مشاركة

제8화

مؤلف: 정대천
평양 후부.

신수빈은 시어머니인 서씨 부인 옆에 서서 화청 안에 무릎 꿇고 있는 유이연과 표정이 다소 복잡한 윤서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찌 이런!"

화가 난 서씨 부인은 윤서원을 보며 더더욱 화를 주체하지 못했다.

주서화가 비록 귀첩이긴 하나 태후의 사람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 주서화가 첩으로 들어온 지 보름도 안 됐고 게다가 회임까지 한 몸인데 벌써 다른 여인을 집으로 들이는 것은 명백히 태후의 체면을 깎아내리는 짓이었다.

화를 풀 길이 없었던 서씨 부인은 신수빈을 향해 호통을 쳤다.

"넌 정실부인이면서 말리지는 못할망정 어찌 저 아이를 집으로 들인 것이냐? 우리 가문이 망하길 바라는 것이냐?"

서씨 부인의 목소리가 커서 문밖에 있던 하녀들까지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신수빈을 가엽게 여겼다.

혼인을 올린 지 석 달 만에 태후가 새 혼사를 하사한 것도 모자라 이젠 이도현이 밖에서 여인을 데려왔으니.

그럼에도 신수빈은 억울한 기색은커녕 여전히 공손한 모습이었다.

"다 제가 못나서 서방님을 말리지 못한 탓입니다. 저도 서화가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터라 서방님께서 서화와 함께하길 바라는 마음에 돈으로 저 아이를 보내려 했으나 감싸고도는 서방님을 말리지 못했고 오히려 서방님께 소인배라는 소리마저 듣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차라리 저 아이를 집으로 들여 명분을 주는 게 밖에서 몰래 만나다 사람들의 눈에 띄어 그들의 입방아에 오르는 것보다야 낫지 않겠습니까?"

빈틈없는 그녀의 말에 시어머니도 더 이상 트집 잡을 구실을 찾지 못했다.

서씨 부인은 꿇고 있는 유이연을 바라봤다.

'지금 저 아이를 내친다 해도 서원이가 다시 제 발로 찾아갈 텐데... 밖에서 살림을 차리는 것보다야 첩으로 들이는 게 낫지.'

어쩔 수 없는 서씨 부인은 머리가 아파 났다.

"됐다. 네들이 알아서 하거라."

나가라는 서씨 부인의 손짓에 몸을 돌린 윤서원과 신수빈은 화청을 사이에 두고 멀리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주서화를 발견했다.

그녀의 눈가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고 윤서원과 시선이 마주친 순간 눈물을 뚝뚝 떨구며 애처롭게 흐느끼는 모습이 너무나 가여워 보였다.

그 모습에 가슴이 철렁한 윤서원이 다가가려 했으나 미안한 마음에 그저 멍하니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마찬가지로 이상함을 감지한 유이연도 서씨 부인에게 연신 고개를 조아렸다.

"감사합니다, 마님. 소인, 나리를 잘 모셔 반드시 은혜에 보답하겠습니다. 전 오갈 데 없는 몸인 데다 나리의 인품과 재능을 숭배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전 그 어떤 명분도 바라지 않으며 나리의 몸종이라도 기꺼이 하겠습니다."

양주 출신의 유이연도 귀하게 자란 몸인지라 그 기품은 대갓집 규수 못지않았으나 그들보다 허리를 굽힐 줄 알았다.

타고난 용모로 그런 말을 하니 유이연이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윤서원의 마음을 울렸다. 게다가 유이연을 막 품은 윤서원으로서는 연약한 그녀의 모습이 마냥 애처롭고 애틋하기만 했다.

반면, 주서화는 윤서원의 무심한 모습에 가슴을 감싸 쥐며 눈물 맺힌 얼굴로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했다. 놀란 하녀가 부축하자 주서화는 그대로 하녀의 품에 쓰러졌다.

주서화와 정이 더 깊었던 윤서원이 한달음에 달려가 그녀를 품에 안았다.

"서화야, 서화야... 괜찮느냐?"

주서화가 끝없는 슬픔과 애틋함이 맺힌 눈으로 울먹였다.

"오라버니, 결국 저를 저버리셨군요..."

윤서원은 딱히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어느덧 유이연이 그들의 곁에 다가와 흐느끼며 말했다.

