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카시안은 지상에서의 마지막 행동으로, 늘 그래왔듯 애드의 헝클어진 머리를 따스하게 쓰다듬어 주고 싶었다.하지만 이미 육체가 죽어 영혼만 남은 자신은, 제자의 몸을 만지는 것조차 할 수 없어 손끝이 허공을 투명하게 통과할 뿐이었다.“….”바로 그때.타나토스의 무심한 시선이 허공에서 갈 곳을 잃고 쓸쓸하게 떨리는 카시안의 투명한 손끝으로 향했다.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딱 한 번만.”“체온을 느끼게 해 주마.”그순간, 조금 전 메티스에게 심장을 찢는 독설을 내뱉던 차가운 모습과는 다른 의외의 친절함에, 자리에 있던 동료들 모두가 놀란 눈으로 타나토스를 바라보았다.타나토스의 창백한 손끝에서 깊은 검은 안개의 마력이 잔잔하게 퍼져 나가 노인의 영혼을 감쌌다.그리고 잠시 후카시안 영혼이 아주 짧은 순간, 마치 살아 있는 인간처럼 형태를 되찾았다.“…!”애드는 떨리는 눈으로 카시안을 바라봤다.카시안 역시 잠시 자기 손을 내려다보다 피식 웃었다.“허.”“신기하군.”그리고 그는 망설이지 않고 애드를 끌어안았다.애드 역시 울음을 참지 못한 채 카시안을 꽉 붙잡았다.두 사람은 마지막으로 서로의 체온을 느꼈다.“감사했습니다…”“…스승님.”카시안은 무덤덤하게 웃으며 애드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었다.“그래.”그 한마디에는 수많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그리고 카시안 주변에서 따뜻한 빛이 천천히 피어올랐다.마치 하늘로 승천하는 은하수의 별가루처럼 찬란하게 반짝이며, 황량한 평야 위로 스르륵 부드럽게 흩어지기 시작했다.사방으로 퍼져나가는 영혼의 파편들은 따스하고 아늑했다.『애드.』『내 삶의 끝자락에 나타난 너는 내게 완벽한 아들 같은 존재였다.』『…그러니 내 몫까지, 부디 행복하게 웃으며 살아가다오.』검성 카시안의 영혼은 그가 휘두르던 올곧은 검처럼, 그리고 태양신 헬리오스의 자비처럼 그 누구보다 눈부시고 따뜻한 빛을 품은 위대
카시안은 자기 얼굴을 만져 보더니 감탄했다.“오오… 내 잘생긴 얼굴을 구현해 주다니.”“자네 혹시 신인가?”오드아이 남자는 카시안의 반응을 보더니 짧게 한숨을 쉬었다.“…작별 인사는 짧게 허락해 주지, 그게 마지막 내 친절이다.”그의 말에 카시안은 씨익 웃었다.“고맙네!”그리고 전성기 검성의 위풍당당한 걸음걸이로 걸어와,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애드의 바로 앞에 섰다.애드는 떨리는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스승님?”카시안은 평소처럼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수업료는 최소 100년 뒤 저승에서 받을 테니.”“그전에 지불하러 오면 쫓아낼 거다.”“…네?”“오래 살아라.”카시안 목소리는 놀라울 정도로 담담했다.마치 자신의 죽음을 이미 받아들인 사람처럼.오드아이 남자는 그 인위적인 시간 동안 아무런 재촉도 하지 않았다.그는 그저 팔짱을 낀 채 묵묵히 서서, 고독한 검성이 지상에서의 마지막 인사를 온전히 끝마칠 때까지 조용히 침묵을 지키며 기다려 주었다.바로 그때.메티스가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휘청거리는 발걸음으로 걸어가 오드아이 남자를 애처롭게 바라보았다.“…타나토스.”그리움과 원망이 섞인 그녀의 가느다란 손이, 천천히 그의 옷깃을 향해 뻗어 나갔다.하지만 그 손이 닿기 직전, 아이테르가 매서운 손짓으로 메티스의 손목을 휙 낚아채 뒤로 당겼다.휙-!“…그러지 마.”메티스의 흔들리는 눈동자는 금방이라도 무너질듯 깊은 슬픔과 원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왜?”아이테르는 그녀를 자기 뒤로 살짝 감추며, 타나토스를 똑바로 노려봤다.“…이미 널 한 번 버린 녀석이야.”“붙잡으려 하지 마.”그 말이 떨어진 순간.평야 위 공기가 싸늘하게 식어 내렸다.머리 위의 검은 뿔.이질적인 오드아이.그리고 압도적인 신격의 위압감.그의 진짜 정체는 바로 모든 생명의 죽음을 관장하는 명계의 절대 군주, 죽음의 신 ‘타나토
