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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Author: 송진
그녀에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기회가 없을 거라고.

어젯밤 제대로 자지 못한 성유리는 지금 탈진할 정도로 몸이 지쳐있었지만 이 시간에도 그녀는 침대에서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결국 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 창밖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런 곳에서는 당연히 창밖 풍경은 보이지 않았고 한눈에 들어오는 것은 빽빽한 집들과 바깥 발코니에 걸려 있는 다양한 색깔의 옷들뿐이었다.

성유리는 몸을 뒤척이며 다시 눈을 감았다.

이제 겨우 잠이 올까 싶었는데 옆에 있던 휴대폰이 두 번 진동했다.

성유리가 무시하려는데 상대가 끈질기게 연달아 메시지를 계속 보내며 진동이 끊기지 않았다.

성유리가 막 확인하려던 찰나 성유정의 전화가 걸려 왔고 끊기 바쁘게 상대는 전화를 다시 걸었다.

결국 성유리가 아예 번호를 차단해 버리자 성유정은 다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더 이상 그녀와 놀아줄 흥미가 없었던 성유리가 결국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야?”

“성유리, 이 나쁜 년!”

반대편에 있던 성유정이 곧바로 욕설을 퍼부었다.

“어젯밤에 한빈 오빠랑 같이 있었지? 어떻게 뻔뻔하게 오빠를 찾아가? 차라리 죽지 그래? 다 너 때문이야! 네가 한빈 오빠 꼬드겨서 아빠랑 협상하라고 한 게 아니었으면 이번에 결혼식장에 가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었어! 너 나랑 한빈 오빠 만나는 거 방해하려고 그러는 거지? 악독한 년. 한빈 오빠랑 결혼할 사람은 나였어! 내가 어렸을 때부터 한빈 오빠 곁에 있었는데 네가 뺏어갔잖아! 다 너 때문이야! 넌 왜 안 죽고 살아있는 거야?”

성유정의 욕설이 쉬지 않고 들려오고 간간이 흐느끼는 소리도 들리는 걸 보니 정신력이 제대로 무너진 것 같았다.

하지만 성유리는 조금 전 말의 요지를 단번에 파악했다.

“박한빈이 회장님과 협상했다고? 뭘?”

“성유리, 모르는 척하지 마! 네가 꼬드긴 게 아니면 한빈 오빠가 왜 프로젝트를 넘기면서까지 아빠한테 너랑 다른 사람 정략결혼을 취소하라고 해? 네가 다 망쳤어. 한빈 오빠를 2년 동안 해친 것도 모자라서 이번엔...”

성유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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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박한빈은 방에 없었다.성유리는 꽤 편히 잠들었던 터라 어제의 감정은 아침이 되자 말끔히 가신 듯했다.아침 식사를 마친 뒤, 그녀는 서재로 들어가 디지털 패드를 켰다.그런데, 곧 도우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사모님, 손님이 오셨습니다.”“손님이요?”“네. 사모님 친구라고 하시는데요.”성유리는 의아했지만 더 묻지 않고 곧장 밖으로 나섰다.“유리 씨.”마당에 서 있던 여인은 작은 캐리어를 끌고 있었다.상대는 성유리를 보자마자 환한 웃음을 지었지만 그녀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설윤지 씨? 여긴 어떻게 온 거예요?”“전에 말했잖아요. 저 곧 금성으로 돌아올 계획이 있다고.”설윤지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그때 유리 씨가 거절하지 않았으니까 저는 허락한 줄 알았죠.”“일 때문에 온 거예요?”성유리는 곧장 그녀의 차림새에 눈길이 갔다.정장 차림의 깔끔한 슈트, 친구를 만나러 온 모습이라기보다는 협상을 하러 온 분위기에 가까웠다.곧 설윤지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웃었다.“맞아요. 회사 일 때문에 왔어요.”“여기에도 회사가 있어요?”성유리는 조금 놀란 듯 물었다.“네. 금성은 아니고요.”설윤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말했다.“이번에 협상할 일이 있어서 잠깐 들른 거예요.”“그럼 왜 미리 연락 안 하셨어요? 제가 알았으면 공항이라도 갔을 텐데.”“괜찮아요. 예전에 금성에 산 적 있으니까 이곳이 낯설진 않아요.”설윤지는 말하면서 집 안을 둘러보았다.그러고는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정말 예쁜 집이네요.”이 집을 오간 손님이 적지는 않았지만 집을 두고 예쁘다고 칭찬한 건 처음이었다.그 말에 성유리는 무심코 옅은 미소를 지었다.이런 식의 기분 좋은 말은 언제 들어도 나쁘지 않았다.뭔가 말을 더 잇고 싶었는데 도우미가 다시 다가와 이런 말을 전했다.“사모님, 또 다른 손님이 오셨습니다.”그 말에 성유리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누군데요?”“백 대표님의 새 부인이십니다.”그 말에 성유리의 표정이 삽시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1438화

    “뭐 하시려고요?”성유리가 물었지만 박한빈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고개를 숙이고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한동안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던 끝에 성유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됐어.”“네?”“남우미 씨는 이제 이 세상에 없잖아. 지금 뭘 한다고 해도... 의미가 없어.”박한빈은 담담하게 계속 말했다.“게다가 네가 말했듯 현호는 이미 자기 몫을 지킬 수 있게 됐어. 그걸로 충분해.”“저는 그냥 백지환 씨가 꼴 보기 싫을 뿐이었어요. 왠지 억울한 기분이 들어서...”그건 어디까지나 성유리의 감정일 뿐, 다른 사람 문제에 깊이 개입하고 싶은 건 아니었다.박한빈은 원래 남의 일에 간섭하는 성격이 아니었다.단지 그녀가 속상해하는 게 보기 싫었을 뿐이다.“됐어. 이제 신경 쓰지 말자.”그의 속내를 짐작한 성유리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어서 씻고 오세요.”그녀의 손길에 밀려 일어난 박한빈은 몇 발짝 가다 말고 다시 물었다.“정말 그걸로 끝낼 거야?”“네.”성유리의 확신 어린 대답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욕실로 향했다.그런데 막상 씻고 나와 보니 그녀가 방문 앞에 서 있는 걸 발견해 멈춰 서고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왜 그래?”“아직도 화가 좀 나서요.”성유리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래서?”“한 번만 물어도 돼요?”박한빈은 곧장 반박하려 했지만 말을 내뱉기도 전에 성유리가 그의 팔을 움켜쥐었다.때마침 그가 허리에 수건만 두른 채였기에 맨살의 팔은 성유리에게 가까웠다.그녀는 곧장 고개를 숙여 망설임 없이 박한빈의 팔을 꽉 물었다.박한빈은 막지 않았다.그러다 이윽고 그녀가 물기를 멈추자 손으로 성유리의 턱을 붙잡았다.“다 했어? 그럼 이제 내 차례네.”“아니, 그건...”성유리가 반박하려는 순간, 박한빈은 그녀를 벽으로 밀어붙였다.“심심하니까 힘이 많이 남나 봐?”성유리는 멈칫했지만 그를 밀쳐내지는 않았다.대신 두 팔을 들어 박한빈의 목을 감쌌고 먼저 입술을 맞췄다.박한빈은 예상치 못한 행동에 놀랐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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