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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Autor: CHUE
last update Data de publicação: 2026-05-28 23:02:59

오주하. 만 23세. 생일은 11월 17일. 현재 한서대학교 건축학과 5학년 2학기 재학 중. 9학기 중의 6학기는 과에서 1등. 전액 장학금. 졸업 후에 취업 예정. 가족은 부모님, 그리고 고등학생인 여동생 한 명. 가족들은 지방 거주. 그래서 서울에 혼자 자취 중이고, 위치는 학교 앞 원룸. 부모님은 평범한 회사원. 

별다를 것 없는 정보의 나열이었는데 읽는 내내 자꾸만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다. 감정이 끼어들 틈 같은 것은 없는 종이 한 장이었는데도, 심드렁하던 주하의 얼굴이 어른거리는 듯했다.

"오주하."

그는 입 밖으로 그녀의 이름을 내뱉어보았다. 심장이 쿵 떨어지기라도 한 듯, 기분이 이상해서 주먹을 꽉 쥐었다 놓으니 피가 그제야 손끝까지 통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무언가가 가슴 안쪽을 긁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왜 이렇게 마음이 요동치는지, 아직도 정답을 찾지 못해서 도혁은 조금 마음이 답답했다. 주하를 떠올리니 숨이 한 박자씩 어긋나는 듯했다. 그게 불편한 것 같기도, 불쾌한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동시에 떨리는 것 같기도 했다. 뭐가 떨리는지는 모르겠어도.

"...하..."

종이를 읽고 또 읽어도 주하는 평범하디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도혁이 살아온 인생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니까 언감생심 쳐다도 보지 않는 게 맞는 일이었다. 이대로 잊어버리면 그만이었다. 사실 지금까지 쭉 그렇게 생각했는데도, 종이에서 손이 떨어지질 않았다. 미친 게 아니고서야. 도혁은 그렇게 생각했다가 이제 그만 인정하기로 했다. 그냥 미친 것으로 하자고. 도대체 언제인지는 몰라도 건너서는 안 될 강을 이미 건넌 게 틀림이 없었다. 그는 되돌아가는 방법 같은 건 알지 못했다. 그냥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했다. 우선은, 오주하의 경계심을 무너트릴 방법부터 찾아야만 했다. 앙큼하게 가자마자 전화번호를 차단했을 것이 틀림없는, 그녀에게 다가갈 방법.

-

거창한 방법이 떠오른 건 아니었다. 그냥, 그는 조금 더 가벼워 보이는 척하기로 했다.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도혁은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주하에게 번호를 알려준 업무용 핸드폰이 아니라 개인 핸드폰이었다. 그러나 아직 아침 6시. 전화를 걸 시간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전화를 걸지는 못했다. 그는 한참 동안 아직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하다가 오후 2시쯤, 주하의 번호를 입력했다. 한 번에 통화 버튼을 누르진 않았다. 사실은 못 한 것에 가까웠다. 솔직히 전화받으면 뭐라고 해야 할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그는 2시에서 또 10분이 지난 다음에서야 통화 버튼을 눌렀다. 기본 신호음이 뚜르르 들리는 게 왜 그렇게도 긴장이 되는지. 

[ 여보세요. ]

아. 이건 진짜 아닌데. 

도혁은 전화받자마자 반응하는 신체에 눈가를 찌푸렸다. 오늘은 더 변명할 말도 없었다. 술도 안 마셨고, 아침도 아니고, 피곤하지도 않았다. 그냥 모든 것이 말이 되지 않았다. 도혁은 잠시 숨을 골랐다. 

"여보세요."

[ 누구세요. ]

무심한 듯 차가운 목소리가 그날과 똑같았다. 그의 성기를 손으로 문지를 때랑. 도혁은 잠시 먼 산을 바라보았다. 누구냐는 말에 뭐라고 대답할지 생각해야 하는데, 몸이 자신의 의지를 벗어나서 시간이 조금 필요했다. 이래서야 몸의 주인이 자신이 맞는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꼭, 제 것이 아니라 주하의 것인 것처럼. 그 생각이 지나가자 그는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주인님!"

가벼운 목소리는 고등학교 동창인 성민을 흉내 낸 것이었다. 도혁이 아는 한, 성민이 가장 가벼운 사람이었다. 경계심을 무너트리자. 그게 목표였는데 상대방에게서 말이 없었다. 한참 동안. 

[ 전화 잘 못 거셨습니다. ]

오랜 침묵 끝에 돌아온 대답이 너무 딱딱했는데, 왜인지 너무 좋아서 도혁은 웃음이 날 뻔했다. 차갑고 냉정한 사람을 본 적이 없는 것도 아닌데. 

