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247화

Author: 복덩이
강민아가 아직 반씨 가문 사모님이었다면 반씨 가문 홍보팀에게 주의를 줬겠지만, 오늘 벌어진 일은 모두 반하준의 잘못이고 부신 그룹이 흔들려도 그녀와 아무 상관 없었다.

강민아는 중환자실 입구에 서서 병상에 누워 있는 민이를 유리 너머로 바라보았는데, 기구들과 새하얀 이불에 덮여있는 아이는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으면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강민아의 귀에는 민이가 두세 살 때 병원에서 강민아의 허리를 붙잡고 작은 몸을 그녀의 품에 파묻은 채 울부짖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때만 해도 그녀밖에 모르던 아이였다.

어느새 강성진이 강민아 앞에 다가왔고, 강민아는 그의 손에 쥐어진 피 묻은 벨트를 차갑게 바라봤다.

“옴 테크의 임원들이 벌써 나한테 연락이 왔어. 네가 강승 테크 대표로 나가서 인수에 대해 상의했으면 좋겠다네.”

강성진은 강민아의 얼굴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피식 웃었다.

“다음 주에 회사로 나와. 부사장 자리를 줄게.”

딸이 유명한 카레이서 루나이고, 다국적 거대 자본인 옴 테크의 눈에 들자 강성진은 눈가에 번지는 탐욕을 감추지 못한 채 히죽 웃었다.

“역시 내 딸이야!”

그가 강민아의 어깨에 손을 대려고 하자 강민아는 곧장 손을 들어 그의 손을 쳐냈다.

“건드리지 마요. 역겨우니까.”

강민아는 강성진에 대한 역겨움을 숨기지 않았다.

“너!”

강성진은 욕을 하려다 자기 손가락에 강나현의 피가 묻어 있는 것을 보았다.

강민아도 여자라 손에 묻은 피를 보면 무서울 거다.

딸이 자신에게 가져다줄 큰 혜택을 생각하며 강성진은 강민아를 보면서 눈이 휘어지게 웃었다.

“그래그래, 손 씻고 올게. 민아야, 넌 역시 내가 가장 아끼는 딸이야. 우리 우강 그룹의 미래가 너에게 달렸어!”

강민아는 속이 메스꺼운 것을 억지로 참으며 말했다.

“아빠, 걱정하지 마세요. 우강 그룹의 미래는 저한테 맡겨요!”

...

연진숙은 강민아와 정이를 보내고 병원 복도에 앉아 비서에게 지시를 내렸다.

“언론사 몇 군데 찾아서 반씨 가문 도련님이 중환자실에 있는데 엄마인 강민아는 곁을 지키지도
Patuloy na basahin ang aklat na ito nang libre
I-scan ang code upang i-download ang App
Locked Chapter

Kaugnay na kabanata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248화

    그녀는 통화 버튼을 누르고 전화기를 귀에 갖다 댔다.“연 회장님, 죄송합니다만 상부로부터 여사님에게 칭호를 수여하지 않기로 했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연진숙은 심장이 철렁하며 서둘러 물었다.“누가 날 제보했어요?”설마 강민아가 정말 그녀에게 불리한 정보를 가지고 있었던 걸까?그녀의 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갔다. 강민아가 7년 동안 반씨 가문에 있으면서 첩자 노릇이라도 했던 건 아닐까.“연 회장님, 아드님은 경찰에게 잡혀갔고 인터넷에서는 악덕 시어머니라고 욕하는데 이런 여론 속에서 우리 부녀연합회는 선을 그을 수밖에 없습니다.”“위원장님...”연진숙이 말을 잇기도 전에 상대방은 전화를 끊었다.연진숙이 다시 전화를 걸려는데 이번엔 또 다른 전화가 걸려 왔다.적십자사 직원이 걸어온 전화에 연진숙의 마음속에는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여보세요.”“연 회장님, 죄송하지만 인터넷에 올라온 댓글을 감안해 명예 위원장 명단에서 회장님 이름은 지워야겠습니다.”연진숙의 심장이 쿵쾅거렸다.“어떻게 이럴 수가...”그녀가 말하려는 순간 잇달아 다른 전화가 걸려 와 통화버튼을 누르기 바쁘게 자선단체에서 맡았던 그녀의 직책도 내놓으란다.그녀는 우울한 표정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비서에게 물었다.“내가 뭘 잘못했는데?”...그날 밤 강나현의 SNS 계정은 폐쇄되었지만 강나현이 5살 아이와 오토바이를 탔다는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강민아는 집에 있던 중 반용화의 전화를 받았다.“석현이가 자기 대신 위로의 말을 전해달래.”눈 덮인 산 정상에서 녹아내리는 맑은 샘물처럼 그의 목소리가 강민아의 귓가로 흘러 들어왔다.멀리 울려 퍼지는 그의 말은 다소 내키지 않는 것처럼 들렸다.강민아가 답했다.“전 괜찮아요.”“경기는 아주 잘했어.”반용화가 덧붙였다.“석현이가 하는 말이야.”강민아는 입술을 말아 올리며 물었다.“반하준이 경찰에 연행돼서 조사받는 걸로 부신 그룹 주가가 흔들릴 텐데, 선생님께도 영향이 있을지 걱정되네요.”그녀는 반용화를 유난히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249화

