تسجيل الدخول다음 날 아침.
“뿌애애애앵-!”
애드의 우렁찬 울음소리와 함께 집 안은 전쟁터가 되어 있었다.
로테는 반쯤 넋이 나간 얼굴로 침대에 기대 있었고,
루카는 영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
에리스는 창가에 앉아 말없이 바깥만 바라보고 있었다.
“...또 운다. 이번엔 네가 좀 봐줘, 로테.”
"....루카.."
"왜...?"
“나 배도 고프고, 잠도못자서 기운도없고..."
"혹시 아기의 뜻이 엄마 아빠를 아사시키기 위해 태어난 생명체라는 말이 아닐까...”
“뿌애애애애앵!!!”
“가요... 갑니다...”
밤새 한숨도 못 잔 두 사람은 비틀거리며 애드에게 다가갔다.
루카가 조심스럽게 아이를 안아 들고 흔들었다.
“자, 손님. 이번엔 무엇이 불만이십니까?”
“으아아앙!!”
“.........”
“모유는 아까 드셨잖아요, 손님.”
“으아아아앙!!!”
그 순간, 기저귀 사이로 익숙하고도 불길한 냄새가 새어 나왔다.
루카가 무표정하게 말했다.
“로테. 이번엔 똥이래.”
“건조시켜 둔 기저귀 가져올게...”
밤새도록 기저귀 갈기, 세탁, 건조, 다시 갈기, 다시 세탁을 반복한 두 사람은 이미 한계에 도달해 있었다.
에리스는 그런 모습을 보며 혀를 찼다.
“와... 무슨 무한 가내수공업 지옥이냐.”
그때였다.
창문 너머에서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다.
스르륵.
그 기운을 감지 하자마자 에리스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결국 왔구나. 아파테.’
육아 지옥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두 사람의 시선을 피해, 에리스는 조용히 집 밖으로 빠져나왔다.
집 앞 숲길.
붉은 눈동자와 새하얀 긴 머리카락, 자신과 닮은 뿔을 가진 남자가 나무에 기대 서 있었다.
그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누님. 오랜만입니다.”
“아파테. 자리를 옮기자.”
“아아, 이해합니다.”
“지금 ‘가족’처럼 여기는 분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으신 거겠지요.”
“.....!”
정곡을 찔린 에리스의 표정이 굳었다.
하지만 곧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
“하. 내가 인간 따위를 가족처럼 여길 것 같아? 내가 그렇게 물러졌나?”
“글쎄요.”
두 사람은 더 깊은 숲속으로 걸음을 옮겼다.
잠시 후, 아파테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일단 말씀드릴 건, 제가 어머님의 봉인석을 찾았다는 겁니다.”
“...뭐?”
“그리고 누님도 ‘헬리오스’를 찾으신 것 같더군요.”
에리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파테, 그건...”
“그런데 말입니다.”
아파테는 말을 끊고 미소 지었다.
“스스로 자신을 봉인한 어머님께서, 정말 봉인이 풀리길 바라실까요?”
“어...?”
“저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우리가 어릴 적, 어머님이 단 한 번이라도 웃는 모습을 본 적 있습니까?”
에리스는 입을 다물었다.
기억을 더듬어도 떠오르는 것은 차갑고 공허한 얼굴뿐이었다.
“저는,”
아파테가 다시 에리스를 바라봤다.
“어머님께서 봉인으로 인해 오히려 안식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지?”
“누님은 왜 우리가 ‘불화’와 ‘기만’으로 태어났는지 아십니까?”
“......왜?”
“신의 아이는, 태어나는 순간 어머니가 품은 감정의 영향을 받습니다.”
그는 말을 이어나가며 싱긋 웃었다.
“즉, 어머님은 저희를 낳으실 때 행복하지 않으셨다는 뜻이지요.”
그의 말에 에리스의 얼굴이 굳었다.