"차단은 너무하다고 생각 안 해?"

[ ...차단 안 했어요. ]

"그래?"

[ 왜 전화했는데요. ]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걸 직감한 목소리였다. 주하의 얼굴이 조금 상상이 되었다. 약간은 낭패인 얼굴, 살짝 찌푸린 눈가, 그런데도 금세 태연해지는 그런 사람. 이대로라면 주하를 떠올리며 자위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미친 사람이니까 괜찮지. 그렇게 혼자서 납득을 하니까 기분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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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스의 은밀한 비밀   009.

    주하는 그날의 일을 떠올리려다가 시무룩해하는 도혁을 보며 회상을 멈추었다. 솔직히 차단까지 했는데 다른 번호로 연락할 정도로 집요할 것이라곤 생각해 보지도 않았다. 적당히 바쁘다고 무시하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기어코 여기까지 찾아온 걸 보니 조금 생각이 바뀌었다. 더 단호하게 거절해야만 했다."글쎄, 아저씨랑 더 만날 일 없다니까요.""어떻게 사람을 한 번 먹고 버릴 수가 있어!"이 아저씨가 진짜 미쳤나.주하는 주변을 휙 휙 둘러보았다. 다행스럽게도 아무도 여기에 관심은 없었지만, 누구라도 들으면 오해할 소지가 다분한 말이었다. 대체 누가 누굴 먹고 버렸다는 건지."나이도 드실 만큼 드신 분이 왜 이러실까? 예? 대딸 한 번 해준 것 가지고... 다른데 가서 노세요. 저 졸업반이라 바빠요.""너무해. 난 이제 주인님이 아니면 쌀 수 없는 몸이 되었단 말이야. 책임져!"앙칼진 목소리나 새침한 얼굴 같은 건 다 그렇다 치더라도, 저 '주인님' 호칭은 뭔지 주하는 이해가 되질 않았다. 누구 마음대로 주인이라는 거냐고, 도대체.주하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도혁이 다 알아들었다는 얼굴로 말했다."그렇지만, 내 좆이 주인님이 아니면 반응을 안 하니까 그게 주인님이 아니고 뭐겠어? 내 몸의 주인이 되어버린 거지."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주하는 짧게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이 남자를 떼어낼 방법이 필요했다. 그러니까 왜 술에 취해서 모르는 남자 대딸을 해줬냐고. 주하는 자신을 원망하면서도 골똘히 생각했다."주인님?""좋아요. 확인해 보러 가요.""뭘?""진짜 내가 아니면 쌀 수 없는지, 확인해 보고 진짜면 주인님인지 뭔지 할게요.""진짜?""대신, 내가 아니어도 쌀 수 있으면 다신 안 보는 거예요."

  • 보스의 은밀한 비밀   008.

    "우리 좋았잖아."[ 아저씨나 좋았겠죠. ]굳이 따지자면 맞는 말이지만 조금 억울한 측면도 있었다. 섹스하자는 말에 거절한 건 주하니까, 같이 좋을 기회가 없었을 뿐이었다."어디야."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던 것이 무색하게도 태연하게 말이 나왔다. 마치 원래 알던 사람처럼. 그게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는지 전화기 너머의 사람이 또 한참 말이 없었다. 뒤에서 시끌시끌한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면 끊었는지 착각이 들었을 정도로.[ 알아서 뭐 하게요. 바빠요. ]"말 안 해도 찾아갈 수 있는데."[ ...학교예요. 찾아오지 마세요. ]말 안 했다가 찾아오는 것보단 실토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도혁은 주하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웃었다."이 번호 저장해둬. 그때 번호는 업무용이라."[ 그때 번호로 저장할게요. ]"그 번호는 차단했잖아."[ ...풀면 되잖아요. ]"차단한 거 역시 맞네."[ ...... ]자꾸만 대화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그래서, 괜히 더 보고 싶어졌다. 어떤 얼굴로 입을 다물고 있는지 궁금해서. 상상하는 것으로도 즐거웠지만 눈으로 보면 더 즐거울 것이 틀림없었다. 이 미친 몸을 어떻게 하기에도 편할 것 같고."언제 끝나."[ 뭐가요. ]"지금 바쁜 거."[ 졸업 작품이라 졸업해야 끝나는데요. ]오늘 몇 시 같은 게 아니라 여지 따윈 주지 않겠다는 대답이었다. 찬 바람이 쌩쌩 부는 게. 듣고 있으니 술이 들어가지 않은 목소리는 훨씬 또렷하고 시렸다. 그날도 심드렁했는데, 지금은 더 경계를 하는 것만 같았다. 도혁은 경계를 해도 자신이 해야 하는 게 더 맞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자신의 몸을 이상하게 만든 사람이니까. 하지만 자꾸 안달이 났

  • 보스의 은밀한 비밀   007.