    며칠 후.강민아와 육성민, 윤세현이 승용 건물 꼭대기 층 사무실에 모였다.이곳은 서경의 신흥 개발 지역으로, 66층 통유리창 앞에 서면 멀리 드넓은 부두와 선착장이 보이고 대형 화물선들이 해수면을 지나 천천히 항해하고 있었다.육성민은 의자 뒤편에 정장 재킷을 던져놓고 몸에 꼭 맞는 테일러 셔츠만 입은 채 넥타이를 매지 않고 자연스럽게 옷깃을 풀어 헤쳐 구릿빛 피부와 반듯한 쇄골을 드러냈다.소매를 걷어 올리자 근육이 잘 발달한, 힘 있고 탄탄한 팔이 드러났다.그는 다리를 약간 벌리고 편안한 자세로 앉았다.“내가 소유한 센트럴 이노베이션이 이미 강승 테크 인수전에 참여했지만, 센트럴이 옴 테크보다 높은 인수 가격을 제시하더라도 강성진이 센트럴을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어. 단기간에 강성진이 옴 테크를 버리고 다른 회사에 강승 테크를 팔게 하기는 어려워.”강민아는 3인용 소파에 앉아 손에 쥔 정보를 훑어보았다.“난 강성진이 완전히 믿을만한 사업가가 필요해. 다른 기업에서 강승 테크를 인수해도 강성진에게 거대한 이익을 가져다준다고 믿게 할 사람.”하지만 강민아는 강성진의 모든 인맥을 살펴보고 그가 믿을만한 사람을 찾긴 했어도 마음 놓고 그들에게 일을 맡길 수 없었다.육성민과 윤세현의 경우 두 사람의 이름으로 상장된 회사가 있긴 했지만, 두 사람이나 그 밑에 있는 사람들 모두 강성진의 경계를 늦추기에는 역부족이었다.그때 방문을 두드리며 비서가 문 앞에 서서 보고했다.“대표님, 심 대표님 오셨습니다.”깔끔하게 차려입은 남자가 강민아를 향해 곧장 걸어왔고, 그가 다가오자 마치 순백의 불빛이 사무실 전체를 환하게 비추는 듯했다.“심은호 씨는 절 보러 오셨어요?”강민아는 육성민이 심은호도 부른 걸 모르고 있었다.남자는 그녀 앞에 서류 하나를 건넸다.“제 명의로 된 페이퍼 컴퍼니인데 강승 테크를 4천억에 인수하려고 합니다.”강민아는 심은호로부터 계획서를 받아 들고 이렇게 말했다.“옴 테크보다 두 배나 높은 가격이지만 이렇게 높으면 오히려 강성진이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250화

    “심은호 씨, 나 좋아하죠?”강민아의 물음은 직설적이고 대담했다.남자의 귓불이 순식간에 붉어지며 테이블에 손을 얹고 고개를 숙인 그의 길고 풍성한 속눈썹에 살짝 떨림이 느껴졌다.하지만 이미 목구멍에서 주체할 수 없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네, 좋아해요.”그는 이 말을 하면서 강민아를 똑바로 바라보았다.그의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드넓은 은하수처럼 반짝여 강민아는 무의식적으로 숨을 참으며 그의 찬란한 눈동자를 외면할 수 없었다.심은호는 그녀를 부드럽게 바라보았다.이 순간 온 세상이 조용해졌다.“내가 언제 그 쪽한테 끌렸는지 알아요?”강민아는 생각에 잠겨 고개를 갸웃거렸다.“내가 루나로 출전하는 대회마다 1등을 했을 때요?”심은호가 웃었다.“서경대 단상에 올라가서 패기 넘치는 모습을 보였을 때, 트랙에서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던 때, 사랑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가던 때, 두 아이를 키우면서 학교와 반씨 가문을 오가며 바쁜 삶을 살던 때... 민아 씨 삶의 매 순간이 좋아요. 매일, 매년 늘 활기차게 인생을 살아가니까. 반하준한테 법원에서 만나자고 했을 때, 차를 몰고 도로를 질주할 때는 더 좋아졌고요.”윤세현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심은호의 노골적인 고백에 귀를 기울였다.육성민은 온몸이 저기압에 잠식되어 있었다. 강민아의 명령 한 마디면 당장이라도 저 자식을 통유리창 밖으로 던져버릴 수 있었다.“지금 민아한테 연애하자고 강요하는 겁니까?”육성민의 말투는 불친절했고, 얼굴은 금방이라도 눈앞의 남자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다는 듯 살벌했다.하지만 심은호는 오로지 강민아에게만 집중하며 육성민을 무시했다.“다 큰 남자가 여자를 좋아하고 연모하는 마음을 숨겨야 하나요? 하지만 내 마음에 대답해달라는 건 아니에요. 그쪽을 좋아하는 건 내 마음이고, 이런 내 감정에 책임져야 하는 사람도 나니까. 그래도 민아 씨에 대한 내 마음이 불편하고 불쾌함을 안겨줬다면 그건 내가 잘못한 거겠죠. 민아 씨 마음이 편하도록 내가 한발 물러나 있을게요.”강민아는 심은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251화