“...어머님이 날 낳을 때, 부정적인 감정을 품고 있었다고?”
“누군가가 그런 감정을 심어 주었겠죠.”
“누가?”
아파테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의미심장한 미소만 지었다.
침묵이 숲속을 가득 메웠다.
잠시 후, 그가 부드럽게 물었다.
“누님은... 행복하고 싶지 않으십니까?”
“.......”
에리스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파테는 품속에서 검은 흑요석이 박힌 귀걸이 한 쌍을 꺼내 그녀의 손에 올려두었다.
“이건 뭐지?”
“행복을 선택하게 해 주는 귀걸이입니다.”
“뭐?”
“이걸 착용하고 계시면, 당장의 불화는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에리스가 눈살을 찌푸렸다.
“어떻게?”
“글쎄요.”
아파테는 어깨를 으쓱했다.
“아버님께는 제가 잘 말씀드리겠습니다. 빛의 힘을 가진 헬리오스는 제가 찾겠다고.”
“......”
“물론 찾지 않을 겁니다.”
그는 다정하게 웃었다.
“누님은 그저 지금의 일상을 즐기세요.”
“...그래도 되는 거야?”
“네.”
아파테는 에리스의 손을 감싸 쥐며 속삭였다.
“즐기세요.”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다.
에리스의 가슴을 짓누르던 불안이 조금은 걷히는 듯했다.
이제 더는 떨지 않아도 된다.
이제 정말 저 세 사람 곁에 섞여 살아갈 수 있다.
그렇게 믿으며, 에리스는 귀걸이를 귓불에 걸었다.
차가운 감촉이 피부를 스쳤다.
“...고마워, 아파테.”
아파테는 환하게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
“별말씀을.”
그는 안개처럼 숲속으로 사라졌다.
홀로 남은 에리스는 자신도 모르게 귀걸이를 매만졌다.
검은 흑요석이 햇빛 아래에서 아주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아파테가 돌아간 뒤, 에리스는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이제 괜찮을 것이다.
불안에 떨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생각하며 문을 연 순간.
“으아아아악! 로테, 나 좀 살려줘!!!”
“어? 어?! 애드! 아빠 머리 뽑힌다!!”
“꺄하핫-!”
“.........”
집 안은 아까보다 더 처참한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루카는 애드에게 머리카락을 붙잡힌 채 비명을 지르고 있었고,
로테는 반쯤 넋이 나간 얼굴로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에리스는 잠시 침묵하다가 피식 웃었다.
“하. 한심하긴.”
그녀는 자신만만한 걸음으로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어이. 나한테 아기 넘겨봐.”
루카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너, 아기 안는 법은 알아?”
“두고 보면 알겠지.”
“그래. 다치게만 하지 마라.”
루카가 조심스럽게 애드를 에리스에게 넘겼다.
에리스 품에 안긴 애드는 동그란 눈으로 그녀를 빤히 바라보더니, 이내 해맑게 웃었다.
“꺄륵.”
“....!”
아기의 미소에 에리스의 심장이 이상하게 간질거렸다.
작고 따뜻한 체온.
말랑한 손.
그리고 자신만 바라보며 웃는 얼굴.
‘뭐야... 좀 귀엽잖아.’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가려던 순간.
푝.
“.........?”
애드의 두 손가락이 정확히 에리스의 눈을 찔렀다.
“으아아아아아악!!!!!!!”
에리스는 비명을 지르며 본능적으로 두 팔을 놓쳤다.
“헉! 애드!!!”
몸이 공중에 붕 뜬 애드를 루카가 재빨리 낚아채듯 받아냈다.
“후... 다행이다.”
루카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그대로 주저앉았다.
긴장이 풀린 탓에 다리에 힘이 풀린 것이었다.
로테는 이미 육아에 지쳐 침대에 널브러져 있었고,
에리스는 눈을 감싼 채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내 눈! 내 신성한 눈이!!”
“누가 아기 안는 법 안다고 했냐?”