    오주하. 만 23세. 생일은 11월 17일. 현재 한서대학교 건축학과 5학년 2학기 재학 중. 9학기 중의 6학기는 과에서 1등. 전액 장학금. 졸업 후에 취업 예정. 가족은 부모님, 그리고 고등학생인 여동생 한 명. 가족들은 지방 거주. 그래서 서울에 혼자 자취 중이고, 위치는 학교 앞 원룸. 부모님은 평범한 회사원.별다를 것 없는 정보의 나열이었는데 읽는 내내 자꾸만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다. 감정이 끼어들 틈 같은 것은 없는 종이 한 장이었는데도, 심드렁하던 주하의 얼굴이 어른거리는 듯했다."오주하."그는 입 밖으로 그녀의 이름을 내뱉어보았다. 심장이 쿵 떨어지기라도 한 듯, 기분이 이상해서 주먹을 꽉 쥐었다 놓으니 피가 그제야 손끝까지 통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무언가가 가슴 안쪽을 긁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왜 이렇게 마음이 요동치는지, 아직도 정답을 찾지 못해서 도혁은 조금 마음이 답답했다. 주하를 떠올리니 숨이 한 박자씩 어긋나는 듯했다. 그게 불편한 것 같기도, 불쾌한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동시에 떨리는 것 같기도 했다. 뭐가 떨리는지는 모르겠어도."...하..."종이를 읽고 또 읽어도 주하는 평범하디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도혁이 살아온 인생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니까 언감생심 쳐다도 보지 않는 게 맞는 일이었다. 이대로 잊어버리면 그만이었다. 사실 지금까지 쭉 그렇게 생각했는데도, 종이에서 손이 떨어지질 않았다. 미친 게 아니고서야. 도혁은 그렇게 생각했다가 이제 그만 인정하기로 했다. 그냥 미친 것으로 하자고. 도대체 언제인지는 몰라도 건너서는 안 될 강을 이미 건넌 게 틀림이 없었다. 그는 되돌아가는 방법 같은 건 알지 못했다. 그냥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했다. 우선은, 오주하의 경계심을 무너트릴 방법부터 찾아야만 했다. 앙큼하게 가자마자 전화번호를 차단했을 것이 틀림없는, 그녀에게 다가갈 방법.

  • 보스의 은밀한 비밀   006.

    "성철아.""예, 형님."성철은 갑작스러운 부름에도 당황하지 않았다. 성철은 그저 씩씩하고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정리는 어떻게 되어가냐.""그... 게..."그러나 이어지는 질문에 성철은 당황해서 옆 사람을 보았다. 그는 무슨 정리냐고 묻지도 못하고, 무슨 대답이든 하긴 해야 해서 말꼬리를 길게 늘였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눈으로 SOS를 보냈다. 하지만 모인 이들 중에 그 누구도 '정리'라는 단어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다. 성철은 어쩔 수 없어 도혁에게 되물었다."형님, 어떤 정리인지 자세히 말씀해주시면...""노친네가 하던 일, 다 정리하라고 했잖아."성철은 잠시 멍하니 있었다. 도혁이 말하는 '노친네'는 그의 할아버지였다. 그러니까 처음 이 조직을 만든 사람이라고 할 수 있었다. 도혁은 제 아버지가 2년 전쯤 일선에서 물러나며 조직을 그에게 물려줄 때부터 조직에서 하던 일을 전부 정리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세상이 변하고 있으니까. 그는 언제까지나 그런 일만 할 순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1년 전쯤, 부하들에게 그런 명령을 내리긴 내렸다. 그사이에 한 번도 진척 상황을 물어보지 않았을 뿐이었다. 단 한 번도. 그러니까 그런 명령을 내렸는지 까먹었을 정도로."아, 그, 그 정리, 말씀입니까? 당연히, 예, 되고 있습니다...! 하하!"성철은 아주 과장되게 웃었다. 어차피 오늘이 지나면 또 물어보지 않을 텐데 여기서 멍청하게 그런 건 안 하고 있다고 실토할 필요는 없는 법이었다. 도혁은 성철의 대답을 듣고 다른 사람 이름을 불렀다."태규야.""예, 형님...!!"성철과 태규는 도혁의 할아버지가 조직을 만들 때부터 있었을 정도로 오래된 부하였고, 지금도 도혁의 양팔을 맡고 있었다. 처음엔 막내였어도 많은 시간이 흘러 지금은 도혁

  • 보스의 은밀한 비밀   005.

