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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Autor: 정대천
그의 손은 왼손 호구 자리에 희미하게 남은 이자국을 천천히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것은 어젯밤, 신수빈이 자해하지 못하도록 막다가 그녀에게 물린 자국이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고 주위를 둘러보니 감히 그와 눈을 마주치는 자는 없었고 모두가 저절로 머리를 떨구었다.

이제서야 모두는 깨달았다. 소위 고명대신, 삼족정립의 형세는 모두 허상일 뿐, 실로 생사대권을 손에 쥐고 있는 자는 줄곧 이도현 한 사람뿐이었다.

검시관이 계속 시신을 살폈고 조정에는 감히 다시 입을 여는 자가 없었다.

동각대학사, 내각차보라 할지라도, 그가 죽이라 하면 죽는 법. 이젠 말 한 마디를 내뱉을 때조차 제 목이 얼마나 단단한지 헤아려야 할 판이었다.

마용의 시신이 검시관에 의해 알몸으로 드러나자 목덜미와 가슴팍을 가로지르는 흉흉한 상처가 모두의 눈앞에 드러났다.

목을 중심으로 가슴까지 이미 살점이 찢기고 피범벅이 되어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검시관이 조심스레 살피더니 심지어 아래쪽까지 확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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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479화

    이도현은 왕부로 돌아온 뒤에야 공기가 지나치게 싸늘하다는 걸 느꼈다. 오후 내내 감돌던 따뜻하고 다정한 기운은 이미 온데간데 사라진 뒤였다.그는 침상에 누운 채 오후의 일을 곱씹었다. 눈만 감으면 떨리는 목소리로 흐느끼던 신수빈의 모습이 떠올랐고, 그 기억은 사람의 이성을 잃게 만들 만큼 아찔했다.결국 이도현은 벌떡 몸을 일으켜 앉았다.지난 반년 넘게 홀로 잠든 날이 훨씬 많았는데, 어째서 오늘은 이렇게 견디기 어려운 걸까. 분명 오후에 바라던 바를 이루었건만, 지금은 오히려 예전보다 더 그녀를 떨쳐낼 수 없었다.심장이 불길에 타오르는 듯 답답했다. 그는 결국 침상에서 내려와 그녀를 찾아가려 했지만, 문 앞까지 갔다가 다시 걸음을 멈췄다.신 가는 윤 가와 달랐다. 신씨 부인과 신 가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자신에 대한 반감만 더 깊어질 게 분명했다.그는 가슴속 불길이 오후부터 그녀에게 붙잡힌 채 좀처럼 꺼지지 않는 기분이었다. 그러다 문득 무언가 떠올린 듯, 겉옷을 걸치고 밖으로 나섰다.유모와 청하는 방 안에서 어린 공자를 안고 놀아주고 있었다. 아이는 밤낮이 바뀐 탓인지, 지금 한창 기운이 넘치는 참이었다.이도현이 들어오자 유모와 청하는 뜻밖이라는 듯 깜짝 놀랐다가, 곧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예를 올렸다.어린 공자가 왕부에 머문 뒤로, 왕야가 이곳에 직접 들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많아야 청하나 유모를 앞채로 불러 아이 상태를 물어보는 정도였다.이도현은 천천히 다가와 유모 품에 안긴 아이를 내려다보았다.아이는 잘 자라고 있었다. 산후 기간이 지나고 나서는 하루가 다르게 살이 올랐고, 통통한 작은 얼굴에는 태어났을 때의 허약한 기색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무엇보다 아이는 신수빈을 꼭 닮아 있었다. 사내아이인데도 어딘가 고운 분위기가 어려 있었고, 벌써부터 장차 어떤 풍채로 자라날지 짐작할 수 있을 정도였다.이도현은 손을 뻗어 아이를 안아 들었다.평소 아이를 자주 돌보는 편은 아니었지만, 작은 녀석은 낯을 가리지 않았다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478화

