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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화

Author: 해월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1-02 22:32:04

***

예린은 서재에 들어서자마자 군영의 전령을 알아보았다.

전날 주무결의 곁에서 부상병을 옮기던 군사였고, 그가 들고 있는 기록을 보는 순간 새로운 환자가 생겼음을 짐작했다.

서진은 그녀에게 깊이 예를 갖춘 뒤 환자의 상태를 설명했다.

“보급 창고가 무너지면서 병사 하나가 다리를 오래 짓눌렸습니다. 구조 뒤에도 통증과 부종이 심해지고 발끝의 감각이 둔해졌습니다.”

예린의 얼굴에서 피로한 기색이 사라졌다.

“다친 지 얼마나 지났습니까?”

“오늘 새벽입니다.”

“발가락은 움직일 수 있습니까? 맥은 확인했습니까?”

서진은 군의가 적어 보낸 기록을 내밀었다.

예린은 종이를 펼쳐 들었고, 짧은 기록 속에 적힌 위험한 징후들을 차례로 살폈다. 특히 점점 심해지는 통증과 팽팽한 종아리, 감각 저하가 마음에 걸렸다.

오랫동안 근육이 눌린 뒤에는 손상된 근육 자체가 문제를 일으킬 수 있었다. 근육이 부으면서 주변 조직 안의 압력이 높아지면 혈액 공급이 더 나빠질 수도 있었다.

그리고 짙어진 소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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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림받은 왕비는 천하제일 의원이었다   48화

    ***예린은 서재에 들어서자마자 군영의 전령을 알아보았다.전날 주무결의 곁에서 부상병을 옮기던 군사였고, 그가 들고 있는 기록을 보는 순간 새로운 환자가 생겼음을 짐작했다.서진은 그녀에게 깊이 예를 갖춘 뒤 환자의 상태를 설명했다.“보급 창고가 무너지면서 병사 하나가 다리를 오래 짓눌렸습니다. 구조 뒤에도 통증과 부종이 심해지고 발끝의 감각이 둔해졌습니다.”예린의 얼굴에서 피로한 기색이 사라졌다.“다친 지 얼마나 지났습니까?”“오늘 새벽입니다.”“발가락은 움직일 수 있습니까? 맥은 확인했습니까?”서진은 군의가 적어 보낸 기록을 내밀었다.예린은 종이를 펼쳐 들었고, 짧은 기록 속에 적힌 위험한 징후들을 차례로 살폈다. 특히 점점 심해지는 통증과 팽팽한 종아리, 감각 저하가 마음에 걸렸다.오랫동안 근육이 눌린 뒤에는 손상된 근육 자체가 문제를 일으킬 수 있었다. 근육이 부으면서 주변 조직 안의 압력이 높아지면 혈액 공급이 더 나빠질 수도 있었다.그리고 짙어진 소변.그것은 단순한 타박상으로 넘길 수 없는 징후였다.“환자를 직접 봐야 합니다.”예린이 말하자 주경헌이 비웃었다.“역시 그렇게 나오는구나.”예린은 그를 돌아보았다.“왕야, 환자는 다리를 잃을 수도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생명까지 위험해질 수 있고요.”“네가 가면 반드시 살릴 수 있느냐?”“그런 약속은 할 수 없습니다.”“그렇다면 왜 가겠다는 것이냐?”예린은 기록을 접었다.“제가 가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더 정확히 판단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시간이 중요합니다.”경헌은 왕실 공문을 집어 들었다.“이 종이 한 장이 있으면 내 명을 거슬러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냐?”예린은 공문에 찍힌 인장을 바라보았다.“왕실에서 허락한 의료 협조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제가 결정할 일입니다.”“내 아내가 무슨 일을 할지 내가 결정할 수 없다는 말이냐?”예린은 잠시 침묵했다.서재 문 앞에는 호위들이 서 있었고, 창가에는 집사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 버림받은 왕비는 천하제일 의원이었다   47화

