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왜?”
유하르의 물음에 나잔티아는 고개를 저으며 다시 걷는다. 유하르는 나잔티아가 보고 있던 오르반 모집 공고를 곁눈질로 확인한다.
그 뒤를 조용히 따라붙던 테세르는 그들이 레스토랑에 들어가는 모습을 확인한다. 레스토랑 안에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유하르는 예약한 자리로 안내 받았다.
“내가 준비한 음식으로 먹어도 괜찮지?”
“좋아.”
유하르와 나잔티아가 앉자마자 준비한 음식이 나왔다. 거위 구이와 감자 수프 그리고 와인 대신 노란 장미차였다. 나잔티아는 거위 구이를 한 입 먹더니 감탄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한다.
“너무 맛있어.”
“여기가 프라빈에서 가장 잘하는 레스토랑이야.”
테세르는 두 테이블 떨어진 창가 자리를 잡는다. 세이자 차와 쿠키를 시켰다. 나잔티아를 등지고 유하르가 보이는 자리였다. 길을 걷고 있을 땐 망토를 써서 알지 못했으나 나잔티아의 청록색 머리칼이 짧게 잘라져 있다.
머리를 언제 잘랐지?
테세르는 조금 섭섭해지려고 했다.
나잔티아를 한 번 본 사람들은 그녀를 흘끔 쳐다봤다. 머리가 짧은 영애는 나잔티아가 최초였다.
“머리는 언제 했어?”
“오늘.”
“잘 어울려.”
외국에 오래 있었던 유하르에게는 나잔티아의 짧은 머리 쯤이야 별 일이 아니었다.
“유하르.”
“응.”
“나 하고 싶은 일이 생겼어.”
“뭔데?”
나잔티아는 잠시 뜸을 들인다.
“내가 어떤 걸 한다해도 지원해줄 수 있어?”
“그게 약혼만 아니라면.”
그 말에 나잔티아는 웃음이 터져 나온다.
“아, 키오베와의 약혼은 파기했어.”
“정말이야?!”
유하르는 뛸뜻이 기뻐한다. 나잔티아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뭘 하고 싶은데?”
유하르는 얼굴을 가까이 내민다. 촛불에 그의 얼굴이 주황색으로 물든다.
“오르반에 들어가고 싶어.”
유하르는 의외라는 표정으로 잠시 대답없이 나잔티아를 바라본다.
“근데 난 프라빈 출신이 아니어서 추천서를 통해야 모집 인원에 들어갈 수 있거든.”
“내가 써줄게.”
“써줄줄 알았어.”
“그런데 나잔티아.”
유하르의 부름에 장미차를 내려놓을 때였다.
“오르반에는 왜 가고 싶은 거야?”
나잔티아는 광장에서 만났던 소년이 했던 질문이 떠올랐다.
—그런데 영애님이 왜 이 얘기에 관심을 가지시는 건지 여쭤도 될까요?
그리고 소년이 흘려했던 말에 위안을 얻었다.
—오르반에 들어가면 가족들을 지킬 수 있어요. 저희 형이 저희를 지켜준 것처럼요.
키오베가 부모님을 독살로 죽이려고 할테니까. 나잔티아가 없는 틈을 타서 말이다.
그걸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오르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유하르에게 그 얘기를 해봤자 나잔티아의 말을 다 믿지 못할 것이다. 과거로 돌아왔다는 사실조차도.
대답에 뜸을 들이는 걸 알아채고 유하르가 다시 묻는다.
“오르반이 어떤 곳인지는 알지?”
“영애도 지원 가능한 곳.”
그 말에 유하르는 와하하-하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모부가 허락하지 않으실텐데.”
“허락하시게 만들 거야.”
그곳이 어떤 곳인지 이미 소년을 통해 다 들었으니까.
“난 너의 의견을 존중하지만 오르반이 어떤 곳인지 알 필요는 있다고 봐.”
오르반에 대해 설명하려는 유하르의 얼굴이 진지했다.
“오르반은 황제의 비밀 결사단이야. 거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까진 정확하게 알지 못하지만 기사단들도 들어가기 꺼려하는 곳이라고 들었어. 마에테 공작이 그걸 사실인 것처럼 퍼트리고 있지만.”
그러니까 말해줘. 유하르의 눈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영애로 살다가 죽는 건 재미없잖아. 정말 하고 싶어서 그래.”
안전한 차선책이었다. 그리고 호기심에 가까웠으나 완전한 거짓은 아니었다.
