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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9화

Author: 금소
민하윤은 상대 얼굴을 똑바로 확인한 순간, 안색이 하얗게 질렸고 심장 밑바닥에서부터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공포가 온몸으로 퍼졌다.

민한윤은 본능적으로 엘리베이터 벽을 짚고 겨우 몸을 지탱했다.

새파랗게 질렸던 얼굴에도 간신히 조금씩 핏기가 돌아왔다.

주변 사람들은 민하윤을 한번 힐끗 보더니 엘리베이터 밖에 서 있는 늙은 여자에게 물었다.

“안 타세요?”

송해정은 싸늘한 얼굴로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왔다.

엘리베이터는 다시 4층에서 멈췄고 옆에 있던 부부가 내렸다.

그러자 엘리베이터 안에는 민하윤과 송해정 두 사람만 남았다.

송해정의 몸에는 예전처럼 번쩍이는 보석 하나 없었고 손가락에 끼고 다니던 결혼반지조차 사라진 상태였다.

명원에서 민씨 가문은 대단한 집안도 아니었고 잘 쳐 줘야 중간 정도의 부유층 정도였다.

2년 전, 진운 은행과의 혼사가 한창 화제가 됐었지만 이후 사위가 민씨 가문의 장부에 있던 돈을 몽땅 빼돌렸고 진운 은행도 결국 파산했다.

심지어 주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 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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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709화

    연이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옆으로 누워 있었다.작은 두 손은 주먹을 꽉 쥐고 있었고 길게 올라간 속눈썹 끝에는 맑은 눈물방울이 매달려 있었다. 보고 있자니 민하윤은 괜히 마음이 짠해졌다.민하윤은 연이를 품에 안고 몸 위에 덮여 있던 얇은 이불을 걷어 냈다. 그리고 잠옷 단추를 풀어 아이를 달래기 시작했다.그 순간, 욕실 쪽에서는 불빛이 새어 나왔다.하도진은 대리석 세면대에 두 손을 짚은 채 거울 속 물에 젖은 얼굴을 바라보다가 잠시 멍해졌다.그러고는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참나... 처음도 아닌데 이 정도로 정신을 못 차리다니.’고작 한 번 봤다고 코피까지 쏟다니 하도진은 스스로 생각해도 우스웠다.민하윤이 연이를 다시 재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욕실 문이 열렸고 가운을 걸친 하도진이 밖으로 나왔다.두 사람은 눈이 마주치자 거의 동시에 시선을 피했다.하도진은 침대 쪽으로 걸어오다가 민하윤 곁에서 곤히 자는 연이를 못마땅한 눈으로 한번 흘겨봤다.“아기 침대로 안 옮길 거야?”하도진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하도진의 말투는 부드러웠고 먼저 화해해 보려는 기색도 조금 묻어 있었다.민하윤은 아기 침대에서 자는 주주를 힐끗 바라보다가 그제야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눈치챘다.“네. 오늘은 연이랑 잘 거예요.”민하윤은 여전히 하도진에게 쌀쌀맞았다.하도진이 한마디 물으면 딱 한 마디만 대답할 뿐, 그 이상은 입도 열지 않았다.아직도 복직 문제로 화가 풀리지 않았다는 걸 하도진도 알고 있었다.하도진은 능청스럽게 가까이 다가오며 물었다.“그럼 나는 어디서 자?”“이렇게 큰 침대에서 설마 잘 자리 하나 없겠어요?”민하윤은 눈길도 제대로 주지 않았고 말투에도 날이 서 있었다.하도진은 속으로 한숨을 삼키고 먼저 민하윤의 허리를 감싸안으며 말했다.“자리는 있지. 대신 좀 비좁겠네...”민하윤은 대꾸하지 않고 고개를 숙여 풀어 놓았던 잠옷 단추를 하나씩 다시 채웠다.그러자 하도진이 달래듯 말했다.“이제 그만 화 풀어. 그 정도 일 가지고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708화

