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나는 그의 앞에 섰다.
“세리아 로제니아.” 사제가 물었다. “레오나르드 발테리온을 배우자로 받아들이겠습니까?” “네.” 레오나르드에게도 같은 질문이 이어졌다. “받아들인다.” 반지가 교환됐다. 그리고. “두 사람은 이제 부부가 되었습니다.” 박수가 터졌다. 나는 작게 숨을 내쉬었다. 끝났다. 이제 형식적인 입맞춤만 하면. “…….” 잠깐. 입맞춤? 계약서에. 이거에 대한 내용이 있었나? 나는 황급히 레오나르드를 올려다봤다. 그도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눈이 마주쳤다. 나는 아주 작게 속삭였다. “적당히 해요.” “뭘.” “입맞춤이요.” “어떻게?” “그냥 닿는 척만.” “알았다.” 다행이다. 나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따뜻한 손이 허리를 감쌌다. “……!” 몸이 그대로 레오나르드 쪽으로 당겨졌다. 순식간에 가슴이 그의 몸에 닿았다. 놀라 눈을 뜨려는 순간. 입술이 닿았다. 짧게. 정말 짧게.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레오나르드가 움직이지 않았다. 입술이 그대로 맞닿아 있었다. 하나. 둘. 셋. 이 인간이? 나는 그의 가슴을 살짝 밀었다. 그제야 레오나르드가 떨어졌다. 주변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내 얼굴은 이미 뜨거워져 있었다. “적당히 하랬잖아요.” 이를 악물고 속삭였다. “적당히 했다.” “어디가요?” “혀는 안 썼는데.” “……!” 귀가. 확 솟았다. 레오나르드의 황금빛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이 남자. 일부러 이러는 거다. ⸻ 그리고 그날 밤. 나는 내 방에 들어오자마자 문을 잠갔다. “미친 사자.” 귀가 아직도 뜨거웠다. 나는 침대에 엎어졌다. “계약결혼이라며.” 결혼식에서 그렇게 할 필요가 있었나? 아무리 남들 앞이라고 해도. “……혀는 안 썼는데?” 나는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으아아악!” 꼬리가 침대를 마구 두드렸다. 한참 후에야 겨우 진정했다. 그래. 오늘만 지나면 된다. 이제 각자의 생활을 하면 된다. 나는 이곳에서 로제니아 가문을 정리할 시간을 벌고. 레오나르드는 귀찮은 혼담에서 벗어나고. 1년 후. 깔끔하게 이혼. 완벽하다. 똑똑. “부인.” 문밖에서 시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몸을 일으켰다. “왜?” “공작님께서 보내셨습니다.” “뭘?” “……담요를.” “담요?” 문을 열었다. 시녀가 커다란 상자를 들고 있었다. 그 안에는. 황금빛 털로 만들어진 담요가 있었다. 아니. 잠깐. 이 냄새. 나는 담요에 코를 가까이 댔다. 익숙했다. 오늘 하루 종일 맡았던. 짙고 묵직한 향. “……이거.” 시녀가 어색하게 웃었다. “공작님의 털로 만든 담요라고 합니다.” “…….” “황금사자 일족에서는 배우자에게 자신의 털로 만든 물건을 선물하는 전통이 있다고…….” “돌려보내.” “하지만.” “당장.” 그때였다. “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복도 끝. 레오나르드가 서 있었다. 편한 검은 셔츠 차림. 목 단추가 몇 개 풀려 있었다. 결혼식 때와 달리 흐트러진 금발. 그리고. 황금빛 귀와 꼬리. 나는 담요를 가리켰다. “이거 뭐예요?” “선물.” “왜요?” “결혼했으니까.” “계약결혼이잖아요.” “그래도 결혼은 결혼이지.” “필요 없어요.” 레오나르드의 눈썹이 꿈틀했다. “왜.” “공작님 냄새가 너무 많이 나요.” 순간. 복도가 조용해졌다. 시녀가 슬그머니 뒤로 물러났다. 레오나르드의 눈빛이 변했다. “내 냄새가 싫어?” “싫다기보다…….” 나는 담요를 들어 보였다. “이 정도면 제가 공작님 몸에 파묻혀 자는 거랑 뭐가 달라요?” 