오르반에 간다면 키오베의 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키오베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나잔티아의 마음을 되돌리려 할 것이다. 7년간 겪어오며 누구보다도 그의 고집을 잘 알았다. 귀족 영애로 편하게 누릴 수도 있겠지만 그 뒤에는 불안함이 뒤따를 것이다. 키오베는 한층 적극적으로 나잔티아에게 접근할 게 분명하니까.
유하르와 함께 식사를 마치고 나왔다. 길 거리에 모여 걷는 사람들의 손에는 모두 촛불이 들려 있다. 그걸 본 유하르가 물었다.
“우리도 촛불 축제에 갈래?”
유하르는 초록색 초를 들고 있다.
걷다보니 프율스 여신의 동상이 보였다. 광장에 들어서자 거짓말처럼 초에 불이 들어왔다. 마법의 힘이었다.
광장의 중심으로 들어갔을 땐 예인들의 춤사위와 북소리와 피리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나온다… 드디어 나온다!”
누군가 흥분하여 소리쳤다.
광장 중앙에는 얼굴 전체를 가리고 흰 드레스를 입고 나온 예인 한 명이 관중들 앞에서 인사했다. 사람들의 환호 소리가 들렸다. 악기의 소리가 울려퍼지자 순식간에 사위가 조용해졌다. 노래가 시작되자 나잔티아는 그녀의 목소리에 압도 되듯 몸에 전율이 일었다. 처음 들어보는 천상의 목소리였다.
이 광장에 오직 한 사람만이 예인을 보고 있지 않았다. 그는 망토를 쓴 나잔티아의 옆모습만 바라보고 서 있었다.
***
그날 밤 저녁, 키오베는 절친들과 술 파티를 했다. 그들 옆에는 한 명에서 두 명의 기녀와 함께였다.
“파혼 당했다는 소문이 있던데 진짜야?”
그 말에 기녀의 허리를 잡고 있던 손을 풀었다. 키오베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해진다“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표정을 보아하니 진짠가본데.”
둘러 댈 말을 할 줄 모르던 키오베는 빈정이 상한 듯 말한다.
“방법을 찾아 낼 거야. 걘 어차피 나와 약혼하게 되어 있어.”
“그냥 다른 사람 찾는 게 빠르지 않아? 마음 떠난 여인을 어떻게 다시 붙잡아.”
“이 정도로 조건 좋고 희생적인 여인을 찾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네들이 알아?”
“그렇긴 하지. 그런 여인이 정녕 있긴 한가.”
그들은 기녀들의 품에서 낄낄거리며 웃었다. 절친 중에 한명이 기녀의 다리에 머리를 베고 말했다.
“나처럼 망나니로 살지 그래.”
“야, 쟤 아버지가 마에테 공작님이셔.”
“아, 그 사실을 깜박할 뻔 했네.”
“우리 아버지가 나부터 죽이려고 하실거야.”
“그냥 죽이지는 않으시겠지. 쓸만한 건 다 빼먹고.”
눈치 없이 말하는 키오베의 절친의 입을 주변에서 과일을 먹이며 막는다.
“오늘은 키오베를 위해 모인 자리니까.”
“약혼자의 마음이 다시 키오베에게 돌아오기를 바라며!”
잔을 부딪쳤다. 키오베는 아무런 흥이 나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나잔티아를 어떻게 구워 삶을지만 가득했다.
그리고 잔에 있는 술을 다 마신 후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대로 쓰러져서 잠에 든 게 분명하다.
다음 날, 키오베 앞으로 서신 한 통이 도착해 있었다.