    말하는 순간 심은호는 두 손을 꽉 말아쥐며 심장이 흠칫 떨렸다. 뜨거운 열기가 가슴 속에 퍼져나갔다.너무 갑작스럽게 이런 말을 하는 건 아닐까.강민아가 미친놈이라고 생각하진 않을까.고개를 숙인 그는 조용히 강민아의 ‘심판’을 기다렸다.오로지 모든 걸 강민아에게 맡겼다.“만약 우리가 정말 연인 사이라면 그걸 미끼로 강성진을 유인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강민아는 진지하게 말했다.“내가 강승 테크를 손에 넣는 날 우리 협업도 끝나는 걸로 하죠. 그때 대외적으로 헤어졌다고 말하고 심은호 씨는 더 이상 제 남자 친구가 아닌 거예요.”그녀의 맑고 투명한 눈동자를 바라보며 심은호는 목이 바짝 말랐다.“그러면 제가 한 달 동안 민아 씨 남자 친구가 되어줄게요.”강민아가 심은호에게 손을 내밀었다.“그쪽이 말한 어떠한 대가도 바라지 않는 감정은 내가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거예요. 내가 당신에게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기꺼이 그것을 경험하고, 느끼고, 당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게요.”강민아는 입꼬리를 올리며 심은호가 손을 맞잡기를 기다렸다.심은호는 손을 뻗어 강민아의 손끝을 조심스럽게 건드렸다.그러다 전기에 감전되기라도 한 듯 이내 다시 손을 거두었다.흥분한 나머지 테이블 위를 마구 굴러다니고 싶었다.귀는 핏빛으로 묽게 물들었고 코끝에서는 뜨거운 공기가 뿜어져 나왔다. 심은호는 다시 한번 강민아의 손끝을 매만지며 어린아이처럼 해맑게 웃었다.손을 빼낸 그가 강민아와 맞닿은 손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는 듯 빤히 자기 손을 내려다보기만 했다.“잘 부탁해요. 여친님.”육성민은 날카로운 눈썹을 들썩이며 튀어나오는 욕설을 간신히 참았다.윤세현은 강민아 옆에 앉더니 강민아의 손가락을 자기 손으로 가져가 만지작거렸다.“저렇게 욕심 없는 사람은 처음 봐.”그녀는 강민아에게 속삭였다.“심은호 씨 때문에 나까지 당황했어.”강민아도 작게 대꾸했다.“나도 처음 봐. 근데 생각해 보면 경험해 봐서 나쁠 건 없는 것 같아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252화

    이어서 윤세현에게 말했다.“그쪽도 승진해서 그다음 후궁이 됐고.”육성민은 관자놀이가 지끈거렸고 얼굴은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일어나서 가려던 강민아가 무심하게 물었다.“왜 우리 오빠와 세현이한테 별명을 지어줬어요?”심은호는 그녀를 따라 문을 나섰다.“여친님이 싫다면 그렇게 안 부를게요.”별명이 아니라 서열이니까 뒤에서 몰래 부르면 그만이다.강민아와 심은호가 떠난 후에야 윤세현은 입을 열었다.“심은호 씨가 저렇게 적극적으로 들이대는 게 좀 수상하지 않나요?”육성민이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저 히죽거리는 얼굴 좀 봐요.”그는 테이블 위에 놓인 입찰 제안서를 집어 들었다.“지금 민아 편에서 강성진의 믿음을 얻고 우리도 믿을만한 사람은 심은호밖에 없어요.”윤세현은 곰곰이 생각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강민아와 심은호가 차에 타자 따스한 햇살이 얼굴을 비추었다.“민이 깨어났어요. 알아요?”심은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강민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민이가 깨어나고 강기성이 문자 보냈어요.”민이가 사고를 당한 날 이후 강민아는 더 이상 정이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연진숙은 말이 통하지 않으니 정이를 데리고 가봤자 원수처럼 대할 게 분명하고, 게다가 여러 자선단체의 명예 직책에서 물러나게 되어 강민아를 보면 가죽이라도 벗길 기세로 달려들 것이다.그녀가 가서 연진숙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 민이가 쉬는 데 영향을 끼치는 것도 당연했다.“전 할 만큼 했어요.”...오늘 정광사는 또 한 번 반씨 가문의 등장으로 대외 손님을 받지 않았다.연진숙은 방석 위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깍지 낀 채 입으로는 염불을 외웠다.휠체어에 앉은 민이는 손발에 깁스를 하고 목에는 고정기를 차고 있었다.머리를 밀고 거즈로 여러 겹 감은 채 초췌한 얼굴이었다. 향 타는 냄새가 그다지 좋지 않은 데다 숨을 쉴 때마다 팔다리에 아득한 통증이 동반되었다.이제 깨어난 지 사흘밖에 안 됐는데 연진숙은 서둘러 아이를 정광사로 데려와 부처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253화

    이른 아침, 검은 치타처럼 생긴 마이바흐 S클래스 세단이 강승 테크가 있는 건물 아래에 멈춰 섰다.차 문이 열리자 훤칠한 다리가 나타나며 반짝이는 가죽 구두가 대리석 바닥을 밟았다.짙은 회색의 수제 맞춤 정장을 몸에 딱 맞게 재단한 심은호가 차에서 내렸다.그는 뒤돌아 차에서 내리려던 강민아에게 손을 내밀었다.“여친님.”강민아는 이미 역할에 몰입한 그의 모습에 웃으며 손을 뻗어 남자의 넓은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심은호와 함께 건물 안으로 들어선 강민아 뒤로 센트럴 이노베이션의 인수 프로젝트 담당자와 감사, 재무, 세무팀 직원들이 동행했다.기세는 대단했다.강민아와 심은호가 맨 앞에서 걸어가고 센트럴 담당자는 두 사람을 몇 번이나 쳐다보지 않을 수 없었다.강민아는 날렵하고 곧게 뻗은 어깨와 잘록한 허리가 돋보이는 맞춤 정장을 입고 있었다.담당자는 강민아와 심은호가 같은 브랜드의 정장을 입고 나란히 걸으며 거대한 아우라를 뿜어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새삼 흐뭇한 광경이었다.강민아는 강승 테크에 두 번이나 왔던 터라 회사 내부 구조가 익숙한지 곧장 엘리베이터로 향했다.“엇?”데스크 직원이 그들을 보고 하이힐을 신은 채 달려왔다.“왜 엘리베이터를 눌러요? 예약했어요?”강민아가 돌아보며 대꾸했다.“새로 온 부사장 강민아입니다.”“그쪽이 그렇다면 그런 거예요? 난 오늘 부사장이 온다는 연락 못 받았어요.”강민아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직원의 비정상적인 행동을 봐선 누군가 그렇게 하라고 시킨 게 분명했기에 굳이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그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데스크 직원이 소리를 지르며 버튼을 누르더니 강민아를 밀치려고 했다.하지만 강민아에게 닿기도 전에 하나같이 건장한 센트럴 쪽 사람들이 강민아 앞을 막아 나서며 둘 사이 거대한 벽을 만들었다.감사팀, 재무팀, 세무팀 직원으로 온 이들은 모두 퇴역한 군인이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당당하게 서 있기만 해도 한낱 직원을 압도하긴 충분했다.강민아와 심은호가 엘리베이터에 들어선 뒤 강민아가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254화

