 감겼고 정갈하게 다듬어진 발톱에는 누드톤 매니큐어가 발라져 있었다.성유원은 사람들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연지아의 발을 자신의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뒤꿈치에는 반창고가 붙어 있었고 까져 붉게 부어오른 피부가 가장자리로 선명
송나겸이 행사에 참석한 것은 전혀 의외가 아니었다. 그가 모습을 드러내자 많은 사람들이 먼저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이번 이 씨 집안 사건을 계기로 모두가 송나겸의 수완과 결단력을 똑똑히 보게 된 것이다.송나겸은 사람들과 인사를 마친 뒤 곧바로 강현수와 연지아가 있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이내 두 사람에게 걸어왔다. 그는 먼저 운성 그룹 관계자들과 악수를 나눈 뒤 강현수와 연지아를 향해 말했다.“강 대표님, 에블린 씨.”강현수도 그와 악수하며 인사했다.“송 대표님.”두 사람은 나눌 이야기가 있는 듯했고 운성 그룹 사람들은 먼저 자리를 비켰다. 그중 한 임원이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보며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이상하지 않아요? 송나겸 대표와 강현수 대표가 꽤 가까워 보이는데요.”송나겸은 성유원과 각별한 사이인 만큼 원래라면 영은 사람들과 이렇게 가까울 이유가 없었다.다른 사람이 고개를 저었다.“글쎄요. 그냥 이야기만 나누는 걸 수도 있죠.”행사는 오후 5시 30분쯤까지 이어졌고 전체 일정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것은 단연 송나겸의 연설이었다.사람이 어떻든 간에 사업가로서의 능력만큼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었다. 사적인 감정을 모두 내려놓는다면 연지아 역시 그의 능력만큼은 진심으로 높이 평가했다.인터뷰도 무난하고 자연스럽게 마무리됐다.행사가 끝난 뒤 민 대표가 연지아와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물었다.“에블린 씨, 혹시 송 대표와 개인적으로도 아는 사이예요?”연지아가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왜 그렇게 생각하시죠?”민 대표는 솔직하게 말했다.“송 대표가 에블린 씨를 대하는 태도가 예전보다 훨씬 부드러워졌더군요. 작년에 인터뷰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르거든요.”지난해 연지아는 공개석상에서 송나겸과 성유원 두 사람 모두를 난처하게 만들었다.비록 뒤에 강현수가 있었지만 그것만으로 업계의 거물 두 사람을 동시에 적으로 돌릴 만큼 든든한 배경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보통 사람이라면 이미 업계에서 설 자리를 잃었
김미현은 탁자 위의 찻잔을 들어 손끝으로 잔 가장자리를 천천히 문지르며 실망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지금은 힘이 생겼다고 날개가 단단해졌다고 생각하니까 유원이 앞에서도, 성씨 가문 앞에서도 저렇게 강하게 나오는 거겠지.”오미란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유원 도련님도 연지아 씨와 쉽게 이혼하실 것 같지는 않습니다.”김미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이번에 유원이가 테리스에서 시하 생일잔치를 열면서 사람들 앞에서 연지아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인정했잖니. 국내에서는 큰 화제가 되지 않았지만 그것만 봐도 애초에 이혼할 생각이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세상일은 정말 알 수가 없구나. 그때 두 사람을 깔끔하게 이혼시켰더라면 지금처럼 골치 아픈 일도 없었을 텐데.”김미현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연지아가 순종하지 않는다는 점도, 유원 곁에서 얌전히 있지 않는다는 점도 아니었다.이번 이씨 가문 사건처럼 큰 소동이 한 번 있었던 이상 앞으로도 연지아가 성유원이나 성씨 가문의 명예를 해칠 일을 벌이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었다. 그것이야말로 그녀가 가장 우려하는 일이었다.연지아는 차에 올라 성씨 가문 본가를 떠났다.김미현이 오늘 자신을 불러 한 말이 경고였다는 사실을 연지아가 모를 리 없었다. 결국 김미현은 자신이 앞으로 성유원이나 성씨 가문의 명예를 해칠 만한 일을 저지를까 봐 걱정하고 있는 것이었다.그들에게는 가문의 명예가 무엇보다 중요했고 그 외의 사람이나 일은 모두 그다음이었다.그 생각이 들자 연지아의 입가에는 비웃음 같은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명문가라는 곳도 결국은 이기적이고 위선적인 사람들의 집합일 뿐이었다.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했다. 지금의 성씨 가문에는 성유원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그때 휴대전화가 진동했다. 연지아는 가방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확인했다.성유원에게서 걸려온 전화였고 전화를 받아 귀에 댄 채 담담하게 말했다.“여보세요.”성유원이 물었다.“오늘 본가에 다녀왔어?”
연지아는 아무 말 없이 침묵을 지켰다.김미현은 연지아를 바라보며 차분하지만 피할 수 없는 압박감을 담은 목소리로 물었다.“오늘은 너와 유원이 사이의 일에 대해 네 진심을 직접 들어보고 싶구나. 너는 대체 어떻게 생각하고 있니?”연지아는 김미현의 시선을 마주하며 말했다.“할머니께서 제 생각을 따로 물어봐 주실 줄은 몰랐네요. 영광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정말 제 생각이 궁금해서 물으시는 건가요, 아니면 이미 어떤 결정을 내려두신 건가요?”연지아는 자신의 위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김미현에게 자신의 생각은 본래 중요하지 않은 것이었다.김미현의 눈빛이 한층 깊어졌다.“유원이와 너 사이의 일은 이제 내가 할머니라고 해서 함부로 끼어들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이씨 가문 일만큼은... 지아야, 사실 너는 유원이 직접 그 일을 처리해 주기를 바랐던 거지?”연지아는 김미현을 바라봤다.그날 석씨 가문에서 벌어진 일은 김미현도 이미 모두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명문가를 이끄는 안주인인 김미현이 여자의 속마음을 모를 리 없었다.연지아는 부인하지 않았다.“맞아요. 이나린 씨를 알아본 순간부터 전 성유원이 제 앞에서 어떻게 행동할지 보고 싶었어요. 저와의 결혼을 지키기 위해 정말 이씨 가문과 등을 돌릴 수 있는지 말이에요. 하지만 결국 제가 저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했고 성유원을 너무 과소평가했더군요.”성유원은 분명 그녀의 의도를 눈치챘을 것이다. 하지만 성유원은 결코 누군가에게 움직여지는 사람이 아니었다.언제나 높은 곳에서 모든 것을 통제하는 사람, 그만큼 자의식이 강한 사람이었고 누구도 성유원을 바꿀 수 없었다.그때 성유원이 이나린의 일을 직접 처리했더라면 어쩌면 성시하를 위해 지금의 결혼을 계속 이어가는 것도 생각해 봤을 것이다.하지만 그런 일은 끝내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뜻밖에도 그녀를 감싸준 사람은 송나겸이었다.김미현이 입을 열었다.“연지아, 지금의 너는 분명 충분한 자본을 갖춘 여자다. 젊음도, 아름다움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