    “왕실에 정식으로 청원서를 올려라. 군영의 중상 환자를 위한 임시 의료 협조다. 왕비의 신분을 빌려 달라는 것이 아니라, 의술을 가진 사람의 협력을 구하는 것이라고 분명히 적어라.”***태복은 처음 한동안 이를 악물고 버텼지만 정오가 가까워지자 상태가 달라졌다.종아리의 통증은 더욱 심해졌고 발끝을 건드려도 감각이 흐릿했다. 군의가 조심스럽게 발가락을 움직여 보려 하자 태복은 침상을 움켜쥔 채 목이 터져라 비명을 질렀다.“그만…… 제발, 그만 만지십시오!”군의는 즉시 손을 멈췄다.태복은 식은땀에 젖어 숨을 몰아쉬었고, 입술은 바싹 말라 있었다.“다리가 불에 들어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발끝은 남의 발처럼 느껴집니다.”군의는 붓을 들어 증상을 적었다.통증 악화. 종아리 팽창. 감각 저하. 발끝 냉감.잠시 뒤에는 소변의 색까지 이상하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태복이 힘겹게 받아 낸 소변은 평소보다 훨씬 짙은 갈색을 띠었고, 군의는 그 색을 보고 얼굴을 굳혔다.오랫동안 짓눌린 근육에서 문제가 생긴 것일 수도 있었다.그는 환자에게 물을 무작정 많이 마시게 하거나 약재를 쏟아붓는 대신, 의식과 맥, 소변량의 변화를 기록하도록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통증은 줄어들지 않았고, 발끝의 감각도 돌아오지 않았다.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었다.군의는 서진에게 보고했다.“대군마마께 아뢰어 주십시오. 환자를 더 적절한 치료 시설로 옮겨야 할 것 같습니다. 다만 이동 중에도 상태가 악화될 수 있어 조심스럽습니다.”서진이 곧장 무결에게 달려갔을 무렵, 왕실에 올린 청원서의 답이 돌아왔다.임시 의료 협조를 허가한다는 공문이었다.왕실의 인장이 찍혀 있었고, 환자의 진료와 후송에 필요한 범위에서 정왕비 담예린의 협조를 허용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무결은 공문을 읽은 뒤 서진에게 건넸다.“정왕부로 가라. 왕비께서 직접 판단하실 수 있도록 환자의 상태와 요청 내용을 빠짐없이 전해라.”“정왕께서 거절하신다면 어찌하겠습니까?”무결은 공문 끝에

  • 버림받은 왕비는 천하제일 의원이었다   46화

    “말씀하십시오, 마마.”“나는 아직 몸이 성치 않다. 열이 나거나 다리의 통증이 심해지면 의원이 필요하고, 처방받은 약을 먹더라도 누가 언제 가져왔는지 확인해야 한다.”월향은 긴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네게 부탁하는 일은 왕야를 속이는 것이 아니다. 내가 아프면 아프다고 전하고, 의원이 오지 못하면 오지 못했다고 말해 주는 것이다.”예린은 잠시 숨을 골랐다.“그것만큼은 숨기지 말아다오.”월향은 한참 뒤에야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리하겠습니다.”예린은 창밖을 바라보았다.어제까지만 해도 승전의 북소리가 들렸던 담장 너머에서는 이제 갑옷이 부딪치는 소리만 들렸다. 왕부가 다시 감옥이 되었지만, 이번에는 주경헌이 미처 지우지 못한 것이 있었다.자신이 살린 병사의 이름이 군영 장부에 남아 있었고, 그 기록을 읽은 사람도 있었다.주경헌이 별채의 문은 잠글 수 있어도 이미 일어난 일까지 없앨 수는 없었다.***같은 시각, 북방군 임시 군영에서는 병사들이 무너진 보급 창고의 잔해를 치우고 있었다.밤새 내린 비로 창고 뒤편의 흙벽이 무너지면서 군량을 옮기던 병사 셋이 깔렸다. 둘은 가벼운 상처만 입고 빠져나왔지만, 마지막 병사는 무거운 목재와 흙더미에 다리가 짓눌린 채 한참 동안 움직이지 못했다.그의 이름은 장태복이었다.서른넷의 군량 운반병으로, 전쟁터에서 적과 맞서 싸운 적은 많지 않았지만 삼 년 동안 보급로를 지키며 수천 명의 병사가 굶지 않도록 식량을 나른 사람이었다.태복은 잔해에서 구조된 직후에도 의식이 또렷했다.“제 다리는 괜찮습니다. 창고 안에 남은 쌀자루부터 꺼내 주십시오.”그러나 군의가 젖은 바짓단을 걷어 올리자 그의 말이 끊겼다.종아리는 비정상적으로 부어 있었고, 피부에는 넓게 퍼진 멍과 깊은 압박 자국이 남아 있었다. 발끝은 반대쪽보다 차갑고 창백했으며, 발가락을 움직이라는 말에 태복은 이를 악물었다.“움직이려고 하면 다리가 찢어질 것 같습니다.”군의는 발등의 맥을 짚어 보았지만 분명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 버림받은 왕비는 천하제일 의원이었다   45화

