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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유산

Author: Nayko Ayasame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17 11:52:04

조비의 미소는 단순히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죽어버렸다.

그녀의 시선이 처참하게 무너진 내 얼굴에서 병원의 삭막한 풍경으로, 그리고 밴스에게로 옮겨갔다.

내 휠체어에 놓인 그의 손.

평소라면 흐트러지는 법이 없는 머리카락.

그리고 온몸을 나에게 향한 채, 마치 나와 세상 사이를 가로막는 벽처럼 서 있는 그의 모습.

조비는 자신이 알던 남편과는 전혀 다른 밴스를 보고 있었다.

“네리?”

제인의 목소리가 거칠게 떨렸다.

그가 반걸음 앞으로 다가오며 조비를 붙잡고 있던 손의 힘을 풀었다.

“무슨… 무슨 일이야? 아픈 거야?”

그의 눈은 간절하게 단순한 대답을 원하고 있었다.

감기.

식중독.

무엇이든 좋았다.

진실만 아니라면.

밴스가 대신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는 얼음판이 갈라지는 것처럼 차가웠다.

“휴식이 필요합니다. 실례하겠습니다.”

그가 휠체어를 앞으로 밀었다.

하지만 제인이 움직였다.

본능이었다.

순수하고 어리석은 본능.

보호자라는 역할에 몸이 먼저 반응한 것이었다.

그는 손을 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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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 안은 어두웠다.잔은 소파에 앉아 있었다.이혼 서류는 이미 그의 손을 떠난 지 오래였다. 서명했고, 제출했고, 모든 것이 끝났다.한때 두 사람이 함께 살았던 공간에는 이제 벽과 가구만 남아 있었다.사진도 없었다.냉장고에 붙어 있던 메모도 없었다.그녀의 발소리도 들리지 않았다.잔은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잠도 자지 않았다. 몇 시간째 그저 소파에 앉아 아무것도 없는 허공만 바라보고 있었다.휴대전화가 울렸다.확인하지 않았다.누군지 알고 있었다.조비였다.그가 그녀의 아버지 집 복도에서 등을 돌린 뒤, 조비는 벌써 일곱 번이나 전화를 걸어왔다.그는 한 번도 받지 않았다.그리고 앞으로도 받을 생각이 없었다.그의 머릿속에 네리사가 떠올랐다.변호사 사무실에서 자신을 바라보던 그녀의 얼굴.화가 난 것도 아니었다.슬퍼 보이지도 않았다.그저…… 모든 것을 끝낸 사람의 얼굴이었다.그는 그들이 함께 만들어 온 삶을 떠올렸다.아침마다 함께하던 부엌.나란히 앉아 영화를 보던 늦은 밤.자신의 형편없는 농담에도 웃어주던 그녀.그리고 조비를 생각했다.눈물을 흘리던 얼굴.배 위에 올려놓았던 손.그리고 그녀의 아버지가 했던 말.그 아이의 존재는 뱃속에 묻어 둬라.그는 배 속의 아이를 생각했다.자신의 아이였다.자신이 함께할 수 없는 여자 안에서 자라고 있었다.그리고 그 아이의 존재를 숨겨야만 유지될 결혼 생활은 감옥과 다를 바 없었다.잔은 자리에서 일어났다.창가로 걸어갔다.도시는 어두웠다.거리에는 사람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그는 아무도 없는 공간을 향해 낮게 중얼거렸다."내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다음 날 아침, 잔은 사무실로 향했다.제도판 위에는 아직도 설계도들이 펼쳐져 있었다.해링턴 프로젝트.지역 커뮤니티 공간.한때 자신을 구원해 줄 것처럼 느껴졌던 일이었다.하지만 이제는 무덤처럼 느껴졌다.잔은 연필을 집었다.손은 흔들리지 않았다.선을 하나 그었다.그리고 또

  • 복수의 불장난 - 내 최고의 친구의 남편이 나에게 불륜을 제안했다   114. 무너진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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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수의 불장난 - 내 최고의 친구의 남편이 나에게 불륜을 제안했다   112.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말이 입 밖으로 나온 순간, 네리사는 스스로도 멈출 수 없었다.베인스가 굳었다.네리사도 그대로 얼어붙었다.두 사람 사이에 긴 침묵이 흘렀다.“나더러 여기 있으라는 거야?”그가 물었다.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네리사는 침을 삼켰다.“애쉬워스 씨 저택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잖아요. 너무 늦기도 했고요. 피곤한 상태에서 운전하는 건 위험하니까…”그는 움직이지 않았다.그저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러다 천천히, 일부러 시간을 끌 듯 그녀에게 다가왔다.그리고 바로 앞에서 멈췄다.가까웠다.그의 체온이 느껴질 만큼.눈가에 자리한 작은 주름까지 보일 만큼.그는 웃고 있었다.“다시 말해줄래?”낮은 목소리가 부드럽게 내려앉았다.“나더러 오늘 밤 여기 있으라는 거야?”네리사는 숨을 삼켰다.그 질문은 너무 직접적이었다.너무 가까웠다.그녀는 시선을 내렸다.그리고 천천히 눈을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있어요.”그가 움직이지 않았다.그저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그의 손이 천천히 올라왔다.그녀의 팔 옆에서 잠시 멈췄다.“그럼 난 어디서 자지?”장난기가 살짝 묻어나는 목소리였다.네리사는 바로 알아차리고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그건 베인스 씨가 더 잘 알죠.”그녀가 닫힌 방문을 눈짓으로 가리켰다.“이 에어리에 당신 방이 있다는 걸 잊은 건 아니죠?”그가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듯한 눈빛이었다.이내 그의 손바닥이 그녀의 팔을 감쌌다.그리고 천천히 이마가 맞닿았다.두 사람은 그렇게 잠시 그대로 있었다.떨어져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누구도 먼저 움직이지 않았다.필요 이상으로 긴 순간이었다.“잘 자요, 베인스.”결국 네리사가 한 걸음 물러났다.그리고 반대편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걸어갔다.“네리사.”그가 그녀를 불렀다.그녀가 돌아보았다.“고마워.”그녀는 작게 미소 지었다.그리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문을 열려던 순간, 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잘 자, 네리사. 좋은 꿈 꿔.”그는

  • 복수의 불장난 - 내 최고의 친구의 남편이 나에게 불륜을 제안했다   111. 오늘 밤, 여기 있을래요?

