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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Autor: 소여
last update Data de publicação: 2026-04-16 01:13:56

“으, 배고파……”

“와, 진짜 이런 식으로 사람을 굶긴다고?”

결국 저녁을 굶어버린 세 사람은, 다음날 아침까지 공복으로 버텨야 했다.

“…….”

에리스가 어이없다는 듯한 눈빛으로 루카를 쳐다봤다.

“망할 꼬맹이, 넌 왜 은근슬쩍 우리 집에서 자는 건데?”

“로테가 자라고 해서 잔 건데, 무슨 불만이라도?”

“어, 불만 많아. 여긴 우리 집이거든.”

그 말에 로테가 피식 웃으며 끼어들었다.

“…따지고 보면 내 집이지.”

“에리스, 너도 얹혀사는 거잖아.”

“입 다물어.”

에리스가 바로 맞받아쳤다.

“네가 날 소환했으니까 이 집은 나랑 너 공동 소유야.”

“……무슨 논리야 그거?”

“로테 건 에리스 거, 에리스 건 에리스 거.”

“…완전 도둑이네.”

루카가 혀를 차며 말했다.

“야, 로테. 쟤 버리자.”

“엥?”

“뭐 이 자식아!?”

루카의 말에 에리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늦게 들어온 돌이 박힌 돌 빼낸다더니! 찬물도 위아래가 있는 법이야!”

“결국 너도 얹혀사는 거잖아, 이 여자야.”

“야!!!”

로테가 급히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자, 자, 싸우지 말고…!”

“…버섯이나 열매라도 따오자.”

그리곤 잠깐 생각에 빠지더니 곧장 말을 바꿨다.

“…아니다. 사냥이라도 해서 고기 좀 먹자.”

“좋아!”

“고기!”

에리스와 루카는 동시에 반응했다.

둘은 눈을 마주쳤고 손뼉을 치며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같이 밖으로 향했다.

"가자 로테~"

"먼저 나가있을게!"

끼익-

문이 벌컥 열리고 쾅 닫혔다.

떠들썩 하던 집 안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로테는 잠깐 멍하니 서 있다가, 피식 웃었다.

“쟤네 은근히 잘 어울리는 콤비일지도…”

그 순간— 바람이 창문 틈으로 스며들어왔다.

스르륵-

“…어?”

스산한 기운에 로테의 눈이 살짝 흔들렸다.

바람이 아니라— 어딘가, 기묘하게 무거운 기운이었다.

“뭐지… 이 불길한 기운은?”

“…….”

“배고파서 좀 예민해졌나…?”

로테는 고개를 갸웃하며,

버섯을 담을 바구니와 마법 지팡이를 챙겨 밖으로 나섰다.

밖에서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사이좋게 나갔던 두 사람이 이미 전쟁 중이었다.

“야, 이 여편네야! 고기는 멧돼지 고기지!”

“어휴, 야만스러워! 고기는 소고기가 진리거든?”

“이 미친 여자야, 이 숲속에 소가 어디 있어!”

“찾아보면 되지! 요즘 애들은 시도도 안 해보고 포기한다니까?”

“상식적으로 숲에 소가 있냐고!!!”

부스럭—

“어?”

셋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소리가 난 방향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그리고 그곳에는,

“…….”

“…….”

“…….”

소…가 아니라—

거대한 반인반우 미노타우로스가 서 있었다.

“오.”

에리스가 눈을 반짝였다.

“맛있어 보이는 소다.”

“…야.”

루카가 낮게 말했다.

“저건 소 아니—”

이미 늦었다.

에리스는 침을 꿀꺽 삼키며 다가가고 있었다.

“음므므…”

미노타우로스가 위압적인 기운을 퍼뜨렸다.

“나를… 맛있어 보인다고 했나…?”

주변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는다.

“이 시건방진—”

에리스가 침을 흘리며 웃었다.

아주 천천히 눈이 반쯤 풀린 채.

“….”

미노타우로스는 갑자기 행동을 멈췄다.

“음므.”

“죄송합니다.”

“자세히 보니 인간이 아니라 여신님이시군요.”

“…오.”

미노타우로스가 예의있게 격식을 차리자 로테가 박수를 치며 말했다.

짝짝-

“진짜 여신이었어?”

“그럼 대체 뭔 줄 알았는데?”

“망상증 환자.”

“....진짜 죽이고 싶다.”

그때—

미노타우로스의 시선이 슬쩍 루카에게 향했다.

“어, 당신은—”

루카는 눈을 가늘게 뜨며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댔다.

쉿.

“음므…”

미노타우로스가 바로 입을 다물었다.

로테가 정중하게 미노타우로스에게 말했다.

“죄송한데, 저희가 너무 배가 고파서요.”

“혹시 저희를 위해… 죽어주실 수 있을까요? 아니면 고기좀 떼주세요. ”

“…야.”

로테의 말에 루카가 어이가 없는 표정을 하며 얼굴을 짚었다.

“그건 정중한 게 아니야.”

