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8년 간의 유학 생활을 마치고 오늘 드디어 아버지의 회사를 물려받으러 돌아왔다. 한진 그룹 빌딩 앞, 그녀는 SNS에 게시물 하나를 올렸다. [내가 이 세상 가장 사랑하는 남자, 당신이 보고 싶어 졸업하자마자 바로 달려왔어요.] 그런데 회사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한 여자가 그녀의 머리채를 잡더니 이내 그녀의 뺨을 내리쳤다. “여우 같은 계집애, 학교 다닐 때부터 우리 남편한테 꼬리치더니. 이젠 그 사람이 본부장까지 되니 또 꼬리 치러 온 거야?” “이 여자 반쯤 죽여놔. 무슨 일 생기면 내가 책임질 테니까.” 한진 그룹 본부장 유지태, 난 그 남자의 내연녀라고 소문이 퍼져 사람들에게 손가락질당하고 있다. 들고 있던 한정판 명품 가방은 이리저리 찢겨 나갔고 아빠한테 선물하려 했던 값비싼 인장도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된장녀라 하고 다닌 것도 전부 다 짝퉁이겠지. 그 정도는 내가 얼마든지 배상해 줄게.” 그러나 그녀는 알지 못했다. 내 몸에 걸치고 있는 게 모두 명품이라는 사실을. 그녀와 남자 친구인 유지태, 두 사람이 평생을 갚아도 갚을 수 없을 것이다.
View More정신을 차리려고 혀를 깨물었다. 그러나 눈앞 유지태의 그림자가 계속 흔들리기 시작했다.“심은하, 이게 다 너 때문이야. 네가 돈을 갚으라고 강요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이런 짓까지 하지 않았을 거라고.”“처음에는 약을 쓸 생각이 없었어. 건달들 불러서 널 괴롭히게 한 다음 내가 나타나서 널 구해줄 생각이었어. 네가 나한테 감동받게.”“그런데 경호원들이 한시도 네 곁을 떠나지 않더라고. 손을 쓸 기회가 없었지. 걱정하지 마. 네가 내 여자가 된다면 한진 그룹은 내가 지금보다 더 크게 키울 테니까.”“날 믿어. 날 남편으로 선택하는 게 아마 네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이 될 거야.”느끼한 얼굴로 주절대고 있는 그를 때리려고 손을 뻗었지만 온몸이 나른해져서 힘을 쓸 수가 없었다.“포기해. 건장한 남자라도 이 약을 먹으면 맥을 못 추니까. 너같이 연약한 여자가 무슨 힘이 있겠어”그의 손이 그녀의 몸을 더듬고 있었다. 손끝이 닿은 곳마다 소름이 돋았다. 테이블 위에 있는 나이프와 포크를 보면서 지금의 체력으로 유지태를 한 방에 쓰러뜨릴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그러나 그가 또다시 그녀의 의도를 눈치채고는 칼을 그녀의 손에 쥐여주었지만 약 때문에 제대로 들고 있을 수조차 없었다.칼이 땅에 떨어져 맑은 소리를 냈다.그녀는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정말 도망칠 수 없는 걸까?절망에 빠져있을 때, 누군가의 발길질에 문이 열렸다. 이내, 유지태는 멀리 튕겨 나가더니 벽에 부딪히고 바닥에 떨어졌다.그녀는 따뜻한 품에 쏙 안겼다. “은하야, 괜찮아?”최태준이었다. 안심이 된 그녀는 이내 정신을 잃었다. 다시 깨어났을 때, 최태준은 눈이 빨갛게 된 채로 그녀의 옆을 지키고 있었다.그녀가 깨어난 것을 보고는 눈빛을 반짝이며 그녀를 꽉 안았다.“다행이다. 네가 무사해서. 너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겼다면 평생 나 자신을 용서하지 않았을 거야.”그의 뜨거운 숨결이 목덜미에 닿았다. 그녀는 손을 뻗어 그를 껴안고 그의 등을 토닥였다.어렸을 때부터 봐온 최태준은
“심은하, 잘못했어. 예전에는 내가 정신이 어떻게 됐었나 봐.”“하지만 날 믿어줘. 난 유진이를 사랑하지 않아. 유진이의 신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만난 거야.”“너도 알잖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너라는 걸. 그 당시 네가 내 고백을 거절했을 때도 난 널 원망하지 않았어. 그동안 늘 널 마음에 품고 있었다고.”심은하의 집을 어떻게 알아낸 것인지 유지태는 집 앞까지 찾아와 며칠 동안 그녀를 기다렸다. 마침내 집으로 돌아오는 그녀를 발견하고는 나무 그늘에서 뛰쳐나와 다짜고짜 애틋한 고백을 하기 시작했다.구역질이 나는 그의 얼굴을 보면서 그녀는 그 당시 그가 했던 고백이 떠올랐다. 고등학교 1학년 때 학교를 옮기면서 그녀는 유지태와 같은 반이 되었다. 그는 첫날부터 그녀를 괴롭혔고 심지어 자습 시간에 강단에 서서 애들을 향해 큰소리를 쳤다. 심은하는 내 여자 친구이니 누구도 건드리지 말라고...유지태를 따라다니던 남자애들은 심은하를 볼 때마다 형수님이라고 부르며 장난쳤다. 짜증이 났던 그녀는 그를 전학시키려고 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그는 더 이상 그녀를 귀찮게 하지 않았고 소유진과 점점 가깝게 지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도 거리에서 청소를 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그랬던 것 같다. 가난한 집안의 딸이라고 생각해 그녀를 포기한 것이다. 그런데 그녀가 한진 그룹의 딸이라는 걸 알고는 또 이리 뻔뻔스럽게 찾아왔다. “은하야, 나랑 사귀자.”그가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허리를 굽혔다. 바로 그때, 심은하가 손을 흔들자 십여 명의 경호원들이 나타났다.지난번에 사고를 당한 이후로, 심현섭이 그녀에게 경호원들을 붙여준 것이다. “이 인간 쫓아내.”경호원들에 의해 내동댕이쳐진 유지태는 낭패한 모습이었다. “유지태, 똑똑히 들어. 너 같은 쓰레기를 좋아하는 일은 없을 거야.”뒤돌아서던 그녀가 한마디 더 내뱉었다.“그리고 집을 팔든 차를 팔든 당장 돈부터 갚아.”그는 음험한 눈빛으로 그녀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그날 밤, 고등학