정적. 시녀가 고개를 숙였다. 어깨가 떨리는 걸 보니 웃음을 참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레오나르드가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나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 “왜, 왜 와요?” “확인하려고.” “뭘요?” 어느새 바로 앞까지 다가온 그가 허리를 숙였다. 코끝이 내 머리카락 가까이 닿았다. 숨결이 귓가를 스쳤다. “……!” 내 귀가 바짝 섰다. 레오나르드가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공작님!” 나는 그를 밀어냈다. “냄새 맡지 말라고 했죠!” “확인했다.” “뭘요!” 그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내 냄새가 거의 안 나.” “어디서요?” “너한테.” “당연하죠!” “당연하지 않아.” 그의 황금빛 눈이 내 목덜미를 향했다. 순간. 이상하게. 등골이 서늘해졌다. “배우자인데.” “……계약 배우자.” “다른 놈들은 모른다.” “네?” “네가 내 아내라는 걸 냄새로 알아야 하니까.” “…….” 나는 한동안 말을 잃었다. 그리고 겨우 입을 열었다. “계약서.” “뭐?” “계약서 가져오세요.” “왜.” “조항 추가할 거예요.” “또?” 나는 손가락을 하나 펼쳤다. “첫째. 냄새 맡지 않기.” 두 번째. “둘째. 자기 냄새 묻히지 않기.” 세 번째. “셋째.” 나는 레오나르드를 노려봤다. “영역 표시 금지.” 레오나르드가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싫은데.” “……뭐라고요?” “앞의 두 개는 노력해 보지.” 그가 말했다. “세 번째는 안 돼.” “왜요?” 황금빛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그 순간. 사람의 모습인데도. 거대한 사자가 나를 내려다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본능이라.” “…….” “고칠 수가 없어서.” 나는 그때는 몰랐다. 그 말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그리고 앞으로 1년 동안. 이 황금사자가 얼마나 뻔뻔하게 계약을 어길 것인지도. 더더욱. 몰랐다.리시안은 오래된 업무 일지의 마지막 문장을 세 번 읽었다.하류 보조 통수부 복구는 납품 수레 통과 이후 시행.그 문장은 단순한 공사 일정 조정처럼 보였다. 그러나 당시 서부의 상황을 함께 놓고 보면 의미가 달라졌다. 큰비가 내리고 있었고, 상류에서는 아랫물길의 토사를 제거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하류의 돌다리 아래에는 임시로 쌓아둔 흙과 자갈이 있었으며, 현장 감독관은 그것이 배수를 방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방호 둑 설치도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그런데 가주 직속 재정실에서 내려왔다는 지시는 곡물 납품을 우선하라는 것이었다.리시안은 종이 위에 손을 올렸다.“형님.”맞은편에 앉아 있던 레오나르드가 고개를 들었다.“말해.”“이 명령이 정말 에르반가의 재정실에서 내려온 것이라면, 그때의 결정은 단순한 현장 관리 실수가 아니었을 수도 있습니다.”레오나르드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먼저 리시안이 펼쳐놓은 문서를 살폈다. 현장 감독관의 위험 보고서, 베르트란 로웰의 개인 업무 일지, 그리고 아직 원본이 발견되지 않은 재정실 회신의 필사 내용이었다.“가능성은 있지.”그가 말했다.“하지만 아직은 로웰의 일지에 적힌 내용이야.”“네.”