    그녀를 바라보는 심은호의 별처럼 반짝이는 깊은 눈동자엔 늘 그녀뿐이었다.엘리베이터 문이 다시 열리고 강민아가 걸어 나왔다.그녀는 회의실 쪽으로 곧장 걸어가면서 뒤따라오는 센트럴 이노베이션 사람들에게 지시했다.“3분 안에 모든 임원들을 회의실로 모이게 하세요.”그녀의 뒤를 따르던 사람들은 재빨리 사방으로 흩어졌고, 그들은 제각기 임원들을 붙잡아 회의실 안으로 끌고 들어왔다.“당신들 누구야?”“이 손 안 놓으면 경찰을 부를 거야!”몇몇 임원들은 언쟁을 벌이며 얼굴까지 빨개졌다.회의실로 끌려간 그들은 타원형 회의 테이블의 맨 상석에 앉아 있는 강민아를 발견했다.가녀린 체구에 부드러운 눈매를 가졌지만 상석에 앉아 있는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가 모두를 뒤흔들었다.임원들은 모두 강민아를 알아봤고 그중 몇 명은 강민아의 친척이기도 했다.“민아야, 네가 우리한테 이렇게 하라고 시켰니?”“민아야, 이건 무례한 행동이지.”강민아는 손을 들고 손목시계를 확인했다.“회의 시간인데 다들 지각했으니 보너스 30% 삭감할게요.”“네가 무슨 자격으로 우리 보너스를 깎아?”강씨 성을 가진 한 임원이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데 그때 강성진도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그는 씩씩거리며 강민아를 보자마자 다그쳐 물었다.“지금 반항하는 거냐?”강민아는 부드럽게 말했다.“아버지, 아버지께서 직접 저를 부사장으로 임명하고 인수 프로젝트 담당자로 선정했잖아요. 제 일에 협조해 주세요.”강성진은 강민아를 세 살짜리 어린애 취급하듯 무시하며 비웃었다.“그래, 이참에 기어오른다 이거지? 언제까지 시건방 떨 수 있는지 두고 보자.”말을 마친 강성진은 이미 들어올 때부터 심은호가 있는 걸 눈여겨보고 강민아와 얘기를 나누면서 캐비닛으로 걸어가더니 거기서 시가 한 상자를 꺼냈다.그러고는 심은호에게 시가를 건네며 아부 섞인 미소를 지었다.“도련님, 바쁠 텐데 웬일로 시간을 내서 제 딸과 함께 오셨어요?”심은호는 섬섬옥수로 시가를 집어 들며 조용히 콧방귀를 뀌었다.“강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255화

    “또 다른 회사는 심은호 씨가 소유한 파워 테크인데 4천억으로 저희 강승 테크를 인수하겠다고 제안하며 강승 테크가 새로운 기점에서 독자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기존 부서와 직원을 모두 남겨두겠다고 말했습니다.”파워 테크의 인수 제안서를 가장 먼저 받아 든 강성진은 몇 페이지를 넘기더니 작게 중얼거렸다.“4천억? 도련님께선 왜 우리 강승 테크에 이렇듯 높은 금액을 제시하는 거죠?”심은호는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느긋한 자세로 말했다.“미인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우리 민아 씨한테 주는 선물이죠.”강성진의 의아한 시선이 강민아와 심은호를 번갈아 보았다.심은호가 말했다.“여자 친구인 민아 씨가 좋다는데 제가 마다할 이유가 있나요?”강성진은 충격에 빠진 채 강민아를 바라보았다.“너랑 심은호 씨...”강성진은 원래 나이 많은 이혼한 사업가 몇 명을 물색해서 얼른 강민아를 시집보내 강씨 가문에 돌아올 이득을 취하려 했다.하지만 그토록 마음에 들지 않던 큰딸이 이렇게 큰 선물을 가져다줄 줄은 꿈에도 몰랐다.“민아야, 잘했어!” 그는 입꼬리를 한껏 올린 채 턱을 어루만지며 칭찬했다.자리에 있던 다른 임원도 저마다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심은호가 다른 사람의 아내를 좋아해서 오랫동안 독신으로 지낸 거라니!강성진은 파워 테크의 인수 제안서를 들고 올라간 입꼬리를 애써 억누르며 기뻐했다.“4천억이라니, 역시 도련님, 대단하세요.”심은호는 솔직하게 말했다.“전 민아 씨를 오랫동안 좋아했어요. 이제 드디어 저를 만나주겠다는데 당연히 원하는 액수로 맞춰줄 거예요.”이내 그가 목소리를 낮추었다.“강 대표님도 거절하지 않으시겠죠?”그가 눈앞에 놓인 잔을 빙글빙글 돌렸지만 잔에 담긴 물은 한 방울도 테이블 위로 흐르지 않았다.그는 손끝으로 잔을 만지작거리며 덧붙였다.“거절하면 좀 주제넘은 것 같은데.”피식 웃는 그의 검은 동공에서 서늘한 빛이 번뜩였다.“농담이에요. 제가 어떻게 장인어른을 협박하겠어요.”강성진은 그의 거만하고 거침없는 눈빛에 소

