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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고에 남자를 들였다는 소문

Author: 유월
last update Petsa ng paglalathala: 2026-09-09 22:23:01

아르셀리아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아주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평소와 달랐다.

침실의 공기가 낯설었다.

정확히는, 자신 말고 다른 존재의 기척이 있었다.

아르셀리아는 눈을 뜬 채 천장을 바라보았다. 붉은 수정으로 장식된 천장에는 새벽빛이 희미하게 스며들고 있었다. 아직 해가 완전히 뜨기 전이라 방 안은 어두웠고, 커튼 사이로 들어온 빛이 침대 가장자리만 겨우 밝혔다.

그녀는 움직이지 않은 채 귀를 기울였다.

숨소리.

아주 얕았다.

인간이 아닌 것처럼 고요했지만 분명 누군가 있었다.

아르셀리아의 붉은 눈이 천천히 옆으로 돌아갔다.

창가.

거기에 남자가 서 있었다.

검은 머리카락이 등 뒤로 느슨하게 흘러내렸고, 몸에는 어젯밤 어디선가 주워 온 듯한 검은 셔츠와 바지가 걸쳐져 있었다. 황금빛 눈은 창밖을 향하고 있었지만, 그녀가 깨어난 순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가 있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주인님.”

아르셀리아의 얼굴이 즉시 굳었다.

“왜 여기 있어.”

“어제 말씀드렸는데요.”

“뭘.”

“멀리 떨어질 수 없다고.”

아르셀리아는 한동안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어젯밤 분명 보물고에 넣어 두었다. 정확히는, 다시 검으로 변하라고 지시했고 아스테리온은 뻔뻔하게 싫다고 했으며, 결국 아르셀리아가 보물고 문을 잠가 버렸다.

그런데 지금은 침실에 있다.

아르셀리아가 몸을 일으켰다.

“문 잠갔는데.”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나왔어.”

“검에게 문이라는 개념이 그렇게 중요하진 않습니다.”

“…….”

“특히 제 주인이 같은 궁 안에 있을 때는요.”

아르셀리아는 침묵했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사이 눈빛이 조금 차가워졌다.

“내 허락 없이 침실에 들어온 거야?”

아스테리온의 미소가 아주 조금 줄었다.

가볍게 넘겨도 될 문제와 그렇지 않은 문제를 구별할 줄 아는 모양이었다.

“그 부분은 사과드리겠습니다.”

“다시는 하지 마.”

“예.”

“그리고 나가.”

“그건 어렵습니다.”

아르셀리아가 그를 노려보았다.

“사과한 지 한 호흡도 안 됐는데.”

“침입한 것은 사과드린다고 했지, 떨어져 있겠다고 한 적은 없습니다.”

“…….”

“제 인간형을 유지하려면 주인님의 마력이 필요합니다.”

“검으로 있으면 되잖아.”

“그건 제가 싫습니다.”

아르셀리아는 침대에서 내려왔다. 맨발이 붉은 대리석 바닥에 닿았다. 몸을 일으킨 순간 길게 흘러내린 적발 사이로 작은 뿔이 드러났다.

아스테리온의 시선이 잠시 그 뿔에 머물렀다.

아르셀리아는 그걸 놓치지 않았다.

“뭘 봐.”

“아무것도 아닙니다.”

“봤잖아.”

“예뻐서요.”

아르셀리아가 눈썹을 찌푸렸다.

“드래곤한테 그런 말 하지 마.”

“왜죠?”

“귀찮아져.”

아스테리온이 웃었다.

“좋아한다고 말하면 더 귀찮아집니까?”

“그만.”

“아직 좋아한다고는 안 했습니다.”

“곧 할 것 같으니까.”

“눈치가 빠르시군요.”

아르셀리아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대신 그를 지나쳐 세면대로 향했다.

아스테리온은 자연스럽게 뒤따랐다.

아르셀리아가 뒤를 돌아보았다.

“왜 따라와.”

“말했지 않습니까.”

“멀리 떨어질 수 없다고?”

“예.”

“얼마나.”

아스테리온이 잠시 생각하는 척했다.

“현재는 열 걸음 정도?”

아르셀리아가 멈췄다.

“현재는?”

“계약이 안정되면 조금 더 멀어질 수도 있고.”

“아니면?”

