ログイン“네, 재밌었어요.”송하나는 슬리퍼로 갈아 신은 뒤 심성빈 앞으로 걸어가서 약간의 설렘이 담긴 눈빛으로 심성빈을 바라보며 들고 있던 선물 상자를 내밀었다.“성빈 씨, 이건 성빈 씨를 위해 준비한 선물이에요.”심성빈은 잠시 당황했다. 전혀 예상치 못했는지 놀란 듯한 모습이었다.심성빈은 선물 상자를 건네받은 뒤 리본을 조심스럽게 풀었다.안에는 굉장히 부드러운 원단의 고급스러운 넥타이가 담겨 있었다. 그것을 본 순간 심성빈의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졌다.“갑자기 웬 선물이야?”심성빈은 다정한 눈빛으로 송하나의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송하나는 깨끗하면서도 진실한 눈빛으로 심성빈을 바라보며 숨김없이 솔직하게 대답했다.“사실 얼마 전에 쓴 곡이 채택돼서 사용료를 받았어요. 음악으로 처음 번 돈이라서 이 기쁨을 성빈 씨랑 같이 나누고 싶었어요.”송하나의 대답에 심성빈은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 마음 한구석이 순식간에 따뜻해졌다.심성빈은 송하나의 음악적 재능에 깜짝 놀랐다.음악을 제대로 배운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작곡했을 뿐만 아니라 단번에 인정까지 받았으니 그 재능과 감각은 눈부실 정도로 뛰어났다.그러나 그보다 더욱 감동적인 것은 본인이 좋아하는 일로 힘들게 처음 성과를 거두었는데 가장 먼저 고생한 본인이 아니라 자신의 선물부터 챙겨주었다는 사실이었다.그런 마음에 어찌 흔들리지 않을 수가 있을까?감동을 받은 심성빈은 부드러운 감촉의 넥타이를 손끝으로 천천히 쓸어내리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고마워, 하나야. 이 선물 정말 마음에 들어.”그러고는 송하나의 손목을 살며시 잡으며 부드러우면서도 정중한 목소리로 말했다.“안 그래도 나도 너한테 마침 줄 선물이 있어.”송하나는 그 말을 듣고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며 자기도 모르게 심성빈을 바라보았다.심성빈도 선물을 준비했다니.심성빈은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고 엷은 미소를 지은 채 송하나를 데리고 별장에 따로 마련해 둔 피아노 연습실로 향했다.문을 여는 순간 따뜻한 조명 아래 우아
송하나는 고른 넥타이를 직원에게 건네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예의 있게 말했다.“포장 부탁드릴게요. 감사합니다.”직원은 빠르게 다가가 넥타이를 건네받은 뒤 능숙한 손놀림으로 정성스럽게 포장했고,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리본을 묶고는 송하나를 카운터로 안내했다.“고객님, 포장이 완료되었습니다. 총 640만 원입니다. 이쪽에서 결제 도와드리겠습니다.”옆에 있던 허지안은 가격을 듣고 깜짝 놀랐다.넥타이 하나 값이 600만 원이 넘는다니.그것은 허지안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금액이었다. 허지안의 몇 달 치 생활비와 거의 맞먹는 수준이었다.하지만 송하나는 아주 덤덤했다.송하나는 고개를 끄덕인 뒤 카운터로 걸어갔다. 마치 익숙한 금액인 것처럼 아무런 동요도 없었다.송하나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허지안은 그제야 깨달았다.가만히 생각해 보니 송하나가 평소 입는 옷들은 심플한 편이고 큰 로고도 없고 화려한 디자인도 아니지만 원단과 핏이 모두 수준급이었다.아마 송하나는 유복한 집안에서 자랐을 것이다. 어려서부터 많은 걸 봐왔고 좋은 환경에서 자랐기에 저토록 여유롭고 덤덤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계산을 마친 뒤 매장에서 나오는데 마침 송하나의 휴대폰이 울렸다.심성빈에게서 전화가 걸려 온 것이었다.전화를 받자 심성빈의 부드러우면서도 낮은 목소리가 휴대폰 너머에서 들려왔다. 늘 그렇듯 다정한 어투였다.“하나야, 밥 다 먹었어? 내가 데리러 갈까?”“괜찮아요.”송하나는 거절했다.“그냥 택시 타고 갈게요.”심성빈은 송하나의 밝은 목소리를 듣고 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래서 고집을 부리지 않고 조심해서 돌아오라고 당부했다.송하나가 전화를 끊자 허지안이 참지 못하고 장난스럽게 물었다.“하나 씨, 남자 친구랑 사이가 너무 좋은 거 아니에요? 정말 부럽네요.”허지안은 잘생기고 고고한 분위기의 젊은 남자가 비나 오나 눈이 오나 송하나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데리러 오는 모습을, 송하나에게 얼마나 다정한지를 몇 번이나 보았었다.그리고