“닥쳐, 손해배상청구 할거야!”
“꺄하핫!”
아무것도 모르는 애드는 루카 품 안에서 해맑게 웃고 있었다.
지옥 같은 집 안에서, 유일하게 행복해 보이는 존재는 애드 하나뿐이었다.
세 달 뒤.
애드는 제법 통통하게 자라 있었고,
에리스의 뿔을 장난감처럼 붙잡고 놀고 있었다.
“야. 이거 장식 아니다.”
“에-브-”
에리스는 자신의 뿔을 꼭 쥔 애드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톡 치며 말했다.
“‘에-브-’가 에리스 예쁘다, 이런 뜻이지? 역시 애들은 솔직하다니까.”
루카가 코웃음을 쳤다.
“꿈보다 해몽이지.”
“뭐야?!”
“이잉...”
에리스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애드의 눈망울에 금세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아, 또 울렸네. 못된 에리스 같으니.”
“네가 먼저 시비 건 거잖아!!!”
“후에에에엥!!!”
“으아아악, 시끄러워!”
“야! 울려 놓고 어디 가!”
“네 아들이잖아!”
애드가 본격적으로 울음을 터뜨리자, 에리스는 재빨리 몸을 돌려 다락방으로 도망쳤다.
세 달 전, 아파테가 일상을 즐기라 말한 뒤로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에레보스도 더는 자신을 찾지 않았고, 누군가 감시하는 기척조차 없었다.
에리스는 이제야 해방된 것 같다고 생각했다.
물론 가끔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갑자기 잠잠할 수가 있나?’
하지만 불안은 한 번 시작되면 끝도 없이 커진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에리스는 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침대에 누운 채 몸을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까마귀 한 마리가 창틀 위에 내려앉아, 사람처럼 고개를 기울인 채 에리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까악. 까악.”
잠시 후, 까마귀는 검은 날개를 퍼덕이며 하늘 저편으로 날아가 버렸다.
에리스는 괜히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뭐야, 저 까마귀는.”
그때 아래층에서 로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리스! 점심 먹으러 내려와!”
“......”
잠시 망설이던 에리스는 고개를 저었다.
별일 아니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계단을 내려갔다.
“야, 또 버섯이지?”
로테가 활짝 웃었다.
“정답!”
“아... 진짜.”
“꺄하하핫!”
애드의 맑은 웃음소리가 집 안에 퍼졌다.
그렇게 평범한 일상은 계속되었고, 계절은 다시 몇 번이나 바뀌어 갔다.
애드가 처음 뒤집기를 하던 계절엔 눈이 녹았고,
처음으로 ‘이모’와 ‘엄마’를 헷갈려 옹알이하던 날엔
숲 가득 이름 모를 여름꽃이 피어났다.
그리고 에리스의 귀걸이가
단 한 번도 차갑게 식지 않은 채,
일곱 번의 눈이 내리고,
일곱 번의 꽃이 다시 피어났다.
에리스는 몰랐다.
그 시간이,
자신에게 주어진 가장 잔인하고도 따뜻한 유예였다는 것을.
