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그 말에 윤겸이 고개를 들었다.“말투가 그게 무엇이냐? 형수님께서 너를 걱정하시지 않느냐.”연주는 남편을 바라보았다.그의 옷에는 소란을 안고 나오느라 묻은 그을음이 남아 있었다. 연주가 끼어 있던 난간을 들어 올린 사람들은 이름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하인들이었다.“저를 구해 주신 분들께 먼저 감사드려야겠습니다.”연주는 몸을 돌려 하인 둘에게 고개를 숙였다.그들은 당황하며 손사래를 쳤지만, 연주는 끝까지 예를 갖추었다. 윤겸이 무언가 말하려 했으나 그녀는 더 듣지 않고 마당을 떠났다.그날 저녁, 윤겸은 소란의 처소에서 밤을 지켰다.연주에게는 의원도 오지 않았다. 하녀 하나가 약초 몇 줌을 가져와 문 앞에 내려놓았을 뿐이었다.연주는 부어오른 발목을 찬물에 담갔다. 물이 상처에 닿자 날카로운 통증이 올라왔지만, 그녀는 소리를 내지 않았다.옥분은 누운 자리에서 주인의 발목을 보며 울었다.“마님, 어찌 이런 일이…….”연주는 시녀의 손을 잡았다.“옥분아, 나는 이제 이 집에서 누구의 도움도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옥분은 눈물을 닦았다.연주는 잠시 창밖을 바라보았다. 불이 난 창고에서는 아직 탄 냄새가 흘러왔고, 멀리 소란의 처소에는 밤늦도록 등불이 켜져 있었다.윤겸은 그곳에 있었다. 연주는 그 사실을 확인하려고 하녀를 보내지도 않았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남편의 마음이 아니라, 이 집을 나갈 길이었다.연주는 사흘 동안 탈출을 준비했다.다친 발목 때문에 빠르게 움직일 수 없었으나, 창고의 화재로 하인들의 배치가 바뀐 것은 뜻밖의 기회였다. 뒤뜰의 작은 문을 지키던 사내가 불탄 창고의 잔해를 치우는 일에 동원되면서 새벽 한때 문이 비게 되었다.그녀는 첫날부터 뒤뜰로 향하는 길을 살폈다. 그러나 소란의 하녀들이 교대로 방 앞을 지키고 있었으므로, 옥분의 약을 달이러 가는 길에만 주변을 확인할 수 있었다.둘째 날에는 일부러 다친 발목이 심하게 부었다고 호소해 의원을 청했다. 소란은 의원을 보내 주지 않았지만, 연주가 혼자 걷기도 어렵
그녀는 치맛자락을 걷어 쥐고 회랑으로 뛰어들었다.뜨거운 공기가 얼굴을 덮쳤다. 연기는 눈을 찔렀고, 바닥에 떨어진 재가 신발 밑에서 바스러졌다. 연주는 소란의 치맛자락이 걸린 난간을 붙잡아 힘껏 당겼다.“형수님, 이쪽으로 나오십시오!”소란은 연주를 보자 잠시 놀란 얼굴을 했다. 그러나 곧 연주의 팔을 붙잡았다.“동서, 나를 데리고 나가 줘. 여기서 죽고 싶지 않아.”연주는 난간에 걸린 비단을 찢어 냈다. 소란이 움직일 수 있게 되자 그녀는 먼저 회랑 바깥쪽으로 몸을 돌렸고, 연주는 뒤에서 밀어 주려 했다.그 순간 머리 위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났다.불에 약해진 들보가 갈라지고 있었다.연주는 소란을 밀쳐 냈다. 들보가 두 사람 사이로 떨어지면서 불붙은 나무 조각이 흩어졌고, 연주는 뒤로 물러나다 무너진 난간에 발목이 끼었다.뜨거운 열기가 치맛자락 가까이 밀려왔다.그녀는 몸을 숙여 발을 빼려 했지만, 나무가 깊숙이 걸려 움직이지 않았다.“형수님, 먼저 나가십시오!”소란은 이미 회랑 끝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떨어진 들보 때문에 길이 막히자 그녀는 다시 비명을 질렀다.“도련님!”윤겸이 젖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회랑으로 뛰어들었다.연주는 그를 보자 손을 뻗었다.“부군, 제 발이 끼었습니다!”윤겸의 시선이 그녀에게 닿았다.그는 연주의 다리가 난간 아래에 끼어 있는 것을 보았다. 연기가 그녀의 얼굴을 덮고 있었고, 불붙은 나무가 바로 옆에서 타고 있었다.연주는 그가 자신에게 다가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손을 뻗었다. 사람은 죽음 앞에서 자신을 버린 사람에게조차 도움을 청하게 되는 모양이었다.윤겸은 한 걸음 움직였다.그때 소란이 기침하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윤겸아…….”윤겸은 연주에게 향하던 몸을 돌렸다.그는 소란에게 달려가 그녀를 품에 안았고, 떨어진 들보를 피해 회랑 바깥으로 나갔다. 소란은 그의 목을 끌어안았으며, 윤겸은 그녀의 얼굴을 자신의 가슴에 묻어 연기를 막아 주었다.연주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