    하도진은 그렇게 말하고 병원을 나섰다.기사가 차를 하씨 본가 앞에 세웠다.1층 현관에는 불 하나만 희미하게 켜져 있었다. 하도진은 차창을 내리고 2층 침실 쪽을 올려다봤다.창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두꺼운 커튼까지 쳐져 있어 빛 한 줄기 새어 나오지 않았다.집에 들어선 하도진은 외투를 벗어 놓고 소매를 걷어 올리며 2층으로 올라갔다.조심스럽게 침실 문을 밀자 침대 머리맡 조명 하나만 희미하게 켜져 있었다.그런데 방 안을 보자마자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렸다.아기 침대는 텅 비어 있었고 두 아이가 수면조끼를 입은 채 민하윤의 양옆에서 나란히 자고 있었다.하도진은 기가 막혔다.고작 오늘 조금 늦게 들어왔을 뿐인데 벌써 자기 자리가 사라졌었다.하도진은 소매를 걷어 올리며 두 녀석을 깨우지 않고 어떻게 다시 아기 침대로 옮길지 고민했다.‘어른은 큰 침대에서 자고 아기는 아기 침대에서 자야지.’한번 정한 규칙은 지켜야 했다.사실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만 해도 집에서는 아기 침대를 따로 들일 생각이 없었다.민하윤은 새 가구에서 유해 물질이 나올까 걱정했고 르네 별장 안방 침대가 워낙 넓으니 한쪽에 아이들의 자리를 만들어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하도진은 단호하게 반대했다.결국 사람을 시켜 특대형 아기 침대 두 개를 주문 제작했다. 좋은 원목을 골라 장인이 직접 만들었고 꼭 필요한 마감재 외에는 유해 물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신경을 썼다.나중에는 그중 하나를 하씨 본가로 옮기고 르네 별장에는 하나만 남겨 두었다.그때 하도진이 내세운 이유는 그럴듯했다.어릴 때부터 혼자 자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서너 살쯤 돼서 갑자기 따로 재우려 하면 더 힘들어진다면서 고집했다.민하윤은 별다른 의심 없이 하도진의 말을 믿고 동의했다.하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하도진은 그저 속이 좁은 사람이었다.자기 아내가 다른 남자를 끌어안고 자는 꼴은 죽어도 못 봤다.아무리 작은 아기라도 마찬가지였다.두 아들도 엄연히 남자였으니까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707화

    하도진은 송지훈에게 싸늘한 눈빛을 던졌다.민하윤에 관한 얘기를 한 번만 더 꺼내면 자신이 먼저 칼을 들겠다는 표정이었다.송지훈은 속으로 혀를 찼다.평소 그렇게 사이가 좋던 부부가 아무래도 싸운 모양이었다. 하도진은 집에서 제대로 한 소리 듣고 와서는 송지훈한테 화풀이하는 게 분명했다.송지훈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이현이가 임신했어.”하도진의 눈동자가 순간 커졌다.“언제?”“나도 오늘 알았어. 이현이가 이런 걸 뭘 알겠어. 몸이 좀 이상하니까 혼자 임신 테스트기 사서 해 봤는데 두 줄이 나온 거야. 놀라서 하윤 씨랑 백누리 씨한테만 말했대.”송지훈은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둘이 옆에 있어서 다행이지... 이현이 성격이면 나한테도 숨겼을지 몰라.”하도진이 피식 비웃었다.“그러니까 준오가 칼 들고 널 죽이려 한 게 이해가 되네.”그러고는 다시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말했다.“그래서 구씨 가문까지 찾아가서 결혼 허락받으려고 한 거야?”“응.”하도진은 일부러 약 올리듯 한마디 던졌다.“그런데도 살아서 돌아왔네. 운도 좋다.”“너무하네. 내가 그렇게 이현이랑 안 어울려?”송지훈의 말에는 은근한 떠보는 기색이 섞여 있었다.하도진이 뭐라고 답하든 사실 크게 상관은 없었다. 다만 송지훈은 하도진이 구이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어쨌든 구이현이 오랫동안 몰래 좋아했던 사람이니 따지고 보면 송지훈에게는 한때 제대로 된 라이벌이었던 셈이었다.하도진은 어이없다는 듯 송지훈을 흘겨봤다.“네가 생각해 봐.”하도진은 입꼬리를 비틀며 말을 이었다.“이제 곧 서른 되는 남자가 스무 살 갓 넘은 애를 만나 놓고 뭘 잘했다고 그래? 게다가 걔는 친구의 친동생이잖아. 우리 셋이 어릴 때부터 봐 온 애를 어떻게 그런 눈으로 봤냐?”하도진이 혀를 차며 덧붙였다.“송지훈, 넌 겉보기에는 멀쩡하게 생겨 놓고 알고 보니 꽤 양심 없네.”말 한마디 한마디가 어찌나 독한지 송지훈은 피를 토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겉으로는 땀을 닦는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706화