“그 사람이 실제로 지시를 받았는지, 지시를 받았다면 누구에게서 받았는지, 그리고 그 지시가 어디까지 승인된 것인지는 따로 확인해야겠군.”리시안은 고개를 끄덕였다.레오나르드는 한동안 문서를 바라보다 물었다.“네가 가장 알고 싶은 건 뭐지?”리시안은 잠시 망설였다.그는 지금까지 침수의 원인을 알고 싶었다. 왜 방호 둑이 완공되지 않았는지, 왜 하류 배수 통로의 복구가 미뤄졌는지, 왜 위험 보고가 있었는데도 작업이 진행됐는지 알고 싶었다.하지만 기록을 읽을수록 질문은 달라지고 있었다.“그때 누가 위험을 감수하기로 결정했는지요.”레오나르드의 시선이 그에게 머물렀다.리시안은 말을 이었다.“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몰랐다면, 그건 관리 체계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위험을 알고도 다른 일을 우선
리시안은 종이를 내려놓았다.그리고 아주 천천히 말했다.“리아.”“응.”“이제는 왜 위험했는지보다, 왜 위험하다는 말을 듣고도 일정이 바뀌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할 것 같아.”리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리시안은 두 문서를 나란히 놓았다.하나는 작업 보류 통지.다른 하나는 재검토 요청서.둘 다 침수 발생 전에 작성된 문서였다.그는 마지막으로 결재란을 살폈다.그리고 문서 아래에 작게 적힌 접수 시간을 발견했다.재검토 요청이 접수된 시간.침수 발생 전날 오후.작업 보류 통지가 내려진 시간.그보다 두 시간 뒤였다.리시안의 손끝이 멈췄다.시간순으로 보면, 위험을 경고하는 재검토 요청이 먼저 접수된 뒤 작업 보류 통지가 발행된 것이었다.그러나 그 경고가 실제 결재권자에게 전달됐는지는 여전히 확인되지 않았다.그는 두 문서의 시간을 정확히 적었다.재검토 요청 접수 — 침수 전날 오후.작업 보류 통지 발행 — 같은 날, 두 시간 뒤.그 아래에는 마지막 질문을 남겼다.보류 결정 전에 위험 경고가 결재권자에게 전달되었는가.리시안은 펜을 내려놓았다.그리고 도란에게 연락을 요청했다.이번에는 오래된 문서의 내용뿐 아니라, 문서가 누구의 책상에 언제 도착했는지 확인해야 했다.누군가 위험을 말했다는 사실은 이미 확인됐다.이제 남은 것은 그 말을 들을 수 있었던 사람이 누구였는지였다.그런데 통신이 연결되자 도란은 예상하지 못한 말을 꺼냈다.“리시안 님. 방금 서부 기록관에서 다른 자료를 찾았습니다.”“어떤 자료입니까?”“당시 관리관의 개인 업무 일지입니다.”리시안은 자세를 바로 했다.도란은 잠시 말을 골랐다.“그 일지에는 재검토 요청을 받았다는 내용이 있습니다.”리시안의 손이 멈췄다.“베르트란 로웰이 직접 적은 겁니까?”“필체 확인은 필요합니다. 다만 일지에는 그의 이름이 있습니다.”“뭐라고 적혀 있습니까?”도란은 종이를 내려다봤다.그리고 천천히 읽었다.“하류 보조 통수부 복구 요청 접수. 상류 개방과의 충돌 가능
엘로스 바렌의 답변은 예상보다 빨리 도착했다.그는 직접 만나지는 않겠다고 했다.그러나 서면으로 질문을 받는 것은 괜찮다고 했다.도란은 먼저 당시 작업에 참여한 사실을 기억하는지 물었다.엘로스는 기억한다고 답했다.돌다리 아래에 흙과 자갈을 쌓았던 일.수레가 다시 지나갈 수 있도록 바닥을 다졌던 일.그리고 공사가 끝난 뒤에도 임시 적치물을 그대로 두라는 지시를 받았던 일.리시안은 그 답변을 읽고 잠시 멈췄다.“누가 지시했는지는 기억하신답니까?”도란이 대답했다.“현장 반장이었다고 합니다. 다만 그 반장이 누구에게 지시를 받았는지는 모른다고 했습니다.”“그럼 거기까지 기록해주세요.”“예.”엘로스의 답변은 계속됐다.침수가 발생한 날에는 돌다리 주변으로 가지 않았다고 했다.따라서 실제로 물이 얼마나 찼는지, 임시 적치물이 침수 당일까지 그대로 있었는지는 직접 보지 못했다고 했다.리시안은 그 부분에도 표시했다.침수 당일 현장 상태 직접 목격 없음.그런데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변은 달랐다.