그 말에 윤겸이 고개를 들었다.“말투가 그게 무엇이냐? 형수님께서 너를 걱정하시지 않느냐.”연주는 남편을 바라보았다.그의 옷에는 소란을 안고 나오느라 묻은 그을음이 남아 있었다. 연주가 끼어 있던 난간을 들어 올린 사람들은 이름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하인들이었다.“저를 구해 주신 분들께 먼저 감사드려야겠습니다.”연주는 몸을 돌려 하인 둘에게 고개를 숙였다.그들은 당황하며 손사래를 쳤지만, 연주는 끝까지 예를 갖추었다. 윤겸이 무언가 말하려 했으나 그녀는 더 듣지 않고 마당을 떠났다.그날 저녁, 윤겸은 소란의 처소에서 밤을 지켰다.연주에게는 의원도 오지 않았다. 하녀 하나가 약초 몇 줌을 가져와 문 앞에 내려놓았을 뿐이었다.연주는 부어오른 발목을 찬물에 담갔다. 물이 상처에 닿자 날카로운 통증이 올라왔지만, 그녀는 소리를 내지 않았다.옥분은 누운 자리에서 주인의 발목을 보며 울었다.“마님, 어찌 이런 일이…….”연주는 시녀의 손을 잡았다.“옥분아, 나는 이제 이 집에서 누구의 도움도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옥분은 눈물을 닦았다.연주는 잠시 창밖을 바라보았다. 불이 난 창고에서는 아직 탄 냄새가 흘러왔고, 멀리 소란의 처소에는 밤늦도록 등불이 켜져 있었다.윤겸은 그곳에 있었다. 연주는 그 사실을 확인하려고 하녀를 보내지도 않았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남편의 마음이 아니라, 이 집을 나갈 길이었다.연주는 사흘 동안 탈출을 준비했다.다친 발목 때문에 빠르게 움직일 수 없었으나, 창고의 화재로 하인들의 배치가 바뀐 것은 뜻밖의 기회였다. 뒤뜰의 작은 문을 지키던 사내가 불탄 창고의 잔해를 치우는 일에 동원되면서 새벽 한때 문이 비게 되었다.그녀는 첫날부터 뒤뜰로 향하는 길을 살폈다. 그러나 소란의 하녀들이 교대로 방 앞을 지키고 있었으므로, 옥분의 약을 달이러 가는 길에만 주변을 확인할 수 있었다.둘째 날에는 일부러 다친 발목이 심하게 부었다고 호소해 의원을 청했다. 소란은 의원을 보내 주지 않았지만, 연주가 혼자 걷기도 어렵
그녀는 치맛자락을 걷어 쥐고 회랑으로 뛰어들었다.뜨거운 공기가 얼굴을 덮쳤다. 연기는 눈을 찔렀고, 바닥에 떨어진 재가 신발 밑에서 바스러졌다. 연주는 소란의 치맛자락이 걸린 난간을 붙잡아 힘껏 당겼다.“형수님, 이쪽으로 나오십시오!”소란은 연주를 보자 잠시 놀란 얼굴을 했다. 그러나 곧 연주의 팔을 붙잡았다.“동서, 나를 데리고 나가 줘. 여기서 죽고 싶지 않아.”연주는 난간에 걸린 비단을 찢어 냈다. 소란이 움직일 수 있게 되자 그녀는 먼저 회랑 바깥쪽으로 몸을 돌렸고, 연주는 뒤에서 밀어 주려 했다.그 순간 머리 위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났다.불에 약해진 들보가 갈라지고 있었다.연주는 소란을 밀쳐 냈다. 들보가 두 사람 사이로 떨어지면서 불붙은 나무 조각이 흩어졌고, 연주는 뒤로 물러나다 무너진 난간에 발목이 끼었다.뜨거운 열기가 치맛자락 가까이 밀려왔다.그녀는 몸을 숙여 발을 빼려 했지만, 나무가 깊숙이 걸려 움직이지 않았다.“형수님, 먼저 나가십시오!”소란은 이미 회랑 끝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떨어진 들보 때문에 길이 막히자 그녀는 다시 비명을 질렀다.“도련님!”윤겸이 젖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회랑으로 뛰어들었다.연주는 그를 보자 손을 뻗었다.“부군, 제 발이 끼었습니다!”윤겸의 시선이 그녀에게 닿았다.그는 연주의 다리가 난간 아래에 끼어 있는 것을 보았다. 연기가 그녀의 얼굴을 덮고 있었고, 불붙은 나무가 바로 옆에서 타고 있었다.연주는 그가 자신에게 다가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손을 뻗었다. 사람은 죽음 앞에서 자신을 버린 사람에게조차 도움을 청하게 되는 모양이었다.윤겸은 한 걸음 움직였다.그때 소란이 기침하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윤겸아…….”윤겸은 연주에게 향하던 몸을 돌렸다.그는 소란에게 달려가 그녀를 품에 안았고, 떨어진 들보를 피해 회랑 바깥으로 나갔다. 소란은 그의 목을 끌어안았으며, 윤겸은 그녀의 얼굴을 자신의 가슴에 묻어 연기를 막아 주었다.연주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