    신수빈은 비록 밖에 있을 때는 늘 온몸에 피로를 짊어진 채 살아갔지만, 가족들 앞에 서면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마음껏 갑옷을 벗어던질 수 있었다.그녀는 여전히 정 씨의 팔을 끌어안은 채 말했다.“형수님, 오늘은 형수님이랑 같이 자고 싶어요.”정 씨가 신 가에 시집온 지도 어느덧 십 년이었다. 그녀가 막 시집왔을 무렵, 신수빈은 아직 어린아이였고 정 씨는 늘 그녀를 데리고 놀아주었다. 밤마다 곁에 눕혀 재우던 날도 많았으니, 두 사람 사이는 친자매나 다름없었다.정 씨는 아직도 어린 시절처럼 자신을 따르는 신수빈을 보며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짐짓 놀리듯 말했다.“이제 애 엄마가 다 되었는데도 어릴 때랑 똑같구나. 얼른 씻고 오거라. 내가 네 오라버니께 말씀드리고 오마.”신수빈은 얌전히 대답하고 방으로 들어갔다.그녀가 씻고 나오자, 정 씨는 이미 자기 처소에서 목욕을 마친 뒤 침의로 갈아입고 와 있었다.신수빈은 약까지 먹은 뒤 정 씨와 발끝을 맞댄 채 한 침상에 누웠다.평소 옷을 입고 있을 때는 목덜미에 남은 붉은 자국 몇 개 정도만 보였지만, 얇은 침의 차림으로 옆에 돌아누우니 옷깃 사이로 드러난 가슴 언저리의 흔적들까지 숨길 수 없었다.정 씨는 그 자국들을 보고 속으로 절로 혀를 찼다.역시 무장 출신 사내들은 거친 법이었다. 섭정왕 역시 애초에 여인을 살살 다룰 성정은 아닌 듯했다.신수빈은 몹시 피곤해 보였지만, 정 씨에게는 떠나기 전 꼭 해주고 싶은 말들이 있었다. 이번에 호국사로 들어가면 언제 돌아올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호국사는 황실 사찰이었다. 섭정왕이라 한들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빈아, 나는 지금 아들만 셋에 딸까지 하나 있지 않느냐. 네 오라버니가 더는 내가 출산으로 고생하는 걸 원치 않아서, 다섯째 동생에게 부탁해 약왕곡에서 피임환을 받아오게 했단다. 매달 월경이 끝난 뒤 한 알씩 먹으면 몸도 상하지 않고 아이도 생기지 않아. 내일 떠날 때 한 상자 챙겨주마.”신수빈은 오늘 내내 바로 그 일을 생각하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477화

    말로는 성의가 없다고 타박했지만, 이도현은 결국 그녀를 놓아주었다.“본왕은 내려가지 않겠다. 훗날 정식으로 혼인을 청하게 되면, 그때 당당히 신 가의 문을 두드리지.”신수빈은 입술을 꾹 다문 채 그를 흘겨보았다. 그래도 스스로 지금 처지가 결코 떳떳하지 않다는 것쯤은 아는 모양이었다.그녀는 치맛자락을 들고 마차에서 내렸다. 두 번이나 쉬지 않고 이어진 일 탓에 다리에 힘이 풀려 하마터면 휘청일 뻔했지만, 다행히 곁에 있던 은보가 단단히 부축해 주었다.“오라버니, 형수님.”신수빈이 조용히 그들을 불렀다. 자신이 오후에 돌아온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던 것이었다.이미 다들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지만, 누구도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신병문은 그저 마차를 한 번 바라보았을 뿐이었다. 이도현 역시 모습을 드러내기 곤란했고, 그들 또한 굳이 앞으로 나가 인사를 청할 필요는 없었다.신병문은 몸을 돌리며 말했다.“밤공기가 차다. 어서 들어가거라.”신수빈은 오라버니와 형수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다가, 그제야 자신이 꽤 허기져 있다는 걸 깨달았다. 정 씨는 사람을 시켜 음식을 준비하게 한 뒤, 먼저 그녀를 데리고 신씨 부인의 처소로 향했다.신씨 부인은 오후 내내 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야 돌아온 모습을 보자마자 못마땅한 얼굴로 눈을 흘겼다.“이제야 돌아올 생각이 들더냐!”신수빈은 어머니가 늘 엄한 얼굴을 하고 있어도, 자신과 남매에게만큼은 누구보다 너그럽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웃으며 신씨 부인 곁에 기대어 응석 섞인 목소리로 불렀다.“어머니.”신씨 부인은 손을 들어 그녀의 등을 가볍게 한 대 치며 성을 냈다.“그자는 정말 비열하고 뻔뻔하기 짝이 없구나! 아이를 데려가 우리를 협박하다니, 생각만 해도 화가 치밀어 오른다!”본래 신씨 부인은 딸이 화이한 뒤로는 그 남자를 다시는 집안에 들이지 않을 생각이었다. 체면도 모른 채 억지로 데려가고 싶다면 어디 한 번 해보라지, 하는 마음이었다.그런데 그는 하필 아이를 데려가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476화