키오베가 내키지 않는 걸음으로 자세를 잡았다. 그에 반하여 테세르는 칼을 아래로 내려트린 채 오른쪽 경계선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시선은 키오베에게 향해 있었다.키오베가 큰 소리를 내며 테세르 앞으로 달려든 채로 칼을 휘둘렀다. 테세르는 가볍게 몸을 돌려 피했다. 키오베가 그 틈을 타 다시 손을 휘둘러 칼을 날리자 테세르도 그 방향을 따라 자신의 칼을 휘둘렀다. 그러자 키오베는 어처구니 없게도 쥐고 있던 칼을 바닥에 떨어트리고 말았다.검을 다시 줍기 위해 몸을 숙이자 이번엔 목 옆으로 칼날이 닿았다. 키오베의 턱에 흐르던 땀이 지면과 목줄기 옆에서 뚝뚝 떨어져 내렸다. 그는 겁을 지레 먹은 눈으로 자신의 목을 겨눈 칼날과 상대를 올려다봤다.“재미없게 이러실 겁니까?”테세르가 또 한 번의 도발을 했다. 그런 뒤 한심하다는 얼굴로 칼날을 목에서 거두어냈다. 하지만 그 틈으로 키오베는 칼을 손에 쥔 채 또 한 번 큰 소리를 내며 칼을 큰 반동으로 휘둘렀다. 테세르는 가볍게 뒤로 날아올랐다.그 모습에 놀라 키오베는 눈을 크게 떴다. 저렇게 큰 동작으로 뒤로 넘어갈 수 있는 사람은 드물었다. 실상 본 적이 없었다. 앞으로 뛰어가는 건 가능했지만 한 번에 높이 땅을 딛고 높게 뛰는 것 역시 불가능했다.키오베는 어릴 적 마에테 공작이 어렴풋이 한 말에 대해 떠올랐다. 젠도가메스 제국 출신의 황후의 혼혈인 아들에게는 무언가 사람의 힘을 능가하는 특별한 힘을 가졌다고 말이다.“전쟁 중에도 생각만 하다가 가만히 있을 건가?”굼뜬 키오베의 행동에 테세르는 지루함을 느꼈다.“잘난 척 하지 마!”키오베는 다시 테세르 앞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이번에도 몸을 틀어 손잡이 바닥을 올려 그의 등을 내려쳤다. 키오베는 다시 일어서려고 했으나 전신을 울리는 통증에 바닥을 기었다. 가볍게 내려쳤을 뿐인데 그가 가진 힘은 실로 대단했다. 테세르가 그가 간신히 붙잡고 있는 칼을 발로 치자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그에겐 싸울 무기도 체력도 없었다. 심지어 싸우려는 의지도 내보이지
“고도의 마법이라고?”“어, 근데 이게 왜 궁금한 건데.”미하엔은 눈을 가로로 가늘게 일자로 뜬 채 수상하다는 듯 나잔티아를 바라봤다. 나잔티아는 그의 시선에 당황하여 얼버무렸다.“아… 그게 그냥 단순한 호기심이야.”그러자 미하엔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말투에 사람들은 오해하곤 했다. 그걸 잘 알고 있음에도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하지만 당황하는 나잔티아를 보니 자신이 또 퉁명스럽게 말을 한 것 같았다.“축소 마법을 할 줄 아는 한 사람을 알아. 근데 여기엔 없어.”“그게 누군데?”“야엘리스.”또 그 이름이었다. 입단식 첫날에 미하엔이 위대한 마법사이자 대현자라고 말했던 일이 단번에 떠올랐다.“그런데 그가 사라져버려서 이제는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아무도 몰라.”미하엔은 체념한 채 말했다.“그렇게 대단하다면 그에 관한 책이 있을지도 모르잖아.”“그건 나도 잘 모르겠고… 그가 쓴 책은 있지.”나잔티아는 황궁을 꼭 나가야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황궁에 갈 수 있는 열쇠를 꼭 받아야겠어. 성 문서고에 꼭 가야만 해.”“네가 쓴 글이 단장 눈에 들기만 하면 돼.”미하엔이 말을 끝마치자마자 나팔 소리가 들렸다. 훈련으로 인한 집합 신호였다.그렇게 기다리던 다음 훈련이 시작되었다.***키오베는 악명 높은 교관이 되어 있었다. 실수 하나에 트집을 잡는 건 물론이고 가르친답시고 사사건건 꼬투리를 잡아 물고 늘어졌다. 견습 기사들은 훈련보다 그의 신경을 거스리지 않는데 더 많은 체력을 쏟아야 했다.루시앙과 이실라가 견습 기사 훈련장에 찾아오기로 한 날이 되었다. 키오베는 평소보다 기분이 들떠 있었다. 물론 자신을 이 구렁텅이에 넣은 황제에게는 화가 치밀었으나 황녀 이실라를 볼 수 있는 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예상치 못한 인물이 한 명 더 보였다. 테세르였다. 그가 나잔티아가 오르반에 들어가는 것에 돕는데 일조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잔티아를 다시 보기 위해 아르델렌에 갔을 때 펠리체 공작에게 들은 말이었다. 그 순간