도란은 엘로스에게 당시 보수 공사와 관련해 기억나는 다른 일이 있는지 물었다.엘로스는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그리고 짧게 적었다.“공사가 끝난 뒤에 다시 가서 흙을 걷어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리시안의 손이 멈췄다.그는 다음 문장을 읽었다.“하지만 그날 우리는 가지 않았습니다.”리아가 조용히 물었다.“왜?”리시안은 마지막 장을 넘겼다.엘로스의 답변은 거기서 끝나 있었다.도란은 이유를 추가로 묻지 않았다.그가 더 이야기하고 싶은지 먼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리시안은 고개를 끄덕였다.“잘하셨습니다.”도란이 물었다.“추가 질문을 보내도 되겠습니까?”리시안은 잠시 생각했다.“그분이 원하시면요.”“예.”“그리고 이유를 기억하지 못하셔도 괜찮다고 해주세요.”도란은 고개를 끄덕였다.통신이 끝난 뒤 리시안은 엘로스의 답변을 다시 읽었다.흙을 걷어내라는 말을 들었다.하지만 가지 않았다.누가 그런 말을 했는지.언제였는
그리고 그의 옷깃을 살짝 잡아당겼다.“그런데 대공 전하.”“응?”“왜 자꾸 확인하세요?”레오나르드는 잠시 생각했다.“당신이 괜찮은지 알고 싶으니까.”세리아는 그를 바라봤다.예전의 레오나르드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먼저 말하는 사람이었다.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묻기보다, 자신이 지켜주겠다고 약속하는 사람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그는 기다렸고.물었고.대답을 들었다.세리아는 그의 뺨을 손끝으로 쓸었다.“저는 지금 아주 좋아요.”레오나르드의 눈빛이 부드러워졌다.“나도.”“그럼 오늘은 더 이상 아무것도 확인하지 마세요.”그는 잠시 웃었다.“그건 조금 어려울 것 같은데.”“왜요?”“당신이 좋아한다고 말하면 계속 듣고 싶어지니까.”세리아는 웃음을 터뜨렸다.“욕심쟁이.”“인정합니다.”그녀는 다시 그의 품에 안겼다.창밖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벽난로의 불빛이 두 사람의 그림자를 벽에 길게 드리웠다.레오나르드는 세리아의 머리카락에 입을 맞췄다.“세리아.”“네.”“사랑해.”세리아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그 말은 이제 두 사람 사이에서 낯설지 않았다.하지만 익숙해졌다고 해서 가벼워지지는 않았다.그녀는 그의 손을 잡았다.“저도 사랑해요.”레오나르드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다 그녀를 조금 더 깊이 끌어안았다.그날 밤 두 사람은 오래도록 응접실에 머물렀다. 책은 다시 펼쳐지지 않았고, 서류도 그대로 탁자 위에 놓여 있었다. 창밖의 비가 그칠 때까지 서로의 체온을 나누며 조용히 이야기를 나눴다.누군가의 미래를 결정하지 않아도 되는 밤이었다.두 사람에게는 그런 시간도 필요했다.다음 날 아침, 리시안은 새로운 기술 검토 결과를 받았다.과거 돌다리의 구조와 현재 확보된 자재 기록을 바탕으로 한 예비 분석이었다.기술자는 먼저 한계를 설명했다.당시의 정확한 강우량과 하천 수위, 아랫물길 방류량이 남아 있지 않았다. 따라서 침수 상황을 그대로 재현할 수는 없었다.다만 구조적 특성은 비교할 수