    신수빈은 손끝 하나 움직일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지만, 가늘게 떨리는 손을 들어 이도현의 등을 조심스레 쓸어내렸다. 귓가에는 여전히 쉰 숨을 섞어 자신의 이름을 부르던 그의 목소리가 맴돌았고, 목덜미에는 뜨거운 숨결이 무겁게 내려앉았다.그녀는 천장 위로 흔들리는 술 장식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사람들이 왜 정과 욕정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고 말하는지. 그의 손길과 움직임에 휩쓸리던 순간, 그녀는 거의 자기 자신조차 아니게 되어 버렸으니까.그는 마치 그녀를 부서뜨렸다가 다시 빚어내려는 사람 같았다.신수빈은 목덜미에 닿는 축축하고 간질이는 감각에 겨우 정신을 차렸다. 그런데도 이도현은 다시 열기를 끌어올리고 있었다. 아직 완전히 물러나지도 않은 상태였기에, 그녀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왕야, 이제 돌아가야 해요…”이도현은 잠긴 목소리로 대답했다.“아직 급하지 않다.”“해시가 되면 통행이 금지된단 말이에요!”신수빈이 손을 뻗어 그를 밀어내려 하자, 이도현은 한 손으로 그녀의 두 손목을 붙잡아 머리 위로 올렸다. 그러고는 입술 위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눈가에는 감출 수 없는 기쁨이 어려 있었다.“아직 이르다. 한 시진도 넘게 남았으니 충분하지.”시작하기 전에는 분명 단 한 번뿐이라고 약속해 놓고, 이제 와서는 완전히 잊어버린 모양이었다.신수빈은 화가 치밀어 그의 어깨를 깨물었다. 그런데도 이도현은 오히려 더 즐거워하는 듯했다.“왕야는 정말 약속을 안 지키… 읍…”입술이 막혀 버리자, 원망 섞인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그렇게 등불이 성안을 밝히고 밤빛이 짙어질 무렵이 되어서야 모든 것이 끝났다.이도현은 그녀가 내일 호국사로 떠나면 한동안 장안으로 돌아오지 못하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가족들과 나눌 이야기도 있을 테니, 더 붙잡고 싶은 마음을 겨우 눌렀다.결국 해시가 되기 전, 그는 직접 신수빈을 신 가로 데려다 주었다.마차 안에서 신수빈은 꾸벅꾸벅 졸았다. 온몸이 녹초가 되어 있었다.이도현은 품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475화