Pinakabagong kabanata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372화

    반하준은 고개를 들어 방 문 쪽을 바라보았다.시야의 가장자리가 뿌옇게 뒤덮여 앞이 보이지 않았다.눈을 크게 깜빡이자 들어온 여자가 이미 그의 앞으로 다가왔다.“하준 씨.”강나현의 다리에 힘이 풀리더니 온몸이 그의 위로 쓰러졌다.반하준은 그녀를 밀어내려 했지만 손이 뒤로 묶여 움직일 수 없어 몸을 뒤로 빼기만 했다.강나현은 온몸에 뼈가 사라진 듯 그대로 무너져 내리며 반하준의 몸을 따라 아래로 떨어졌다.“강나현, 뭐 하는 거야!”반하준이 고함을 지르자 강나현이 흐릿한 눈동자로 가슴을 움켜쥐더니 고개를 들어 뜨거운 숨을 뱉으며 반하준을 바라보았다.“나 너무 더워. 온몸이 간지러워.”반하준의 눈가엔 싸늘한 감정만 담겨 있었다.“쓸데없는 걸 먹은 건 아니지?”강나현은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그냥 술을 조금 마셨을 뿐인데...”반하준이 불쑥 물었다.“술을 누가 줬는데?”“파티에 있던 웨이터가.”강나현이 고개를 들고 코를 훌쩍거렸다.“이 방 냄새 좋다. 향기로워.”강나현의 말을 듣는 순간 반하준은 온몸에 얼음이 섞인 찬물 한 바가지를 뒤집어쓴 느낌이었다.그는 숨을 꾹 참다가 다시 들이쉬는 순간 강나현이 말한 달콤한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반하준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젠장!’그는 줄곧 방 안에 있었고 향기가 서서히 퍼졌기에 방금 들어온 강나현처럼 공기 중에 느껴지는 향기를 감지할 수가 없었다.반하준의 시선이 테이블 위에 놓인 와인 잔에 향했다.그도 조금 전 술을 마셨지만 나중에 두 손이 묶이면서 더 이상 잔에 손을 대지 않았다.만약 수갑이 채워지지 않았고 이 방에서 갈증을 느꼈다면 그는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저 술을 찾았을 거다.반하준은 어렴풋이 직감했지만 마음 속으로는 말도 안 된다며 부정했다.그는 강나현에게 물었다.“누가 널 들여보냈어?”강나현은 볼이 붉게 물든 채 손을 들어 화끈거리는 이마를 만지작거렸다.“응? 기억이 안 나. 하준 씨, 나 취한 것 같아. 머리가 너무 어지러워!”강나현이 말하며 다시 반하준에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371화

    누군가 다가와 반하준의 귀에 속삭였다. “반 대표님, 부사장님이 단둘이 얘기하고 싶다고 하십니다.”그에게 말을 전하러 온 사람은 강민아 비서였다.멈칫하던 반하준이 잠시 주위를 둘러봤지만 강민아는 보이지 않았다.“민아 어디 있어요?”비서가 말했다.“부사장께서는 바깥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따라오세요.”반하준은 비서를 따라나섰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에게 말도 안 하고 눈길도 안 줬는데 이제 와서 단둘이 만난다고?그 생각에 반하준은 숨이 가빠졌다.참으로 방탕한 여자다. 두 남자를 동시에 만나려 한다니! 심은호 앞에서는 그를 무시하고 또 심은호의 눈을 피해 그와 만나려 하고 있다.남녀관계에서 강민아가 하는 행동은 반하준의 예상을 완전히 넘어섰다.‘방탕하게 살고 싶어서 이혼하자고 한 건가?’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심은호와 윤세현을 양옆에 둔 것도 모자라는가.결혼 생활 도중 그녀가 바람을 피운 적은 없는지 궁금할 정도다.그렇게 생각하며 반하준은 점점 더 짜증이 밀려왔다. 가슴이 무거운 돌덩이에 짓눌린 듯 심장이 아파서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직원이 방 문을 열며 안으로 안내했다.방 문 앞에 서 있던 반하준은 지금 강민아가 자존심을 버리고 용서를 빈다면 심은호, 윤세현과 깨끗하게 헤어지게 할 거라 다짐했다.물론 강민아가 기꺼이 그의 곁으로 돌아와 속죄해야만 용서할 거다.“반 대표님, 안에서 잠시만 기다려주세요.”사람이 정신이 팔렸을 때 누군가 옆에서 뭐라고 시키면 생각 없이 따르게 된다.방으로 들어간 반하준은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듣고서야 정신을 차리고 살펴보니 방에 아무도 없었다.‘조금 전 강민아 비서가 뭐라고 했지? 기다리라고?’그를 여기로 불러놓고 기다리게 한다니.강민아가 일부러 못되게 그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걸까?하지만 오늘은 강승이 정식으로 인수된 날이라 강민아는 분명 할 일도 많고 만날 사람도 많을 거다.먼저 따로 만나자고 했으니 잠시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반하준은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370화