그는 도란에게 말했다.“기술자에게 당시 구조를 바탕으로 가능한 배수 경로를 비교해달라고 해주세요.”“예.”“측면 통로가 열려 있었을 때와 막혀 있었을 때를요.”“알겠습니다.”“다만 계산 결과가 나오더라도 실제 침수 상황을 재현한 것처럼 설명하지는 말아주세요.”도란이 고개를 끄덕였다.“당시 강우량과 수위 자료가 부족하다는 한계를 명시하겠습니다.”리시안은 통신을 끝내려다가 멈췄다.“그리고 도란 씨.”“예.”“현재 돌다리는 이미 다른 구조로 바뀌었죠?”“그렇습니다.”“그럼 과거 구조를 확인하려고 지금 다리나 배수로를 뜯어보지는 마세요.”“기존 도면과 기록을 우선 대조하겠습니다.”리시안은 고개를 끄덕였다.과거의 잘못을 확인하려다가 현재의 안전을 해쳐서는 안 됐다.오후에는 법무 담당자가 찾아왔다.그는 오래된 보상 재심 기록과 새로 발견된 도로 보수 문서를 함께 검토한 의견서를 가져왔다.“현재까지 확인된 자료만으로 과거 재심 결과를 바로 무효로 할 수는 없습니다.”리시안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고 있습니다.”“다만 당시 재심에서 검토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는 자료가 추가로 발견됐기 때문에, 기록의 보완과 판단 경위에 대한 재검토를 요청할 근거는 생겼습니다.”“그 요청은 누가 할 수 있습니까?”“현재 수탁관리기관이 공식적으로 요청할 수 있습니다. 피해 당사자의 가족도 관련 기록의 열람과 보완을 요청할 수 있으나, 구체적인 범위는 당시 문서의 보존 규정과 현재 적용되는 절차를 확인해야 합니다.”리시안은 의견서를 읽었다.“그럼 제가 단독으로 결정할 일은 아니군요.”“그렇습니다.”“오르딘 씨의 요청은요?”“그분이 원하신 관련 문서의 연계 열람은 원본을 수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검토할 수 있습니다. 기록 관리기관이 각 문서의 관계를 확인해 참조 목록을 붙이는 방법이 있습니다.”리시안의 시선이 멈췄다.“그럼 과거의 재심 결과를 그대로 두면서 위험 보고와 방호 둑 관련 문서를 함께 찾을 수 있게 되는 겁니까?”“예. 다만 각 문
베르트란 로웰.사십여 년 전 에르반 영지의 관리관이었던 남자의 이름은 두 장의 문서에 남아 있었다.하나는 서부 아랫물길의 개방 일정을 유지하라는 지시였다. 하류 농경지에 침수 위험이 있다는 보고가 올라왔고, 임시 방호 둑을 먼저 완공해야 한다는 요청도 있었지만 일정은 변경되지 않았다. 상부에서는 예정대로 작업을 진행하라고 승인했다.다른 하나는 하류 농로의 돌다리 보수 완료 보고서였다.그 보고서에는 다리 아래의 배수 통로를 임시로 막아두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하부 배수 통로 임시 폐쇄 상태 유지. 우기 종료 후 원상 복구 예정.리시안은 두 문서를 나란히 펼쳐놓았다.처음에는 서로 다른 사건처럼 보였다. 하나는 농업용 수로의 정비였고, 다른 하나는 수레가 지나가는 돌다리의 보수였다. 담당 부서도 달랐고, 사용된 예산도 달랐다. 그러나 두 공사는 같은 하류 배수 체계에 영향을 줄 수 있었다.무엇보다 두 문서의 결재란에는 같은 이름이 있었다.베르트란 로웰.리아가 맞은편에 앉아 종이를 내려다봤다.“오빠, 이 사람이 두 일을 다 알고 있었다는 뜻 아니야?”“적어도 두 문서에 결재했다는 건 확인됐어.”“그럼 아래쪽 물길을 막아둔 상태에서 위쪽 물길을 열라고 한 거잖아.”리시안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그는 두 문서의 날짜를 다시 확인했다.돌다리 보수 완료는 침수 발생 사흘 전이었다. 아랫물길 입구의 토사 제거 작업은 침수 발생 이틀 전부터 시작됐다. 두 작업의 시기가 겹친 것은 분명했다.하지만 문서에 적힌 ‘임시 폐쇄 상태 유지’가 실제로 어느 정도의 통수 공간을 막았다는 뜻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완전히 막힌 것인지, 일부만 좁아진 것인지도 알 수 없었다. 침수 당일까지 그 상태가 유지됐는지도 별도로 확인해야 했다.“리아.”“응.”“이 사람이 두 문서에 결재한 건 맞아. 그런데 결재했다는 것만으로 두 공사의 위험을 함께 검토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어.”“그럼 몰랐을 수도 있다는 거야?”“그럴 수도 있지.”“그런데 관리관이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