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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作者: 계명
몇 분 후, 신재형은 여전히 반응 없는 휴대폰을 바라보며 문득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예전의 나는 집안일 외에는 온종일 신재형의 연락만 기다리던 사람이었다.

그가 먼저 전화를 걸어주면 감사해하며 헐레벌떡 콜백을 보내도 모자랄 판에, 아무런 연락조차 없는 건 분명 이상했다.

신재형이 소방서에 직접 화재 신고 내역을 확인해 보려던 순간, 채유림이 황급히 막아섰다.

“선배, 시상식 끝난 뒤로 들어온 신고 전화는 제가 다 받았는데, 희연 언니한테서 온 건 하나도 없었어요.”

그 말을 듣자 신재형의 찌푸려졌던 미간이 단숨에 펴졌다.

“유유상종이라더니, 아주 친구라는 것들도 하나같이 거짓말이나 해대고 말이야.”

그는 씩씩대며 이혼신청서 양식을 다운받은 화면을 캡처해 내게 전송하려 했다.

하지만 연락처를 아무리 뒤지고, 이름을 검색해 봐도 프로필을 찾을 수 없었다.

내 메시지에 답장할 가치조차 못 느꼈던 인간이라 닉네임조차 변경해 두지 않았던 것이다.

반면, 후배인 채유림과의 대화창은 언제나 메신저 최상단에 고정되어 있었다.

신재형은 왠지 모르게 불안했지만 결국 찾기를 포기했다.

이때 채유림이 살뜰하고 이해심 깊은 척 그를 위로했다.

“선배, 어차피 희연 언니랑 이혼할 생각이면 아예 정산해서 청구하겠다고 해봐요.”

“지난 5년 동안 집에서 전업주부로 꿀만 빨았잖아요. 선배한테 뱉어낼 돈이 어디 있겠어요? 그렇게 나오면 겁먹어서 헐레벌떡 달려올걸요?”

신재형은 무릎을 탁 치며 즉시 모든 은행 거래 내역을 뒤졌다.

그가 매달 준 생활비 20만 원은 물론, 그 외 모든 비용을 반반으로 정산해 두었다.

식비, 여행 경비, 숙박비, 심지어 피임기구 비용까지도.

직업이 없던 내가 쓴 돈은 결국 신재형이 준 생활비였으니, 모아놓고 보면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었다.

이때, 신재형의 눈에 새로 출시된 어플 하나가 들어왔다.

앱을 켜자 메인 화면에 큼지막하게 ‘정산 이혼’이라는 문구가 떠올랐다.

그는 곧바로 신청 버튼을 눌렀다.

휴대폰으로 즉시 문자가 도착했다.

[현재 시범 운영 중인 시스템으로, 신청 즉시 철회가 불가능합니다.]

[본 시스템은 완벽한 공정성을 보장하며, 혼인 기간 내 모든 재산 정산이 완료될 때까지 진행됩니다.]

[단, 상대방이 사망했을 경우, 채무 이행을 대신하여 대상자가 죽음 직전에 느낀 고통과 기억을 그대로 체험하게 됩니다.]

신재형은 저도 모르게 주춤했다.

하지만 세상 불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채유림을 보자 망설임 없이 확정 버튼을 눌렀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 내가 절대 죽었을 리가 없다는 확신.

둘째, 설령 진짜 이혼하더라도 그의 말 한마디면 내가 다시 울고불고 매달릴 거라는 오만함 때문이었다.

신재형은 의기양양하게 정산 내역서를 내 친구에게 보내며, 협박용으로 똑똑히 전달하라고 요구했다.

그러고는 채유림을 품에 안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유림아, 대학교 때 네가 익명으로 날 계속 도와주지 않았다면 난 진짜 못 버텼을 거야.”

“정희연은 말만 아내였지, 내 피나 빨아먹는 거머리였어. 너한테 피부를 이식해서 은혜라도 갚을 수 있다면 감지덕지해야지.”

채유림은 괜히 양심에 찔리는 듯 눈동자를 굴리더니, 수줍은 척 고개를 숙였다.

“별말씀을요. 선배는 언제나 제 마음속 영웅인걸요. 선배를 위해서라면 전 뭐든 할 수 있어요.”

다정하게 밀착해 있는 두 남녀를 바라보고 있자니, 목이 꽉 막히고 속이 뒤집혀 울렁거렸다.

이 가정을 지키기 위해 나 역시 피눈물을 흘리며 버텨왔건만, 그는 단 한 번도 인정해 주지 않았다.

연애할 때, 나는 매일 알바를 다섯 개씩 뛰며 신재형의 등록금을 겨우 마련해 주었다.

워낙 자존심이 센 사람이라 일부러 익명으로 후원했던 것이다.

결혼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목숨을 걸고 출동하는 그가 안쓰러워 생활비를 아끼고 또 아꼈다.

수도세, 전기세, 관리비를 쪼개 쓰는 건 물론 명절이나 생일에도 땡전 한 푼 허투루 쓰지 않으려 안달복달했다.

심지어 열이 불덩이처럼 오를 때조차 병원비가 아까워 참아냈다.

단지 신재형이 고된 임무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따뜻하고 푸짐한 밥상을 차려주겠다는 일념 하나로 버텼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아등바등한 일상에서 그는 점차 잊어가고 있었다. 내가 공무원직을 포기하고 돌아와 전업주부가 되었다는 사실을.

결국 익명의 후원은 채유림의 공으로 되었다.

그리고 신재형의 눈에, 묵묵히 전업주부로 살아온 나는 그저 아무런 가치도 없는 기생충에 불과했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냈다.

나는 약지를 내려다보았다. 그 어떤 화상 자국보다도 선명한 흔적이 남아있었다.

5년 동안 끼고 다녔던 프러포즈용 은반지는 이미 거센 불길 속에서 녹아 사라진 지 오래였다.

비참하게 숨을 거두던 그 순간에도, 가장 깊고 잔인한 상처를 남긴 건 신재형의 가식적이고 달콤했던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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