나잔티아는 바로 그 의미를 적었다.[ 보이지 않는 제국을 보는 눈을 갖는다. ]이 의미가 맞다면 앞으로 오르반 안에서 황금 별안초는 대체 무슨 역할인 걸까. 도저히 가늠이 되지 않았다.그렇게 다음 날 오전, 무기를 만드는 수업을 들었다. 단상 위에 선 남자가 자신을 소개했다.“반갑다. 나는 너희들을 가르치게 될 알베론 헤임발트다. 앞으로 너희들은 무기를 만드는 방법과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배우게 될 것이다.”무기를 만든다고?직접 만들어 본다는 건 상상조차 하지 않은 일이었다.“너희들에게 꼭 맞는 무기를 만든다면 애착이 생기게 될 거야.”일부 단원들은 자신들에게 맞는 무기가 무엇일지 호기심이 어린 눈빛으로 알베론을 바라봤다.그는 자신의 옆에 있는 무기 수레를 열었다. 무기를 덮고 있던 가죽을 펼쳤다. 그 위에는 칼의 단면과 손잡이가 달라 붙어 있었다. 그 무기들을 벽면에 착- 붙였다.“한 사람씩 나와서 마음에 드는 칼의 단면과 손잡이를 고르도록 해라.”제일 먼저 앞에 선 단원이 신중하게 칼날과 손잡이를 골랐다. 그렇게 시간이 지체되자 알베론은 단원들에게 줄을 세워 빠르게 확인하도록 만들었다.나잔티아 앞에는 미하엔이 서 있었기에 기다리는 시간 동안 그에게 황금 별안초의 얘기를 속삭이듯 말했다. 주변에 서 있는 단원들이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였다.“나 황금 별안초에 대한 해석을 풀었어.”나잔티아가 소매 안에서 쪽지를 꺼내 내밀자 미하엔은 내용을 확인했다.“그래, 이 정도면 나쁘지 않겠다.”“서가에는 관련 책을 다 빌려가고 없었어.”“그런데도 용케 풀었네.”“첫날에 봤던 깃발의 상징을 계속 생각했어.”미하엔이 내용을 꼼꼼하게 확인 후 나잔티아에게 쪽지를 건넸다.“합격이니까 내도록 해.”새침하게 말하는 미하엔의 반응은 여전히 낯설었다.“어… 그래.”미하엔이 무기를 다 고르자 나잔티아의 차례가 왔다. 검포 위에 놓인 칼날과 손잡이는 자석처럼 붙어 있었다. 손잡이를 붙잡으니 자석처럼 떼어졌다. 가장 가벼운 나무 소재로 만
조금만 기다려. 누나가 있는 곳으로 나도 갈테니까.테세르는 스스로 다짐을 하며 다시 황제의 집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루시앙은 눈에 가시 같은 테세르를 똑바로 노려본 채 말했다.“분명 나가라 말했을텐데.”테세르는 굴하지 않고 예를 갖춰 말했다.“태황태후 전하, 폐하와 독대하여 얘기하고 싶습니다.”그 모습을 본 록티스는 미소를 지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루시앙이 돌아서려는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그 눈길에는 자신을 언제까지 황제가 아닌 어린 손자로 보는지에 대한 원망이 섞여 있었다.“아직 저와 말씀을 다 나누지 않으셨습니다.”“이 얘기라면 얼마든 시간을 내서 다시 찾아오도록 하지요.”그렇게 테세르와 루시앙은 고요한 집무실 안에 서로 독대했다. 록티스가 사라지자 루시앙은 자신의 적대감을 거리낌 없이 표현했다.“내 무예 사관이 되게 해달라는 말을 할 거면 집어치워.”루시앙은 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테세르를 마주해야하는 시간이 지겨웠다.테세르는 빠르게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그를 올려다보았다. 테세르의 눈동자에는 아무런 동요도 없었다.“저를 이용하십시오 폐하.”루시앙은 그 말에 이죽거렸다.“뭘 이용하란 말인가?”“마에테 공작께서 오르반의 기세를 누르고 세간에는…… 없애려 한다는 말이 돌고 있습니다.”“그래서…….”루시앙은 창가로 걸었다. 오늘도 화가 날 정도로 날이 맑았다.이런 날 비가 내리고 어둡다면 더 좋았을텐데.루시앙의 기분과는 전혀 상관없이 테세르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제가 폐하의 눈과 귀가 되겠습니다. 절 무예 사관으로 임명하시면 저는 그 누구도 아닌… 폐하의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뒤이어 끈질긴 침묵이 흘렀다. 루시앙은 황궁 안을 드나드는 대신들을 바라보았다. 그들 중 루시앙 황제와 마에테 대공 중 누구의 힘에 휩쓸리는지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곧 단념했다. 루시앙이 가진 가장 큰 힘은 오르반 말고는 아무것도 있지 않았다. 제게도 더 많은 사람과 믿을 만한 신하를 가졌다면 힘없는 황제라는 꼬리표는 사라졌을까.