    술이 몸속에서 서서히 퍼지자, 그녀의 얼굴도 은근히 달아올랐다.신수빈은 살짝 취기가 오른 채 그의 어깨에 기대어, 귓가에 숨을 불어넣듯 속삭였다.“왕야께서는… 어떻게 먹여 드릴까요?”이도현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취기에 젖은 그 눈빛은 평소와는 또 달랐다. 정이 어린 시선, 흐릿한 눈동자.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끌어당기기에 충분했다.오래도록 눌러 두었던 열기와 욕망이 한순간에 터져 나오는 것을 느낀 그는 더는 기다릴 수 없었다.그는 그녀를 그대로 안아 들고, 곧장 안쪽 온돌방으로 걸음을 옮겼다.그런데도 그녀는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 까르르 웃으며 말했다.“왕야, 배부르게 드시려면 힘도 있어야죠.”그의 발걸음이 잠시 멈췄다가, 이내 더 빠르게 안으로 향했다.주인이 낮잠을 청할 것을 알고 있었던 정원 하인들은 이미 방을 데워 두었고, 침상도 정갈히 정리해 둔 상태였다.이도현은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가 그녀를 침상 위에 내려놓고, 신발과 버선을 벗겨 주었다.“힘이 있는지 없는지는… 곧 알게 될 거다.”그가 몸을 낮춰 다가오려는 순간, 신수빈은 몸을 굴려 안쪽으로 빠져들며 웃었다. 그리고 발을 들어 그의 가슴을 살짝 밀었다.“왕야, 오늘은 오라버니께도 신 가로 돌아가겠다고 말씀드렸고, 내일 아침엔 호국사로 가야 해요. 왕야께서 너무 거칠게 굴어서 또 며칠을 꼼짝 못 하게 되면… 일이 틀어지지 않겠어요?”이도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신혼 첫날밤을 떠올렸다.이성을 잃은 채, 거의 벌을 주듯 몰아붙였던 그날 이후로 그녀는 심한 상처를 입었다.이내 이도현은 그녀에게 가볍게 입을 맞추고는, 힘을 주어 그녀를 끌어당겼다.그리고 몸을 낮춰 조심스럽게 얼굴을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말했다.“이젠… 그러지 않겠다.”그의 입술이 천천히 내려왔다.이마에서 눈가로, 뺨에서 입술 위로. 애정 어린 온기가 부드럽고 조심스럽게 스며들었다.“지금은… 너를 입 안에 넣어 두고, 가슴 위에 올려 두고 싶을 정도니까…”그의 목소리는 낮게 가라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474화

    “왕야, 어떠셨어요?”이도현은 속옷 차림으로 서서, 그녀가 건넨 수건을 받아 들었다.그는 신수빈을 흘긋 내려다보더니 입꼬리를 비틀었다.“감히 나를 이렇게까지 부려 먹는 건… 너밖에 없을 거다.”신수빈은 수건을 받아 들며 살짝 웃음을 터뜨렸다.“그게 어째서 부려 먹는 거예요. 다른 부부들도 다 이렇게 살잖아요. 왕야께서도 가끔은 땅에 발을 붙이고… 백성들이 어떻게 사는지도 느껴 보셔야죠.”그녀는 그를 밀어 자리에 앉힌 뒤, 미리 준비해 둔 술을 가져오게 했다.“이 술 한번 드셔 보세요. 금릉의 명주예요. 금자에게 시켜 오라버니께 부탁해 가져온 거예요.”그제야 이도현은 그녀가 오후 내내 자리를 비운 이유를 알았다.예전에 남방의 난을 평정하러 내려갔을 때, 그는 어머니의 여동생을 찾기 위해 금릉에 머문 적이 있었다. 그때는 일이 워낙 바빠, 이렇게 한가롭게 술과 음식을 즐길 여유가 없었다.그런데 오늘은 그녀가 그 모든 것을 차려 놓은 것이었다.“수고가 많았군.”신수빈은 술을 따라 두 잔을 채웠다. 그러고는 그중 한 잔을 들어, 잔잔히 웃으며 그에게 내밀었다.“이 첫 잔은… 지난 한 해 동안 저를 아껴 주고 품어 주신 왕야께 드립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고개를 젖혀 단숨에 술을 비웠다. 곧이어 다시 한 잔을 따랐다.“이 두 번째 잔은… 저와 신 가를 위해 애써 주신 왕야께 드리는 잔이에요. 입으로는 감사하다는 말을 제대로 못 했지만, 마음으로는 늘 깊이 고마웠습니다.”그녀는 또다시 술을 비웠다.세 번째 잔을 들려는 순간, 이도현이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그의 눈매가 부드럽게 풀린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됐다. 아직 약도 먹고 있잖느냐. 술은 더 마시지 않는 게 좋다.”신수빈은 본래 술에 약했다. 방금 두 잔을 연달아 비운 탓에, 이미 살짝 취기가 올라 있었다.“괜찮아요… 세 잔은 채워야 마음이 놓여요.”이도현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눈동자에 서서히 번져 가는 몽롱한 기색과 붉게 물든 두 뺨이 그의 마음을 단숨에 흔들었다.그는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119화