    “아니야!”반하준은 분노에 미칠 지경이다. 심은호가 어떻게 감히 이런 식으로 그를 모욕할 수 있나.‘이런 악랄한 놈!’“민아야, 날 믿어줘.”반하준은 살면서 이렇듯 비굴하게 누군가에게 애원해 본 적이 없었다.처음으로 막다른 궁지에 내몰리자 그는 고립된 채 가만히 서 있었다.강민아 뒤에 서 있던 재벌가 거물들이 서로 눈치를 보며 작게 속삭이고 있었다.“반하준이 다쳤나? 멀쩡해 보이는데. 오히려 심은호가 엉망진창이네.”“누가 봐도 심은호가 괴롭힘을 당했잖아.”“반하준이 심은호 저격한 게 하루 이틀이야? 전에 심은호를 주먹으로 때린 것도 내가 봤어.”“전에 화장실에서 핸드워시를 심은호에게 뿌렸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번에도 눈에 거슬려서 와인을 쏟았네.”“강민아를 빼앗아 가려고? 방에 가서 단둘이 상처를 보여주기는 무슨, 누가 봐도 꼬드기는 거지!”“난 심은호 편이야. 심은호는 당당한 남자 친구인데 반하준은 전남편이잖아. 내연남이라도 되고 싶은 건가?”주변 사람들의 수군거림에 반하준의 얼굴이 먹물처럼 어두워졌다.“내연남?” 반하준은 억울한 듯 소리를 질렀다.“당신들 미쳤어? 내가 어떻게 내연남이야!”심은호는 웃으며 말했다.“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이 내연남이긴 하지.”반하준의 얼굴에 먹구름이 드리워졌고, 그는 강민아가 자신을 어떻게 바라볼지 궁금해 그녀를 돌아보았다.하지만 강민아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심은호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세히 살펴보았다.“어디 다쳤어요?”“여기요.”심은호가 얼굴을 가리키자 반하준의 동공이 커지면서 소리를 질렀다.“안 때렸어!”강민아는 손을 뻗어 부드럽고 섬세한 손끝으로 심은호의 뺨을 어루만졌다.심은호는 사람 좋아하는 사모예드처럼 고개를 갸웃한 채 강민아의 손길을 느끼듯 천사 같은 미소를 지었다.강민아는 그의 모습에 웃음을 터뜨렸다.반하준은 자신이 무시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다시 한번 소리쳤다.“강민아, 나 진짜 안 때렸어!”강민아는 심은호에게 말했다.“가서 옷 갈아입어요. 복도로 나가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369화

    심은호의 말을 들은 반하준은 얼굴이 일그러졌고 숨을 들이쉴 때마다 가슴과 갈비뼈가 아팠다.지금 강민아에게 온몸을 맡기듯 기대어 있는 저 남자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의 손가락을 부러뜨리려고 했다.그런데 지금 오염된 브로치를 손에 들고 강민아에게 불쌍한 척을 하고 있었다.해도 해도 너무했다.“강민아, 저놈한테 속지 마!”참을 수 없어 소리를 내지른 반하준은 입안에 온통 피 맛만 감돌았다.그는 복부를 감싼 채 개미 수만 마리가 갉아먹는 듯한 통증을 참고 있었다.바닥에 깨진 유리잔을 바라보며 강민아의 동공은 이미 싸늘해졌다.“심은호 씨 몸에 묻은 레드 와인, 당신이 쏟았지?”묻는 게 아닌 반하준의 짓을 단정하는 어투였다.반하준은 입술을 달싹이며 목구멍에서 진동하는 피 맛을 삼킨 뒤 입을 열었다. “실수로 그런 거야.”심은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연약한 꽃으로 둔갑했다.“그래요. 반하준은 실수로 그런 거니까 나 때문에 화내지 마요.”반하준은 심은호의 그런 모습에 이가 갈렸다.‘저 개자식은 연기를 왜 저렇게 잘해?’남들 몰래 연기 학원이라도 다니는 건지.“민아야, 저 자식이 일부러 불쌍한 척 연기하는 거야. 아까 날 때리는 거 못 봤지? 내 갈비뼈와 손가락을 부러뜨리려고 했어! 콜록콜록.”반하준의 가슴속에는 차마 내뱉지 못한 뜨거운 열기가 여러 가닥으로 뭉쳐서 이리저리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기침할 때마다 온몸에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뼈가 다 부서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심은호는 고개를 숙여 손바닥에 있는 공작새 모양의 브로치를 바라보더니 눈시울이 붉어지고 눈물이 핑 돌았다.살짝 붉게 물든 코끝으로 훌쩍이며 칭얼거리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반하준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죠.”그러더니 자신의 소매로 브로치 표면을 살살 닦으며 브로치에 묻은 와인 얼룩을 닦아내려 애썼다.반하준은 감시 카메라가 있는 방향을 올려다봤다.젠장!그는 심은호를 골탕 먹이기 위해 강나현에게 감시카메라를 끄라고 시켰다.카메라가 켜져 있었다면 강민아가 심은호의 본색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368화

    “삼촌, 다 됐어요?”육성민은 체육관 밖 공터에 쪼그리고 앉아 나무 막대기로 타서 재가 돼버린 낙엽을 헤집고 있었다.그는 단열 장갑을 끼고 호일로 감싼 고구마를 불에서 꺼냈다.육성민이 호일을 뜯어내자 뿜어져 나오는 꿀고구마 향에 정이의 입안에는 금세 군침이 돌았다.“빨리 줘요!”정이가 손을 뻗어 가져가려는데 육성민이 말했다.“뜨거워.”그는 쌓아놓은 벽돌 위에 고구마를 올려놓고 숟가락을 생수로 헹군 뒤 정이에게 건넸다.정이는 숟가락으로 고구마를 파서 호호 불었다.서둘러 한입 베어 물던 아이의 두 눈이 휘어지며 통통한 얼굴에 만족스러운 표정이 나타났다.정이가 유난히 맛있게 먹는 모습을 바라보던 육성민의 눈가에도 흐뭇함이 가득했다....강승 테크. 인수식이 끝나고 뒤풀이가 진행될 때, 심은호가 화장실에서 막 나오려던 순간 마주 오던 반하준과 부딪혔다.반하준은 한발 물러서고, 심은호가 아래를 내려다보니 정장이 와인으로 얼룩진 게 보였다.장밋빛 붉은 액체가 강민아가 조금 전 선물한 공작 브로치 위로 쏟아졌다.반하준은 자신의 걸작에 감탄하며 먼저 입을 열었다.“눈이 없어? 자꾸 안하무인으로 굴면 다음에 더러워지는 건 옷뿐만이 아닐 거야.”반하준은 기세등등하게 손가락을 휙 돌려 잔을 아래로 뒤집었다. 남은 레드 와인이 전부 심은호의 신발 끝으로 쏟아졌다.그는 비웃으며 말했다.“복도 카메라는 고장 났지만 민아한테 찾아가 울면서 일러바쳐도 돼. 너 연약한 척 잘하잖아. 어디 계속해 봐. 미리 말하는데 민아는 단순히 호기심에 널 갖고 노는 거야. 하루 종일 자기 뒤에 숨어서 징징거리는 남자를 어떤 여자가 좋아하겠어?”반하준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심은호는 주먹을 휘둘렀다!주먹이 바람을 일으키며 허공을 가르더니 그대로 반하준의 복부를 강타했다. 갑자기 손을 쓸 줄 몰랐던 반하준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늦었다.손을 뻗어 막으려 했지만 그대로 심은호의 주먹에 맞고 말았다.그 탓에 반하준의 손에 들려있던 유리잔이 바닥으로 툭 떨어져 산산조각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367화

