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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너울

Penulis: moominkiller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7-19 19:51:22

혼례는 붉었다.

문루에서 정당까지 붉은 비단이 깔리고, 처마마다 붉은 등이 걸렸다. 눈발 얹힌 잿빛 기와 위로 홍등이 줄지어 흔들렸고, 그 빛이 쌓인 눈에 비쳐 마당까지 발갛게 물들었다. 붉은 비단이 곳간에서 풀려 나갈 때마다 총관 상엄의 미간은 좁아졌고, 하례객들은 술잔을 든 채 서로 눈치만 살폈다. 웃자니 왕야의 낯이 무섭고, 웃지 않자니 혼례가 무색했다. 진묵은 그 붉은 것들 한가운데 서서, 오늘 하루치의 귀찮음을 재고 있었다. 절이 몇 번, 잔이 몇 순배, 하례객의 낯간지러운 소리가 몇 마디. 전장의 하루보다 길 것이 분명했다. 혼례의 홍포는 갑주보다 무거웠고, 관은 투구보다 이마를 눌렀다.

신부는 보름 길을 왔다고 했다. 붉은 너울 아래로 보이는 것은 흐트러짐 없는 어깨선과, 배운 대로 움직이는 손끝뿐이었다. 절하는 각도며 일어서는 순서까지 자로 잰 듯했다.

꽃잎이군.

진묵은 새기듯 생각하고, 남은 절차를 견뎠다.

밤이 되어서야 붉은 것들이 물러갔다. 신방에는 화촉 두 자루가 타고 있었다. 창에는 붉은 깁이 발려 바깥의 눈빛을 걸렀고, 화로의 숯이 이따금 낮게 튀었다. 침상에는 원앙을 수놓은 금침이 깔려 있었다. 북강 왕부에 있으리라곤 생각지 못한 고운 물건들이었다. 그 침상 모서리에 신부가 앉아 있었다. 여전히 너울 아래였다. 문이 닫히자 방 안에는 촛불 타는 소리만 남았다.

진묵은 다가섰다. 그의 그림자가 먼저 그녀에게 닿았다. 너울 아래 앉은 사람 하나쯤은 통째로 덮고도 남는 그림자였다.

상 위에 놓인 저울대를 집어 들었다. 격식이라는 것이었다. 너울 자락에 저울대 끝을 걸고, 걷어 올렸다.

붉은 것이 흘러내렸다.

그리고 진묵은, 저울대를 든 채로 잠시 그대로 서 있었다.

한떨기 꽃잎이라 들었다.

미치게 아름다운 꽃봉오리라고는, 아무도 고하지 않았다.

화촉 불빛이 여인의 얼굴 위에서 일렁였다. 갓 벌어지려는 꽃망울처럼 싱그러운 낯이 다소곳이 숙여져 있었다. 붉은 대수삼 위로 금실 원앙이 날개를 접고 있었고, 깃 위로 드러난 목덜미는 눈보다 희었다. 붉은 것에 둘러싸여 홀로 흰 것이, 화촉보다 눈을 끌었다. 숙인 정수리 위에서 장신구가 가늘게 흔들리며, 잘게 빛을 흩었다.

"······."

말이 없는 것은 진묵의 오랜 버릇이었으나, 말이 없어진 것은 처음이었다. 무언가에 맞았다는 것은 알겠는데, 무엇에 맞았는지를 몰랐다. 전장에서라면 이미 죽었을 순간이었다.

여인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고개를 완전히 꺾어야 그의 눈에 닿는 높이였다. 시선이 마주쳤다. 겁먹은 사슴처럼 물기 어린 눈이었다. 화촉의 불꽃이 그 눈 속에서 두 점으로 일렁였다.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완벽한 떨림이었다.

완벽해서, 거슬렸다.

진묵은 손을 뻗어, 여인의 턱을 손끝으로 들어 올렸다. 데면데면한 손길이 아니었다. 제 것의 상태를 살피는, 느리고 거리낌 없는 손길이었다. 엄지가 뺨의 선을 한 번 쓸고 지나갔다. 속눈썹이 다시 파르르 떨렸다. 이번 떨림이 배운 것인지 아닌지는, 그도 가려낼 수 없었다.

진묵은 손을 거두고, 저울대를 상 위에 내려놓았다. 잔에 술을 따라 하나를 그녀 앞으로 밀었다. 합환주였다. 붉은 실로 손잡이를 이어 묶은 한 쌍의 잔에, 맑은 술이 화촉 빛을 받아 잘게 흔들렸다. 그녀가 두 손으로 잔을 받았다. 그 두 손이 그의 한 손보다 작았다.

"신첩, 왕야를 뵈옵니다."

목소리마저 꽃잎 같았다. 여리고, 곱고, 나무랄 데 없이.

진묵은 제 잔을 비웠다. 그리고 침상 모서리에 앉은 그녀 앞에 한 발을 딛고, 몸을 숙였다. 천장에 닿을 듯하던 그림자가 접히며 내려왔다. 눈높이가 가까워지자 여인의 어깨가 흠칫 좁아졌다. 그것도 완벽했다.

그는 그녀의 귓가에 대고, 낮게 말했다.

"광대놀음은 거기까지 해라."

장신구의 흔들림이, 멎었다.

"네가 세작인 것을, 본왕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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