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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작가: 지추새
김덕길은 미간을 찌푸리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지안아, 쓸데없는 일에 신경 쓰지 말고 빨리 가자.”

“아빠, 저 사람 좀 구해줘요.”

“안 돼!”

“흥, 아빠가 안 구해주면 내가 구할 거예요.”

김지안은 그렇게 말하며 바다에 뛰어들어 그를 구하려고 했다.

“에휴!”

김덕길은 바로 그녀를 붙잡으며 말했다.

“알았다 알았어. 내가 구할 테니까, 넌 여기서 가만히 있어.”

그는 딸을 못마땅하게 쳐다보며 구명 튜브를 가져와 바다에 뛰어들어 그에게 헤엄쳐 갔다.

잠시 후, 김덕길은 그 남자를 어선 갑판 위로 끌어올렸다.

두 사람의 응급처치 덕분에 남자는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

“콜록콜록!”

남자는 격렬하게 기침하며 바닷물을 토해내고 눈꺼풀을 파르르 떨면서 눈을 떴다.

김지안은 갑판에 앉아 큰 눈을 뜨고 그를 빤히 쳐다보며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 것을 느꼈다.

‘세상에 저렇게 완벽하게 잘생긴 남자가 존재할 수도 있다니!’

창백한 낯빛에 온몸이 물에 흠뻑 젖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빛나는 용모와 고고한 분위기는 조금도 가려지지 않았다.

“좀 괜찮으세요?”

김지안이 조심스럽게 다가가려고 하자 김덕길이 그녀의 팔을 잡아끌었다.

“아빠, 왜 끌어당겨요?”

“넌 뒤에 얌전히 있어. 내가 이 녀석한테 물어볼 게 있으니까.”

“아빠.”

김지안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조용히 해!”

김덕길은 목소리를 높였다.

김지안은 흥 하고 콧방귀를 뀌며 순순히 아버지 뒤에 섰다.

김덕길은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

“너 도대체 누구야? 어쩌다가 바다에 떠 있었던 거야?”

남자는 멍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저는... 기억이 안 나요...”

그의 목소리는 거칠고 힘이 없었다.

“기억이 안 난다고?”

김덕길은 경계하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너 설마 연기하는 건 아니겠지? 내가 경고하는데 딴 마음 먹으면 가만 안 둬.”

“아빠, 이제 막 깨어났으니 정신이 없을 거예요. 너무 몰아세우지 마세요.”

김지안은 잽싸게 아버지 뒤에서 뛰쳐나와 남자 앞을 가로막았다.

“지금은 휴식이 필요한 사람한테 뭘 자꾸 캐물어요. 좀 쉬게 놔뒀다가 나중에 물어봐도 되잖아요.”

김덕길은 딸애가 그를 끔찍이 아끼는 모습에 혀를 끌끌 찼다.

“이 녀석이 아주 그냥... 됐어, 어쨌든 육지에 도착하면 경찰에 신고해서 파출소에 넘길 거야. 그 뒤는 내가 상관할 바 아니지.”

김지안은 마음에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김덕길은 오늘 어업 계획을 일찍 종료하고 배를 돌려 월영도로 향했다.

김지안은 여벌 옷을 찾아 남자에게 갈아입히고, 따뜻한 차를 한 잔 따라주었다.

“자, 뜨거우니 조심해요.”

“감사합니다.”

남자는 따뜻한 차를 받았다.

김지안이 물었다.

“정말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세요?”

“난...”

그는 주위를 둘러보며 마치 무언가를 애써 회상하려는 듯했지만, 또다시 두통이 밀려와 머리를 감싸 쥐었다.

“으윽~”

“괜찮으세요?”

김지안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기억이 안 나면 억지로 생각하지 마세요. 무리하지 마시고요.”

김덕길은 그런 딸을 보며 혀를 끌끌 찼다.

‘역시 딸은 키워봤자 소용없다더니, 잘생긴 남자를 보니 정신을 못 차리는구먼. 아빠인 나도 저런 대접 못 받아봤는데.’

그 후로 김지안은 계속 그 남자를 쳐다보며 넋을 놓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일어서서 아버지에게 달려가 그의 귓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 우리 신고하지 않으면 안 될까요?”

김덕길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

“그게 말이 돼?”

“왜 안돼요?”

