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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처음부터 알았어요

Penulis: 8489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9-28 15:41:38

"찾는 게 그거예요? 블루하버 캐피탈."

스탠드 불빛이 도현의 얼굴을 반쯤만 비추고 있었다. 나머지 절반은 어둠에 잠겨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

서하는 파란 서류철을 쥔 채 그대로 굳어 있었다.

머릿속에서 수십 개의 변명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잠이 안 와서 책을 찾으러 왔다고. 화장실을 찾다 길을 잃었다고. 금고 문이 열려 있어서 닫으려던 것뿐이라고.

"……잠이 안 와서요. 책을 좀 빌리려고……."

"5조."

도현의 목소리는 낮고 조용했다. 화가 난 것도, 비웃는 것도 아니었다.

서하는 입술을 깨물었다.

거짓말은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대답하지 않을 권리는 있었다.

"3조로 할게요. 대답하지 않겠습니다."

"그래요."

도현이 의자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그럼 내가 먼저 말할게요. 갑은 대답하지 않을 권리가 있지만, 말할 권리도 있으니까."

그가 책상을 돌아 서하 쪽으로 한 걸음 다가왔다. 그리고 무언가 말하려고 입을 여는 순간.

쿨럭, 쿨럭.

복도 끝에서 마른기침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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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수하려고 결혼했는데 남편이 다 알고 있었다.   제22화. 붉은 도장

    "은행 업무는 잘 보셨습니까."정명수의 목소리에는 높낮이가 없었다. 질문인지, 확인인지 알 수 없었다.서하는 휴대폰을 귀에서 내렸다. 수화기 너머에서 도현이 무언가 외치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서하는 통화를 끊지 않은 채 휴대폰을 코트 주머니에 넣었다."네. 덕분에요.""타시지요. 평창동까지 모셔다드리겠습니다.""걸어갈게요.""을지로에서 평창동까지 말입니까.""실장님 차보다는 안전할 것 같아서요."정명수의 얼굴에 표정이라 부를 만한 게 처음으로 스쳤다. 웃음에 가까웠지만, 웃음은 아니었다.그가 차에서 내렸다. 반듯한 회색 정장, 먼지 한 톨 없는 구두. 서하보다 머리 하나가 컸다."상자 여섯 개."정명수가 말했다."돌려주시면 없던 일로 하겠습니다. 회장님도 그렇게 원하십니다.""못 돌려드려요. 제 거라서요.""강진건설 문서고에서 나온 물건입니다.""아버지가 보낸 팩스예요. 받는 사람이 무시했을 뿐이죠."서하는 한 걸음 다가섰다."결재란에 도장이 찍혀 있더라고요. 붉은색으로. 정명수."주차장의 공기가 가라앉았다. 멀리서 차 한 대가 나가는 소리가 울렸다."'협력 업체 직원들 월급날이 모레입니다.' 그 문장 위에 '보류'라고 찍혀 있었어요. 기억하세요?""기억합니다."정명수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제가 찍었습니다. 회장님 지시가 아니었습니다. 제 판단이었죠."서하의 손끝이 코트 주머니 속에서 굳었다."……왜요.""그 돈이 나가면 서하건설은 석 달을 더 버텼을 겁니다. 석 달이면 윤 회장님은 다른 은행을 찾았겠죠. 그러면 계획이 틀어집니다."그는 담담했다. 날씨를 말하듯."저는 회장님의 계획이 틀어지지 않게 하는 사람입니다. 7년 전에도, 지금도."서하는 그 얼굴을 오래 바라보았다. 증오가 치밀어 오를 줄 알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속이 차갑게 가라앉았다.이 사람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흔들리지도 않을 것이다."그럼 저도 말씀드릴게요, 실장님."서하가 정명수를 올려다보았다."그 상자, 한결은행 금