“더 가까이 있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왜.”

“주인님의 마력과 제 신성력이 어떻게 섞이는지 아직 정확히 모르니까요.”

아르셀리아는 그 말을 듣고 처음으로 조금 진지해졌다.

신성력과 드래곤의 마력.

상극에 가깝다.

인간들이 드래곤을 상대할 때 성검이나 성유물을 사용하는 이유도 그것이었다. 신성력은 드래곤의 마력핵을 직접 건드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힘 중 하나였다.

그런데 아스테리온은 어제 자신이 손잡이를 잡은 순간 오히려 폭발적으로 빛났다.

그것도 ‘주인을 인정하는 빛’이라는 말을 인간 용사가 했다.

아르셀리아는 세면대 앞에서 손을 멈췄다.

“어제.”

“예.”

“그 빛.”

아스테리온의 표정이 조금 달라졌다.

“주인님께서 저를 잡았을 때요?”

“응.”

“성검이 계약자를 인정할 때 나타나는 반응입니다.”

“난 계약한 적 없는데.”

“저는 했습니다.”

아르셀리아의 시선이 돌아갔다.

“누구 마음대로?”

아스테리온은 망설이지 않았다.

“제 마음대로.”

“…….”

“성검은 주인을 선택합니다.”

“인간이 널 선택하는 게 아니고?”

“인간들은 그렇게 믿고 싶어 하지요.”

그의 목소리가 아주 미세하게 식었다.

처음이었다.

어젯밤부터 줄곧 능글맞게 웃던 남자의 얼굴에서 인간을 향한 냉소가 스쳤다.

“수많은 인간이 저를 손에 넣었습니다. 왕도 있었고, 성기사도 있었고, 용사도 있었죠. 그들은 모두 자신이 저를 선택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는?”

“아무도 아니었습니다.”

아스테리온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금빛 눈이 잠시 지나치게 깊어졌다.

“주인님이 처음입니다.”

아르셀리아는 그 시선을 받다가 고개를 돌렸다.

“그 주인님이라는 말부터 좀 그만해.”

“싫으십니까?”

“이상해.”

“어떻게 불러드릴까요.”

“아르셀리아.”

아스테리온이 조용해졌다.

아르셀리아는 세수를 하다가 그 침묵이 길어지는 것을 느꼈다.

고개를 들었다.

아스테리온은 여전히 그녀를 보고 있었다.

“왜.”

“이름을 허락하시는군요.”

“이름 부르는 게 뭐.”

“인간들은 저한테 성검이라고만 했습니다.”

아르셀리아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다시 수건을 집었다.

“난 인간 아니야.”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아르셀리아라고 해.”

아스테리온은 아주 느리게 웃었다.

“그럼 가끔만 주인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왜 가끔.”

“좋아서요.”

“……귀찮아.”

“그 말씀도 자주 하시는군요.”

“네가 귀찮게 하니까.”

아스테리온은 기분 나빠하는 기색도 없이 웃었다.

아르셀리아는 문득 생각했다.

검이 사람으로 변했다는 것도 이상하지만.

성격이 있는 검이라는 게 더 이상했다.

심지어 아주 귀찮은 성격이었다.

아침 식사는 평소보다 두 배로 피곤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아스테리온이 맞은편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화염궁의 식당은 인간 기준으로는 작은 연회장만 했다. 긴 검은 식탁 위로 붉은 유리등이 떠 있었고, 창밖에서는 용암강이 천천히 흘렀다.

아르셀리아는 평소처럼 뜨거운 차를 마시며 빵을 뜯었다.

맞은편의 아스테리온은 접시에 손도 대지 않았다.

아르셀리아가 그를 바라보았다.

“안 먹어?”

“먹을 필요 없습니다.”

“왜.”

“검이니까요.”

“지금은 남자잖아.”

“그래도 본질은 같습니다.”

“배 안 고파?”

“그런 감각은 있습니다.”

“그럼 먹어.”

아스테리온의 눈이 조금 가늘어졌다.

“걱정하시는 겁니까?”

“아니.”

“상처받았습니다.”

“상처받을 몸도 아니잖아.”

“정확하시군요.”

아르셀리아는 빵을 한입 베어 물었다.

잠시 뒤 아스테리온이 포크를 들었다.