    에어리는 조용했다.창밖으로 도시의 불빛이 반짝이고 있었다.베인스는 소파에 앉아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은 채 꼿꼿하게 등을 세우고 있었다.부드러운 조명이 감도는 에어리와는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여전히 정장을 입고 있었고, 넥타이는 느슨하게 풀려 있었다. 셔츠 소매는 팔꿈치까지 걷어 올린 상태였다.네리사는 주방에 서 있었다.그녀의 등은 그를 향하고 있었다.주전자에 물을 붓고 가스레인지 위에 올렸다.푸른 불꽃이 일었다.그녀는 잠시 그것을 바라보다가 캐비닛을 열었다.머그잔 두 개를 꺼내 조리대 위에 내려놓았다.그의 시선이 자신에게 닿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하지만 돌아보지 않았다.물이 끓었다.그녀는 티백 위로 뜨거운 물을 부었다.따뜻한 김이 얼굴을 스쳤다.두 잔의 차를 들고 소파로 돌아온 그녀는 한 잔을 그의 앞 테이블에 내려놓았다.그리고 소파 반대편 끝에 앉았다.두 사람 사이에는 쿠션 하나가 놓여 있었다.그는 그녀가 자리를 잡는 모습을 바라보았다.네리사는 다리를 소파 위로 올려 몸을 웅크린 채 두 손으로 머그잔을 감쌌다.그녀는 그를 보지 않았다.“프로젝트 호라이즌은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그녀가 먼저 물었다.잠시 침묵이 흘렀다.“애쉬워스 씨가 예비 계약서에 서명했어.”베인스가 대답했다.“하지만 그건 첫 단계일 뿐이야.”네리사가 고개를 끄덕였다.“알아요.”“자금이 필요해. 애쉬워스 씨의 투자만으로는 부족해.”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같은 비전을 믿는 다른 투자자들을 찾아야 해. 단순히 수익만을 원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이 프로젝트가 더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걸 이해하는 사람들.”“부유한 사람들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깨끗한 에너지를 누릴 자격이 있다는 걸 이해하는 사람들이겠죠.”그가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래.”네리사는 차를 한 모금 마셨다.“쉽지 않을 거예요.”“알아.”“그리고 가족과는 독립적으로 추진하려는 거죠. 블랙우드 가문에서도, 조비의 집안에서도 완전히 벗어나서.”

  • 복수의 불장난 - 내 최고의 친구의 남편이 나에게 불륜을 제안했다   110. 너를 원하게 될까 봐

    그는 저택을 빠져나왔다.긴 복도를 걸었다. 벽에 걸린 초상화들이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지만, 그는 뒤돌아보지 않았다.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더 길게 느껴졌다.깊은 밤이었다.도로는 텅 비어 있었고, 양옆으로 솟은 산들은 별이 가득한 밤하늘 아래 검은 실루엣처럼 보였다. 그는 작은 마을들을 지나쳤다.문을 닫은 상점들.불이 꺼진 집들.하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그녀뿐이었다.복도에서 마주쳤던 그녀의 얼굴.그리고 그녀가 했던 말.우리 이제 모든 걸 끝내야 해요.더는 당신과 연락하고 지낼 수 없어요.그는 애쉬워스가 했던 말도 떠올렸다.그녀는 충성스러운 사람이오.프로젝트에.그 비전에.그리고 자신에게도.자신이 그럴 자격이 있든 없든.그는 에어리에 대해 생각했다.아직 그곳에는 그녀의 물건들이 남아 있었다.창가의 난초.그녀가 가져온 몇 벌의 옷.그는 그녀를 만나야 했다.애쉬워스가 프로젝트에 투자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알려야 했다.그리고 그녀에게 고맙다고 말해야 했다.그는 더욱 속도를 높였다.도시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늦은 밤이었다.거리는 한산했고, 주거용 타워는 어두운 밤하늘을 배경으로 높이 솟아 있었다.그는 차를 세우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최상층 버튼을 눌렀다.한편, 네리사는 며칠째 새로운 집을 알아보고 있었다.하지만 마음에 드는 곳이 없었다.너무 좁거나.너무 비싸거나.회사에서 너무 멀었다.그녀는 소파에 앉아 노트북으로 매물을 살펴보고 있었다.그때 엘리베이터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그녀는 누가 오는지 알았다.그녀는 노트북을 소파 위에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곧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베인스가 안으로 들어왔다.그의 시선이 거실 한가운데 서 있는 그녀에게 닿았다.창가에는 여전히 난초가 놓여 있었다.그 너머로 도시의 불빛이 반짝이고 있었다.그리고 그의 시선이 소파 위의 노트북으로 향했다.화면에는 새로운 아파트 매물들이 떠 있었다.그녀가 이곳을 떠날 집을 찾고 있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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