애드는 카시안과의 이별 이후, 더이상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어딘가 홀가분해진 얼굴로 조용히 서 있었다.슬픔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이제는 그 슬픔마저 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그때 아이테르가 카시안의 시신을 내려다보다 눈을 가늘게 떴다. “…음?”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잘려 나가 있었던 오른팔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온전히 이어져 있었다.온몸의 상처들 또한 깨끗하게 아물어, 마치 깊은 잠에 빠진 것처럼 평온한 모습이었다. 그 광경을 바라보던 아이테르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타나토스의 짓이군.”죽음의 신이 명계로 돌아가기 전, 모두가 카시안의 영혼에 정신이 팔려 있던 사이 말없이 그의 육신을 복원해 준 듯 보였다. 메티스 역시 카시안을 바라보며 마음 한구석이 복잡해졌다.자신에게는 유독 차갑기만 했던 타나토스가 카시안에게는 마지막 예의를 남겨 주고 떠났기 때문이다.그 묘한 감정이 그대로 눈빛에 드러났는지, 아이테르가 조용히 메티스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꼬옥- “응…?” 갑작스러운 아이테르의 포옹에 메티스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그리고 그 미묘한 분위기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애드가 머리를 긁적이며 끼어들었다. “응?”“너희 사귀어?”“아니?!” 아이테르는 화들짝 놀라며 메티스를 옆으로 툭 밀어냈다.“쟤 어깨에 코딱지 묻힌 건데?”“뭣?!?!!” 메티스는 경악하며 자기 어깨를 내려다봤다.그 모습을 본 아이테르가 결국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뻥이야.”“…….” 메티스는 그런 아이테르를 잠시 바라봤다.장난스럽고 가벼운 말투 속에 자신을 위로하려는 마음이 섞여 있다는 걸 눈치챈 그녀가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부드럽고 조용한 미소에 아이테르의 심장이 괜히 쿵 내려앉았다. “…어?” 메티스가 천천히 다가오더니, 이번엔 그녀가 먼저 아이테르를 살포시
카시안은 지상에서의 마지막 행동으로, 늘 그래왔듯 애드의 헝클어진 머리를 따스하게 쓰다듬어 주고 싶었다.하지만 이미 육체가 죽어 영혼만 남은 자신은, 제자의 몸을 만지는 것조차 할 수 없어 손끝이 허공을 투명하게 통과할 뿐이었다.“….”바로 그때.타나토스의 무심한 시선이 허공에서 갈 곳을 잃고 쓸쓸하게 떨리는 카시안의 투명한 손끝으로 향했다.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딱 한 번만.”“체온을 느끼게 해 주마.”그순간, 조금 전 메티스에게 심장을 찢는 독설을 내뱉던 차가운 모습과는 다른 의외의 친절함에, 자리에 있던 동료들 모두가 놀란 눈으로 타나토스를 바라보았다.타나토스의 창백한 손끝에서 깊은 검은 안개의 마력이 잔잔하게 퍼져 나가 노인의 영혼을 감쌌다.그리고 잠시 후카시안 영혼이 아주 짧은 순간, 마치 살아 있는 인간처럼 형태를 되찾았다.“…!”애드는 떨리는 눈으로 카시안을 바라봤다.카시안 역시 잠시 자기 손을 내려다보다 피식 웃었다.“허.”“신기하군.”그리고 그는 망설이지 않고 애드를 끌어안았다.애드 역시 울음을 참지 못한 채 카시안을 꽉 붙잡았다.두 사람은 마지막으로 서로의 체온을 느꼈다.“감사했습니다…”“…스승님.”카시안은 무덤덤하게 웃으며 애드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었다.“그래.”