아르셀리아가 눈길만 주었다.

“먹을 필요 없다며.”

“아르셀리아가 먹으라고 했으니까요.”

“…….”

“주인의 명령을 따르는 좋은 검입니다.”

아르셀리아는 포크를 내려놓았다.

“그 말 진짜 마음에 안 들어.”

“어떤 부분이요.”

“검이면서 사람처럼 굴고, 사람처럼 굴면서 자꾸 검인 척해.”

아스테리온의 눈에 웃음기가 번졌다.

“둘 다 저니까요.”

그 말은 이상하게도 장난처럼 들리지 않았다.

아르셀리아는 잠시 그의 얼굴을 보다가 다시 식사를 이어갔다.

그때 식당 문이 열렸다.

작은 불도마뱀 하나가 종종걸음으로 들어왔다. 어제 소파 옆에서 자고 있던 화염령이었다.

놈은 아르셀리아를 보자 꼬리를 흔들었다.

“키륵.”

“왔어?”

불도마뱀은 식탁 아래를 지나 아르셀리아의 발치로 다가왔다.

그러다가.

아스테리온을 봤다.

정지.

“…….”

“…….”

불도마뱀과 아스테리온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키륵?”

아스테리온이 고개를 기울였다.

“저를 아십니까?”

“키르르르륵!”

불도마뱀의 몸 전체에서 불꽃이 확 피어올랐다.

아르셀리아가 말했다.

“루비.”

불꽃이 조금 줄었다.

루비는 여전히 아스테리온을 경계했다.

아르셀리아가 말했다.

“내 거야.”

그 순간.

아스테리온의 손이 멈췄다.

루비의 불꽃도 멈췄다.

아르셀리아는 아무것도 모른 채 차를 마셨다.

“그러니까 공격하지 마.”

“키륵……?”

루비가 혼란스럽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아스테리온은 아주 느리게 입꼬리를 올렸다.

“아르셀리아.”

“왜.”

“한 번만 더.”

“뭘.”

“방금 말씀.”

아르셀리아가 그를 봤다.

“내 거?”

“예.”

“싫어.”

“아쉽군요.”

“검 하나 주웠다고 왜 이렇게 피곤하지.”

“저는 행복합니다.”

“난 아니야.”

“곧 행복해지실 겁니다.”

“무슨 자신감이야.”

아스테리온이 너무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제가 예쁘잖습니까.”

아르셀리아의 손이 멈췄다.

아스테리온은 웃었다.

“검일 때 좋아하셨으니까.”

“…….”

“인간형도 마음에 들지 않습니까?”

“아니.”

“방금 아주 잠깐 망설이셨습니다.”

“기분 탓이야.”

“드래곤도 거짓말을 하는군요.”

아르셀리아는 그에게 빵 하나를 던졌다.

아스테리온이 가볍게 받아냈다.

루비는 그 모습을 보고 작게 울었다.

“키륵.”

아르셀리아에게는 어쩐지 한숨처럼 들렸다.

문제는 그날 오전부터 시작됐다.

화염궁에는 인간 하인은 거의 없었다.

적염령에서 태어난 불정령들과 소수의 드래곤 혈족이 궁을 관리했다. 다른 드래곤의 궁처럼 수행원이 많지도 않았다.

아르셀리아가 사람 많은 걸 싫어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문이 퍼질 일도 적었다.

원래라면.

그런데 하필 그날.

은월령에서 손님이 왔다.

“아르셀리아!”

멀리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아르셀리아의 표정이 굳었다.

아스테리온은 책을 넘기다 고개를 들었다.

두 사람은 서재에 있었다.

정확히는 아르셀리아가 책을 읽고 있었고, 아스테리온은 열 걸음 이내에 있어야 한다며 맞은편 소파를 차지한 상태였다.

“누구죠?”

“귀찮은 애.”

“친구입니까?”

“아니.”

“아르셀리아!”

문이 벌컥 열렸다.

은빛 머리카락이 먼저 들어왔다.

실버 드래곤 세레니스였다.

달빛 같은 은발과 옅은 청회색 눈을 가진 여자. 은월령의 귀족이자 아르셀리아와 약 삼백 년 동안 알고 지낸 사이였다.

친구냐고 물으면 아르셀리아는 아니라고 했고.

