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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ผู้เขียน: 조십일
신미정은 유현진의 임신 사실만을 집요하게 신경을 쓰면서 딸의 이상한 모습은 눈치채지 못하고 미간을 구기며 말했다.

“자궁이 찬 것까지 건강검진에 나오지는 않아. 이런 걸 치료하지 않으면 이제 임신하더라도 아이가 위험해.”

유현진은 입을 다물었다.

신미정은 그제야 그녀가 자신의 말을 듣는다는 생각에 또 말했다.

“둘째가 최근 시장님의 따님이랑 가깝게 지내잖아. 혼사가 이루어진다면 둘째가 너희보다 아이를 먼저 가질 거야. 그렇게 된다면 한서가 회사에서 입지가 어렵게 돼. 할머니께서 장손을 귀하게 여기는 건 잘 알잖니.”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람? 어차피 이혼할 마당에 강한서가 어떻게 되든 뭔 상관이라고.’

또한 그녀는 강한서가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생각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다.

‘아니, 한서는 나와 아이를 낳고 싶지 않은 거야.’

“네 엄마는 지금까지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네 아빠도 50이 되지 않은 나이인데 앞으로 재혼할 수도 있잖아. 그때가 되면 유씨 집안에 네가 돌아갈 자리가 있을 것 같아? 하지만 아이는 너의 것이다. 네가 의지할 사람이라고. 현진아, 너도 미래를 생각해야지.”

유현진은 신미정이 그녀를 위해 한 말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강씨 일가의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철저하게 계산했는데 그들에게 그녀는 바둑알에 불과할 뿐이다.

“알겠어요, 어머니.”

유현진은 시선을 떨구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얌전하게 답했다.

신미정은 더 이상 얘기하지 않고 유현진에게 어서 약을 먹으라고 재촉했다.

피할 곳이 없던 유현진은 울며 겨자 먹기로 단숨에 약을 들이켰다.

‘이혼 한 번 쉽지 않네. 재산을 반드시 더 많이 가져갈 거야!’

그녀가 약을 다 마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강한서가 돌아왔다.

목적을 이룬 신미정은 식사를 계속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오후에 약속 있어서 이만 갈게. 너희는 식사 계속해.”

강민서 역시 재빨리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나도 친구랑 쇼핑하기로 했어. 엄마, 나 좀 데려다줘요.”

강한서와 유현진이 두 사람을 배웅했고 신미정은 떠나기 전 잊지 않고 유현진에게 당부했다.

“현진아, 약 잊지 말고 가지고 가. 내 말 명심하고.”

유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떠나고 나서 강한서가 고개를 돌려 물었다.

“엄마가 너한테 무슨 얘기 했어?”

“아무것도 아냐.”

위에서 요동치는 약으로 인해 유현진은 구역질이 올라와 대답을 마치고 창백해진 얼굴로 헛구역질을 했다.

강한서는 미간을 찌푸리고 그녀의 손목을 잡고 화장실로 향했다.

그녀는 화장실에서 약을 모두 토하고 나서야 홀가분해진 기분이 들었다. 손을 씻을 때 세면대의 거울을 통해 강한서를 보았다.

그는 그녀의 뒤에서 생각에 잠긴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의 초췌한 모습이 모두 강한서 때문이라는 생각에 유현진은 화가 나서 비아냥거렸다.

“남이 화장실 가는 걸 훔쳐보는 취미라도 있어?”

강한서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며 덤덤하게 답했다.

“딱히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네가 원한다면 맞춰줄 수도 있어. 처음도 아니잖아.”

유현진은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작년 화이트데이가 떠올랐다. 고주망태가 된 그녀는 밤중에 강한서를 끌고 화장실로 향하고는 바지까지 입혀 달라고 진상을 부렸다.

지금까지 살면서 저지른 몇 안 되는 창피한 일을 하필이면 강한서가 기억하다니.

‘나쁜 자식!’

