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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의 품격
보스의 품격
Penulis: 누오바이

제1화 패가망신

눈 앞에 안개가 낀 듯 고다정의 시야가 흐릿했다.

손을 뻗었지만 다섯 손가락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 대신, 다른 감각들은 더 선명해졌다.

마치 한 덩어리의 화염이 온몸을 감싸고 뜨거운 파도가 이따금 엄습하는 것 같았다.

남자의 거친 숨소리가 귓가에 맴돌고, 격정적인 움직임이 그녀를 뒤흔들었다. 여자를 반드시 소유하겠다는 의미를 가진 듯한 몸짓이었다.

다정은 눈을 힘껏 떠 상대방을 똑똑히 보려고 했지만 눈꺼풀이 천근만근이라 뜰 수가 없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거센 폭풍이 멈췄다. 마침내 그 남자의 단단하고 섹시한 가슴을 볼 수 있었다. 왼쪽 가슴에 날개를 펴고 비상하는 검은 매가 있었다. 날카로운 맹금류 특유의 눈길로, 흉흉하게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사신의 눈길과 마주한 것처럼, 고다정은 온 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

“으아아악…….”

다정은 비명을 지르며 꿈에서 놀라 깨어났다.

식은땀으로 범벅이 되어 침대에서 일어난 다정, 9개월 된 만삭의 배로 동작이 서툴고 힘겨웠다.

옆에서 자고 있던 강말숙이 외손녀의 인기척을 느끼고 벌떡 일어났다.

“왜 그래? 다정아, 또 악몽을 꾼 거야?”

다정은 기운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말숙은 핼쑥한 외손녀의 얼굴을 안쓰러운 눈길로 바라보며 달랬다.

“그때 그 일…… 절대 네 잘못이 아니야.”

“그럴까요? 그런데 다들 저를 손가락질하고, 비난하고…… 자업자득이라고 해요.”

다정은 초점 잃은 눈빛으로 멍하니 앞을 바라보았다…….

9개월 전, 그녀는 고 씨 가문의 금지옥엽으로, 소꿉친구인 진시목과 약혼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순조롭게 진행되던 결혼 준비가 약혼 전날 와장창 박살 났다.

그날 밤, 예비신부 고다정이 모르는 남자한테 정조를 잃은 것.

그 다음날 스캔들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다.

[파격 일탈! 운산시 명문가 장녀의 약혼 전날 원나잇!!]

다정은 하룻밤 사이에 모든 것을 잃었다.

어머니 강수지는 이 일로 충격을 받아 번개탄을 피워 자살했다.

아버지 고경영은 고 씨 집안 망신이라며, 인연을 끊겠다는 불호령과 함께 그녀를 집에서 쫓아냈다.

약혼남인 진시목은 사건 발생 일주일 후, 다정과의 혼약을 취소하고, 그녀의 의붓동생인 고다빈과 약혼을 발표했다.

다정은 순식간에 모두의 지탄을 받는 세기의 불륜녀, 불효녀가 되었다. 9개월이 지난 지금도, 그녀를 비난하는 네티즌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녀는 밤마다 악몽을 꾼다.

꿈속에서는 어머니의 죽음, 아버지의 비난과 욕설…… 그리고 정체불명의 남자가 나타나 오늘처럼 자신을 괴롭힌다.

심신이 고달프고 고통스럽다.

다정은 9개월 전 그날 밤, 자신이 왜 그 낯선 남자의 방에 있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파티 때 약혼자 진시목도 분명 같이 있었는데…… 어떻게 된 걸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진시목은 왜 자신을 지켜주지 않았을까?

그리고 어떻게 일주일 만에 다른 사람과 약혼하지?

가장 석연치 않은 점은, 늘 독립적이고 강인하던 어머니의 자살이었다.

아버지와 이혼한 후에도 소탈함을 잃지 않고 당당한 분이었는데… 갑자기 자살이라니.

수많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자, 다정은 머리가 깨질 듯 아프기 시작했다.

강말숙은 다정의 안색이 여전히 좋지 않은 것을 보고 물을 따라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위로했다.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든 상관하지 마라. 할머니는 네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믿는다. 자, 물 좀 마셔.”

다정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컵을 받으려 손을 뻗었다.

이때, 갑자기 다리 사이로 뜨거운 뭔가가 흘러나왔다.

살펴보니 붉은 피가 조금씩 치맛자락을 적시고 있었다.

……

두 시간 후.

고다정은 극심한 고통에 휩싸였다.

뱃속 태아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그날 교외의 낡고 오래된 병원에서, 다정은 이란성 쌍둥이를 조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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