세레니스는 맞다고 했다.

“왜 답장이 없어?”

“읽었어.”

“읽었으면 답을 해야지.”

“싫었어.”

“그걸 지금 대답이라고…….”

세레니스의 말이 끊겼다.

시선이 아르셀리아 너머로 향했다.

아스테리온.

아스테리온은 책을 든 채 세레니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세레니스의 눈이 조금 커졌다.

다시 아르셀리아.

다시 아스테리온.

그리고 또 아르셀리아.

“…….”

아르셀리아는 불길한 기분을 느꼈다.

“왜.”

세레니스가 아주 천천히 물었다.

“저 남자 누구야?”

“검.”

“……뭐?”

“검이라고.”

세레니스가 아스테리온을 봤다.

아스테리온이 예의 바르게 웃었다.

“아스테리온입니다.”

“사람인데?”

“검입니다.”

세레니스의 표정이 더 이상해졌다.

“사람으로 변하는 검?”

“응.”

“어디서 났는데?”

“주웠어.”

“어디서?”

“어제 인간이 들고 왔어.”

세레니스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아주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인간은?”

“보냈어.”

“검만 뺏고?”

“응.”

아스테리온이 정정했다.

“제가 아르셀리아를 선택했습니다.”

세레니스가 또 멈췄다.

“선택?”

“계약자로요.”

“…….”

세레니스가 조용히 아르셀리아 옆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너 저거 정체 알아?”

“성검.”

“그건 나도 들었어. 정확히.”

“용살성검.”

세레니스의 눈이 확 커졌다.

“미쳤어?”

아르셀리아가 귀를 막았다.

“시끄러워.”

“드래곤 죽이는 검을 왜 집에 들여!”

“예쁘잖아.”

“그게 이유야?”

“충분하지.”

세레니스가 이마를 짚었다.

“아르셀리아.”

“응.”

“가끔 네가 레드 드래곤이라는 사실이 너무 선명해서 무서울 때가 있어.”

“칭찬?”

“아니.”

그때 아스테리온이 말했다.

“저도 아직 아르셀리아를 죽일 생각은 없습니다.”

세레니스가 홱 돌아봤다.

“‘아직’?”

아스테리온이 미소 지었다.

“농담입니다.”

“안 웃겨.”

“저는 재미있었습니다.”

세레니스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실버 드래곤의 마력이 서재 안에 얇게 퍼졌다.

아르셀리아가 책장을 넘기며 말했다.

“싸우지 마.”

“쟤 위험해.”

“알아.”

“아는데 두고 있어?”

“내 거니까.”

세레니스가 굳었다.

아스테리온도 잠깐 조용해졌다.

아르셀리아는 그제야 둘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들었다.

세레니스가 아주 천천히 물었다.

“방금 뭐라고 했어?”

“내 거.”

“…….”

“내가 주웠으니까.”

세레니스의 표정이 기묘하게 변했다.

“어디에 뒀는데?”

아르셀리아는 조금 귀찮아졌다.

“뭘.”

“어제 처음 가져왔을 때.”

“보물고.”

세레니스의 입이 벌어졌다.

아르셀리아는 그 표정을 보고 뒤늦게 불길함을 느꼈다.

“왜.”

“몇 번째.”

“세 번째.”

“개인 보물고?”

“응.”

세레니스는 눈을 감았다.

깊은 침묵.

아르셀리아가 물었다.

“왜 그러는데.”

세레니스가 눈을 떴다.

“너 진짜 몰라?”

“뭘.”

“살아 있는 존재를 개인 보물고에 들이는 게 무슨 뜻인지.”

아르셀리아는 잠깐 생각했다.

그리고 담담하게 말했다.

“반려.”

“알잖아!”

세레니스의 목소리가 서재를 울렸다.

아르셀리아가 미간을 찌푸렸다.

“근데 얘는 검이잖아.”

세레니스가 아스테리온을 가리켰다.

“지금 저게 검으로 보여?”

아스테리온이 친절하게 웃었다.

“필요하시면 검으로 변해 드릴 수도 있습니다.”

“당신은 조용히 해요.”

“예.”

세레니스는 다시 아르셀리아를 봤다.

“보물고에 넣고, ‘내 거’라고 했고.”

“응.”

“이름도 부르게 했지?”