“음므…”

미노타우로스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저는 먹을 게 아닙니다.”

“대신—”

“맛있는 친구를 하나 소개해드릴까요?”

“누군데요?”

“음므— 고르곤.”

“……….”

“……….”

“……….”

루카가 고개를 돌렸다.

“…멧돼지나 잡으러 가자.”

“좋은 선택이다.”

에리스도 바로 동의했다.

그때— 다시한번 더 무거운 바람이 스쳤다.

미노타우로스가 잠깐 숲 깊은 곳을 바라봤다.

“…음므.”

“오늘은, 조심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응?"

로테가 고개를 기울였지만—

이미 루카와 에리스는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

숲 중앙, 양갈래 길 앞에 선 세 사람.

에리스가 당당한 표정을 지으며 왼쪽 길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나는 저쪽에서 혼자 사냥할 테니까—”

“약한 녀석 둘이서 알아서 해.”

그 말에 루카가 피식 웃었다.

“그러다 토끼한테 쥐어 터지지나 마라.”

“누가 너 같은 줄 아나 봐?”

둘 사이 공기가 또다시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자, 자.”

로테가 급히 끼어들었다.

“1시간 뒤에 여기서 다시 만나자!”

그녀는 루카의 옷자락을 질질 끌며

에리스가 가려는 방향과 반대쪽으로 향했다.

혼자 남은 에리스는 입꼬리를 올린 채, 깊은 숲으로 걸어 들어갔다.

저벅—

저벅—

스르륵—

“…응?”

그녀의 발걸음이 멈췄다.

숲의 공기가, 이상하게 가라앉았다.

그리고 검은 안개가 그녀의 발밑에서 피어올랐다.

그것은 천천히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사람의 형체.

“…어?”

앞에서 얼음장처럼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랜만이군, 에리스.”

그 목소리에 에리스의 시선이 점점 얼어붙기 시작했다.

검은 머리에 자신과 닮은 뿔, 피처럼 붉은 눈동자, 숨이 막힐 듯한 압박.

그의 정체는 에리스의 친부, 어둠의 신 '에레보스'

“…아버님…?”

항상 당당한 얼굴이던 그녀는 처음으로 표정이 무너졌다.

에리스의 손끝이 살짝 떨리기 시작했고, 발은 겁에질려 움직이지 않았다.

에레보스는 천천히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네게…”

“…기분 나쁜 기운이 묻은것같군.”

“…에…?”

에리스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무… 무슨 말씀이신지…”

“…….”

짧은 침묵이 흐르고..

“둔한 년.”

차갑게 떨어진 말.

“너도 알고 있을 텐데.”

“….”

“최근, 네 어미가 ‘봉인’된 사실을.”

“…어머님이…요?”

에리스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그래.”

“닉스는 스스로를 가두고 봉인되었다.”

“……왜…”

“....나약하기 때문이다.”

그의 단호한 대답이 에리스의 마음을 저리게 했다.

“네 어미를 부활시키려면 필요한 두가지가 있다.”

“봉인석의 위치.”

“그리고—”

“빛의 힘.”

“…빛의 힘…?”

“나와는 반대되는 힘.”

“최근 그 힘을 가진 놈을 사냥했다가—”

잠깐의 침묵.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놓쳤다.”

에레보스가 겁에 질린 에리스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태어날 때부터 불화만 일으키는 것 말고는—”

“쓸모가 없는 녀석.”

에리스는 아버지가 자신을 향해 '쓸모가 없다.' 라는 말이 비수로 꽂혔다.

“증명해라.”

에레보스는 낮고 느린 음성으로 말했다.

“네가 내 딸이라면—”

“쓸모 있다는 것을.”

“…명령만 내려주신다면—”

에리스는 에레보스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아버님…”

“봉인석을 찾든.”

“내가 놓친 놈을 찾든.”

“…그 놓친녀석이 대체 누구입니까…?”

에리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에리스의 대답에 에레보스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태양의 신, 헬리오스.”

“……!”

그 이름을 듣고 에리스의 눈이 살짝 흔들렸다.

“.....닉스를 그렇게 만든 장본인이지.”

“…….”

“빛의 기운이 담긴 목걸이.”

“그걸 가진 남자를 찾아라.”

잠시 짧은 정적이 흐르고, 에레보스는 연이어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네 가치를 증명해라.”

쿵—

그 말과 동시에 공기가 눌리고 바람이 뒤틀렸다.

에레보스의 형체가, 검은 연기와 함께 서서히 흩어졌다.

남은 것은 고요함과 무너진 침묵.

에리스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한 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손끝이 점점 떨려왔다.

시선은 바닥에 툭 떨어져 있었다.

“…쓸모없다라…”

에리스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금빛 눈동자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빛으로 일그러졌다.

"헬리오스라고 했지...."

에리스는 그 이름을 되내이며 굳게 다짐한듯 혼잣말을 속삭였다.

"증명 해 보이겠어. 내 가치를"

"그리고, 나는 불화만 일으키는 존재가 아니라는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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