세 사람이 무거운 발걸음으로 간신히 도착한 거친 평야의 중심그곳에는, 마지막 순간까지 왼손에 쥔 검을 결코 놓지 않은 채 꼿꼿하게 무릎을 꿇고 있는 검성 카시안의 모습이 있었다.온몸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찢긴 상처투성이였지만, 세상을 떠난 노인의 얼굴은 그 어떤 날보다 평온하게 가라앉아 있었다.마치 자신에게 다가온 가혹한 운명의 마지막을 기꺼이 받아들인 사람처럼 온화한 미소를 머금은 채 영원한 잠에 빠져 있었다.그 처참한 광경을 본 순간 애드의 절규가 넓은 평야를 뒤흔들었다.“아아아아아아!!!!!!!”“스승님!!!!!!!!”애드는 미친 사람처럼 앞으로 고꾸라지며 카시안의 차가운 시신을 터질 듯이 끌어안았다.마지막 숨이 끊어지는 찰나까지 대륙의 검성으로 당당하게 남은 노인의 마지막 뒷모습은, 너무나도 서글플 정도로 카시안다웠기에 메티스와 아이테르 역시 밀려오는 슬픔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메티스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영감님…”아이테르도 씁쓸하게 두눈을 질끈 감았다.“…카시안.”하지만 바로 그 순간“시끄럽다 이놈아!!!!!!!”평야의 대기를 찢고 날카롭게 울려 퍼진 고함소리.그것은 분명 방금 숨이 끊어진 카시안의 걸걸한 목소리였다.“……….”“…엥?”애드는 시신을 붙잡고 울다 말고, 눈물이 맺힌 눈을 끔빡였다.“…스승님?”그는 황급히 품 안 카시안을 내려다봤다.분명 숨은 끊겨 있었다.눈도 감겨 있었다.누가 봐도 완벽한 사망 상태.그런데 바로 그들의 등 뒤에서, 카시안의 카랑카랑한 잔소리가 또다시 마술처럼 들려왔다.“아오 귀청 떨어지겠네 진짜!”아이테르 눈동자가 슬슬 공포로 떨려오기 시작했다.“…뭐야?”“설마 살아 있는 건가?”그 순간 그의 뒤쪽 허공에서 카시안의 우렁찬 고함이 터졌다.“니 눈엔 저게 살아 있는 걸로 보이냐!!!!!”“으악!!!!!!”아이테르가 화
-엘쉬온 인근 해안가-강제로 발동된 전이 마법의 빛이 가라앉자마자, 애드는 마력이 소진되어 금이 간 텔레포트석을 거칠게 바닥에 내던졌다. 쨍그랑-!!깨져버린 마법석 파편들이 차가운 모래사장 사방으로 쓸쓸하게 흩어졌다. “하아… 하아…!”애드는 모래바닥 위에서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뜨거운 눈물이 봇물 터지듯 차올라서 시야가 엉망으로 흐려졌다.그의 귓가에는 여전히 카시안의 마지막 목소리가 이명처럼 맴돌고 있었다.『넌 언제나 내 자랑스러운 제자란다.』“흐윽…”결국 애드는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카시안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이 싸움의 끝에서 자신이 확실하게 죽는다는 것을.그럼에도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웃었다.끝까지 비명조차 지르지 않고 검을 놓지 않았다.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스승으로서 애드에게 ‘복수의 진정한 의미’를 가르치고 있었던 것이다.그 잔인한 진실이 애드의 심장을 더 무참하게 가루로 만들었다.“…왜.”울음 섞인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왜 그런 식으로…”애드는 이를 악물었다.언젠가는 이별이 올 거라 생각했다.카시안은 이미 늙은 몸이었고, 검사란 원래 죽음을 가까이 두고 사는 존재였으니까.