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불륜해드립니다. / 98. 돌아갈 수 없는 선

Share

98. 돌아갈 수 없는 선

Author: 데이지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09 21:38:10

준혁은 아침에 일어나 잠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

거실 소파. 담요는 반쯤 흘러내려 있었고, 목이 뻐근했다.

집이었다. 분명히 집이었는데, 더 이상 자기 자리가 아니라는 감각이 먼저 들었다.

방 문은 닫혀 있었다.

지연의 방문이었다.

준혁은 그 문을 한참 바라보다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세면대로 향했다.

거울 속 얼굴은 익숙하면서도 어딘가 어색했다.

하룻밤 사이에 사람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 그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지연은 이미 집을 나선 뒤였다.

장미 미용실로 바로 가지 않고, 근처 변호사 사무실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췄다.

유리문 너머로 보이는 책상과 서류들. 이수의 말이 다시 떠올랐다.

“여기부터는 감정이 아니라, 기록이에요.”

지연은 손에 쥔 가방 끈을 조금 더 단단히 잡았다.

도망치지 않겠다는 몸의 신호처럼.

사무실 안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에어컨 소리만 낮게 흘렀고, 서류를 넘기는 소리도 조심스러웠다.

변호사는 차분한 목소리로 절차를 설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Latest chapter

  • 불륜해드립니다.   157. 변한 게 진짜 그 사람일까

    점심 시간이 조금 지난 뒤였다.미용실 안은 조용했고, 이수는 예약표를 정리하고 있었다.문 위의 종이 부드럽게 울렸다.“어서 오세요.”고개를 들었을 때, 문 앞에 서 있던 여자는 어딘가 피곤해 보였다.단정한 코트, 정갈한 머리.하지만 눈 밑에 옅은 그림자가 내려와 있었다.“예약 안 했는데… 가능할까요?”목소리는 차분했다.무너지지 않으려 애쓰는 사람의 톤이었다.“네. 괜찮아요.”여자는 잠시 망설이다가 의자에 앉았다.거울을 마주 보는 대신 고개를 살짝 숙인 채 말했다.“머리는…어떻게.”이수는 가위를 들다가 멈췄다.“저기….”여자는 잠시 숨을 고르고 입을 열었다.“이혼을 생각하고 있어요.”공기가 아주 조금 멈췄다.낯선 말은 아니었다.이곳에선 더더욱.“외도인가요?”하빈이 조용히 물었다.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하진 않지만… 거의요.”목소리가 살짝 갈라졌다.이수는 그 미세한 떨림을 보았다.연기라기엔 자연스러웠다.“요즘 사업이 잘 돼요.”여자가 말을 이었다.“갑자기 사람이 달라지더라고요.”그녀는 억지로 웃었다.“예전엔… 저밖에 몰랐는데.”그 말에서 감정이 무너졌다.이수는 거울 속 여자의 눈을 바라봤다.그 눈은 붉어져 있었다.“증거가 필요하신 거죠.”“네.”이번엔 망설임이 없었다.“그 사람이 부정 못 하게.”여자는 가방에서 작은 봉투를 꺼냈다.영수증 몇 장.낯선 여자 이름이 적힌 문자 캡처.출장 일정표.이수는 빠르게 훑었다.겉으로 보기엔 이상하지 않았다.하빈은 조용히 서류를 받아들었다.“시간이 좀 필요합니다.”여자는 고개를 숙였다.“얼마든지요.”잠시 후,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저… 제 이름은 서연이에요.”“연락드릴게요.”문이 닫히고 종이 울렸다. 조용해졌다.이수는 한동안 거울을 바라봤다.“어때.”하빈이 물었다.“힘들어 보였어.”“응.”“진짜 같았고.”이수는 봉투를 다시 정리했다.“사업 잘되면 접대 많아지고, 늦어지고… 흔한 케이스야.”“의뢰 받을 거야?

