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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화. 약조

مؤلف: moominkiller
last update تاريخ النشر: 2026-07-26 20:06:49

부인.

그 두 글자는 밤이 깊도록 방 안에 남아 있었다. 혼례의 밤에도, 총애의 소문이 왕부를 덮던 날에도 나오지 않던 호칭이었다. 아껴 둔 것인지 없던 것인지 몰랐던 그 말이, 하필 싸움의 한가운데서 나왔다. 성문처럼 열렸다가, 닫히지 않고 있었다. 온보요는 그 말을 아무도 없는 자리에서 두 번 굴려 보았다. 세 번은, 굴리지 못했다.

그 밤 이불 속에서도 두 사람은 등을 맞대지 않았다. 맞대지 않았을 뿐, 어깨와 어깨 사이 한 뼘이 밤새 뜨거웠다. 싸운 부부의 한 뼘이란 그런 것이었다.

이튿날 서재에서, 두 사람은 싸움의 남은 반을 마저 싸웠다. 붓과 지도로.

서안 위에 북강과 경성을 잇는 물길 지도가 펼쳐지고, 찻잔 넷이 네 귀를 눌렀다. 어느 잔에서도 김이 오르지 않았다. 차를 마실 참이 아니었다. 먹만 진하게 갈려 있었다.

"입경 행렬에 상단 배를 붙이겠사옵니다." 온보요가 먼저 입을 열었다. 지도의 물길 위로 그녀의 손가락이 남쪽에서 북쪽으로 길게 지나갔다. "운수 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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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삭왕은 세작을 총애한다   65화. 강길

    문루의 먹빛이 관도 굽이 너머로 사라지고도, 온보요는 한참을 가마 발을 올리지 않았다. 이틀 뒤 하구에서 행렬은 배로 옮겨 탔고, 배는 물살을 따라 남으로 내려갔다.북강의 봄물은 흙빛이었다. 눈 녹은 물이 산의 흙을 안고 내려와, 뱃전에 부딪는 소리가 무거웠다. 온보요는 선실 창을 반 뼘 열어 두고 그 소리를 들으며 서신을 적었다. 왕부에 보낼 문안 한 통, 경성 온부에 보낼 문안 한 통. 두 통의 먹빛이 달랐다. 왕부 것은 진했고, 온부 것은 물을 더 탔다.세 번째 종이에는 아무에게도 보내지 않을 것들을 적었다가, 화로에 넣었다.강 위의 하루는 물때로 나뉘었다. 아침에는 안개가 뱃전을 핥고 지나갔고, 낮에는 물새가 돛줄에 앉았다 갔고, 저녁이면 사공들이 뱃노래 반 가락에 국을 말았다. 국에서는 강물 비린내가 옅게 났다. 사흘이 지나자, 그 비린내가 밥맛이 되었다.앵아는 아침저녁으로 선실에 들었다. 찻물을 올리고, 이부자리를 개고, 손이 야무졌다. 온보요는 그 손이 잘 보이는 자리에 서신 초를 두었다. 초에는 참을 일곱, 지어낸 것을 셋 섞었다. 지어낸 셋 가운데 하나— 왕비가 뱃멀미가 심해 예정보다 이틀 늦게 닿으리라는 것— 은, 이틀 뒤 첫 나루에서 값이 나왔다.나루의 객잔마다 방이 잡혀 있었다. 이틀 뒤 날짜로."마마, 객잔이 착오가 있었다는데요." 앵무가 갸웃거리며 아뢰었다. "날짜를 잘못 잡아 두었다고.""물길이 빨랐던 게지."착오가 아니었다. 지어낸 이틀이 나루까지 먼저 와 있었다. 귀는 소매 안에서 성실하게 일하고 있었고, 듣는 쪽은 들은 것을 성실하게 믿고 있었다. 온보요는 객잔의 국수 한 그릇을 남김없이 비웠다. 멸치와 파뿌리로 낸 국물이 뜨끈하고 순해서, 뱃멀미라는 거짓이 조금 미안해지는 맛이었다. 곁상의 앵무는 두 그릇을 비우고, 세 그릇째를 앞에 두고 오래 갈등했다.소월백은 배 세 척 뒤의 상단 배에 탔다.하루 한 번, 물목을 맞춘다는 명목으로 배를 건너왔다. 건너와서는 갑판 위, 사방이 트인 자리에서만 말을 나눴다.