    심은호의 공개 고백에 사람들은 깊은 한숨을 내쉬지 않을 수 없었다.반하준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번개와 천둥이 몰아칠 것처럼 검은 먹구름이 잔뜩 드리워 있었다.강민아는 풍성한 속눈썹을 들어 올리며 심은호를 바라보았다. 남자의 옆모습은 부드러운 얼굴선과 높은 콧대, 깊은 눈매를 자랑하며 마치 장인이 정성스럽게 조각한 것처럼 보였다.천장에서 비추는 조명이 그의 눈가를 비추자 길고 풍성한 속눈썹이 움직이더니 그가 고개를 돌려 강민아를 바라보았다.남자가 강민아를 향해 부드럽게 미소 짓는 순간, 호수처럼 맑은 그의 눈동자에는 오랜 세월 강민아를 향해 쌓아온 감정이 가득했다.강민아의 숨결 하나하나가 뜨거웠고, 남자의 눈에서 넘쳐흐르는 파도가 밀려와 그녀를 감쌌다.마치 용암이 발밑에 흐르듯 빠르게 위로 올라오는 열기가 온몸으로 퍼져나갔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두 손을 꽉 쥐었고 마른침을 삼키는 그녀의 모습에 남자의 굳게 다문 입술에서 웃음이 흘러나왔다.“긴장하지 마요.” 그는 따뜻한 목소리로 강민아를 달랬다.“갑작스러운 고백에 어떻게 긴장을 안 해요?”“미안해요.” 심은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민아가 말했다.“계속 말해요. 듣기 좋으니까.”강민아의 칭찬을 들을 줄은 꿈에도 몰랐기에 심은호는 순간 숨이 턱 막혔다.두 눈이 반짝이며 마음을 다잡은 그가 마이크를 마주한 채 아래에 있는 반하준을 똑바로 바라보았다.강민아에게 공개적으로 고백할 수 있는 자격은 오직 심은호에게만 있었고 이런 기회는 흔치 않았다!“민아 씨가 어떤 선택을 하든 응원할 겁니다. 결혼하든, 누군가를 떠나든 무엇을 하든지 늘 뒤에서 지키고 있다가 필요할 때 나타날 겁니다. 전 앞으로도 여전히 민아 씨의 모든 결정을 지지합니다. 태산 그룹에서 정식으로 강승 테크를 인수했으니 두 회사는 더욱 높은 곳을 향해 비상할 겁니다.”반하준은 입가에 비릿한 피 맛이 느껴지며 손등에는 핏줄이 툭 튀어나왔다.갑자기 뚜껑이 열린 탄산음료처럼 동시에 큰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 소리가 마치 그의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366화

    “설마 심은호가 부사장이 반씨 가문 사모님일 때부터 좋아한 건 아니겠지?”“왜 그렇게 오랫동안 독신으로 지냈나 했더니, 남의 아내를 탐낸 거였어?”가십거리에 사람들은 흥분하며 가만히 앉아있지 못했다.“설마 강민아가 반하준과 이혼하기 전에 두 사람이 이미...”“어쩐지 둘이 그렇게 빨리 만나더라니. 이미 오래전부터 서로 시그널 주고받은 거 아니야?”“설마 반 대표가 바람피우는 걸 알고 강민아와 이혼한 건가? 세상에!”다들 저마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파격적인 소문에 재벌가 인사들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반하준의 어두운 눈동자에 살기가 번뜩였다.심은호가 그의 평판을 망칠 작정이라면 지옥에 떨어지더라도 심은호를 끌고 갈 것이다!‘심은호, 너만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감히 내 여자를 노렸으니 너도 똑같이 당해봐.’지유빈은 반하준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강민아 씨 말로는 대표님께서 적극 이혼을 원했다고 하던데요. 왜 이혼하고 나서는 강민아 씨가 누굴 만나는지 이렇게 신경 쓰는 거죠?”강민아는 반하준이 아무리 소란을 피워도 무표정한 얼굴로 일관했고, 반하준은 지유빈을 우습게 여겼다.“기자로서 아직도 모르겠어? 심은호가 내 아내를 오랫동안 탐냈다고! 5년 전부터 내 아내를 지켜봤다는 명확한 증거가 있어!”“이혼까지 했는데도 왜 계속 아내라고 말하는 거죠? 그 결혼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은 대표님 혼자인 것 같은데요.”거대한 스피커가 반하준의 몸속에서 울려 퍼지듯 그의 심장을 뒤흔들고 오장육부에 고통을 선사했다.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이 더 잘 안다. 강민아가 이혼한 뒤 지유빈은 기자로서 업무 때문에 줄곧 강민아를 지켜봤다.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세 사람의 가십거리에 집중하는 동안 지유빈만 그 본질을 꿰뚫어 본 것이다.깊은 곳에서부터 흔들리는 반하준의 눈동자를 보며 남자가 단순히 강민아 앞에서 허세를 부리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그때 반하준의 휴대폰이 진동했다.무시하고 싶었지만 지유빈의 말에 궁지로 몰린 그는 갑자기 울리는 전화가 구세주처럼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365화

