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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Penulis: 정대천
오상댁은 똑똑히 보았다.

좀 전에 윤서원에게 문을 열어주는 이는 여인이었고 그 여인을 보자 그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는 걸.

이런 일은 비일비재한 일이었기에 오상댁은 수없이 많이 봐왔었다. 이는 분명 외도의 현장이었다.

하지만 오상댁은 신수빈이 소란을 피울까 걱정돼 그녀를 말렸다.

"마님, 나리께서 이곳에 공무가 있으신 듯하니 저희는 이만 돌아가는 게 어떻겠습니까?"

신수빈은 태연한 얼굴이 아닌 화가 난 모습으로 오상댁을 돌아봤다.

"오상댁, 그럴 필요 없네. 방금 서방님께 문을 열어 준 이는 분명 여인이었어. 공무로 오신 거라면 이리 몰래 올 필요도 없었겠지. 만에 하나 사창(私娼:관아의 허가 없이 비밀리 매음하는 창녀)이기라도 하면 서방님의 몸에 분명 해가 될 테야!"

오상댁은 그 말에 안색이 굳어졌다. 신수빈의 말이 틀린 말도 아니었고, 정말 사창이면 일은 더욱이 커질 터였다.

그래서 오상댁은 따라온 문지기에게 문을 열라 시켰고 신수빈을 부축해 집 안으로 들어섰다.

회임 중인 주서화 때문에 윤서원은 그동안 쾌락을 즐기지 못했었다. 그러다 때마침 가족을 찾으러 온 여인을 만났고 그녀의 가족이 병으로 죽었다는 소식에 오갈 데 없는 여인은 윤서원의 뒤를 따랐다. 윤서원은 그 여인을 만난 뒤에야 간만의 쾌락을 즐길 수 있었다.

처음엔 단지 그녀의 얼굴이 예쁘다고 생각했지만 처녀의 몸인 데다 침상에서의 솜씨가 뛰어나 윤서원은 낮에 관직에 있을 때도 그녀 생각을 자주 하곤 했다.

그랬기에 집에 들어서자마자 다급했던 윤서원은 다른 사람의 인기척은 듣지 못했다.

신수빈이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두 사람의 옷은 반쯤 벗겨진 상태였다.

문소리에 윤서원은 눈치 없는 하녀인 줄로만 알고 몸을 돌려 호통을 치려고 했다. 그러다 들어온 이를 확인한 그는 깜짝 놀라 품 안의 여인을 감싸 뒤로 숨겼다.

"여긴 어떻게 왔느냐?"

윤서원이 눈썹을 찌푸린 채 문 앞에 서 있는 신수빈에게 물었다.

"제가 묻고 싶은 말입니다. 서방님께선 왜 여기 계시는 겁니까?"

상황이 심각해지자 오상댁이 가벼운 기침 소리를 냈다.

"나리, 작은 마님께선 대관음사에 가시려고 이곳을 지나시다 우연히 나리를 뵈어 들르신 겁니다."

오상댁은 윤서원이 이런 망측한 짓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

오상댁은 제 어머니의 사람이었기에 윤서원은 그녀의 말을 믿었다. 다만, 이런 상황을 남들에게 보인 게 난처하기 그지없었다.

"향이나 올리러 갈 것이지 쓸데없이 돌아다녀서는!"

흥이 완전히 깨진 윤서원은 옷을 정돈하며 신수빈을 꾸짖었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신수빈은 화가 났지만 애써 삼켰다.

"제가 시집온 지도 벌써 석 달입니다. 서방님께서 절 연모하지 않는 걸 알기에 절 돌봐주길 바라지 않습니다. 헌데, 서화는 시집온 지 얼마 안 됐고 홑몸도 아니지 않습니까. 서방님께서 그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주셔야지 어찌 이런 사창에게 마음을 쓰시는 겁니까? 혹, 회임한 몸이라 불편하신 거라면 제가 계집종을 얼마든지 보내드리겠습니다."

주서화라는 이름에 윤서원은 순간 마음이 움찔거렸으나 사창이라는 단어에 다시 반박에 나섰다.

"소인배 주제에 대인배인 척하지 말거라! 연이는 양갓집 여식이지 사창 따위가 아니다!"

신수빈은 속으로 비웃었지만 얼굴에는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

"양갓집 여식이라면 왜 집으로 들이지 않는 겁니까? 서방님께서는 지금 저 아이에게 홀려 대낮에 공무를 제치고 이리로 뛰어오신 것 아닙니까?"