  • 삭왕은 세작을 총애한다   64화. 배웅

    떠나기 전 마지막 밤, 사내는 아무것도 남겨 두지 않았다.밀린 외상을 하루에 다 받아 내는 채주처럼, 몇 번이고 그녀를 찾았다. 숨이 골라질 만하면 다시 입술이 내려왔고, 생각이 돌아올 만하면 다시 세상이 좁아졌다. 흰 빛이 몇 번을 다녀갔는지— 어느 결부터 그녀는 세는 것을 그만두었다. 그만둔 자리로 사내는 더 집요해졌다. 이 밤을 몸에 새겨 두면 떨어져 있는 계절 내내 꺼내 볼 수 있다는 듯이.정신을 놓은 것이 먼저인지, 밤이 다한 것이 먼저인지도 가려지지 않았다.어렴풋한 의식 사이로, 더운 물이 왔다. 사내가 손수 데워 온 물이었다. 힘이 들어가지 않는 몸을 큰 손이 받쳐 안고, 젖은 무명이 목덜미와 등과 팔을 천천히 지나갔다. 시비는 부르지 않았다. 제 손으로 어지럽힌 것을 제 손으로 거두는, 그런 손이었다. 새 속곳이 입혀지고, 고름이 매어지고, 몸이 침상에 뉘어졌다. 이불이 턱까지 올라왔다. 그 전부를 그녀는 반쯤 꿈결에 받았다.잠의 문턱 너머에서, 낮은 소리가 딱 한 번 내려왔다."봄이 가기 전에."기한인지 당부인지 가릴 수 없는 넉 자였다. 대답 대신 그녀의 손이 잠결에 사내의 소매를 찾아 쥐었고— 그것이 그 밤의 말 전부였다.새벽, 왕부는 등불을 다 켜고 있었다.가마 셋과 수레 다섯이 마당에 늘어서고, 어멈들이 마른 음식 궤짝을 다시 세었다. 방어멈은 가마 방석 밑에 손난로를 넣다가 들켜서, 봄이라는 말을 듣고도 하나를 기어이 더 넣었다. 넣으며 눈가를 훔치는 것은, 아무도 못 본 척해 주었다.호위 아이는 시비 옷을 입고 가마 곁에 섰다. 치마 밑에서 자꾸 무릎을 벌리고 서는 것을, 앵무가 지나가며 발등을 밟아 고쳐 주었다. 앵아는 왕비 가마의 곁시중으로 뽑혔다. 제가 뽑힌 줄 아는 낯이 발그레했다. 뽑힌 까닭은, 저만 몰랐다.부엌에서는 새벽밥 대신 주먹밥과 육포가 가마마다 실렸고, 상엄은 물목 두루마리를 세 번 확인하고도 네 번째를 폈다. 주먹밥은 어멈들 손맛대로 소금 간이 제각각이었는데, 짠 것은 눈물 섞인 것이라고 앵무

  • 삭왕은 세작을 총애한다   63화. 화촉(華燭)

    임자 노릇을 청한 뒤, 가장 먼저 임자를 잃은 것은 온보요의 숨이었다.어둠 속에서 사내가 웃었다. 낮고 젖은 웃음이 풀어진 옷고름 사이로 떨어졌다. 진묵은 고름 끝을 손가락에 감고 그녀를 당겼다. 발뒤꿈치가 요 끝에 걸렸다. 물러난 것은 한 걸음인데, 누운 것은 다음 숨이었다.입술이 내려왔다. 낮의 약조도 경성의 문서도 그 아래에서 한 장 종이처럼 탔다. 그녀가 청한 것은 임자 노릇이었는데, 사내는 한 계절 묵힌 외상부터 받아 냈다."하아······."진묵이 입술을 뗐다. 이마와 이마가 닿은 자리로 뜨겁고 고르지 못한 숨이 떨어졌다."무르기는." 갈라진 목소리가 낮게 내려앉았다. "이제 없다."온보요는 사내의 옷깃을 그러쥔 손부터 놓았다. 말을 듣지 않는 손가락을 하나씩 펴고, 목까지 차오른 숨을 삼켰다. 턱은 반듯이 들었으나 속눈썹 사이의 물기는 애원처럼 흔들렸다. 눈은 저리도 매달리면서, 입술은 끝까지 공문을 찾았다."문서라도 쓰시지요.""썼다. 방금— 네 입이 수결했다."진묵은 눈꼬리에 걸린 물기를 입술로 거두었다. 젖은 속눈썹이 다시 떨릴 때까지."번지면 곤란하니."무엇이 번진다는 것인지는 묻지 못했다. 웃음이 샜고, 옷은 한 겹씩 어둠에 녹았다. 손은 그녀의 숨이 얕아지면 더 느려졌고, 어깨가 달아나면 그보다 먼저 입술이 돌아갈 길을 막았다. 어디를 오래 누르면 몸이 제 손을 좇는지 이미 다 아는 사내 같았다. 왕부의 여인들이— 그날 삼킨 가시가 혀끝에 돋았다.다만 고름이 풀리는 순간, 엄지마디가 딱 한 번 떨렸다. 그것만 아니었다면 스무 해의 소문을 거짓으로 쳤을 것이다. 한 번의 떨림으로 믿기에는, 그 뒤의 손이 너무 태연했다.닿는 자리마다 살이 깨어났다. 입술이 목덜미의 맥을 짚고, 어깨의 선을 지나, 팔목 안쪽— 언젠가 자국을 새겼던 그 자리에 오래 머물렀다. 머무는 입술은 뜨거운데 지나간 자리는 서늘해서, 몸이 제멋대로 그 온도 차를 좇았다."읏······.""아프냐.""······아니옵니다.""그럼 그 소리는