“응.”

“궁에서 같이 지내고?”

“그건 얘가 멀리 못 떨어진다고 해서.”

“잠깐.”

세레니스의 눈이 가늘어졌다.

“밤에는?”

아르셀리아가 대답했다.

“침실에 왔어.”

세레니스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

아스테리온이 웃었다.

“아직 함께 자지는 않았습니다.”

“당신 진짜 조용히 해요.”

“예.”

세레니스는 한동안 아르셀리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주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미 늦었어.”

“뭐가.”

“소문.”

“무슨 소문.”

“너 반려 들였다는 소문.”

아르셀리아가 잠시 멈췄다.

“누가 알아.”

세레니스가 그녀를 불쌍하다는 듯 바라봤다.

“내가 여기 들어올 때 화염궁 입구에 있던 불정령 셋이 나를 보면서 계속 속닥거리더라.”

“뭐라고.”

세레니스가 완벽하게 흉내 냈다.

“‘아가씨께서 어젯밤 보물고의 남자를 침실로 데려가셨대.’”

정적.

아르셀리아의 눈이 천천히 가늘어졌다.

아스테리온은 입을 손으로 가렸다.

웃음을 참는 얼굴이었다.

아르셀리아가 고개를 돌렸다.

“웃어?”

“아닙니다.”

“웃었잖아.”

“기뻐서요.”

“뭐가 기뻐.”

“공식적인 반려에 조금 가까워진 것 같아서.”

“아니야.”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는데요.”

“사람 아니고 드래곤.”

“더 좋군요.”

아르셀리아의 손끝에 불꽃이 피었다.

세레니스가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잠깐, 서재 태우지 마.”

“쟤만 태울 거야.”

아스테리온이 여유롭게 말했다.

“저는 불에 잘 견딥니다.”

“시험해 볼까?”

“주인님께서 직접 해 주신다면.”

“……너 진짜.”

아르셀리아는 처음으로 성검을 주워 온 것을 아주 조금 후회했다.

정확히는.

검만 가져왔어야 했다.

성격까지 딸려 올 줄은 몰랐다.

그리고 그날 오후.

소문은 이미 화염궁을 넘어섰다.

적염령.

은월령.

황금령.

심지어 칠색 의회까지.

내용은 전달될 때마다 조금씩 변했다.

처음에는.

아르셀리아가 살아 있는 성검을 보물고에 들였다.

그다음에는.

아르셀리아가 인간 남자를 보물고에 숨겨 두었다.

그리고 조금 뒤.

아르셀리아가 보물고에서 반려를 골랐다.

마지막으로 칠색 의회에 도착했을 때는.

적염령의 아르셀리아 로하르트가 용살성검과 반려 계약을 맺고 같은 침실을 사용 중이다.

아르셀리아가 그 소문을 들은 것은 해가 기울 무렵이었다.

그녀는 아주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앞에는 세레니스.

옆에는 아스테리온.

세레니스는 눈을 피했다.

아스테리온은 만족스러운 얼굴이었다.

아르셀리아가 천천히 물었다.

“같은 침실?”

세레니스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소문이라는 게 원래 그래.”

“반려 계약?”

“그것도…….”

“같은 침실?”

“왜 그 부분만 두 번 말해.”

아르셀리아의 시선이 아스테리온에게 향했다.

“너.”

“예.”

“오늘부터 보물고에서 자.”

“싫습니다.”

“명령이야.”

아스테리온이 그녀를 바라보다 아주 천천히 웃었다.

“그러면 조건이 있습니다.”

아르셀리아의 눈썹이 올라갔다.

“내가 왜 네 조건을 들어.”

“인간형을 유지하려면 마력이 필요하니까요.”

“검으로 자.”

“그건 더 싫습니다.”

“…….”

아스테리온이 몸을 조금 숙였다.

금빛 눈이 그녀와 가까워졌다.

“하루에 한 번.”

“뭐.”

“직접 마력을 주십시오.”

아르셀리아가 눈을 가늘게 떴다.

“어떻게.”

“가장 간단한 방법은.”

아스테리온이 손을 내밀었다.

“손을 잡는 겁니다.”

아르셀리아는 그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길고 반듯한 손가락.

검을 쥐기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단단한 손.

잠시 고민했다.

보물고.