김지안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전에 아빠가 집안에 일손이 부족하다고 하지 않았어요? 저 사람 온몸이 근육질인 게 힘깨나 쓸 것 같으니 우리 집 일도 잘 도와줄 수 있을 거예요.”

김덕길은 고개를 돌려 남자를 몇 번 훑어보고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게 하자.”

“야호!”

김지안은 뛸 듯이 기뻐했지만 배 위라서 겨우 참았다.

결국 부녀는 남자를 집으로 데려와 김민천이라는 이름도 지어주고 가족처럼 지냈다.

김민천은 점차 섬마을의 고된 생활에 적응해갔다.

처음에는 김지안도 과묵하고 가끔 눈빛에서 흉악함이 드러나는 이 남자가 무서웠다.

하지만 너무 잘생겨서 자꾸 가까이 다가가게 되었고 점점 무서움도 사라졌다.

게다가 김민천은 싸움을 정말 잘했다.

김민천이 나타난 후 동네 건달들은 꼼짝 못 하고 쫓겨났고 다시는 그 누구도 김지안과 아버지를 괴롭히지 못했다.

하지만 김민천은 그녀를 그저 여동생으로만 생각했고 그녀의 고백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하지만 괜찮았다. 어차피 평생 함께할 테니까 어떤 관계든 상관없었다.

지난 3년 넘는 시간 동안 그녀는 김민천을 자신의 미래 남편으로 굳게 믿고 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는 김민천을 평생 의지할 사람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김민천이 배준기이고 약혼녀와 아들이 있으며 더 이상 그녀만의 김민천이 아니란다.

이 모든 것이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났고 마치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친 것처럼 그녀를 충격에 빠뜨렸다.

“지안 씨, 혹시 음식이 입에 안 맞으세요?”

옆에서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지안은 화들짝 정신을 차리고 주인처럼 미소짓고 있는 주다현을 바라보았다. 순간 가슴속에서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아니에요.”

“음, 앞으로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아줌마한테 말씀하세요. 주방에 이야기할 거예요...”

“필요 없어요!”

김지안은 그녀의 말을 끊으며 불쾌한 말투로 말했다.

“저는 그렇게 까다로운 사람은 아니에요. 그냥 아침 식사일 뿐인데, 배만 채우면 되잖아요. 오빠랑 저는 그런 거 따지지 않아요.”

주다현은 잠시 당황했지만 아무 말 없이 식사를 계속했다.

그때 배준기가 갑자기 입을 열어 말했다.

“지안아, 다현 씨도 네 걱정해서 하는 말인데 그런 식으로 쏘아붙이는 건 옳지 않아.”

김지안은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오빠가 저 여자 때문에 자신을 혼내는 것이 이번이 두 번째였다.

억울함이 치밀어 오른 그녀는 속마음을 그대로 쏟아냈다.

“제가 뭘 잘못했는데요? 저는 그저 솔직하게 말했을 뿐인데, 저는 원래부터 음식에 까다로운 편이 아니잖아요. 이런 것까지 혼나야 해요?”

“지안아!”

배준기의 목소리가 차갑게 변했다.

“됐어요. 다 먹었어요.”

김지안은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두 분 천천히 드세요. 저는 방해 안 할게요. 괜히 또 혼나기 싫으니까.”

말을 마친 그녀는 쏜살같이 달려나갔다.

주다현은 흘끔 배준기를 쳐다보며 그의 표정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계속해서 품에 안은 아들에게 밥을 먹였다.

“아빠, 지안 고모 화났어요?”

“아니, 그냥 배불러서 그래.”

배형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빠, 저도 다 먹었어요.”

그는 웃으며 동그란 배를 쓰다듬었다.

배준기는 옆에 있던 보모를 바라보며 아이를 데려가라는 신호를 보냈다.

식사를 마친 후, 주다현은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준기 씨, 혹시 지안 씨에 대해 조금 이야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 지안 씨에 대해 알고 싶어요. 그래야 앞으로 함께 지낼 때, 갈등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아요.”

배준기는 고개조차 들지 않고 말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신경 쓰지 마세요. 원래 그런 성격이니까, 혼자 있으면 괜찮아질 거예요.”

주다현은 속으로 의아해했다.

‘이상한데. 배준기가 자신의 생명의 은인에게 왜 저렇게 냉담한 태도를 보이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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