  • 불륜해드립니다.   156. 그림자

    비는 그날도 가늘게 내렸다.이수는 유리창에 맺힌 물방울을 한참 바라보다가 가위를 내려놓았다.손님이 모두 돌아간 뒤의 미용실은 이상할 만큼 넓어 보였다.“오늘 왜 이렇게 멍해.”하빈이 물었다.“그런가.”“응. 아까도 계산 두 번 틀렸어.”이수는 피식 웃었다.“나 원래 숫자 못 해.”“거짓말.”그는 알았다.이수가 멍해질 때는 생각이 많을 때였다.“병원 꿈 또 꿨어?”이수는 잠깐 멈췄다.“응.”짧은 대답.그녀는 더 말하지 않았다.하지만 하빈은 느꼈다.이건 단순한 악몽이 아니라는 걸.그날 밤. 이수는 잠들었다가새벽 세 시에 눈을 떴다.가슴이 조였다.이유는 없었다.이수는 휴대폰을 확인했다.알림 없음.부재중 없음.그런데도 누군가가 ‘보고 있다’는 느낌이 사라지지 않았다.“예민해진 거겠지.”스스로 중얼거렸다.다음 날. 미용실 앞 골목에 낯선 차 한 대가 잠깐 세워졌다가 사라졌다.이수는 그걸 보지 못했다.하빈만 봤다.차 번호를 외울 만큼 오래 있진 않았다.하지만 운전석에 앉은 남자가 골목을 오래 바라보고 있었다는 건 기억에 남았다.“손님이야?”이수가 물었다.“아니.”“그럼?”“그냥 길 잘못 든 사람.”하빈은 그렇게 말했다.굳이 불안을 키우고 싶지 않았다.저녁. 두 사람은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사서 미용실 안에서 늦은 식사를 했다.“너 요즘 이상하게 조용해.”이수가 말했다.“원래 조용했어.”“아니, 그런 조용함 말고.”하빈은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불안한 거지.”“뭐가.”“태훈 일 끝난 것 같지 않아서?”이수는 고개를 저었다.“그건 아니야.”“그럼.”잠시 정적.“모르겠어.”그녀는 솔직하게 말했다.“끝났다고 생각하면… 항상 다른 게 시작됐어.”그 말이 공기 중에 남았다.하빈은 그녀를 가만히 바라봤다.“이번엔.”그가 천천히 말했다.“시작해도 우리가 먼저 알 거야.”“왜.”“지금은 네가 혼자가 아니니까.”이수는 웃지 않았다.대신 아주 조용히 그의 손을 건드렸다.닿았

  • 불륜해드립니다.   155. 버티는 건 같이 하면 돼

    접근금지 결정이 내려진 뒤 며칠은 묘하게 평온했다.미정은 임시 거처에서 지내며 변호사 상담을 이어갔고,태훈은 더 이상 연락을 시도하지 않았다.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그랬다.그런데 평온은 늘 오래 가지 않았다.이수는 그걸 알고 있었다.오전 예약이 끝난 뒤, 이수는 미용실 의자에 잠시 기대 앉아 있었다.창밖으로 보이는 골목은 한산했고, 바람이 간판을 스치며 작은 소리를 냈다.“왜 이렇게 조용하지.”혼잣말처럼 흘러나왔다.하빈은 카운터 쪽에서 서류를 정리하다가 고개를 들었다.“조용하면 좋은 거 아니야.”“응… 좋은데.”이수는 말을 고르듯 잠시 멈췄다.“너무 조용하면, 뭔가 빠진 느낌이 들어.”“폭풍 전야?”그가 농담처럼 말했지만, 이수는 웃지 않았다.“그런 건 아니고.”창밖을 바라보던 시선이 아주 잠깐 멈췄다.맞은편 골목. 며칠 전 보았던 그 뒷모습이 문득 겹쳐졌다.낯선 남자. 익숙한 어깨선.‘설마’라는 생각은 그날 이후 한 번도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이수는 고개를 털었다.“괜한 생각이겠지.”“뭐가.”“아무것도 아니야.”하빈은 더 묻지 않았다.요즘 그는, 묻고 싶은 걸 바로 묻지 않는 쪽을 선택하고 있었다.저녁이 되자 비가 조금 내렸다.가늘게, 소리 없이. 미용실 문을 닫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수는 우산을 들고 걷다가 갑자기 멈췄다.“하빈아.”“응.”“내가 예전에…”그녀는 말하다가 멈췄다.“뭐.”“사람을 잘 못 믿었잖아.”“지금도 잘 믿는 건 아니지.”담담한 말이었다.이수는 피식 웃었다.“그래도 예전엔 더 심했어.”“알아.”“왜 믿기 싫었는지 알아?”하빈은 대답 대신 고개를 기울였다.“믿으면, 내가 약해질 것 같았거든.”그녀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누군가한테 기대면, 그 사람이 사라질 때 내가 무너질까 봐.”비가 우산 위를 두드렸다.하빈은 한참을 말하지 않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그럼 지금은?”“지금은…”이수는 우산을 조금 더 낮췄다.“조금은 괜찮은 것