    별채의 문이 잠긴 것은 새벽 종이 세 번 울린 뒤였다.복단은 마당에서 물을 길어 돌아오다가 호위들이 문 앞에 쇠빗장을 거는 모습을 발견했다. 평소라면 두 사람만 지키던 별채에 무장한 호위가 여섯이나 배치되어 있었고, 그중 둘은 창문 아래까지 지키고 있었다.“이게 무슨 짓입니까? 왕비 마마께서 아직 주무시고 계십니다.”호위장은 대답 대신 접힌 명령서를 내밀었다. 정왕의 인장이 찍힌 종이에는 왕비의 외출과 외부 의원의 출입을 금하고, 군영에서 보내는 전갈을 모두 정왕에게 먼저 보고하라는 지시가 적혀 있었다.복단은 마지막 줄을 읽다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왕비의 시녀 복단을 별채에서 분리하여 내원 잡역소로 옮길 것.“저까지 내보내겠다는 겁니까? 마마께서는 아직 혼자 걸으시기도 힘드십니다!”“왕야의 명이오.”호위장이 손짓하자 병사 하나가 복단의 팔을 붙잡았다. 복단은 물동이를 떨어뜨린 채 문으로 달려가 주먹으로 두드렸다.“마마! 마마, 일어나 보십시오!”안에서 발소리가 들리더니 잠시 뒤 예린이 지팡이를 짚고 나타났다. 그러나 문짝은 쇠빗장에 걸려 손바닥 하나 들어갈 만큼만 벌어졌고, 그 틈으로 호위들의 갑옷이 보였다.“복단이를 어디로 보내겠다는 것이냐?”호위장이 명령서를 내밀자 예린은 끝까지 읽은 뒤 종이를 접었다. 전날 주경헌이 자신의 다친 팔을 움켜쥐며 내뱉었던 말이 떠올랐다.다른 사내에게 가는 것만큼은 허락하지 않겠다.그에게는 병사를 살리는 일도, 치료 기록을 남기는 일도 모두 다른 사내에게 마음을 주는 행위와 다르지 않은 모양이었다.“왕야께 전해라. 내 몸을 걱정한다면 의원부터 들여보내시라고.”“마마, 소인은 명을 전할 뿐입니다.”“그렇다면 네가 받은 명령도 빠짐없이 기록해 두거라. 누가 언제 별채를 잠갔고, 누구의 지시로 의원을 돌려보냈는지.”호위장이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들자 예린은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사람을 가두는 일에도 책임지는 이름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그때 병사들이 복단을 끌어당겼다.“마마! 약은