"언니, 나리의 잘못이 아닙니다. 다 제 탓입니다. 제가 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한 탓입니다... 나리께서는 그저 절 가여이 여겨 절 거둔 것뿐입니다. 전 그 어떤 명분도 바라지 않습니다. 언니의 몸종으로라도 남아 먼발치에서 나리를 볼 수 있다면 전 그걸로 족합니다."

윤서원의 품에서 흐느끼는 주서화의 모습에 그녀의 몸종은 더는 참지 못하고 유이연의 어깨를 향해 발길을 날렸다.

가냘픈 몸을 지닌 유이연은 발길 한 번에 흔들리는 낙엽처럼 뒤로 넘어졌고 머리가 계단에 부딪히는 바람에 금세 피를 흘렸다.

"네까짓 게 우리 마님 몸종 노릇을 하려고?"

윤서원은 유이연에 대해 그리 깊은 정은 없지만 그녀에게 빠져있던 참인 데다 몸종이 제멋대로 구는 모습에 화가 났다. 개를 때릴 때도 본디 개 주인을 봐야 하는 법이거늘.

참을 수 없었던 윤서원은 몸종에게 발길질을 날리며 호통치기 시작했다.

"네가 감히 주인의 일에 끼어들려는 것이냐? 노비 주제에 네까짓 감히!"

주서화의 몸종 연이는 밀려오는 고통에 배를 감싸안고 일어서지 못했다.

연이는 주서화와 같이 자란 몸종인지라 연이가 맞자 주서화는 윤서원을 밀치고 연이를 감쌌다.

"제가 싫으신 거면 사실대로 말하면 그만이거늘 연이를 무엇 하러 때리십니까? 본디 사내의 정은 얕은 법이라지만 서방님은 그들과 다르다 생각하여 군주의 신분을 버리고 서방님의 첩으로 이 집에 들어온 겁니다. 그런데 고작 보름 만에 어찌 저한테 이러실 수 있으십니까!"

"서화야, 난 그런 뜻이 아니었다."

바로 그때, 유이연이 애처로운 목소리로 윤서원을 부르며 그의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녀의 이마에는 아직 피가 흐르고 있었으나 유이연은 피를 닦아내지 않고 그에게 큰절을 올렸다.

"나리, 언니께서 절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으니 전 이만 떠나겠습니다. 이번 생에는 청등고불(青灯古佛)을 벗 삼아 평생 홀로 지내겠습니다. 이 며칠 간의 기억은 제가 평생 기억하겠나이다."

"이연아, 너..."

윤서원의 연민 어린 마음이 또 한 번 솟구치는 순간이었다.

하필 오늘 서씨 부인의 안뜰에는 수많은 하녀가 있었고 여러 관리가 이달의 외곽 점포의 장부를 확인하러 온 참이었다. 아마 그들도 이런 재밌는 광경을 보게 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그들로서는 지아비가 새로운 첩을 들이는 데에 정실 부인조차 아무런 말이 없는 상황에서 마찬가지로 첩실인 주서화가 울며불며 난리를 치는 게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후부 같은 집안에 여러 첩이 있는 건 흔한 일이었다. 같은 첩인 데다 회임까지 한 마당에 지아비를 몰아세우는 주서화의 모습에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못마땅해했다.

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서씨 부인 곁에 조용히 서 있는 신수빈에게로 향했다. 고요하고 품위 넘치는 그녀의 모습에 사람들은 대체 윤서원이 왜 미모가 빼어난 정실부인을 두고 저 두 사람을 총애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정작 신수빈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만족해하고 있었기에 사람들의 시선이 달갑지 않았다.

'나를 보지 말고, 어서들 구경이나 하시게!'
استمر في قراءة هذا الكتاب مجانا
امسح الكود لتنزيل التطبيق
تعليقات (1)
goodnovel comment avatar
태양란
이혼하고 복수해도 될텐데 답답사네 임신도 했으면서~~~~
عرض جميع التعليقات