그 한마디에는 수많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그리고 카시안 주변에서 따뜻한 빛이 천천히 피어올랐다.마치 하늘로 승천하는 은하수의 별가루처럼 찬란하게 반짝이며, 황량한 평야 위로 스르륵 부드럽게 흩어지기 시작했다.사방으로 퍼져나가는 영혼의 파편들은 따스하고 아늑했다.『애드.』『내 삶의 끝자락에 나타난 너는 내게 완벽한 아들 같은 존재였다.』『…그러니 내 몫까지, 부디 행복하게 웃으며 살아가다오.』검성 카시안의 영혼은 그가 휘두르던 올곧은 검처럼, 그리고 태양신 헬리오스의 자비처럼 그 누구보다 눈부시고 따뜻한 빛을 품은 위대
카시안은 자기 얼굴을 만져 보더니 감탄했다.“오오… 내 잘생긴 얼굴을 구현해 주다니.”“자네 혹시 신인가?”오드아이 남자는 카시안의 반응을 보더니 짧게 한숨을 쉬었다.“…작별 인사는 짧게 허락해 주지, 그게 마지막 내 친절이다.”그의 말에 카시안은 씨익 웃었다.“고맙네!”그리고 전성기 검성의 위풍당당한 걸음걸이로 걸어와,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애드의 바로 앞에 섰다.애드는 떨리는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스승님?”카시안은 평소처럼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수업료는 최소 100년 뒤 저승에서 받을 테니.”“그전에 지불하러 오면 쫓아낼 거다.”“…네?”“오래 살아라.”카시안 목소리는 놀라울 정도로 담담했다.마치 자신의 죽음을 이미 받아들인 사람처럼.오드아이 남자는 그 인위적인 시간 동안 아무런 재촉도 하지 않았다.그는 그저 팔짱을 낀 채 묵묵히 서서, 고독한 검성이 지상에서의 마지막 인사를 온전히 끝마칠 때까지 조용히 침묵을 지키며 기다려 주었다.바로 그때.메티스가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휘청거리는 발걸음으로 걸어가 오드아이 남자를 애처롭게 바라보았다.“…타나토스.”그리움과 원망이 섞인 그녀의 가느다란 손이, 천천히 그의 옷깃을 향해 뻗어 나갔다.하지만 그 손이 닿기 직전, 아이테르가 매서운 손짓으로 메티스의 손목을 휙 낚아채 뒤로 당겼다.휙-!“…그러지 마.”메티스의 흔들리는 눈동자는 금방이라도 무너질듯 깊은 슬픔과 원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왜?”아이테르는 그녀를 자기 뒤로 살짝 감추며, 타나토스를 똑바로 노려봤다.“…이미 널 한 번 버린 녀석이야.”“붙잡으려 하지 마.”그 말이 떨어진 순간.평야 위 공기가 싸늘하게 식어 내렸다.머리 위의 검은 뿔.이질적인 오드아이.그리고 압도적인 신격의 위압감.그의 진짜 정체는 바로 모든 생명의 죽음을 관장하는 명계의 절대 군주, 죽음의 신 ‘타나토
세 사람이 무거운 발걸음으로 간신히 도착한 거친 평야의 중심그곳에는, 마지막 순간까지 왼손에 쥔 검을 결코 놓지 않은 채 꼿꼿하게 무릎을 꿇고 있는 검성 카시안의 모습이 있었다.온몸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찢긴 상처투성이였지만, 세상을 떠난 노인의 얼굴은 그 어떤 날보다 평온하게 가라앉아 있었다.마치 자신에게 다가온 가혹한 운명의 마지막을 기꺼이 받아들인 사람처럼 온화한 미소를 머금은 채 영원한 잠에 빠져 있었다.그 처참한 광경을 본 순간 애드의 절규가 넓은 평야를 뒤흔들었다.“아아아아아아!!!!!!!”“스승님!!!!!!!!”애드는 미친 사람처럼 앞으로 고꾸라지며 카시안의 차가운 시신을 터질 듯이 끌어안았다.마지막 숨이 끊어지는 찰나까지 대륙의 검성으로 당당하게 남은 노인의 마지막 뒷모습은, 너무나도 서글플 정도로 카시안다웠기에 메티스와 아이테르 역시 밀려오는 슬픔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메티스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영감님…”아이테르도 씁쓸하게 두눈을 질끈 감았다.“…카시안.”