  • 복수하려고 결혼했는데 남편이 다 알고 있었다.   제21화. 미끼

    "한결은행 대여금고요."서하가 말했다."채권단 주거래 은행이에요. 오늘 아침에 그 은행이 제 유임을 조건으로 걸었고요. 회장님도 거기엔 함부로 손 못 대요."도현이 고개를 끄덕였다."문제는 저 차죠."블라인드 틈 너머, 검은 세단은 여전히 편의점 앞에 서 있었다.도현은 잠깐 생각하더니 피식 웃었다."오랜만에 한량 노릇 좀 해야겠네."오후 2시. 성수동 빌딩 정문.도현이 상자 두 개를 겹쳐 들고 요란하게 걸어 나왔다. 선글라스에, 셔츠 단추는 세 개나 풀려 있었다. 백 실장이 그 뒤를 따라 상자 네 개를 수레에 싣고 나왔다.상자마다 빨간 테이프가 붙어 있었다. 폐기."실장님, 트렁크 열어요! 빨리빨리!"도현은 빨간 스포츠카의 트렁크에 상자를 던져 넣고, 휴대폰을 귀에 댄 채 큰 소리로 떠들었다."어, 나야. 지금 간다고. 인천. 배 시간 맞춰야 돼. 응, 그 물건."엔진이 굉음을 냈다. 스포츠카가 튀어 나가듯 출발했다.2초 뒤, 검은 세단 한 대가 조용히 시동을 걸고 그 뒤를 따라붙었다.같은 시각, 빌딩 지하 2층 주차장.서하는 백 실장의 낡은 승합차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 뒷좌석에는 상자 여섯 개가 담요에 덮여 있었다. 진짜 상자들이었다.도현의 트렁크에 실린 건 블루하버의 오래된 광고 전단과 파쇄 대기 종이였다. 빨간 테이프는 사무실에 굴러다니던 포장 테이프에 매직으로 '폐기'라고 쓴 것이었다.휴대폰이 울렸다.[미끼 물었어요. 올림픽대로 타는 중. 인천까지 끌고 갈게요.]서하는 짧게 답장했다.[과속하지 마요.][걱정돼요?][3조.][ㅋㅋ]백 실장이 승합차를 출발시켰다. 지하 주차장 뒤편 출구를 빠져나가 골목으로, 골목에서 다시 큰길로.아무도 따라오지 않았다.오후 3시 20분. 을지로, 한결은행 본점.여신본부장 권태준이 지하 금고실 앞에서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전 회의에서 안경을 벗던 그 사람이었다."전화로 들었습니다. 대여금고를 쓰시겠다고요."그는 담요에 덮인 상자들을 보았다."뭔지 여쭤봐도

  • 복수하려고 결혼했는데 남편이 다 알고 있었다.   제20화. 초기 자본

    성수동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서하는 휴대폰을 세 번 떨어뜨렸다.[상자 무사해요?]답은 1분 만에 왔다. 백 실장이었다.[무사합니다. 금고 안에 있습니다. 이사님도 지금 오고 계십니다.]그제야 숨이 쉬어졌다.간판 없는 사무실 문을 열자, 백 실장이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서하는 인사도 하지 못하고 벽면 책장 뒤의 금고로 걸어갔다."비밀번호는 이사님이 사모님께도 알려 드리라고 하셨습니다."백 실장이 번호를 불러 주었다. 금고 문이 열렸다.상자 여섯 개가 그대로 있었다. 빨간 '폐기' 테이프도 그대로였다. 서하는 맨 위 상자를 열어 아버지의 팩스를 확인했다. 받침을 크게 쓴 글씨. '보류' 도장.그대로였다.서하는 금고 앞에 주저앉았다. 긴 한숨이 새어 나왔다."사모님, 괜찮으십니까.""……회장님이 알아요. 상자 여섯 개라고, 정확히 말했어요."백 실장의 얼굴이 굳었다.서하는 상자를 다시 닫으려다 손을 멈췄다. 상자 옆, 금고 안쪽 칸에 검은 바인더 한 권이 꽂혀 있었다. 등에 흰 글씨가 적혀 있었다.[Blue Harbor Capital — 투자 원장]블루하버의 장부였다.서하는 잠깐 망설였다. 그러다 바인더를 꺼냈다. 명함에 적힌 직함이 떠올랐다. Chief Financial Officer. 연봉 1원짜리지만, 이 회사의 재무 책임자는 자기였다.첫 장을 넘겼다. 강진물산 지분 매집 내역이 날짜별로 빼곡했다. 18개월 동안 조금씩, 들키지 않게. 역시 도현다운 장부였다.그리고 맨 앞, 설립 당시의 자본 구성 페이지.[초기 자본 (Seed Capital)] [출처: 싱가포르 소재 개인 신탁] [출자자: 비공개] [관리: 백○○]서하의 눈이 그 줄에 잠깐 머물렀다.싱가포르 개인 신탁. 출자자 비공개.6년 전, 스물다섯 살의 혼외자가 펀드를 세웠다. 강씨 집안에서 받은 돈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이 돈은 어디서 왔을까."실장님. 이 초기 자본, 출자자가 누구예요?"백 실장이 헛기침을 했다."그건…….""그건 백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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