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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作者: 석류좋아
전화가 끊긴 뒤 심소윤은 잠시 넋을 놓고 있었다.

심경호는 처음부터 심소윤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심하나가 돌아온 뒤로는 그녀를 더 눈엣가시처럼 생각했다.

심경호는 진심으로 심소윤이 박승현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오로지 자신의 친딸인 심하나만이 박승현과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또 한편으로는 심소윤을 통해 박씨 가문에 빌붙어 이득을 보았다.

심소윤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끝내 박승현에게 연락했다.

전화가 몇 번 울리지도 않았는데 박승현이 바로 전화를 받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또 뭐야?”

심소윤은 그의 서늘한 목소리에 살짝 흠칫했지만 이내 본론을 꺼냈다.

“모레 우리 아빠 생일이야. 승현 씨... 유민이 데리고 와.”

박승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눈동자에 어떠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역시나 심소윤은 참지 못하고 먼저 그에게 연락했다.

심소윤의 수단은 너무도 유치했다.

그녀가 이렇게 같잖은 연기를 하며 얕은수를 부리는 이유는 박승현에게 버림받기 싫어서, 박승현의 아내로 계속 살고 싶어서일 것이다.

결국 따지고 보면 그의 관심을 얻고 싶어서였다.

심소윤이 그의 환심을 사려고 노력한다면 그 수단이 어떻든 박승현은 모두 눈감아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심소윤의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랑 이혼하겠다면서? 그러면 나도 네 남편으로서 의무를 다할 필요는 없어.”

박승현이 차갑게 말했다.

“화해를 바라면서 이런 태도로 나오는 거야?”

“화해하려는 게 아니야.”

심소윤은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 차분히 말했다.

“아빠가 유민이를 보고 싶어 하셔.”

심소윤은 자조했다.

박승현은 수감되기 전까지만 해도 착한 남편인 척 연기하더니 이제는 자신의 실체를 드러냈다.

박승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한기 어린 눈빛을 해 보였다. 마음속에서 짜증이 치밀어올랐다.

단순히 심경호가 박유민을 보고 싶어 해서 연락한 것이란 말인가?

그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쾌함을 느꼈다.

‘이런 같잖은 수단밖에 쓸 줄 모르네.’

아마도 그를 보고 싶은데 마땅한 핑계가 없어 지어낸 거짓말일 것이다. 결국에는 그를 떠나지 못하는 게 아닌가?

“정말 허술한 핑계네.”

박승현은 목소리를 낮추며 언짢은 표정으로 말했다.

“이런 저급한 수작은 어디서 배운 거야?”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심소윤의 마음에 스크래치를 남겼다.

그러나 이미 무뎌질 대로 무뎌진 심소윤은 더 이상 아픔을 느끼지 않았다.

그녀는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 입안을 맴도는 조롱 섞인 말들을 삼켰다.

어차피 3개월 뒤 떠나면 두 번 다시 보지 않을 얼굴이었다.

이때 박유민이 휴대폰을 빼앗고 말했다.

“절름발이 아줌마! 우리 엄마 안 하겠다면서요? 전화는 왜 했어요?”

절름발이라는 말에 심소윤은 가슴이 아렸다.

그녀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가 열 달 품어 낳은 아들이 그녀를 절름발이라고 하면서 모욕했다.

‘애가 왜 이 모양으로 자란 거지?’

“모레 너희 외할아버지 생신이야. 외할아버지가 너를 보고 싶다고 했어. 알겠니?”

심소윤이 싸늘하게 굳은 표정으로 차갑게 말했다. 그녀의 냉담한 말이 박승현의 집 거실 안에 또렷이 울려 퍼졌다.

“난 네 엄마 안 한다고 했어. 그 말 번복할 생각 없으니까 그렇게 알아둬.”

말을 마친 뒤 오랫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그러다 갑자기 또랑또랑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표정이 왜 이렇게 심각해? 오빠, 자! 이 옷 어때? 우리 언니가 입은 것보다 내가 입은 게 더 예쁘지?”

아주 익숙한 심하나의 목소리였다.

심소윤은 순간 마음이 쓰라렸다. 뒤이어 심하나가 호탕하게 웃으며 휴대폰에 대고 말했다.

“언니, 너무 화내지 마. 내가 조금 자주 오긴 하는데 나랑 오빠는 친형제나 다름없는 사이야. 언니가 없을 때는 나라도 언니 대신 오빠랑 유민이를 보살펴 줘야지. 안 그래?”

심하나는 자신이 안주인인 것처럼 굴었고 심소윤은 그녀의 행태에 진절머리가 나서 웃음을 터뜨렸다.

심소윤이 떠나자마자 심하나는 문턱이 닳도록 박승현의 집에 드나들었다.

그러나 이제 심소윤은 더 이상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박승현과 박유민 부자에게 자신의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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