“말도 안 돼. 청소부 딸이 왜 회장님과 가족사진을찍어?”“이건 거짓말이야. 유진이가 어떻게 사촌 동생을 모를 수가 있겠어? 넌 틀림없이 가짜야.”그가 혼자서 끊임없이 중얼거리는 걸 보니 사실을 알고도 감히 인정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심은하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그리고 아빠가 너 회사에서 잘랐어. 그동안 회사에서 횡령하고 불법으로 회사 돈 가로챈 거 검찰에 고발할 거야. 배상할 준비나 해.”그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식은땀을 흘렸다. 잠시 후, 그가 정신을 차리고 그녀를 향해 애원했다.“미안해. 내가 유진이의 거짓말에 속았어. 나도 피해자라고. 회장님한테 잘 말씀드려줘. 제발 고소하지 말라고.”“여기서 나가면 유진이한테 네 앞에서 무릎 꿇으라고 할게. 욕을 하든 때리든 네 마음대로 해. 네 화가 풀릴 수만 있다면 뭐든 다 할게.”그녀는 아무런 내색조차 하지 않고 가방 안에 있는 녹음 펜을 꽉 쥐었다. 남자 친구가 자신과의 관계를 싹 잘라버리는 걸 소유진이 알게 된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한편, 유지태는 직접 폭행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얼마 지나지 않아 구치소에서 풀려나게 되었다. 법정 안, 소유진은 피고인석에 서서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스스로 모든 책임을 지고 유지태를 지키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일은 그녀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죄를 묻을 증거는 충분했다. 심은하가 제시한 의료 진단서도 명백했고 그녀가 한진 그룹의 딸인 걸 알고는 회사 직원들이 법정에 나와 증언도 해주었다. 소유진은 10년 형을 선고받았고 한정판 가방과 값비싼 인장을 배상해야 했다. 판결을 듣는 순간 소유진은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기껏해야 몇백만 원 배상하면 될 줄 알았는데 10년 형을 선고받은 것도 모자라 몇십억의 빚까지 지게 될 줄이야...그녀는 온 힘을 다해 주변 사람들을 밀어내고 심은하의 앞으로 다가와 무릎을 꿇었다.“내가 정말 잘못했어. 한 번만 용서해 줘. 다시는 안 그럴게.”“몇십억을 내가 어떻게 갚아?
유지태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당신 말이야. 심은하가 불러온 사람이지? 대충 공부는 하고 온 것 같은데 제대로 하지 못했어.”“한진 그룹의 딸은 지금 D국에서 유학 중이거든.”그때, 심은하가 바닥에 널려있는 종이 조각을 가리켰다.“이게 뭔데?”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유지태를 향해 그녀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오늘 D국에서 귀국한 비행기표.”몸이 굳어진 유지태가 고개를 돌려 소유진을 쳐다보았다.“한진 그룹의 딸을 몰라? 너한테는 사촌 언니잖아.”한편, 더 이상 그들과 시간 낭비를 하고 싶지 않았던 최태준은 이내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여기 회사 로비야. 3분 안에 달려와서 여기 상황 정리해.”소유진은 애써 담담한 척하였다.“계속해서 헛소리 지껄여봐.”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선글라스를 낀 사람들이 몰려와 그들을 에워쌌다.최태준은 경비원과 옆에서 야단법석을 떨던 몇몇 사람들을 가리키며 말했다.“이 사람들 다시는 내 눈에 띄게 하지 마.”“네, 알겠습니다.”경호원들은 신속하게 사람들을 데려갔다. 군더더기 없이 잘 훈련되어 있는 걸 보니 돈 주고 구해온 배우일 리가 없다. 그 모습에 유지태와 소유진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방금 경찰에 신고했어. 아무래도 우리끼리 처리하는 것보다 이 사람들 데리고 경찰서에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법을 어기지는 말아야지.”당황한 유지태는 소유진에게 얼른 전화를 걸라고 재촉하였다. 그러나 한진 그룹의 친척이 아닌 소유진이 어찌 심은하 엄마의 연락처를 알고 있겠는가? 최태준은 그녀를 데리고 병원으로 가 진단서를 끊었고 증인과 증거가 충분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유지태와 소유진 두 사람은 바로 경찰서로 끌려가게 되었다.그러나 유지태는 아직까지 상황 파악이 안 되는 것 같았다. 약혼녀의 이모가 한진 그룹 회장 사모님이라고 난리를 피웠다.“당장 풀어줘. 내가 누구인지 알고나 이러는 거야? 당신들 분명 후회하게 될 거야.”“경찰서 서장 어디 있어? 당장 나오라고 해.”유지태와 소유진 두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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