하지만 바로 그 순간“시끄럽다 이놈아!!!!!!!”평야의 대기를 찢고 날카롭게 울려 퍼진 고함소리.그것은 분명 방금 숨이 끊어진 카시안의 걸걸한 목소리였다.“……….”“…엥?”애드는 시신을 붙잡고 울다 말고, 눈물이 맺힌 눈을 끔빡였다.“…스승님?”그는 황급히 품 안 카시안을 내려다봤다.분명 숨은 끊겨 있었다.눈도 감겨 있었다.누가 봐도 완벽한 사망 상태.그런데 바로 그들의 등 뒤에서, 카시안의 카랑카랑한 잔소리가 또다시 마술처럼 들려왔다.“아오 귀청 떨어지겠네 진짜!”아이테르 눈동자가 슬슬 공포로 떨려오기 시작했다.“…뭐야?”“설마 살아 있는 건가?”그 순간 그의 뒤쪽 허공에서 카시안의 우렁찬 고함이 터졌다.“니 눈엔 저게 살아 있는 걸로 보이냐!!!!!”“으악!!!!!!”아이테르가 화
-엘쉬온 인근 해안가-강제로 발동된 전이 마법의 빛이 가라앉자마자, 애드는 마력이 소진되어 금이 간 텔레포트석을 거칠게 바닥에 내던졌다. 쨍그랑-!!깨져버린 마법석 파편들이 차가운 모래사장 사방으로 쓸쓸하게 흩어졌다. “하아… 하아…!”애드는 모래바닥 위에서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뜨거운 눈물이 봇물 터지듯 차올라서 시야가 엉망으로 흐려졌다.그의 귓가에는 여전히 카시안의 마지막 목소리가 이명처럼 맴돌고 있었다.『넌 언제나 내 자랑스러운 제자란다.』“흐윽…”결국 애드는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카시안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이 싸움의 끝에서 자신이 확실하게 죽는다는 것을.그럼에도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웃었다.끝까지 비명조차 지르지 않고 검을 놓지 않았다.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스승으로서 애드에게 ‘복수의 진정한 의미’를 가르치고 있었던 것이다.그 잔인한 진실이 애드의 심장을 더 무참하게 가루로 만들었다.“…왜.”울음 섞인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왜 그런 식으로…”애드는 이를 악물었다.언젠가는 이별이 올 거라 생각했다.카시안은 이미 늙은 몸이었고, 검사란 원래 죽음을 가까이 두고 사는 존재였으니까.하지만 결코 이런 방식의 처절한 이별은 원치 않았다.애드는 결국 버티지 못하고 바닥에 그대로 엎드렸다.마치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길잡이를 잃어버린 어린아이처럼, 어깨를 가련하게 들썩이며 대성통곡했다.“아아…! 스승님…” 애드의 통곡 소리 주변으로는 오직 쓸쓸한 파도 소리와 서늘한 바람 소리만이 조용히 감돌 뿐이었다.얼마나 그렇게 지옥 같은 시간이 흘렀을까.저 멀리 모래사장 너머에서 서둘러 달려오는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려왔다.사박.사박.그리고 익숙한 목소리.“어…?”“…애드?”익숙한 목소리에 애드의 만신창이가 된 몸이 순간 움찔하며 굳어졌다.그리고 그는
저 정도의 심연을 정면으로 뚫고 살아 나온 인간은, 그 조차도 본 적이 거의 없었다.반면 애드는 안도와 극심한 불안이 뒤섞인 얼굴로 스승을 바라봤다.그런 제자를 향해, 카시안이 다시 검을 비스듬히 들어 올렸다.챙-!!남자의 검은 마력과 카시안의 태양빛 검기가 다시 한번 정면으로 격돌했다.콰아앙-!!!!주변을 찢는 폭음 속에서도, 카시안의 목소리는 이상할 정도로 애드의 귀에 또렷하게 박혔다.“애드.”“…네?”애드는 불길함에 떨리는 눈으로 스승의 뒷모습을 바라봤다.카시안은 계속해서 몰아치는 심연의 공격을 쳐내며 담담하게 말했다.“너와 지낸 시간 동안 나는 네가 아들 같고 좋았다.”챙-!!!!카앙-!!!!그 순간 애드의 눈동자가 천천히 흔들렸다.“…스승님?”불안했다.가슴이 미칠 것처럼 조여왔다. 마치 지금 이 순간의 대화가, 다가올 영원한 끝을 향해 흘러가는 전조처럼 느껴졌기에.카시안은 검을 비틀어 자신을 향해 쇄도하던 심연의 창을 거칠게 튕겨냈다.