    "어때? 가족 때문에 빚이 좀 있긴 한데, 학교 선생님이야. 괜찮아."도대체 뭐가 어떻냐는 건지. 도혁은 술병을 빼앗아 자신이 따르고, 병은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그리곤 단숨에 한 잔을 다 마셨다. 술이 조금 들어가면 어제와 같은 상태가 될지도 몰랐다."지금까지와는 좀 다른 스타일로 준비를 해본 건데?"하지만 도혁의 옆에 앉은 사람은 그를 쳐다보지도 못하고 덜덜 떨고 있었다. 여기서 소개팅하겠다는 건 아니었기에 그는 그저 술잔을 내려놓으며 잠시 숨을 골랐다. 하룻밤. 그 정도만 보내면 그만이었다. 그는 자신의 얼굴을 힐끔거리는 사람을 위주로 한 명씩 눈을 맞춰보았다."......"그러다가 문득, 그는 지금 자신이 여기서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냥 해프닝으로 끝내기로 해놓고, 확인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질 않았다. 이럴 거면 그냥 마음에 걸리는 사람에게 전화를 해보는 게 나았을 것을."잠시만."도혁은 다시 룸에서 나와 핸드폰을 들었다. 그리고 하루 종일 머릿속을 떠다니던 11자리의 핸드폰 번호를 눌러보았다. 저장하지 못한 채, 외워버린 번호를.그러나, 번호를 차단당했다는 건 신호가 가자마자 거의 바로 알 수가 있었다. 도혁은 하루 종일 고민한 게 조금 허탈할 지경이었다. 어차피 전화 연결 따위는 되지 않을 것이었는데. 도혁은 금방 다시 방으로 들어가 성민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뭐, 뭐 어쩌라고?"성민은 커다란 도혁이 위협하듯 내려다봐서 순간 움찔거렸다. 사실 위협을 당할 만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도혁이 너무 커다란 사람인 데다가 표정이 험악하다 보니 순간적으로 당황한 것이 사실이었다."핸드폰.""뭐? 내 핸드폰?"도혁은 대답하지 않고 살짝 인상을 썼다. 성민은 조금 투덜거리며 핸드폰을 주머니에서 꺼냈다. 굳이 그

  • 보스의 은밀한 비밀   004.

    도혁은 뭐라고 저장해야 할지 몰라 저장도 못한 11자리의 핸드폰 번호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취할 정도로 마신 건 아니라지만, 아침이 되니 정신이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는 사실 무슨 생각으로 번호를 받아왔는지 정확히 기억나질 않았다. 대체 그 여자랑 뭘 하겠다고. 짧은 해프닝으로 끝내면 그만이었다. 그는 그렇게 다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쩌면 어제를 기점으로 성욕이 돌아왔을지도 모를 일이었다."형님! 계십니까? 들어가도 됩니까?""왜."그는 곧장 씻으러 가려다가 문밖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짧게 답했다."아니, 어제 갑자기 사라지셔서... 차도 그대로 두고 가시고, 누가 들어왔다고는 하는데 방에 오셨는지 와봤습니다.""택시 타고 들어왔어. 말 나온 김에 차 좀 찾아와. 차키 여기 있으니까."도혁은 문을 열고 차키를 휙 던졌다. 도혁을 찾아온 성철은 키를 손으로 받아내며 문틈으로 그를 한참 살폈다. 성철의 눈에는 평소와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술을 마시다가 사라진 적은 없었던지라 이상했지만 팬티만 한 장 걸치고 잠든 몸에도 상처는 없는 듯하고, 얼굴도 태연했다. 그래서 그는 알겠다고 말하며 멀어졌다. 도혁은 가만히 샤워기 아래에 서서 새벽의 일을 다시 떠올려보았다. 그 여자의 목소리, 얼굴, 말투, 그리고 다른 모든 상황."아."도혁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내렸다가 다시 들었다. 이건 확실히 뭔가 이상했다. 주치의를 만나야 하는 건지, 그 여자를 다시 만나야 하는 건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일단 확인해 보아야 하는 것은 있었다. 어제의 그 사람이 아니어도 되는지, 그 사람이어야만 하는지."태규야.""예, 형님."도혁은 방 안에 있는 내선 전화기로 사람을 호출해 명령을 내렸다."홍성민한테 연락 넣어둬. 오늘 간다고.""예? 무슨 일로 짭새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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