소란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한 걸음 다가왔다.“그 아이가 나 때문에 다쳤다고 생각하지는 않겠지? 나도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단다.”연주는 그녀의 머리에 꽂힌 봉황 비녀를 바라보았다.“형수님께서는 언제 그 비녀를 돌려주실 생각이십니까?”소란의 표정이 미세하게 굳었다.윤겸이 곧장 끼어들었다.“또 그 이야기를 꺼내느냐?”“어머니의 유품입니다.”“형수님께서 잠시 쓰시는 것이 무엇이 그리 대수라고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느냐?”연주는 윤겸을 바라보았다.그는 형수가 빼앗은 비녀를 돌려받으려는 아내를 나무라고 있었다. 조금 전 옥분이 매를 맞은 까닭도, 연주가 무릎을 꿇은 까닭도 그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듯했다.소란은 윤겸의 소매를 가볍게 당겼다.“도련님, 그만하세요. 동서가 오늘 많이 지쳤잖아요.”그러고는 연주에게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비녀는 나중에 돌려줄게. 지금은 네가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이 먼저겠구나.”연주는 더 말하지 않았다.그녀는 돌아서서 옥분이 누운 방으로 향했다. 등 뒤에서는 윤겸이 형수에게 춥지 않으냐고 묻는 소리가 들렸고, 소란은 그의 걱정이 지나치다며 웃었다.연주는 그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까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옥분은 약을 먹고 잠들어 있었다. 의원은 며칠 동안 열이 오를 수 있으며, 상처가 덧나지 않도록 깨끗한 물과 약재를 아끼지 말라고 당부했다.연주는 약값을 치르려고 혼수 장신구를 찾았지만, 궤짝 안에 남아 있는 것은 값싼 은비녀 몇 개뿐이었다. 어머니가 남긴 귀한 물건은 대부분 소란의 처소로 옮겨져 있었다.연주는 남은 은비녀 하나를 의원에게 건넸다.의원은 잠시 망설이다가 그것을 받았고, 약을 더 보내 주겠다고 약속했다.연주는 옥분의 곁에 앉아 밤을 지켰다. 시녀가 잠결에 몸을 움츠릴 때마다 젖은 수건을 갈아 주었고, 열이 오르면 물을 조금씩 먹였다.그러다 창밖에서 바람이 거세지는 소리를 들으며 전생을 떠올렸다.그때는 자신이 죽어 가는 동안 옥분이 문밖에서 울었다. 이번에는 옥분이 죽어 가는데 자신
“네가 내 명예를 더럽혔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하지 않겠니?”연주는 천천히 허리를 숙였다. 무릎 아래로 통증이 밀려왔고, 바닥에 묻은 피가 치맛자락을 적셨다.“형수님의 명예를 더럽힌 일을 사죄드립니다.”소란은 그제야 만족한 듯 웃었다.“그래. 이제야 내 말을 알아듣는구나.”그녀가 허리를 숙여 연주의 귀에 입술을 가까이 가져왔다.“다음에는 저 아이가 이 정도로 끝나지 않을 거야.”연주의 손가락이 마루 틈을 파고들었다.소란은 다시 몸을 일으켜 윤겸을 돌아보았다.“도련님, 동서가 이렇게까지 뉘우치니 이제 옥분이를 의원에게 보내 주세요. 더 벌하면 제가 마음이 불편할 것 같아요.”윤겸은 하인에게 의원을 부르라고 명했다.연주는 곧장 옥분에게 다가갔다. 시녀의 등은 피에 젖어 있었고, 옷을 움직일 때마다 살갗이 달라붙어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연주는 자신의 겉옷을 벗어 옥분에게 덮어 주었다.“조금만 참아라. 의원이 오면 나아질 것이다.”옥분은 흐린 눈으로 주인을 바라보았다. 입술이 움직였지만 처음에는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연주가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자 시녀는 힘겹게 속삭였다.“마님께서 맡기신…… 그 종이…….”연주는 옥분의 손을 꼭 잡았다.“내가 네게 준 기록 말이냐?”옥분은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그중 일부를…… 뒤뜰 물동이 밑에…….”연주는 옥분의 손을 더 단단히 감쌌다.“잘했다. 나머지는 내가 찾으마. 이제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쉬어라.”“마님께서…… 살아 나가셔야…….”말을 끝내지 못한 옥분이 눈을 감았다.연주는 시녀의 가슴이 오르내리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겨우 숨을 내쉬었다.의원이 도착하고 옥분이 들것에 실려 나갈 때까지 연주는 그 곁을 떠나지 않았다. 하녀들이 대청의 피를 닦아 내는 동안에도 그녀는 자리에 앉아 있었고, 물이 여러 번 갈리는 모습을 바라보았다.그날 자신이 지킨 것은 진실이 아니었다. 옥분의 목숨 하나였으며, 그것마저 온전히 지켜 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옥분이 알려 준 물동이는 뒤뜰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