أحدث فصل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468화

    한 사람이 말을 꺼내자, 다른 윤 가 어른들도 하나둘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그 모습을 본 윤서원은 더는 모를 수가 없었기에, 붙잡고 있던 손을 거칠게 뿌리치며 소리쳤다.“당신들, 도대체 신 가에서 얼마를 받았기에 이런 양심도 없는 소리를 하는 겁니까! 신씨가 화이를 하겠다면, 그럴 만한 이유를 내놓으라 하세요! 못 내놓으면 그건 곧 다른 마음을 품었다는 뜻입니다!”그는 대청 안을 둘러보며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저는 화이하지 않을 겁니다! 신씨는 제 부인입니다! 이 생이 다할 때까지, 제 부인일 수밖에 없습니다! 저와 화이하겠다고요? 꿈도 꾸지 마세요! 제가 잘못한 게 있다면, 어디 한번 말해보세요!”윤서원은 아예 막무가내로 나섰다.신수빈이 그 일을 감히 입 밖에 낼 수 없다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 동시에 이도현이 어디까지 끼어들 수 있는지도 지켜보려 했다.만약 이도현이 나선다면, 훗날 신수빈과 다시 혼인하더라도 결코 떳떳할 수 없게 된다.세상이 그 일을 어떻게 떠들어댈지, 윤서원은 똑똑히 알고 있었다.평소 온화한 사람이었던 신병문도, 지금 윤서원의 말을 듣자마자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남자가 첩을 들이는 것이 죄가 아니라는 말은 틀리지 않았다.하지만 자신의 여동생을 다른 이의 침상으로 밀어 넣으려 했던 그 짓만큼은, 세상에 드러낼 수 없는 일이었다.신수빈 역시 윤서원의 뻔뻔함을 너무 얕보고 있었다.그는 가문 사람들과 등을 지는 한이 있어도, 절대 화이만은 하지 않으려 했다.할 말을 모두 쏟아낸 윤서원은 대청 안을 훑어보며 냉소를 흘렸다.대주 왕조의 법이 아무리 엄격하다 해도, 그가 끝까지 화이를 거부하는 이상 관아에서도 억지로 화이를 성립시킬 수는 없었다. 그렇게 되면 신수빈은 여전히 윤 가의 며느리로 남게 된다.그는 대청 위에서 이 모든 일을 구경하듯 지켜보던 부윤에게 예를 올렸다.“일은 이미 밝혀졌으니, 더는 대인을 번거롭게 하지 않겠습니다. 신씨와의 화이 문제는 저희 집안일이니, 이만 물러가겠습니다.”그는 마지못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467화

    윤서원은 그 말을 듣고 가슴 깊은 곳에서 불길한 예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빈아, 혼수를 기부하는 일은 우리 둘 사이의 오해였을 뿐이다. 이제 다 풀렸으니 더 말할 것도 없지. 그런데 어째서 어른들까지 부른 것이냐?”그는 일부러 다정한 기색을 담아 말했다.신수빈은 속에서 치미는 역겨움을 억누르며, 아무 말 없이 한 걸음 물러섰다.신병문은 옆에 선 이도현을 힐끗 보았다.검고 깊은 그 눈 속에서 금방이라도 칼날 같은 기세가 튀어나올 듯했다.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무언가 드러날까 염려된 그는 재빨리 한 발 앞으로 나서 윤서원과 누이 사이를 가로막았다.신수빈은 그에게서 풍겨오는 역한 기운만으로도 속이 뒤집힐 것 같았다.두 걸음 물러선 뒤에야 겨우 숨이 트여, 차갑게 그를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어른들을 모신 건, 당연히 우리 둘의 일을 이야기하기 위해서죠.”윤서원은 이미 그녀가 무엇을 하려는지 짐작하고 있었다.그는 ‘그 사람’에게서 어떤 일이 있어도 신수빈을 윤 가에 붙잡아 두라는 지시를 받은 적이 있었다.그래서 그녀가 더 말하기 전에 먼저 입을 열었다.“우리 사이에 무슨 일이 더 있겠느냐? 내가 예전에는 어리석어서 첩을 들이고, 너에게 상처를 주었지. 하지만 이제는 다 깨달았고, 앞으로는 제대로 살아가려 한다. 너는 지난해 조산으로 우리 아이를 잃었으니, 마음이 얼마나 아프겠느냐. 빈아, 두려워할 것 없다. 앞으로 내가 반드시 아이를 다시 갖게 해, 그 상처를 메워주겠다.”신수빈은 이도현 발밑의 청석이 미세하게 갈라지는 것조차 보지 못한 채, 그저 묵묵히 그의 연기를 지켜보다가 비웃음을 흘렸다.가문의 체면과 자신의 명성만 아니었다면, 지금 당장 윤 가 안에서 벌어진 더러운 일들을 모조리 까발리고 싶었다.윤서원이 어떻게 그녀를 몇 번이나 다른 사람의 침상으로 밀어 넣으려 했는지, 그의 아버지라는 늙은 짐승이 어떻게 부귀영화를 위해 그녀를 넘보려 했는지.하지만 말할 수 없었다.세상은 남의 불행을 제멋대로 부풀리기 좋아하는 곳이었다.그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466화