신수빈의 말대로 그는 공무를 제치고 온 것이었기에 그녀의 말에 딱히 반박할 말이 없었다.

"바깥일은 아녀자가 상관할 바가 아니니 집으로 돌아가 할 일이나 하거라!"

하지만 신수빈은 오늘 단단히 결심이라도 한 듯 자리를 뜨지 않고 오히려 의자에 굳혀 앉았다.

"바깥일은 제가 상관할 일이 아니지만 집안일은 제 몫이지요. 저 아이가 연이든 뭐든 모르겠고 평범한 양갓집 여식이라면 이는 절대 저지를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니 뭐든 변명해 보십시오. 아니면 지금 당장 어머님과 아버님께 사실대로 고하러 가겠습니다. 전 안주인 자리에서 내려오면 그만입니다."

윤서원은 신씨 가문의 막대한 재산과 그녀가 가져온 혼수 때문에 그녀와 자신의 가문이 틀어지는 꼴은 원치 않았다.

그때, 침상에서의 여인이 옷을 정돈한 채 부랴부랴 신수빈에게 다가와 무릎을 꿇었다.

"마님, 제발 아량을 베풀어 주십시오. 소인은 소주 출신이고 가족을 찾으러 이곳에 온 겁니다. 하나, 이곳에 와서야 가족은 이미 병으로 세상을 떠난 것을 알게 되었고 그렇게 오갈 데 없는 저를 나리께서 구해주신 겁니다. 소인은 가진 게 없어 이 몸으로 그 은혜에 보답하고자 한 것뿐입니다. 소인 때문에 마음이 상하셨다면 이만 떠날 테니 나리의 화를 푸시옵소서."

유이연의 자태는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처럼 부드럽고 우아한 데다 울먹이는 목소리마저 애절하게 떨려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윤서원은 안타까운 마음에 그녀를 품에 안았다.

"그럴 필요 없다. 넌 이제 내 여인이니 내 곁에 머물 거라."

윤서원은 그녀의 뒷배라도 돼주겠다는 듯 유이연을 꽉 안았고 유이연 또한 가련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나리…"

신수빈은 속으로 냉소를 지으며 그들을 지켜봤다. 보아하니 자신이 그들의 매파가 된 꼴이었다.

'이 아이랑 주서화, 누가 더 한 수 위일까?'

신수빈의 생각도 모른 채 윤서원은 유이연의 숭배 어린 눈빛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 눈빛에 그는 한껏 고양되어 있었고 오직 연약한 그녀를 지키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넌 아무 걱정 말고 나랑 같이 집으로 가자구나. 아무도 너를 함부로 못 대하게 할 테니!"

윤서원은 말하며 옆에 앉아 있는 신수빈을 쳐다봤다.

그는 신수빈이 당연히 안 된다며 소란을 피울 줄 알았다. 주서화를 첩으로 들일 때도 그랬으니.

하지만 신수빈은 분명 화난 얼굴임에도 불구하고 애써 화를 삼키는 모습이었다.

"서방님께서 그리 결정하셨다면 저도 더할 말은 없습니다. 넌 그만 짐을 챙겨 저택으로 갈 채비를 하거라. 어머님과 아버님께서 허락하신다면 나도 반대할 생각은 없다. 서화가 회임 중이라 나도 서방님을 모실 첩을 알아보는 중이었으니."

유이연은 신수빈의 말에 기쁨을 감추지 않고 연신 고마움을 전했다.

그제야 윤서원은 집에 주서화가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방금은 유이연을 지키겠다는 성급한 마음에 미처 주서화를 생각지 못한 것이다.

사실 윤서원은 유이연을 집으로 들일 생각이 없었다.

밖에서 만나는 게 훨씬 수월했고 집으로 들여서 주서화의 심기를 건드려 그녀가 태후에게 고한다면 그것도 큰일이었으니.

하지만 기쁜 표정으로 짐을 챙기는 유이연의 모습과 지켜주겠다고 한 자신의 말이 떠오르자 윤서원은 도무지 안 된다는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

신수빈은 그런 윤서원의 표정 변화를 보며 입가에 미묘한 미소를 띠었다.

'윤서원, 앞으로 모든 게 네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고 되돌릴 수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주서화… 너도 내가 지난 생에 겪었던 고통 그대로 겪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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