하지만 결코 이런 방식의 처절한 이별은 원치 않았다.애드는 결국 버티지 못하고 바닥에 그대로 엎드렸다.마치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길잡이를 잃어버린 어린아이처럼, 어깨를 가련하게 들썩이며 대성통곡했다.“아아…! 스승님…” 애드의 통곡 소리 주변으로는 오직 쓸쓸한 파도 소리와 서늘한 바람 소리만이 조용히 감돌 뿐이었다.얼마나 그렇게 지옥 같은 시간이 흘렀을까.저 멀리 모래사장 너머에서 서둘러 달려오는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려왔다.사박.사박.그리고 익숙한 목소리.“어…?”“…애드?”익숙한 목소리에 애드의 만신창이가 된 몸이 순간 움찔하며 굳어졌다.그리고 그는
저 정도의 심연을 정면으로 뚫고 살아 나온 인간은, 그 조차도 본 적이 거의 없었다.반면 애드는 안도와 극심한 불안이 뒤섞인 얼굴로 스승을 바라봤다.그런 제자를 향해, 카시안이 다시 검을 비스듬히 들어 올렸다.챙-!!남자의 검은 마력과 카시안의 태양빛 검기가 다시 한번 정면으로 격돌했다.콰아앙-!!!!주변을 찢는 폭음 속에서도, 카시안의 목소리는 이상할 정도로 애드의 귀에 또렷하게 박혔다.“애드.”“…네?”애드는 불길함에 떨리는 눈으로 스승의 뒷모습을 바라봤다.카시안은 계속해서 몰아치는 심연의 공격을 쳐내며 담담하게 말했다.“너와 지낸 시간 동안 나는 네가 아들 같고 좋았다.”챙-!!!!카앙-!!!!그 순간 애드의 눈동자가 천천히 흔들렸다.“…스승님?”불안했다.가슴이 미칠 것처럼 조여왔다. 마치 지금 이 순간의 대화가, 다가올 영원한 끝을 향해 흘러가는 전조처럼 느껴졌기에.카시안은 검을 비틀어 자신을 향해 쇄도하던 심연의 창을 거칠게 튕겨냈다.콰직-!!!!그리고는 피비린내를 풍기며 피식 웃었다.“내 검사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도 널 가르쳤을 때였단다.”애드의 심장이 불길한 예감에 완전히 난도질당했다.카시안은 거칠게 붉은 숨을 몰아쉬면서도, 유언을 남기듯 말을 이어갔다.“그리고 애드 언제나 내가 늘 말했듯…”카시안의 주변에서 검은 마력이 역류하며 폭발했다.그의 몸이 뒤로 무참히 밀려났다.하지만 기사로서의 자세만큼은 끝끝내 무너지지 않았다.“‘복수’란 건 죽음을 선사하는 게 아니라…”카시안의 깊은 눈빛이 마침내 뒤를 돌아보며 애드를 똑바로 향했다.“그자에게는 가장 고통스럽게, 네게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거란다.” 콰앙-!!!!또다시 카시안의 검과 심연이 충돌했다.카시안의 입가에서 피가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하지만 그는 소년처럼 활짝 웃고 있었다.“…그리고.”“네
카시안의 태양빛 같은 찬란한 검기가 푸른 검신 위로 폭발적으로 피어올랐다.“태양참!!!”세상을 반으로 가를 듯한 일격이 가면 쓴 남자를 향해 떨어졌다.빛의 파도가 사방으로 해일처럼 휘몰아쳤고, 거대하던 검은 심연이 비명을 지르며 강제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콰아아아아아앙-!!!!!그 여파로 주변 산맥의 절반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대지는 길고 깊게 찢겨 나가며, 아까전에는 존재하지않던 거대한 협곡이 새로이 만들어졌다. 애드는 결계 안에서 밀려오는 안압에 숨조차 쉬지 못했다. “스승님……”눈앞의 광경을 보면서도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인간의 육신이 낼 수 있는 힘이라고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신의 영역이었다. “…스승님…”휘이이잉—차가운 강풍이 폐허가 된 전장 위를 쓸쓸하게 스쳐 지나갔다.그리고 하얀 연기 속에서, 마침내 남자의 그림자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호오.”