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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Author: 악녀
심지어 두 사람이 나 때문에 싸웠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나는 그 말을 듣고도 그저 아무렇지 않게 웃어넘겼다. 더 이상 사랑에 눈먼 바보가 아니었으니까.

예전의 나는 하루에도 수없이 SNS를 새로고침하며 강지혁과 백설아, 그리고 그들을 아는 모든 이들의 글 속에서 어떻게든 단서를 찾아내려 안달하던 사람이었다. 두 사람의 관계에 아주 작은 균열이라도 생길 낌새가 보이면 당장이라도 강지혁 곁으로 달려가 세상에서 내가 그를 가장 사랑한다고 외치고 싶어 하던 나였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문득 연인들의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말이 떠올랐다. 나는 그들만의 견고한 세계 속에 억지로 끼어든 이방인이었음을 새삼 깨닫는다. 그러니 이제는 그들 갈등의 원인이 정말 나였는지 아닌지조차, 더 이상 따지고 싶지 않아졌다.

그날 이후, 강지혁이 내게 전화를 거는 횟수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났다. 하지만 나는 곧바로 전화를 끊어 버리거나 온갖 핑계를 대며 그와의 만남을 거절했다.

그러다 출국을 하루 앞둔 날, 그가 다시 내게 콘서트에 함께 가자고 제안해 왔다.

“표는 내가 다 예매해 뒀어. 오늘 밤, 우리 꼭 만나자. 응? 오늘 우리 결혼기념일이잖아. 이번에도 거절하진 않을 거지?”

그는 단 한 번도 이렇게 낮은 자세로 내게 무언가를 부탁한 적이 없었다. 예전의 그는 늘 아무렇게나 화제를 던지고 대충 한 걸음만 내디뎠다.

그러면 나는 그의 마음에 들기 위해 남은 아흔아홉 걸음을 가장 빠른 속도로 달려가곤 했다.

하지만 결국 알게 되었다. 그 유일한 한 걸음조차도, 강지혁은 백설아를 위해서라면 언제든 다시 거둬들일 수 있다는 사실을.

그런데도 나는 대답을 망설였다. 오늘은 우리의 결혼기념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오늘은 우리가 네 번째로 재혼한 날이었다.

그토록 수없이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동안에도, 그와 관련된 모든 날짜를 하나도 빠짐없이 마음속에 새겨 둔 사람은 오직 나뿐이었다.

나는 결국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장도훈의 콘서트는 사실 예전부터 정말 가 보고 싶었으니까.

그날 밤, 나는 콘서트장 입구에서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하지만 강지혁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휴대폰을 켜고 방금 그가 보내온 음성 메시지를 눌렀다. 죄책감이 묻어나는 그의 목소리가 콘서트장의 소란스러운 배경음과 섞여 흘러나왔다. 그 사이로 백설아의 옅은 웃음소리도 희미하게 새어 나왔다.

“미안해, 연주야. 설아가 갑자기 몸이 안 좋아져서 병원에 데려다주고 있어. 기념일이야 앞으로도 함께 보낼 날이 많잖아. 내일 설아가 떠나고 나면 네가 하고 싶은 거 뭐든 내가 다 해 줄게. 응?”

마침내 콘서트가 시작되었고 감미로운 노랫소리가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미치도록 보고 싶어도 가질 순 없는 사람. 내겐 사랑이란 아픔 가르쳐준...”

나는 대화창을 닫고 한 달 만에 처음으로 SNS를 열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몇 분 전 백설아가 올린 게시물이었다. 강지혁과 함께 콘서트장에서 찍은 다정한 셀카... 그 아래로 그녀가 인용한 노랫말이 보였다.

“그저 바라 보기만 해도 가슴 뭉클 한 사람. 그저 함께 있는 이유만으로도 나를 행복하게 하는 사람...”

노래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마치 강지혁의 제안을 받아들였던 순간부터, 이곳으로 오는 내내 그에 대한 마지막 기대를 버리지 못했던 나를 비웃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지금, 그 마지막 실낱같은 기대마저 완전히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일곱 번째 이혼이었다. 나는 진작 알았어야 했다. 그가 나를 어떻게 대하는지, 우리가 어떤 관계였는지를.

다행히도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었다. 나는 더는 한 줄기 미련도 남기지 않은 채 몸을 돌려 공항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꼬박 하룻밤을 지새웠다.

아침 7시, 체크인을 마쳤다. 강지혁이 메신저로 언제 재혼할 거냐고 물어왔지만 나는 답장 대신 그의 연락처를 삭제했다.

아침 8시, 탑승 줄에 섰다. 강지혁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지만 받지 않았다. 그리고 곧바로 그의 번호를 차단했다.

아침 9시, 비행기 안에 앉았다. 승무원이 휴대폰을 비행기 모드로 전환해 달라고 안내하던 바로 그때, 김미영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전화를 받자마자 들려온 것은 숨을 헐떡이며 다급함을 감추지 못하는 강지혁의 목소리였다.

“연주야, 너 어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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