    심은호가 헤어지겠다는 말에 반하준은 악랄한 눈빛을 드러냈다.비록 연기라는 걸 알지만 저렇게까지 말해놓고 어떻게 수습할지 두고 볼 작정이었다.“심은호, 이미 말했으면 지켜야지.”반하준은 심은호에게 강민아와 헤어지라고 강요할 생각이었다.“난 심은호 씨랑 헤어질 생각 없어.”강민아가 말하며 심은호의 큰 손을 감싸더니 반하준에게 경고하듯 말했다.“당신이 우리 사이에서 수작을 부린다고 심은호 씨와 안 헤어져.”반하준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지며 심장이 저 깊은 나락으로 던져진 듯했다.“민아 씨...”심은호가 부드럽게 그녀를 부르자 강민아가 그의 손을 맞잡으며 말했다.“두 집안 인수식에서 소란을 피운 건 이 사람이에요. 나가도 그쪽이 아니라 반하준이 나가야 한다고요!”심은호는 입꼬리를 씩 올렸고, 반하준은 누군가 몽둥이로 세게 내리치듯 심장 안쪽에서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심은호는 강민아의 말에 위로받았는지 두 눈이 조금씩 반짝이기 시작했다.“민아 씨는 나한테 참 잘해주네요.”강민아의 단호한 말 한마디면 그는 만족할 것 같았다.강민아가 부드럽게 그를 달랬다.“내 남자 친구니까요.”“강민아!”보다 못한 반하준이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내가 여기 있는데!’그가 바로 앞에 있는데도 강민아와 심은호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맞닿은 두 사람의 시선이 끈적했다.“민아 씨, 아직 말하지 않은 게 하나 더 있어요.”심은호는 큰 결심을 한 듯 목소리는 온화했지만 예쁜 두 눈에는 슬픈 기색이 묻어났다.“반하준이 우리 둘을 헤어지게 하려고 병원 시스템을 해킹해 내 진료기록을 훔쳐 갔어요. 내가 병원에 다니는 걸 알고 병이라도 있을까 봐 내 진료기록으로 나한테 헤어지라고 협박했어요!”강민아도 당연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게다가 그녀가 먼저 심은호에게 반하준이 한 어리석은 짓을 널리 알리자고 제안하기도 했다.지금 심은호는 일부러 다른 사람이 들으라고 이런 말을 하는 거다.그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가십거리를 직감한 사람들이 귀를 쫑긋 세웠다.심은호의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364화

    강나현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소리쳤다.“나 저 사람 알아! 강승 직원이야!”그녀는 연설문이 바뀐 것이 반하준과 무관하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증명하기 위해 고래고래 소리를 쳤다.그 순간 장면이 전환되고 연설문을 바꾼 사람이 복도에서 반하준과 단둘이 만나는 게 보였다.두 사람이 서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고스란히 카메라에 잡혔다.이 모습을 본 사람들이 저마다 수군거렸다.강나현은 표정이 확 바뀌며 말문이 막힌 채 믿을 수 없다는 듯 놀란 눈으로 반하준을 돌아보았다.심은호의 연설문이 바뀐 게 정말 반하준과 관련이 있을 줄이야.하지만 반하준이 했다기엔 너무 저급한 수작이 아닌가.강승의 직원을 시켜서 연설문을 바꾼 것도 모자라 감히 회사 안에서 직원과 따로 만나다니.그런 짓을 하면서도 반하준은 카메라를 피할 생각조차 못 했던 걸까.강나현은 놀란 표정으로 반하준을 바라봤지만 남자는 다 들키고도 태연하게 의자에 앉아 있었다.마치 대형 스크린에서 강승 직원과 공모한 사람이 전혀 아닌 것처럼.강민아는 시치미를 떼는 반하준의 모습에 입을 열었다.“그럼 저 직원에게 반 대표님과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물어보죠.”카메라에 찍힌 직원은 당황해서 무수히 많은 사람의 시선을 마주한 채 눈에 띄게 두 다리를 덜덜 떨었다.“부사장님, 반 대표님이 저한테 시켰어요! 저한테 2천만원 줬는데 이 돈 다 드릴게요.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자리에 있던 손님들이 경악하며 말했다.“정말 반하준이 한 짓이야? 심은호를 노리는 건가?”“심은호와 강민아가 만나니까 전남편이 질투가 나는 건 당연하지. 근데 너무 비열하다.”강민아에게 공개적으로 폭로 당한 반하준은 비웃듯 콧방귀를 뀌었다.“너한테 들킬 줄 알았어. 그냥 네가 어떻게 할지 보고 싶었을 뿐이야. 심은호의 연설문이 바뀐 걸 알고도 아무 말 안 하길래 난 네가...”반하준은 말을 꺼내며 입에서 씁쓸한 맛이 느껴졌다.그는 수치심도 모르는 듯 이렇게 물었다.“그래, 내가 시켰어. 그게 뭐? 강민아, 심은호 때문에 이

Galugarin at basahin ang magagandang nobela
Libreng basahin ang magagandang nobela sa GoodNovel app. I-download ang mga librong gusto mo at basahin kahit saan at anumang oras.
Libreng basahin ang mga aklat sa app
I-scan ang code para mabasa s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