침실.

소문.

그리고 더 이상의 귀찮은 오해.

아르셀리아는 결국 그의 손을 잡았다.

그 순간.

웅―

금빛 빛이 두 사람의 손 사이에서 피어났다.

아르셀리아의 붉은 마력과 아스테리온의 금빛 신성력이 서로 얽혔다.

세레니스의 눈이 커졌다.

“……잠깐.”

아르셀리아가 돌아봤다.

“왜.”

“손목.”

“뭐?”

세레니스가 아르셀리아의 손목을 가리켰다.

붉은빛과 금빛이 섞인 얇은 문양이 피부 위로 떠오르고 있었다.

반대쪽.

아스테리온의 손목에도.

똑같은 문양.

세레니스의 얼굴이 굳었다.

아르셀리아도 처음으로 표정을 잃었다.

아스테리온만 조용히 그 문양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아주 낮게 말했다.

“……역시.”

아르셀리아의 시선이 날카롭게 올라갔다.

“역시?”

그 순간.

아스테리온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아주 잠깐.

하지만 분명했다.

그는 이 문양을 알고 있었다.

“너.”

아르셀리아가 그의 손을 더 강하게 잡았다.

“이게 뭔지 알아?”

아스테리온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천천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금빛 눈 속에서 무언가 오래된 것이 흔들렸다.

그리고.

아주 조용하게.

말했다.

“계약이 시작됐습니다.”

아르셀리아의 붉은 눈이 가늘어졌다.

“무슨 계약.”

아스테리온은 잠시 침묵했다.

그러고는 다시 웃었다.

익숙한 능글맞은 얼굴로.

“글쎄요.”

아르셀리아는 그 순간 확신했다.

이 검.

자신에게 뭔가 숨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처음으로.

단순히 예뻐서 가져온 보물을 제대로 조사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늦기 전에.

그 정체를.

정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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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검은 드래곤과 혼인하고 싶어 합니다   제 방에 오시겠다는 약속은 잊지 않으셨겠죠

    차를 다 마셨을 무렵, 아르셀리아는 책을 펼쳤다.아스테리온은 찻잔을 정리하다가 그녀를 봤다.“무슨 책입니까?”“서고에서 가져왔어.”“예.”“네가 전에 읽던 거.”아스테리온의 손이 멈췄다.“제가요?”“응.”그녀가 표지를 보여 줬다.은월령의 고대 식물과 마력 반응에 관한 책이었다.아스테리온은 며칠 전 그 책을 읽다가 파란색 꽃이 등장하는 부분에 표시를 해 두었다.“이거.”아르셀리아가 책장을 넘겼다.“네가 좋아한다고 했던 꽃.”“월광초.”“응.”“왜 가져오셨습니까?”“궁금해서.”“…….”“네가 왜 좋아하는지.”아스테리온은 그녀를 바라봤다.아르셀리아는 책장을 넘기며 말했다.“빛이 닿으면 파랗게 보이고, 어두워지면 은빛으로 바뀐다며.”“예.”“희귀한 꽃은 아닌데 은월령에서는 정원에 많이 심는다고.”“그렇습니다.”“그럼 나중에 화염궁에도 심어 볼까?”아스테리온의 눈이 커졌다.“화염궁에요?”“응.”“적염령의 기온은 월광초에 맞지 않을 텐데.”“온실 있잖아.”“…….”“마력 조절하면 되지.”아스테리온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아르셀리아가 고개를 들었다.“왜.”“제가 좋아한다고 해서.”“응.”“꽃을 심으시려고요?”“싫어?”“아닙니다.”“그럼.”아르셀리아는 다시 책을 봤다.“너 파란색 좋아하잖아.”“…….”“푸른 러그도 샀고.”“예.”“이 꽃도 예쁘다며.”“예.”“그럼 네 방 창가에서 보이면 좋잖아.”아스테리온은 천천히 창가를 바라봤다.창문 밖에는 화염궁의 붉은 정원이 펼쳐져 있었다.그곳에.파란 꽃이 핀다면.자기가 좋아하는 색의 꽃이.아르셀리아의 정원에.피어난다면.“…….”그는 잠시 숨을 골랐다.“주인님.”“응.”“그 꽃은.”“응.”“제가 직접 심어도 됩니까?”아르셀리아가 고개를 들었다.“네가?”“예.”“식물 키워 본 적 있어?”“없습니다.”“그럼 리엔한테 물어봐.”“예.”“온실 한쪽 비워 줄게.”아스테리온의 눈이 조금 밝아졌다.“정말입니까?”“