    신수빈의 말에 구경하던 백성들의 경멸과 수군거림은 더욱 거세졌다.“겉만 번지르르한 빈 껍데기였구먼. 그런 주제에 무슨 낯으로 호국부인과 함께 기부하겠다고 나서는 겐가? 내 보기엔 호국부인의 의로운 행동에 숟가락 얹어서 자기 명성이나 올리려는 수작 같네.”“그러게 말이야. 애초에 부인 친정이 예전만 못할 때, 경성 명문가 규수들은 제쳐 두고 항주까지 내려가 혼인을 청했다지 않나. 데려온 지 얼마나 됐다고 또 무슨 군주와 얽혔다며? 처음부터 돈 보고 혼인한 게 뻔하지.”“그렇게 생각해 보니 정말 소름 돋네… 부인이 조심하지 않았으면, 윤 가한테 진작 뼛속까지 뜯어먹혔을지도 모르지.”말이 이어질수록 대청 위에 선 윤서원의 얼굴은 점점 더 굳어갔다.그는 부윤을 향해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 채 소리쳤다.“대인, 저들이 이 자리에서 함부로 떠들며 우리 윤 가를 모욕하는데도 그대로 두실 겁니까?”부윤이 막 경목을 내려쳐 백성들을 조용히 시키려던 순간, 이도현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몸이 바르면 그림자도 곧은 법이거늘. 윤 대인, 무엇이 그리 두려운 것이냐?”윤서원은 그와 시선을 마주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증오하는 두 사람을 꼽으라면 바로 신씨와 이도현이었다.하지만 지금의 그는 그 둘을 상대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더 따져 봐야 소용없기에, 그는 결국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오해였으니, 이쯤에서 마무리하겠습니다.”“함께 집으로 돌아가자.”그러고는 신수빈에게 다가가 손을 잡으려 했다.그 순간, 이도현의 턱선이 미세하게 굳어지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찰나, 신수빈이 먼저 입을 열었다.“급할 것 없습니다. 오해는 풀렸으니, 이참에 다른 이야기도 하나 하고 가죠.”그녀가 손을 들어 보이자 군중 뒤편에서 장년 남자 몇 명이 걸어 나왔다.자세히 보니 신 가 부자였다.그들을 본 순간, 윤서원은 물론 이도현조차 눈에 띄게 놀란 기색을 보였다.이도현은 평소처럼 높은 자리에 앉아 있었지만, 신수빈은 자리에서 일어나 아버지와 오라비에게 예를 올렸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465화

    당시 신씨의 혼수는 십 리에 걸친 혼례 행렬로도 다 보여주지 못할 만큼 엄청났다.신씨는 집안의 유일한 적녀였다.혼사는 사실상 신씨 쪽에서 가져온 혼수와 다름없었기에, 경성 일대의 재산 대부분이 그대로 그녀의 것이 된 것이었다.그런 혼수를 망설임도 없이 내놓겠다고?사람들은 처음에는 그저 구경거리로 여겼는데, 신수빈의 말을 차츰 곱씹을수록 마음 한구석이 서서히 뜨거워짐을 느꼈다.장안을 위해,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군사들과 그 가족들을 위해 쓰겠다는 그 뜻.사람들은 문득 그녀가 성벽 위에서 했던 말을 떠올렸다.자신이 죽으면 무고한 여인들을 풀어 주라 했고, 성 안의 모든 백성과 군사가 한마음으로 외적을 막아내야 한다고 외쳤던 그 목소리.호국부인은 언제나 천하를 품은 사람이었다. 그 기개와 도량은 평범한 사람이 감히 헤아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그런데 자신들은 그녀를 다른 여인들과 다를 바 없는 사람으로 여기며, 윤 가와 돈을 두고 다투는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어느새 사람들 사이에서 감탄과 탄식이 터져 나왔다.“부끄럽군… 나는 호국부인께서 윤 가가 기울었다며, 일부러 혼수를 빼돌리려는 줄 알았네.”“이분이야말로 진정으로 백성을 생각하는 분이시지. 마음이 얼마나 깊으신지…”“윤 가 집안은 위아래 할 것 없이 썩어 있군. 자기 돈을 기부하겠다는데도 막아서고 말일세. 심지어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조차 저렇게 대하다니… 뒤에서는 얼마나 더했겠는가?”“방금 말 못 들었나. 이미 따로 지낸 지 오래라더군. 병이 들어도 찾아오지 않았다면, 평소에는 얼마나 모질게 굴었겠나.”“저런 집안에 저런 분이 시집가다니… 정말 꽃이 거름더미에 꽂힌 격이네.”이 말들이 쏟아지는 동안, 대청 위에 선 윤서원의 얼굴은 점점 창백해졌다.그 역시 예상하지 못했다. 신수빈이 이토록 큰 결단을 내릴 줄은.혼수 전부를 아무 미련 없이 조정에 바친다니.게다가 처음부터 기부할 것이라 말했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막아설 수 없었을 것이다.그녀는 일부러 말하지 않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464화