  • 버림받은 왕비는 천하제일 의원이었다   44화

    그날 밤, 주무결은 군영으로 돌아와 도식의 기록을 다시 펼쳤다.서진이 곁에 서 있었다.“대군마마, 이것이 정왕비마마께서 작성하신 기록입니다. 환자의 상태뿐 아니라 응급 처치와 이후 살펴야 할 증상까지 적혀 있습니다.”무결은 기록을 천천히 읽었다.부상 시각과 경위, 처음 확인한 증상, 호흡 상태의 변화가 정리되어 있었다.그 아래에는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긴장성 기흉 의심하에 응급 감압 시행. 일시적 호전 확인. 재악화 가능성 있어 지속 관찰 필요.’무결은 그 문장에 시선을 멈췄다.전쟁터에서는 확신에 찬 명령이 사람을 살릴 때가 있었다.그러나 잘못된 확신 때문에 수많은 병사가 죽기도 했다.그는 그 차이를 알고 있었다.무결은 종이를 내려놓았다.“서진, 도식의 상태를 밤새 보고받겠다. 호흡이 나빠지거나 의식이 흐려지면 즉시 내게 알리도록 해라.”서진은 고개를 숙였다.“의원들에게도 같은 명을 전하겠습니다. 밤새 환자 곁을 지키도록 하겠습니다.”무결은 임시 명단을 가리켰다.“그리고 오늘 왕비를 부른 군사가 누구인지 확인해 두어라. 도식의 이름이 명단에서 빠진 이유도 반드시 알아내야겠다.”서진이 고개를 들었다.“누군가 일부러 병사의 신원을 지우려 했다고 생각하십니까?”무결은 잠시 침묵했다.“아직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누군가 병사의 신원을 흐리려 한다면 그 목적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전장에서 살아 돌아온 병사의 이름이 도성에 도착하자마자 사라지는 일은 그냥 넘길 수 없으니까.”서진의 얼굴이 굳었다.무결은 창밖을 바라보았다.도성에는 승전의 기쁨이 남아 있었지만, 군영 안에는 아직 돌아오지 못한 병사들의 이름이 가득했다.그는 그 이름들을 쉽게 잊지 않았다.그리고 오늘, 처음 만난 여인이 그 이름 하나를 기록에 남기려 했다는 사실도 잊지 않았다.무결은 다시 종이를 집어 들었다.담예린.그 이름을 잠시 바라보던 그는 기록을 서류함에 넣었다.그러나 문득 예린이 지팡이를 짚고 걸어가던 모습이 떠올랐다.그녀는 몸을 제대로

  • 버림받은 왕비는 천하제일 의원이었다   43화

    예린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왕야께서 제게 무엇을 하셨는지 정말 모르십니까?”경헌은 대답하지 않았다.예린은 천천히 말을 이었다.“제가 웃지 않게 된 이유를 다른 사내에게서 찾지 마십시오. 왕야께서 제게서 무엇을 빼앗으셨는지부터 생각하셔야 합니다.”경헌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그는 그녀를 붙잡고 싶었다.예전처럼 자신을 바라보게 만들고 싶었다.그러나 예린의 눈에는 이제 두려움보다 피로가 더 깊게 남아 있었다.경헌은 이를 악물었다.“앞으로 숙부를 만나지 마라. 군영에도 가지 말고, 그곳에서 치료를 부탁하더라도 응하지 마라.”예린은 고개를 들었다.“환자가 있다면 치료하겠습니다.”“내가 허락하지 않겠다.”“그렇다면 왕야께서는 앞으로도 제가 사람을 살리는 일을 막으시겠다는 뜻이군요.”경헌은 대답하지 못했다.예린은 지팡이를 고쳐 쥐었다.“저는 오늘 사람을 살렸습니다. 그 사실만큼은 왕야께서도 빼앗으실 수 없습니다.”그녀가 돌아서려 하자 경헌이 다시 입을 열었다.“담예린, 내가 너를 놓아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라.”예린은 문 앞에서 멈췄다.경헌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네가 나를 미워해도 좋다. 내게 화를 내고 원망해도 좋다. 하지만 다른 사내에게 가는 것만큼은 허락하지 않겠다.”예린은 천천히 돌아보았다.“저는 누구에게도 가겠다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그녀의 목소리는 조용했다.“왕야에게서 벗어나고 싶다고 했을 뿐입니다.”경헌의 얼굴이 굳었다.예린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고 서재를 나섰다.그녀가 떠난 뒤에도 경헌은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그는 처음으로 자신이 붙잡고 있는 것이 아내인지, 아니면 자신을 사랑하던 여자의 마지막 흔적인지 구분하지 못했다.***그날 밤, 경헌은 집사를 불렀다.“왕비의 별채에 드나드는 사람들을 모두 기록해라. 특히 맹원식과 복단이 밖으로 보내는 전갈은 반드시 확인하도록 해.”집사는 조심스럽게 물었다.“왕비 마마께서 환자들의 상태를 확인하시기 위해 보내는 전갈도 모두 살펴야 하겠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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