  • 불륜해드립니다.   154. 잔류

    접근금지 결정문은 생각보다 얇았다.A4 한 장.법원 직인 하나.조항 몇 줄.그 종이 한 장이 한 사람의 움직임을 묶는다고 생각하니,이수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100미터.”미정이 낮게 읽었다.“연락 금지.”그녀의 손끝이 종이를 잡은 채 미세하게 떨렸다.울 것 같지는 않았지만, 울지 않으려고 버티는 사람의 숨이었다.하빈이 말했다.“이건 시작이에요.”그 말은 위로가 아니었다.현실이었다.“위반하면 바로 형사 사건으로 갑니다. 이번엔 기록이 남았으니까요.”미정은 고개를 끄덕였다.그 고개는 확신보다는, 체념에 가까웠다.“그 사람… 그렇게까지 나쁜 사람은 아니었어요.”이수는 그 말을 듣고 한순간 눈을 감았다.이 문장. 너무 익숙했다.“술만 안 마시면 괜찮아요.”그 말도. 하빈이 조용히 물었다.“그럼 술 마시면요.”미정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그 짧은 침묵 안에 끌려가던 밤,잡힌 손목, 닫힌 공간이 다 들어 있었다.“무서웠어요.”결국 그 말이 나왔다.이수는 고개를 들었다.“그럼 답은 나왔어요.”미정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겁이 아니라, 자기 입으로 처음 인정한 안도감 때문이었다.며칠 동안 태훈은 조용했다.문자도, 전화도 없었다.그 고요가 오히려 더 불안했다.“무너진 사람은,”이수가 말했다.“더 위험해질 수도 있어.”하빈은 고개를 끄덕였다.“자존심이 큰 사람일수록.”“응.”태훈은 통지서를 받았다고 했다.종이를 구기지 않았고, 찢지도 않았고, 그저 오래 바라봤다고.그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이수는 이상하게 마음이 가라앉았다.분노보다는 공허가 더 오래 간다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저녁 시간, 미용실 문을 닫고 나왔을 때, 공기가 조금 달라져 있었다.조용했다.너무 조용했다.이수는 유리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잠시 바라봤다.예전 같으면, 이 지점에서 계산이 시작됐을 것이다.위험도. 거리. 개입 여부. 지금은 계산보다 감각이 먼저였다.“하빈.”“응.”“조용해지면… 더 불안해.”그