  • 성검은 드래곤과 혼인하고 싶어 합니다   제 방에 오시겠다는 약속은 잊지 않으셨겠죠

    똑똑.아스테리온의 손이 멈췄다.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똑똑.두 번째 노크.“아스테리온.”문 너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나야.”아스테리온은 자리에서 일어났다.문으로 걸어갔다.손잡이를 잡았다.그리고 문을 열었다.아르셀리아가 서 있었다.짙은 붉은 머리카락을 느슨하게 묶고, 평소 집무실에서 입던 검은색 원피스 차림이었다. 한 손에는 얇은 책을 들고 있었고, 다른 손에는 작은 접시가 있었다.“왜 그렇게 봐?”아르셀리아가 물었다.아스테리온은 잠깐 대답하지 않았다.“…….”“아스테리온?”“오셨군요.”“응.”“정말.”아르셀리아가 눈썹을 올렸다.“약속했잖아.”“예.”“들어가도 돼?”아스테리온은 곧바로 옆으로 비켜섰다.“물론입니다.”아르셀리아가 문턱을 넘었다.그 순간 아스테리온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어제도 왔다.그제도 왔다.처음 초대했던 날에도 왔다.그런데 오늘은 조금 달랐다.아르셀리아가 자기 발로.약속한 시간에.자신을 만나기 위해.이 방에 왔다.“뭐 해?”아르셀리아가 물었다.아스테리온이 정신을 차렸다.“아닙니다.”“또 멈췄어.”“예.”“왜?”그는 천천히 웃었다.“반가워서요.”아르셀리아의 표정이 조금 부드러워졌다.“나도.”“…….”“너 보니까 반갑네.”아스테리온은 다시 멈췄다.아르셀리아가 웃었다.“또.”“……예.”“오늘 몇 번 멈출 거야?”“아직 모르겠습니다.”“그럼 일단 차부터 줘.”“예.”아스테리온은 그녀를 방 안으로 안내했다.아르셀리아는 자연스럽게 푸른 러그 위에 앉았다.그리고 손에 들고 있던 접시를 찻상 위에 올려놓았다.아스테리온이 물었다.“이건 무엇입니까?”“과자.”“…….”“차 마신다며.”“예.”“빈속에 마시면 심심하잖아.”아스테리온은 접시를 내려다봤다.작은 버터 과자였다.화염궁 주방에서 만든 것으로 보였다.“직접 가져오셨습니까?”“응.”“왜요?”아르셀리아가 이상하다는 듯 그를 봤다.“손님이 빈손으로 오면 좀 그렇잖아.

  • 성검은 드래곤과 혼인하고 싶어 합니다   제 방에 오시겠다는 약속은 잊지 않으셨겠죠

    “성검님?”관리 정령의 부름에 아스테리온이 고개를 들었다.“예.”“여기 기록이 하나 빠졌어요.”정령이 가리킨 곳은 붉은 수정 왕관과 황금 술잔 사이였다.아스테리온이 처음 놓였던 자리.그곳의 목록에는 오래된 항목이 남아 있었다.고대 성검. 소유자 아르셀리아 로하르트.아스테리온은 한동안 그 문장을 바라봤다.소유자.그 단어는 이제 익숙하지 않았다.아르셀리아는 왕실 기록에서 자신을 사용한 사람들을 ‘소유자’가 아니라 ‘사용자’로 고쳐 적었다. 자신을 검으로 다루던 이들의 이름을 읽으며, 그들이 자신의 주인이 아니었다고 말해 주었다.하지만 지금 눈앞의 기록은 조금 달랐다.그는 스스로 아르셀리아의 보물이 되고 싶다고 했다.그녀의 검이고 싶었다.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보물고의 물품 목록에 남아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이 항목은.”아스테리온이 조용히 말했다.“수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어떻게요?”그는 잠시 생각했다.그리고 펜을 들었다.기존 기록 위에 선을 그었다.고대 성검. 소유자 아르셀리아 로하르트.그 아래 새로운 문장을 적었다.아스테리온. 현재 독립된 인격체로 생활 중. 보물고 보관 대상에서 제외.관리 정령이 눈을 깜빡였다.“그럼 성검님은 이제 보물 목록에서 빠지는 거예요?”아스테리온은 잠시 멈췄다.“공식 물품 목록에서는요.”“아가씨가 아쉬워하시지 않을까요?”“…….”그는 빈 선반을 바라봤다.“아마.”조금 웃었다.“아르셀리아는 여전히 저를 보물이라고 부르실 겁니다.”“그럼 목록에서도 보물 아닌가요?”“그건 다른 뜻입니다.”“어떻게 다른데요?”아스테리온은 대답을 고르느라 잠시 생각했다.“여기 있는 물건들은 주인님이 어디에 놓을지 정하실 수 있습니다.”“네!”“하지만 저는 제가 어디에 있을지 고를 수 있습니다.”정령은 잠깐 고개를 갸웃하더니 활짝 웃었다.“아! 성검님은 걸어 다니는 보물이네요!”“…….”아스테리온은 웃음을 터뜨렸다.“그렇게 말하면 또 조금 이상하지만.”“왜요?