콰직-!!!!그리고는 피비린내를 풍기며 피식 웃었다.“내 검사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도 널 가르쳤을 때였단다.”애드의 심장이 불길한 예감에 완전히 난도질당했다.카시안은 거칠게 붉은 숨을 몰아쉬면서도, 유언을 남기듯 말을 이어갔다.“그리고 애드 언제나 내가 늘 말했듯…”카시안의 주변에서 검은 마력이 역류하며 폭발했다.그의 몸이 뒤로 무참히 밀려났다.하지만 기사로서의 자세만큼은 끝끝내 무너지지 않았다.“‘복수’란 건 죽음을 선사하는 게 아니라…”카시안의 깊은 눈빛이 마침내 뒤를 돌아보며 애드를 똑바로 향했다.“그자에게는 가장 고통스럽게, 네게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거란다.” 콰앙-!!!!또다시 카시안의 검과 심연이 충돌했다.카시안의 입가에서 피가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하지만 그는 소년처럼 활짝 웃고 있었다.“…그리고.”“네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애드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지만, 억지로 숨을 삼키며 입을 열었다.“이모… 이게 무슨 상황이야?”“설마… 그놈이 또 습격한 거야?”애드는 비틀거리며 로테에게 다가가려 했다.그 순간.에리스가 검은 창끝으로 애드의 목을 겨눴다.“아니.” 에리스는 싸늘하게 말했다.“내가 죽였어.”“……뭐?”애드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거짓말하지 마!”“이모가 왜 엄마를 죽여?”“엄마 안 죽었잖아… 또 둘이서 장난치는 거지?”쉬이익-!!!!에리스의 창이
세상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아침을 맞았지만, 애드의 세계만은 여전히 멈춰 있었다.세 사람은 절벽 끝에 버려진 낡은 오두막을 거처 삼아 잠시 몸을 숨기고 있었다.애드는 헬리오스가 죽기 하루 전 자신에게 선물해 준 목걸이를 내려다보며 작게 중얼거렸다.“태양의 신이라더니… 신은 원래 강한 거 아니었어…?”애드의 입에서 작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그 순간.조용히 버섯을 손질하던 에리스가 애드의 뒤통수를 사정없이 후려쳤다.퍽-!“아야악!!!”“나이도 어린 게 무슨 늙은이처럼 한숨만 쉬고 있어.”에리스는
“으흑... 에리스... 갑자기 왜 이런 일이...”“…울지 마”낡은 오두막 안에는 로테의 흐느낌과, 낮게 가라앉은 에리스의 목소리가 번갈아 울리고 있었다.아빠를 뜻하는 단어가 들릴 때마다 애드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아니겠지.잘못 들은 거겠지.애드는 떨리는 손으로 문을 조금 밀었다.끼이익-문이 열리고, 멍한 얼굴의 애드가 안으로 들어섰다.로테는 황급히 눈물을 훔친 뒤,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애드, 왜 벌써 들어와? 놀만한게 없어?”애드는 잠시 로테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헉... 헉...!”에리스는 의식을 잃은 로테를 업은 채, 숨이 찢어질 듯 숲을 달리고 있었다.등에 느껴지는 로테의 체온은 점점 식어 가고 있었다.달리는 와중에도 그녀의 머릿속은 애드의 행방으로 가득했다.“그 꼬맹이는 대체 어디까지 간 거야...!”그때였다.맞은편 수풀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에리스는 즉시 걸음을 멈추고 소리가 난 방향을 노려보았다.혹시 놈이 다시 쫓아온 건 아닐까.긴장한 채 조심스럽게 뒷걸음질 치려던 순간.“와악-! 이모!”수풀을 헤치고 애드가 튀어나왔다.장난기 가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