  • 불륜해드립니다.   153. 같이 끝까지 가자

    거실 불은 낮게 켜져 있었다.이수는 소파 한쪽에 앉았고, 하빈은 조금 떨어진 자리에 기대 앉았다.TV는 켜지지 않았다.대화도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그런데도 이상하게, 공기가 어색하지 않았다.“예전엔.”이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이렇게 조용한 게 싫었어.”“왜.”“생각이 많아지니까.”하빈은 고개를 끄덕였다.그건 이해되는 말이었다.조용해지면 과거가 소리 없이 밀려왔다.병실의 냄새.기계 소리.민준의 낮은 웃음.이수는 숨을 고르고 말했다.“근데 오늘은… 조금 다르다.”“뭐가.”“생각이 많아져도, 난 결국 도망 안가니까”하빈은 그 말을 가볍게 넘기지 않았다.“도망 안 간다는 게.”그가 천천히 물었다.“그 생각 안 한다는 뜻은 아니지?”“응.”“무서워도 버틴다는 거.”이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게 더 힘들어.”“그래도.”그는 짧게 말했다.“네가 선택한 거잖아.”그 말은 책임을 돌리는 게 아니었다.오히려, 인정이었다.이수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작게 웃었다.“너 진짜 변호사 같다.”“지금은 그냥 남자야.”그 말이 떨어지자 공기가 아주 미묘하게 달라졌다.이수는 시선을 피했다.“그 남자.”“응.”“어제… 무너진 것 같았어.”태훈을 말하는 거였다.“처음으로.”“응.”“근데.”이수는 손을 모았다.“무너진 사람은 더 위험해질 수도 있잖아.”하빈의 표정이 가라앉았다.“맞아.”“자존심이 센 사람일수록.”정확한 분석이었다.“그래서 대비할 거야.”하빈의 말은 짧았다.“접근금지 나오면 일단 한숨 돌리고, 위반하면 바로 형사 처벌로.”이수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번엔 나도 빠지지 않을게.”“무슨 뜻이야.”“네가 앞에 서고, 내가 뒤에서 계산하는 구조 아니고.”잠시 멈췄다.“같이 끝까지 함께 하자고”그 말은 조용했지만 단단했다.하빈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리고.“알았어.”짧게 대답했다.다음 날. 법원에서 임시조치 결정이 나왔다.접근금지 100미터.연락 금지.통지서

  • 불륜해드립니다.   152. 파문

    접근금지 신청서는 생각보다 얇았다.A4 몇 장.체크 박스 몇 개.사실관계 기재란.그 종이를 보며 미정은 한참을 펜을 들지 못했다.“여기… 폭력 유형 체크하는 부분.”이수가 조용히 설명했다.“신체적, 정서적, 통제, 협박.”미정은 ‘신체적’에 체크했다.잠시 망설이다가 ‘통제’에도 표시를 했다.손이 조금 떨렸다.“이거 내면… 진짜 끝인 거죠?”하빈이 답했다.“끝이라기보단.”잠시 단어를 고르고.“되돌리기 어려워지는 거죠.”정직한 말이었다.미정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도 할게요.”이번엔 망설임이 적었다.신청서를 접수하고 나오는 길.하늘은 맑았다.너무 맑아서, 오히려 어색했다.미정은 작게 웃었다.“어제는 그렇게 비가 오더니.”이수는 그 말을 듣고 잠시 멈췄다.어제의 빗소리,창고의 냄새,벽의 차가움.그리고.“나 진짜 무서웠어.”하빈의 목소리.“괜찮아요?”미정이 물었다.이수는 고개를 끄덕였다.“응. 괜찮아.”이번엔 거짓말이 아니었다.그 시각. 태훈은 법원에서 온 연락을 받았다.접근금지 신청 접수. 그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신청이 받아들여지면.”변호사가 차분히 설명했다.“일정 거리 접근 금지, 연락 금지, 위반 시 형사처벌.”태훈은 웃지도, 화내지도 않았다.그저 물었다.“이렇게까지 해야 됩니까.”“그건.”변호사가 말했다.“상대가 그렇게 느꼈다는 뜻이죠.”‘무서웠어요.’그 말이 다시 떠올랐다.태훈은 주먹을 쥐었다.자존심이 먼저 반응했다.하지만 그 아래에서, 무언가 다른 감정이 꿈틀거리고 있었다.상실.저녁 시간, 미용실 이수는 가위를 쥔 채 거울 속 자신을 봤다.손은 안정되어 있었다.손님이 나가고 나자, 가게 안이 조용해졌다.하빈이 서류를 들고 들어왔다.“임시조치 빠르면 내일.”“생각보다 빠르네.”“이번 건은 명확해.”이수는 가위를 내려놓았다.“하빈아.”“응.”“태훈… 가만히 있을까?”하빈은 잠시 생각했다.“모르지.”정직한 대답.“자존심 센 타