    이도현은 사람을 시켜 의자를 가져오게 했다.자연스레 신수빈 곁에 앉게 하려고 했지만, 그녀가 눈으로 노골적인 경고를 보내자 어쩔 수 없이 그녀의 맞은편 오른쪽에 놓았다.신수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가 아무 거리낌 없이 곁에 앉을까 봐, 은근히 마음을 졸이고 있었던 것이다.한편, 윤서원은 대청 위를 바라보았다.신수빈과 이도현이 좌우로 나뉘어 앉아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자신은 과거에 급제한 몸이고 집안에 공적 또한 있으나, 이 자리에서 앉을 자격은 없었다.서 있는 것만으로도 기세가 한층 눌리는 기분이었다.하지만 곧 생각을 고쳐먹었다. 이번 일은 분명 신씨 쪽이 불리했다.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다시 단단해졌다.부윤 대인은 이제야 속이 놓였다.섭정왕이 직접 나서서 호국부인이 그의 장자의 의모라고 밝히지 않았던가.이쯤 되면 어느 쪽을 살펴야 할지,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그는 다시 판결을 이어갔다.“호국부인, 방금 윤 대인의 말이 사실입니까? 부인의 혼수를 옮긴 자들이 신 가 사람들입니까?”“맞습니다. 제가 신 가 전당포 사람들을 불러 제 혼수를 옮기게 했습니다.”부윤 대인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부인께서는 윤 대인과 이미 화이하신 상태입니까?”“아닙니다.”“그렇다면 아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본조에는 비록 명문화되진 않았으나, 여인의 혼수는 시가의 재물로 간주하는 관례가 있습니다. 화이하지 않은 이상, 친정에서 이를 회수할 권리는 없습니다. 부인께서는 이 점을…”윤서원의 입가에 미묘한 웃음이 번졌다. 시선은 신수빈과 이도현을 향해 날카롭게 꽂혔다.아무리 이도현이 와 있다 해도, 이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자리에서까지 노골적으로 편을 들어줄 수는 없을 터였다.하지만 신수빈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그 규정, 저도 알고 있습니다.”부윤 대인이 물었다.“그렇다면 어찌하여 신 가에서 혼수를 가져가게 하신 것입니까?”신수빈은 고개를 기울이며 되물었다.“제가 언제 신 가 사람들에게 혼수를 가져가라 했습니까? 저기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463화

    신수빈은 이미 윤서원이 이렇게 나올 것이라 짐작하고 있었기에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담담히 말했다.“제가 끝까지 가져가겠다면요?”윤서원은 즉시 목소리를 높였다.“그럼 오늘 당장 관아로 가자! 너희 신 가가 체면이 있는 집안인지 아닌지, 거기서 분명히 드러날 것이다! 시집간 딸이 혼수까지 되찾아 가려 하다니, 이런 수치가 또 어디 있느냐!”신수빈은 그를 바라보다가, 오히려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사람이란 정말… 한가운데 서 있으면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법이었다.전생의 자신은 어쩌다 이런 사내에게 마음을 내어준 것일까.그녀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곧이어 실망이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부군께서 굳이 일을 여기까지 끌고 가시겠다면, 저도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럼 관아에 신고하세요. 오늘 저는 이 혼수를 반드시 가져갈 겁니다.”윤서원은 곧장 손을 들어 사람을 시켜 관아에 알리게 했다.신수빈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차라리 관차를 기다릴 것 없이, 저와 함께 부윤 대인께 가서 따져 보시죠. 제가 제 혼수를 처리할 권리가 있는지 없는지 말이에요.”윤서원의 눈빛이 더욱 싸늘해졌다.“이 나라 법에 따르면, 여인이 시집간 뒤에는 화이하거나, 쫓겨나지 않은 경우에 혼수는 시가의 재물로 본다. 설령 일부를 돌려준다 해도, 그건 시가에서 정하는 일이다. 지금 너와 나는 그런 상황이 아니다. 그러니 그 혼수는 당연히 윤 가의 것이다. 부윤 앞에 가도, 설령 금란전에 올라가도 결론은 같다!”신수빈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그럼 가서 보죠. 과연 이치가 누구 편에 서 있는지.”두 사람이 관아로 향하자, 구경꾼들 역시 하나둘 따라붙었다. 이런 구경거리는 절대 놓칠 수 없었다. 등불 축제나 주점 이야기꾼보다도 훨씬 흥미로운 일이었다.사람들 속에 숨은 호기심과 수군거림이 순식간에 들끓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신수빈의 마차가 관아 앞에 멈춰 섰다.금자가 그녀를 부축해 내렸다.관아 앞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녀보다 더 빠르게 달려온 구경꾼들이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279화