연기가 완전히 걷히자, 남자의 옷자락 한쪽이 길게 찢겨 있었고, 얼굴을 가린 가면에도 선명한 금이 가 있었다.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남자의 가슴 부분에서 붉은 피가 천천히 흘러내리고 있었다.툭.툭.그의 붉은 핏방울이 바닥에 떨어질 때마다 대지가 썩어 들어갔다.애드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저 괴물같은 놈한테 상처를… 냈어?’재앙 그 자체였던 심연의 존재에게, 인간이 기어코 흉터를 남긴 것이다. 잠시 숨 막히는 침묵이 전장을 지배했다.그리고 남자가 천천히 손끝으로 자신의 상처를 쓸었다.스윽-손끝에 묻어난 붉은 피.그는 그것을 잠시 내려다보더니, 가면 아래에서 아주 작게 웃었다.“…정말 오랜만이군.”그 순간 주변 공간이 기괴하게 뒤틀리기 시작했다.쿠구구구구—마치 현실 자체가 고통에 겨워 비명을 지르는 듯했다.애드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뭐야…?”남자의 발밑에서부터 끝이 보이지 않는 검은 심연이
"네놈이...에레보스냐?"남자는 애드의 절박한 질문에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그저 가면 너머로 기분 나쁜 웃음소리만 흘려보낼 뿐이었다.그 기괴한 모습을 지켜보던 에리스가 남자 뒤편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가 날카롭게 몰아세웠다. “그래, 대답해! 어째서 네놈이 우리 아버님의 고유한 힘을 멋대로 쓰고 있는 거지?!”그 순간, 남자가 아주 천천히 고개를 돌려 에리스를 바라보았다. “……에리스.”나직하고 부드러운 목소리. 하지만 그 안에는 영혼을 짓개어버릴 듯한 소름 끼치는 압박감이 담겨 있었다.
거대한 신성을 지닌 여신과 세월에 마모되어 늙어버린 검성의 대결.누가 보아도 결과는 진작 정해져 있어야만 했다.하지만 지금 전장을 완벽하게 지배하고 있는 쪽은, 신이 아니라 인간 카시안이었다. 챙-! 카아앙──!! 검과 창이 허공에서 맞부딪칠 때마다 고막을 찢는 폭음이 사방으로 터져 나왔다.불화의 여신, 에리스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뭐야……?!’‘왜 힘에서 밀리지 않는 거지?’아니, 밀리지 않는 수준이 아니었다. 명백히 카시안 쪽이 그녀를 힘으로 찍어누르며 우세를 점하고
"몸만 큰 줄 알았는데 정신도 꽤 성장했네?" 애드는 그녀의 미소를 가만히 바라봤다. 하지만 예전처럼 속지 않았다. 그 미소가 진심이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애드는 조용히 말을 이었다. "너는 불화의 여신이고 에레보스는 어둠의 신이야." "..." "만약 정말 네가 불화라면." "언젠가는 또 누군가를 다치게 하겠지." 에리스에게 말을 계속 이어가는 애드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차분했다. 분노도 없었고 증오도 없었다. 그저 담담한 사실을 말하는
엘쉬온의 수도 루엘애드가 헬리오스와 함께 수련을 시작할 무렵,아이테르와 메티스는 애드의 간식을 사기위해 엘쉬온의 수도 루엘 시장거리에서 쇼핑을 하고있었다. 아이테르는 양손에 간식 봉투를 가득 들고 메티스를 졸졸 따라다녔다. “어? 아이테르, 저기도 가보자!” “또 어딜 가…” 메티스의 무한 쇼핑에 아이테르는 완전히 짐꾼이 된 기분이었다. 애드를 위해 구매한 간식 봉투들이 산처럼 쌓여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때, 앞에서 메티스가 넘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콰당! “야,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