  • 불륜해드립니다.   6. 오늘은 안 돼

    비는 새벽에 그쳤다가, 아침에 다시 내렸다.내리는 방식이 비슷해서 더 지쳤다.젖는 게 새롭지 않은 날이었다.이수는 카페에 도착해 문을 열었다.종이 울렸고, 안쪽 공기는 눅눅했다.커피 냄새가 평소보다 무거운 건, 아마 습기 때문일 것이다.습기는 냄새를 붙잡고 오래 놓아주지 않았다.진상은 이미 카운터 뒤에 서 있었다.오늘은 기계를 닦고 있었고, 천천히 닦는 손이 어딘가 과했다.바쁘지 않은데도 서두르는 사람처럼. 그런 날은 보통, 마음이 먼저 움직인다.“쉰다더니, 어떻게 왔어요?.”그가 말했다.물음이 아니라 확인이

  • 불륜해드립니다.   5. 흔들림

    아침 공기는 전날보다 무거웠다.비가 그쳤다는 사실보다, 언제든 다시 내릴 수 있다는 기척이 먼저 느껴졌다.습기는 벽에 남아 있었고, 냄새는 아직 빠지지 않았다.이수는 카페 문을 열며 잠시 멈췄다.안쪽에서 나는 소리가 어제와 달랐다.머신이 돌아가는 소리,컵이 부딪히는 소리 사이로 사람의 움직임이 섞여 있었다.진상은 이미 나와 있었다.평소보다 이른 시간이었다.“오늘은 왜이렇게 일찍 왔어요?”이수가 말했다.말끝은 가볍게 올렸지만 의미를 묻지는 않았다.“잠이 안 와서요.”그는 그렇게 답했다.변명처럼 들리지 않게,

  • 불륜해드립니다.   4. 닿은 손등

    비는 밤새 그쳤다 다시 내리기를 반복했다.아침이 되자 길 위엔 물기가 남았고, 공기는 묘하게 가벼웠다.무언가 씻겨 내려간 뒤의 냄새였다.이수는 카페에 도착해 문을 열었다.종이 울렸고, 그 소리에 진상이 고개를 들었다.“일찍 왔네요.”어제와 같은 말이었다.하지만 어제와는 조금 다른 눈빛이었다.말보다 먼저 인식하는 방식.그건 습관이 아니라 선택에 가까웠다.“네.”이수는 가방을 내려놓고 앞치마를 집어 들었다.손이 앞치마 끈을 묶는 동안,진상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손을 따라갔다.손목, 손가락, 매듭.이수는 그 시

  • 불륜해드립니다.   3. 틈

    카페의 아침은 생각보다 빨랐다.문을 열기도 전에 커피 향이 먼저 퍼졌고,기계가 예열되는 소리가 공간을 채웠다.진상은 그 소리를 들으며 셔터를 올렸다.매일 같은 시간, 같은 순서였고 그래서 더 생각하지 않는 동작들이었다.이수는 그보다 조금 늦게 도착했다.문을 열자 종이 울렸고, 그 소리에 진상이 고개를 들었다.“일찍 왔네요.”그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시계는 보지 않았다.시간을 확인하는 사람의 태도가 아니었다.“네.”이수는 짧게 답했다.목소리는 낮았고, 불필요한 온도는 없었다.앞치마를 두르는 동안 그녀는 카페 안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