    신수빈은 이도현의 입에서 후작으로 봉했다는 말을 듣자 번개처럼 고개를 들었다.“왕야께서 방금 후작으로 봉했다고 하셨나요?”그녀의 눈가에는 아직 눈물이 맺혀 있었고, 크게 뜬 눈동자로 그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이도현은 그녀의 뺨을 타고 흐르던 눈물을 닦아주었다.“네 둘째 오라버니가 올린 산호가 길조로 해석되었다. 어젯밤 조정의 대신들 앞에서 본왕이 그를 위해후로 봉했지. 오늘 조서가 항주로 내려갔고 작위와 함께 저택도 하사될 것이다. 그러니 곧 네 부모도 상경할 수 있게 되겠지.”신수빈의 가슴이 조용히 흔들렸다. 상인 가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287화

    윤부에 도착하자 최명주는 진하빈의 손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여전히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그래도 나는 동생과 인연이 닿는 듯해. 마음이 늘 동생 쪽에 있거든.”그러자 진하빈은 얼굴에 감사한 기색을 띠었지만 속으로는 냉담했다. 이건 결국 자신의 손을 빌려 신수빈을 건드리려는 셈이 아닌가?진하빈은 그렇게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었다.그리고 신 씨는 어디까지나 윤 가의 부인이었다. 왕야가 잠깐의 신선함을 느낄 수는 있어도, 재가한 여인을 위해 자신의 명성을 해칠 리는 없었다.반면 최 씨는 달랐다. 불심을 내세운 얼굴 뒤에 독을 숨긴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266화

    지난달 보름날, 그는 그녀에게 이 패를 쥐여 주며 어디에 있든 이 패가 있는 한, 자신이 곁에 있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약속했었다. 반드시 그녀를 지켜 주겠다고.이도현은 감히 타버린 시신을 쳐다볼 수가 없었다.보지 않으면 스스로를 속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것은 신수빈이 아닐 수도 있다고, 그녀는 아직도 평양 후부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그가 떠나던 날, 그녀가 마지막으로 남긴 것은 그를 기다리겠다는 말 한마디였다. 그런데도 그는 한 달 내내 그녀를 공허한 기다림 속에 방치했고, 심지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267화

    신수빈은 그의 말을 듣고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띠었다. 윤수혁은 어린 시절부터 돌봐주는 이 하나 없는 환경에서 자라 아주 작은 호의 하나도 오래도록 마음에 새기는 사람이었다.그는 이미 그녀의 목숨을 구한 적도, 수차례 그녀를 도운적도 있었다. 정말 빚이 있다면 그것은 오히려 신수빈 쪽일 것이다.“아주버님께서는 이미 저를 몇 번이나 구해 주셨습니다. 은혜를 따지자면 제가 아주버님께 진 빚이 더 크지요.”윤수혁은 부드럽고 차분했다. 그의 눈빛은 따뜻한 햇살 같아 달빛의 쓸쓸한 냉기를 가볍게 덮어주는 듯했다.“제수씨와 저 사이에

فصول أخرى
استكشاف وقراءة روايات جيدة مجانية
الوصول المجاني إلى عدد كبير من الروايات الجيدة على تطبيق GoodNovel. تنزيل الكتب التي تحبها وقراءتها كلما وأينما أردت
اقرأ الكتب مجانا في التطبيق
امسح الكود للقراءة على التطبيق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