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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Author: 임공
유건의 생각대로만 한다면, 그는 지금 당장 본가를 떠나고 싶었다.

‘단 1초라도 지시연과 같은 공간에 있고 싶지 않아!’

하지만 이미 늦은 시간이었다. 밖에는 비가 계속 내리고 있었고, 내일 아침에는 할아버지의 아침 식사 자리에 동석해야 했다.

유건은 짜증스럽게 담배를 꺼내 물고는 불을 붙였다. 거칠게 두 모금 빨아들이고는 그대로 객실로 향했다.

‘다행히 본가는 늘 예비 객실을 정리해두는 습관이 있어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오늘 밤 어디서 자야 할지 몰랐을 텐데.’

소파에 몸을 던지자 눅눅한 기운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다 지시연 때문이야. 그런데 정작 저 여자는 아무렇지도 않잖아.’

...

이른 아침, 이호민은 부부가 따로 잔 것을 눈치채고 곧바로 고상훈에게 알렸다.

고상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놔둬. 젊을 때 안 싸우고 언제 싸우겠나?”

이호민은 피식 웃으며 맞장구쳤다.

“그러게요. 근데 제 생각에는 도련님이 사모님을 많이 좋아하는 것 같은데요? 신경 쓰는 티가 확 나던데요?”

“고개 숙인다고 머리카락 안 보이나?”

고상훈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싸우는 건 싸우는 거고, 적절한 순간엔 도와줄 필요도 있지.”

“알겠습니다, 어르신. 제가 잘 알아서 하겠습니다.”

...

시연은 씻고 내려와 왕성애 아주머니에게 다가갔다.

“이모님, 할아버지 식사 준비됐을까요? 제가 가지고 올라갈게요.”

“괜찮습니다.”

왕성애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르신께서는 집사님이랑 이야기할 게 있어서 같이 드신다고 하셨습니다.”

“아, 그래요.”

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그래요. 저는 아침식사 준비하겠습니다.”

시연이 계단 쪽으로 향하는 순간, 이호민이 식판을 들고 내려왔다.

“집사님.”

“사모님.”

이호민은 고상훈의 말을 떠올리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어젯밤, 혹시 도련님과 다투셨나요?”

시연은 순간 멈칫했다. 어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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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147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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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147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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