    서원은 유난히 넓었기에 끝내 금자가 신수빈을 업고 돌아왔다.그들이 춘진각에 당도했을 때는 이미 해시 말이 되어 있었다. 신수빈은 조용히 동쪽 행랑에서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은 뒤 금자에게 당부했다.“도련님께서는 어디까지나 외간 남자이시다. 만약 다른 사람들이 그가 물속에서 나를 구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온갖 험담을 해댈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지금부터 누가 묻는다면 네가 나를 물에서 구했고 밀림에서 길을 잃어 지금에서야 돌아왔다고 말하거라.”금자는 고개를 끄덕였다.“은보는?”신수빈이 묻자 금자는 그제야 동행랑에 그녀가 없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114화

    “아이를 돌보는데 이렇게 마음을 두지 않아서야. 어찌하여 늘 남만 믿으려고 하는 것이냐? 만약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그땐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명양 장공주는 태후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향하자 그 매서운 봉안을 마주하게 되었다. 눈매는 아름다웠으나 그 깊은 곳은 얼어붙은 칼날처럼 서늘했다. 그 기운에 짓눌린 장공주는 감히 한 마디도 보태지 못했다.그녀는 이미 알아차렸다. 오늘의 일은 단순히 난처함을 조성하거나 장난스러운 꾸짖음을 할 수 없다는 것을.예왕은 일찍이 어머니를 여의어, 어릴 적부터 명양 장공주를 어머니처럼 의지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124화

    말을 마친 금자는 잠시 멈춘 듯한 신수빈의 표정을 알아채지 못했다. 금자가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그녀의 입가에는 가볍게 올라간 비웃음이 서려 있었다.“마님, 화나지 않으시옵니까?”“내가 왜 화를 내야 하지? 그가 누구를 들여오든 내 눈에는 모두 윤서령과 같을 뿐인데.”금자는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여 생각하다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그렇지만 저는 자꾸 다르게 느껴지옵니다. 윤서령 아가씨께서 왕야를 속이시려는 거잖습니까? 그러니 왕야께서는 억지로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으시겠지요. 한데 이번의 진 아가씨는 왕야께서 좋아서 들이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120화

    관사 환관은 머리의 땀을 훔치며 말했다.“윤씨 부인은 죽지 않았사옵니다. 물에 들어간 그 시녀가 구해서 지금 춘진각에 있사옵니다.”태후의 손에 들린 옥빗이 무심결에 떨어져 바닥에 부딪히며 두 동강이 났다.“그 시녀가 물에 들어갔을 때, 호수 바닥은 이미 피로 물들어 있었다! 한데 어째서 아직도 죽지 않았다는 것이냐?”“죽은 것은 자객 환관이랍니다. 이미 섭정왕께서 건져 올려 뼛가루까지 흩뿌리셨사옵니다.”태후는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그녀는 호수 바닥에 사람을 더 배치해두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신수빈 같은 연약한 여자가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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