“이 산의 정상에 오른 사람도 있습니까?”“한 명 있다.”루신의 대답에 기죽어 있던 단원들이 일제히 그를 올려다보았다.“있다고 하면 뭐가 달라지나?”그의 말이 맞았다. 직접 정상에 오르지 않는 이상 바뀌는 건 없었다. 단원들은 다시 사기가 떨어졌다. 하지만 그 한 명의 단원이 누군지는 모두가 궁금했다. 다들 골몰한 얼굴로 그 단원이 누군지 생각할 때 쯤 나잔티아도 궁금해하기 시작했다.혹시 미하엔은 아니겠지?그는 오르반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오쿠산에 대해서도 잘 알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나잔티아는 미하엔이 어디에 있는지 단원들 하나하나를 바라봤다. 시선은 얼마 가지 않아 멈추었다.물을 마시고 입술을 손등으로 여러번 문지르는 소년의 모습이 보였다. 끔찍한 게 입술에 닿은 게 싫어서 견딜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나잔티아는 그 소년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왔다.어느덧 그 자리에서 루신의 말을 듣다보니 소모되었던 체력은 점점 보충되었다.루신을 따라 우코산 언덕을 내려왔을 때는 사복으로 갈아입은 일부 단원들이 아르치아 문으로 가는 게 보였다. 그들을 다시 설득할 수는 없을까 생각했지만 이미 마음이 없는 사람들에게 여기에 남아 있으라고 한들 그들이 자신의 말을 들어줄 지 알 수 없었다. 허망하게 떠나는 뒷모습을 보았다.그러다가 신기한 광경을 보았다. 그들이 문에 발을 디뎠을 때 푸른빛이 감도는 줄이 생겼는데, 건너는 몸과 문 사이로 선명하게 드러났다.나잔티아가 그들이 아르치아 문을 건너는 걸 바라보고 있자 미하엔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용케도 올라왔네.”“그럼 뭐해… 맨 꼴찌였어.”미하엔이 힘내라는 듯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 나잔티아의 시선이 아르치아 문에 머무르자 그가 다시 말했다.“저 문을 지나게 되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어떻게 되는데?”나잔티아의 초롱초롱한 눈이 미하엔을 향했다. 그러자 그는 턱을 문지르며 말했다.“황금 별안초의 의미를 해석하면 알려줄게.”아 그랬지… 황궁을 드나들 수
쓰러져 있는 단원들 앞으로 복장은 같으나—우리와 같은 하늘색 무늬가 아닌— 새로로 보라색 줄무늬가 그려진 단원복을 입은 사람들이 숲 사이로 나타났다. 그들은 쓰러져 있는 단원들에게 물통을 건네며 물을 마시라 지시했다. 경계할 새도 없었다. 단원들 모두 목이 말랐기 때문에 그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그건 나잔티아가 마셨던 미끌거리는 물과 같았다.“윽! 맛이 왜 이래.”물맛이 끔찍한지 단원들 전부 얼굴을 찌푸리며 겨우 그 물을 목넘김 했다. 루신이 그들 앞에 다가가자 복장이 다른 사내들이 다시 산속 어딘가로 흩어져 사라졌다.누구지?의아해하는 사이 루신이 나잔티아를 돌아보며 차갑게 묻는 바람에 질문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어버렸다.“기억 안나나?”“네?”루신은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나잔티아가 한 말과 행동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 걸 꾸짖기라도 하려는 걸까.나잔티아는 언덕 위에서 자신의 모습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렇게 겁에 질려 있었지?“단장님… 제가 한 말은.”자신도 모르겠다고 왜 그런 말을 했던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하려 했으나 그녀의 말을 끊고 루신이 답했다.“네가 이곳에 맞지 않는 사람 같다고 했지.”그 말을 트집을 잡으려는 건 아닐까. 초조한 얼굴로 그를 올려다봤다.“나도 같은 생각이야.”그러면 그렇지. 루신이 자신을 두둔할 리 없다.“그러니 네가 왜 이곳에 필요한 사람인지 앞으로 증명해내야만 해.”오르반에 나가면 된다고 말할 줄 알았는데 예상치 못한 답변에 놀란듯 그를 올려다봤다. 루신은 여전히 나잔티아를 바라보지 않고 쓰러져 있는 단원들에 시선을 모았다.증명해낼 수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인가?그게 가능하다면 해답을 빨리 찾고 싶었다.“어떻게요?”루신은 그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이리저리 흩어져 쓰러져 있는 대원들 옆으로 걷는다. 흙 밟는 소리가 신음하는 단원들 옆으로 묻혔다. 그는 커다란 바위 위에 섰다. 그러자 단원들이 흙으로 더럽혀진 몸을 억지로 일으켰다. 이런 산 쯤 몇번이고 오를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