  • 삭왕은 세작을 총애한다   62화. 약조

    부인.그 두 글자는 밤이 깊도록 방 안에 남아 있었다. 혼례의 밤에도, 총애의 소문이 왕부를 덮던 날에도 나오지 않던 호칭이었다. 아껴 둔 것인지 없던 것인지 몰랐던 그 말이, 하필 싸움의 한가운데서 나왔다. 성문처럼 열렸다가, 닫히지 않고 있었다. 온보요는 그 말을 아무도 없는 자리에서 두 번 굴려 보았다. 세 번은, 굴리지 못했다.그 밤 이불 속에서도 두 사람은 등을 맞대지 않았다. 맞대지 않았을 뿐, 어깨와 어깨 사이 한 뼘이 밤새 뜨거웠다. 싸운 부부의 한 뼘이란 그런 것이었다.이튿날 서재에서, 두 사람은 싸움의 남은 반을 마저 싸웠다. 붓과 지도로.서안 위에 북강과 경성을 잇는 물길 지도가 펼쳐지고, 찻잔 넷이 네 귀를 눌렀다. 어느 잔에서도 김이 오르지 않았다. 차를 마실 참이 아니었다. 먹만 진하게 갈려 있었다."입경 행렬에 상단 배를 붙이겠사옵니다." 온보요가 먼저 입을 열었다. 지도의 물길 위로 그녀의 손가락이 남쪽에서 북쪽으로 길게 지나갔다. "운수 상단이 봄 조운 길에 오르니, 물길의 절반은 저들 눈 밖에서 갑니다.""호위 아이는 가마에 넣는다." 진묵이 받았다. "시비 옷을 입혀서.""앵아도 데려가겠사옵니다."붓이 멎었다. 붓끝의 먹 한 방울이 지도의 물길 위에 떨어졌다. 사내의 눈이 들렸다."경성의 실을 끊지 않고 가져가는 것이옵니다. 저들의 귀를 신첩 소매에 넣고 가면, 저들은 신첩이 어디서 무엇을 듣는지를— 신첩이 고른 것만 듣게 되지요."붓이 다시 움직이기까지, 사내는 그녀를 오래 보았다. 판을 보는 눈이 아니었다.들려줄 것을 고르는 자가 판의 임자다. 혼례 첫날밤부터 두 사람이 마주 쥐고 있던 오래된 이치가, 이번에는 경성 한복판을 향해 놓였다. 진묵은 지도 위의 그 물길을 오래 내려다보다가, 붓으로 한 점을 짚었다. 경성 남문 밖, 물상들의 나루."본왕의 사람이 셋, 이 나루에 있다. 이십 년 된 사람들이다. 신호는—""매듭이옵니까.""떡이다.""······떡이요.""수수떡을 세 켜로 찌는 집은 그