    민하윤은 가끔 자신이 리틀 하도진을 낳은 게 아닐까 싶을 때가 있었다.주주는 이제 겨우 다섯 달밖에 안 됐는데도 이상하리만큼 의젓하고 차분했다.예방접종을 하러 병원에 갔을 때도 그랬다.연이는 동그란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주변을 구경하느라 신이 나 있었다. 사람만 보이면 방긋방긋 웃어 대더니 막상 주삿바늘이 들어가는 순간 표정이 확 바뀌었다.연이는 그대로 민하윤 품에 얼굴을 묻고 서럽게 울어 댔다.반면 주주는 전혀 달랐다.진지한 얼굴로 자신에게 주사를 놓는 의사를 빤히 바라보더니 바늘이 들어가는 순간에도 살짝 미간만 찌푸렸을 뿐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그러고 보니...’민하윤의 시선이 잠든 주주에게 천천히 향했다.태어난 뒤로 민하윤은 아직 주주가 웃는 모습을 한 번도 못 본 것 같았다.엄마가 된 뒤 민하윤은 두 아이를 거의 직접 챙기다시피 했다.평소에는 산후도우미와 나지혜가 함께 아이들을 돌봐 주고 있었지만 웬만한 일은 민하윤이 직접 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기저귀를 갈고 분유를 먹이고 재우는 것부터 아이들에 관한 일이라면 이제 무엇이든 능숙하게 해냈다.민하윤은 먼저 방 안 에어컨 온도를 조금 높였다.두 아이의 잠옷을 수면조끼로 갈아입힌 뒤 얇은 이불까지 잘 덮어 주고 나서야 민하윤은 지친 몸을 이끌고 욕실로 들어갔다....잠자리에 들 시간이 다 되도록 하도진은 돌아오지 않았다.민하윤은 휴대전화를 확인해 봤지만 새로 온 전화나 문자는 하나도 없었다.결국 민하윤은 더 기다리지 않고 몸을 돌려 두 아이를 품에 끌어안은 채 잠이 들었다.하도진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거의 자정이 다 된 시간이었다.병실에 들어선 하도진은 링거를 맞으며 누워 있는 송지훈을 보고 코웃음을 쳤다.“구준오는 밥도 안 먹었대? 기왕 때릴 거면 좀 세게 때려서 아예 죽여버리지 그래.”송지훈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며 아픈 갈비뼈 쪽을 손으로 감쌌고 천장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내가 살아 있어서 많이 아쉬운가 본데?”“멀쩡한 남자가 주먹 두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705화