송하나는 손을 들어 건반을 가볍게 쓸더니 엷은 미소를 지으며 덤덤히 대답했다.“누구의 작품도 아니에요. 그냥 할 일이 없을 때 즉흥적으로 만든 짧은 멜로디일 뿐이에요.”“하나 씨가 만든 곡이에요?”허지안은 눈을 크게 뜨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세상에, 진짜 재능이 엄청나네요! 즉흥적으로 만든 곡이 이렇게 좋다니... 웬만한 프로 작곡가가 공들여 만든 곡보다 훨씬 더 좋은데요?”허지안은 눈을 빛내더니 신난 얼굴로 제안했다.“하나 씨, 이 곡 진짜 너무 좋아요. 한 번 음원 제작사에 보내보는 건 어때요? 분명 채택될 거예요. 꼭 한 번 도전해 봐요!”송하나는 자신이 가벼운 마음으로 만든 곡이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정말 될까요?”송하나는 자신 없는 목소리로 물었다.“그냥 문득 생각나서 가볍게 써본 곡인데...”“날 믿어요. 나도 꽤 오랫동안 음악을 해온 사람이잖아요. 내 안목은 정확해요!”허지안은 확신에 찬 어조로 진심을 다해 말했다.“어디에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면 내가 도와줄게요!”허지안의 거듭된 권유에 송하나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곡을 조금 더 다듬은 뒤 허지안에게 넘겼고, 허지안은 송하나를 대신해 여러 음원 제작사에 곡을 보냈다.송하나는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고 그저 새로운 경험을 해보는 정도로 생각했다.그런데 뜻밖에도 며칠 뒤 허지안이 흥분한 얼굴로 찾아왔다. 눈빛에는 설렘이 가득했고 목소리도 살짝 떨렸다.“하나 씨, 하나 씨가 쓴 곡이 채택됐어요! 지금 제작 중인 드라마 제작사에서 하나 씨가 쓴 곡의 분위기가 너무 마음에 든다면서 그 곡을 드라마 엔딩곡으로 쓰고 싶대요. 하나 씨가 계약서에 사인한다면 바로 사용료도 지급하겠대요. 게다가 금액도 엄청 괜찮아요!”송하나는 생각지도 못한 소식에 깜짝 놀랐다. 자신이 가볍게 만든 곡이 채택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었다.송하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절차에 따라 계약을 체결하고 저작권 이용 허락
“사실... 원래 음악을 하던 사람은 아니에요. 원래 바이오의약을 전공했었고 몇 년 동안 연구를 했었어요. 그런데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면서 기억력에 문제가 생겨 더는 연구를 할 수가 없게 됐어요. 그러다 우연히 음악에 흥미가 생겨서 이곳에 와보게 됐어요. 오래전부터 이루고 싶었던 게 있거든요.”송하나는 덤덤한 목소리로 자신의 지난 과거를 짧게 정리했다.그러나 허지안에게는 그 말들이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허지안은 완전히 넋이 나가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했다.송하나는 원래 음악을 전공했던 사람이 아니라 한 차례 좌절을 겪은 뒤 우연히 음악에 흥미를 느끼게 된 것일 뿐이었다.허지안은 필사적으로 노력한 덕분에 겨우 이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되었는데, 송하나에게는 언제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분야에 불과했던 것이다.게다가 더욱 놀라운 점은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것도 아닌데 재능과 이해력이 뛰어나 오랫동안 음악을 공부한 학생들보다 실력이 더 뛰어나다는 것이었다.허지안은 오랫동안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그리고 온화한 얼굴에 맑은 기운을 지닌 송하나를 바라보며 진심으로 감탄했다.허지안은 결국 참지 못하고 말했다.“하나 씨,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네요. 전문적으로 배운 것도 아닌데 이렇게 잘하다니 정말 타고난 재능이 있는 것 같아요.”송하나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그저 웃기만 했다.송하나는 바쁘지만 충실하게 학교생활을 했고 심성빈 역시 사업에서 승승장구했다.심성빈은 불과 몇 달 만에 자신의 정확한 안목과 치밀한 전략을 바탕으로 입지를 다졌고 해외 사업을 순조롭게 확장해 나갔다.대표 사무실.비서실장이 사무실 책상 앞에 서서 진지하게 보고를 올렸다.“대표님, 현지 사업가들이 저희 심하 그룹에 관심이 많습니다. 최근 협력 제안도 많이 들어오고 있는데 빠르게 접촉해서 협력을 추진할까요?”심성빈은 가죽 의자에 기대앉아 손끝으로 책상을 가볍게 두드리며 덤덤한 얼굴로 여유롭게 대답했다.“서두를 필요는 없어. 괜찮은 곳을 골라 천천히 진행하면 돼.