  • 삭왕은 세작을 총애한다   61화. 황명

    황명은 두 줄이었다.노란 겉봉에 자줏빛 인끈. 겉봉을 여는 데는 향을 사르고 북향해 절하는 격식이 먼저였다. 격식을 다 치르고 펼친 조서는, 비단 바탕에 어보(御寶)가 선명했다.태후의 성수(聖壽)가 가까우니, 삭왕비는 입경하여 축수(祝壽)의 예를 올리라.두 줄을 읽는 데는 숨 한 번이면 족했고, 두 줄이 무는 것을 읽는 데는 숨이 여럿 필요했다. 성수는 구실이고, 부르는 것은 사람이었다. 탄핵으로 다리를 걸고, 하옥으로 팔을 꺾고, 그 다음에 내미는 부름. 오라— 네 발로.조서를 받든 그녀의 손은 흔들리지 않았다. 흔들림은, 곁에 선 사내의 턱선 몫이었다."감히— 본왕의 사람을, 오라 마라 하는구나."진묵은 황명을 서안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어보가 찍힌 비단을 놓는 손이, 여느 서신 한 장 놓듯 심상했다. 소리는 크지 않았다. 크지 않아서, 방 안의 등불이 더 조용해졌다."안 보낸다.""항명이 되옵니다.""병이 나면 된다. 왕비가 봄 고뿔로 눕는데 황명인들 어쩌겠느냐." 말을 마친 사내의 눈이, 느리게 그녀를 훑고 지나갔다. "정 그럴듯해야겠다면— 며칠 자리에서 못 일어나게 해 주마. 그것은 본왕이 잘하는 일이니."온보요는 그 말을 못 들은 것으로 치웠다. 치우는 귀끝이, 붉었다."고뿔은 낫사옵니다. 다음 명은 여름에 오고, 그 다음은 가을에 오고— 명이 오갈 때마다 금부의 사흘이 늘어나겠지요."오라버니의 사흘. 그 말에 사내의 턱선이 굳었다. 그는 서안을 돌아 나와 그녀 앞에 섰다. 가까이 선 그림자가 등불을 반쯤 삼켰다."저들이 너를 부르는 까닭을 알고도 가겠다는 것이냐.""까닭을 아니까 가는 것이옵니다." 온보요는 물러서지 않았다. "신첩은 저들이 지어 준 세작이옵니다. 세작은 제 발로 걸어 들어가도 문이 열리는, 천하에 하나뿐인 병장기지요. 저들의 부름이— 신첩에게는 성문이옵니다.""저들의 성문이 어떤 것인지 잊었느냐. 열고 들어가기는 쉽다. 그 문은 본래— 들어오는 자에게는 넓다.""성문 안에서 문이 닫히면.""열 수

  • 삭왕은 세작을 총애한다   60화. 기별

    아버지보다 더 무서워해요— 그 떨리던 목소리가 사흘째 귓가에 남아 있던 낮이었다. 낮것상을 물리기도 전에, 상엄이 저자에서 주운 소문 하나를 문밖에서 아뢰었다.소금과 비단을 부린 남쪽 배가 하구에 닿았고, 뱃사람들의 입이 국밥집에서 풀렸다. 관보다 소문이 언제나 사흘 빨랐다.온 시랑이 조회에서 탄핵을 받았다더라. 시랑은 인수를 반납하고 집에 들었고, 큰아들은 금부에 불려가 사흘째 나오지 못했다더라.온보요는 수저를 놓지 않았다. 국을 마저 뜨고, 상을 물리고, 시비들을 내보내고— 문이 닫힌 뒤에야, 서안 모서리를 짚은 손끝이 희어졌다.아버지. 오라버니.겨울 전 마지막 서신에서 아버지는 매화 화분을, 오라버니는 조카의 백일 잔치를 길게 적었다. 태평하던 문장들이 지금 와서 목에 걸렸다.죄목은 남방 물길의 세— 우스웠다. 온가의 물길 연은 이십 년 전에 끊긴 것을, 끊은 자들이 더 잘 알 것이었다. 죄목이 우스울수록 뜻은 무거웠다. 죄가 있어 치는 것이 아니라, 칠 때가 되어 죄를 지어낸 것이니.칠 때. 어째서 지금인가. 돌 궤짝이 돌아가고 철장산이 파헤쳐진 다음— 북강의 판이 뜻대로 굴러가지 않자, 판 밖의 말을 잡은 것이다. 왕비의 손이 닿지 않는, 가장 아픈 말을.문이 열렸다. 진묵이었다. 갑주도 벗지 않은 채였고, 어깨에 조련장의 흙먼지가 그대로 앉아 있었다. 군무 중일 시각이었다. 누가 알렸는지는 묻지 않아도 알았고, 알리라고 시킨 적 없는 것도 알았다."들었느냐.""들었사옵니다.""낯이 그 모양인데, 상은 다 물렸다더구나."사내는 서안 앞에 앉은 그녀 곁에 서서, 희어진 손끝을 내려다보았다. 위로의 말을 고르는 낯이 아니었다. 위로를 골라 본 적 없는 사내가, 고르는 법을 몰라서 그냥 서 있는 낯이었다."여인이 울면 소매를 내주라— 책에는 그리 나오던데. 여인들은 어째서 그 대목에서 낯을 붉히는 것이냐." 이윽고 그가 말했다. "본왕은 소매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이 품을, 전부 내어주마. 이리 오거라.""······책도 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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