한참을 말이 없는 그녀를 보며 강한서가 다시 입을 열었다.

“벗겨줘?”

유현진은 그를 흘기고는 말했다.

“우리가 그런 대화를 할 정도로 애틋한 사이는 아닌 것 같은데.”

강한서가 피식하더니 그녀에게 바짝 다가갔다. 유현진은 흠칫하며 뒤로 물러나려고 했지만 세면대에 막혔다.

그녀는 세면대와 강한서의 사이에서 알싸한 그의 체향을 맡았다.

“뭐 하는 짓이야?”

그녀는 그의 가슴팍을 밀며 그가 다가오는 것을 막았다.

강한서의 시선이 그녀의 입술에 잠시 머물더니 유현진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먼저 도발했잖아? 다정하게 부르고 음식을 먹여주고. 네가 먼저 꼬신 거 아냐?”

유현진은 어이가 없었다.

‘어디에서 나오는 자신감이야?!’

“저기, 오해한 것 같은...”

자신의 입술을 덮치는 강한서의 부드러운 입술에 유현진은 눈을 크게 떴다.

이건 강한서가 처음으로 먼저 그녀에게 한 키스였다. 예전의 키스는 모두 그녀가 적극적으로 이뤄낸 것이었는데 강한서는 매번 귀찮다는 듯이 그녀를 맞춰줄 뿐이었다.

그는 한 번도 그녀에게 욕망을 느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송민영에겐 달랐다. 심지어 열이 나서 몽롱한 순간에도 그녀의 이름을 부르던 그였다.

여기까지 생각한 그녀는 강한서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참지 못할 역겨움이 밀려왔다.

강한서의 혀가 그녀의 입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그녀는 힘껏 그의 혀를 깨물었고 강한서가 재빨리 혀를 피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의 입술을 물었다.

입안에 풍기는 피 맛에 강한서가 미간을 구기며 그녀를 놓아주었다.

“네가 개야?”

유현진은 이를 악물고 차라리 개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물어 죽이게.

강한서가 뭐라고 더 말하려고 했지만 폰이 울렸고 발신자를 확인하더니 다시 미간을 찌푸리며 유현진에게 말했다.

“차에서 기다려.”

말을 마친 그는 폰을 들고나갔다.

유현진은 그의 폰에 저장된 이름을 보았다.

'자기'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휴지를 들어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았다. 거울 속의 그녀의 얼굴은 비참하고 가여웠다.

유현진은 원래 택시를 잡고 스스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막상 밖에 나와보니 너무도 추웠다.

올 때까지만 해도 맑았던 날씨는 햇빛 하나 없이 매서운 바람이 불고 있었다. 옷을 얇게 입은 유현진은 나와서 조금 걷기만 했는데도 손발이 너무 시렸다.

신미정이 고른 레스토랑은 외딴곳에 있었기 때문에 택시를 잡기 어려웠기에 조금 고민하다가 그녀는 그의 차에 탔다.

10분이 지나자 강한서 역시 차에 올랐다.

신미정이 건넨 약의 부작용 때문인지 유현진은 토하고 나서도 속이 더부룩했기에 차에 시동이 걸리고 나서 눈을 감았다.

막 잠에 들려고 했을 때 무거운 짐이 그녀의 품에 안겼고 유현진은 놀라서 번쩍 눈을 떴다.

화를 내며 강한서에게 한소리 하려고 했을 때 그녀는 자심의 품에 있는 박스를 보고는 멈칫하며 손을 내밀어 박스를 열었다.

안에는 악어가죽으로 된 에르메스 가방이 있었다. 그녀의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4억 2천만 원짜리였다. 한정판이라 구하기가 어려운 가방이었다.

‘이게 무슨 수작이지?’

유현진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무슨 뜻이야?”

강한서가 귀찮다는 듯이 그녀를 힐끗 보며 말했다.

“고객이 선물한 거야. 나한테는 필요 없어서.”

민경하는 어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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