    민하윤이 하씨 본가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저녁이었다.주주는 분유를 먹고 일찌감치 잠들었고 연이는 거실 가득 놓인 장난감을 혼자 차지한 채 신나게 놀고 있었다.고작 하루 집을 비웠을 뿐인데 장난감이 또 부쩍 늘어난 것 같았다. 넓은 거실이 온통 아이들 물건으로 가득 찰 정도였다.고풍스럽고 우아하게 꾸며진 거실을 둘러보면 알록달록한 장난감밖에 보이지 않았다.노란색 대형 포클레인 장난감, 빨간 소방차, 목마와 아기용 미니 피아노, 오뚝이, 말랑한 블록까지 종류도 다양했다.소파 위에는 그림책과 유아용 책, 새로 산 아기 옷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거실 한쪽에는 아예 아이들을 위한 공간까지 따로 마련해 안전 울타리를 둘러놓았다.연이는 그 안의 놀이 매트에 앉아 통통한 자기 손을 정신없이 빨고 있었다.그 주변에는 어른들이 둘러앉아 연이를 보며 연신 감탄했다.“아이고, 귀여워라. 손이 그렇게 맛있어?”“우리 아기는 정말 똑똑하네. 하는 짓마다 어쩜 이렇게 예쁜지...”김옥자는 돋보기안경까지 쓰고 눈을 가늘게 뜬 채 휴대전화를 들었다.통통하고 사랑스러운 증손주를 카메라에 담느라 화면을 연신 눌러 댔다.민하윤은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이 나왔다.역시 이때쯤의 아기들은 뭘 해도 모두의 관심을 받았다. 손가락 하나 빠는 것만으로도 온 가족이 둘러앉아 귀엽다며 난리였다.“할아버지, 할머니. 저 왔어요. 오늘 애들 봐주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민하윤은 두 분께 인사를 건네면서 몸과 손을 꼼꼼히 소독했다.“고생은 무슨... 애들이 얼마나 얌전한데... 우리야 둘이랑 놀아서 너무 좋았지.”“저녁은 먹었니? 안 먹었으면 사람 시켜서 밥 데우고 국도 새로 끓이라고 할게.”민하윤은 얼른 손사래를 쳤다.“괜찮아요. 친구들이랑 밖에서 먹고 왔어요.”익숙한 엄마의 목소리를 들은 연이가 작은 머리를 힘껏 뒤로 젖히며 민하윤을 바라봤다.그러고는 옹알옹알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내며 열심히 엄마를 불렀다.하지만 민하윤은 바로 안아 주지 않고 먼저 화장실로 가 손부터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704화

    “송지훈, 난 널 친구라고 믿었어. 그런데 네가 감히 내 동생한테 손을 대?”구준오는 주먹을 꽉 쥐고 그대로 송지훈의 얼굴을 후려쳤다.정확하고 거센 주먹에 송지훈의 고개가 옆으로 크게 돌아갔다. 그 순간, 이가 혀와 입천장을 세게 스치면서 입안에 비릿한 피 맛이 번졌다.“이현이랑 결혼할 거야.”송지훈이 침착하게 대답했다.“난 이현이와 결혼하고 싶어.”늘 잔잔하던 눈빛에도 그제야 미세한 흔들림이 일었다.구준오가 버럭 소리쳤다.“꿈도 꾸지 마. 네가 내 동생이랑 결혼해? 이번 생은 물론이고 다음 생에도 어림없어!”구준오는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치솟았다.“난 널 친구라고 믿었는데 네가 한 짓이 이거야? 이현이는 이제 겨우 스물두 살이야. 넌 걔보다 열 살이나 많잖아. 어떻게 내 동생한테 그런 마음을 품을 수가 있어?”송지훈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코 안쪽에서 뜨거운 액체가 흘러내리는 느낌이 들었다. 의사인 송지훈은 바로 코피라는 걸 알아차리고 손등으로 담담히 닦아 냈다.“열 살 차이인 건 알아. 하지만 이현이가 미성년자였을 때는 어떤 선도 넘지 않았어.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행동은 한 번도 하지 않았어.”송지훈은 구준오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난 진심으로 이현이를 좋아해.”구준오는 기가 막힌다는 듯 다시 송지훈의 멱살을 움켜잡았다.“미성년자일 때 아무 짓도 안 했다고 지금 그걸 자랑이라고 해?”구준오는 이를 악물었고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미성년자일 때부터 그런 마음을 품고 있었으면 그게 더 미친놈이지!”“오빠...”구이현은 너무 울어 목소리까지 쉬어 있었고 황급히 달려와 구준오의 소매를 붙잡으며 어떻게든 진정시키려 했다.구준오는 송지훈을 밀어내며 차갑게 말했다.“꺼져. 앞으로 내 눈앞에 다시는 나타나지 마. 내가 그동안 사람을 잘못 봤어. 오늘부터 너랑 난 이제 친구도 뭐도 아니야.”그때 구이현이 울먹이며 말했다.“오빠, 나 지훈 오빠의 아이를 가졌어.”구준오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잠시 귀가 먹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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