그게 아니라면 저토록 빠르게 성장할 수는 없었다. 천재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송하나는 날마다 연습하면서 천천히 즐거움을 찾았다.매일 정해진 시간에 수업을 듣고, 피아노를 연습하고, 이론을 학습하면서 하루를 보내니 어느샌가 일상이 음악으로 가득 찼고, 하루하루가 보람차고 행복했다.심성빈은 매일 아침 직접 송하나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저녁이면 교문 앞에서 기다렸다가 송하나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심성빈은 송하나가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았다.웃는 날이 점점 많아지고, 더 밝고 생기 넘치게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심성빈은 송하나를 학교에 보내기로 한 것이 옳은 선택이었음을 확신했다.송하나는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이며 사람들 앞에서 나서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먼저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는 일도 거의 없었다.하지만 외모가 워낙에 청초하고 단아하며, 온화하면서도 어딘가 고고한 분위기까지 지닌 데다가 뛰어난 재능까지 겸비하고 있어 불과 두 달 만에 신입생들과 교수들 사이에서 유명해졌다.그러나 정작 본인은 수업이 끝나면 곧바로 집에 돌아가고, 기숙사에서 사는 것도 아니며 사교 활동도 거의 하지 않았기에 다들 송하나를 차갑고 도도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선뜻 말을 걸지 못했다.그러던 어느 날, 송하나가 피아노 연습을 마치고 연습실에서 나오는데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면서 거센 바람이 휘몰아쳤다.다른 학생들은 우산을 쓰고 하나둘 떠나기 시작했지만, 한 여학생은 복도에 서서 초조한 얼굴로 밖에서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보고 있었다.그 여학생은 바로 허지안이었다.허지안이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때 우산 하나가 눈앞에 내밀어졌다.“써요.”송하나의 맑고 부드러운 음성이 들려왔다.고개를 든 허지안은 송하나의 얼굴을 보고 살짝 놀랐다.“그러면 그쪽은요?”“저는 데리러 오는 사람이 있어서 괜찮아요.”허지안은 살짝 당황했다. 고맙다는 인사도 못했는데 송하나는 이미 밖으로 걸어 나가고 있었다.그곳에는 늘씬하
“괜찮아. 좋아하는 일을 하려는 건데 나이는 중요하지 않아.”심성빈이 다정한 목소리로 송하나의 불안한 마음을 달랬다.“이곳의 대학교들은 분위기가 굉장히 자유롭고 포용적이야. 사회생활을 오래 한 사람이라고 해도 다시 학교로 돌아와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아. 아주 흔한 일이지.”심성빈은 송하나의 현재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평화롭고 한가로운 만큼 공허함과 무료함도 클 것이다.심성빈은 송하나가 매일 무료한 일상을 보내는 걸 원치 않았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마음 둘 곳을 하나라도 더 찾는다면 훨씬 더 행복해질지도 몰랐다.송하나는 심성빈의 제안에 마음이 흔들렸다.예전에 제연시에서 나윤정의 이야기를 듣고서야 송하나는 어머니가 젊었을 적 수석으로 제연시 최고의 음대에 입학할 만큼 뛰어난 재능을 지닌 사람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송하나의 어머니는 그만큼 미래가 창창한 사람이었다.그러나 어떤 특별한 사정으로 인해 끝내 음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정체를 숨긴 채 아버지와 함께 다른 도시에서 살게 되었다고 한다.그 이야기는 송하나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작은 씨앗처럼 자리 잡았다.그리고 이런 기회가 찾아오는 순간 그 씨앗이 마침내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어머니가 끝내 걸어가지 못했던 음악의 길을 걷고 싶다는 마음, 어머니가 꿈꾸던 것을 이어가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커졌다.한동안 생각에 잠겨 있던 송하나는 마음속 불안을 억누르며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한 번 도전해 볼게요.”그리고 그 순간 자신의 머릿속에 약간의 빈 공간이 존재한다는 게 느껴졌다.송하나는 어쩌면 제연시에서 임창진, 나윤정과 함께했던 기억들 중에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직감이 들었다.누군가가 아주 중요한 기억 몇 조각을 억지로 머릿속에서 빼낸 것처럼 군데군데 기억이 비어 있는 듯했고, 아무리 떠올리려 해도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다.머리가 어지러워지자 송하나는 곧바로 생각을 정리하고 애써 불편한 감각을 억눌렀다.심성빈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