  • 성검은 드래곤과 혼인하고 싶어 합니다   제 방에 오시겠다는 약속은 잊지 않으셨겠죠

    아르셀리아는 자신이 무슨 약속을 했는지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어제 아스테리온의 방에서 차를 마셨고, 오늘도 가겠다고 했다. 그것도 그가 좋아하는 차를 마셔 보겠다고 먼저 제안했다. 별다른 의미 없이 한 말은 아니었다. 아스테리온이 자신의 방을 조금씩 채워 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좋았고, 그가 고른 물건을 함께 사용하는 일도 생각보다 즐거웠으니까.그러니 약속을 지키는 것은 당연했다.문제는 아스테리온이 그 약속을 지나치게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었다.“주인님, 오늘 저녁 일정이 있으십니까?”아침 식사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스테리온이 물었다. 아르셀리아는 빵에 버터를 바르던 손을 멈추지 않은 채 대답했다.“없는데.”“집무실 업무는요?”“오전에 끝낼 거야.”“칠색 의회에서 연락이 올 가능성은 없습니까?”“연락이야 언제든 오지. 왜?”“아닙니다.”아스테리온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식탁 옆에 놓아 둔 작은 수첩을 펼쳤다. 그리고 무언가를 적었다.아르셀리아의 손이 멈췄다.“너 지금 뭐 적었어?”“오늘 일정입니다.”“내 일정?”“제 일정입니다.”“보여 줘.”아스테리온은 별다른 망설임 없이 수첩을 건넸다.아르셀리아는 펼쳐진 페이지를 내려다봤다.오전에는 서고 목록 정리, 정오에는 식사, 오후에는 보물고 물품 대조와 개인 독서 시간이 적혀 있었다. 여기까지는 평범했다.그런데 저녁 일정이 이상했다.오후 여섯 시 — 아르셀리아 방문 예정.그 아래에는 작은 글씨가 덧붙어 있었다.차 준비. 찻잔 세척. 의자 주변 정리. 러그 상태 확인.아르셀리아는 잠시 말이 없었다.“……너.”“예.”“나 손님이야?”“예.”“어제도 갔잖아.”“오늘도 오시니까요.”“그런데 왜 이렇게 준비해?”아스테리온은 오히려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얼굴이었다.“손님을 맞이하는 일이니까요.”“내가 무슨 황실 사절단이야?”“그분들보다 중요하십니다.”아르셀리아는 입을 다물었다.아스테리온은 아무렇지도 않게 수첩을 돌려받았다.“그리고 어제는 주

  • 성검은 드래곤과 혼인하고 싶어 합니다   제 방에 남겨 둔 자리는 비워 두겠습니다

    아르셀리아는 아침부터 자기 방문 앞에 서 있었다.정확히는, 문에 걸린 작은 나무 문패를 보고 있었다.돌아오면 반갑습니다.어제 아스테리온이 월백촌 시장에서 사 온 선물이었다. 손바닥보다 작은 나무판에는 특별한 마력이 깃들어 있지 않았고, 세공 역시 화염궁 보물고에 보관된 고대 유물들과 비교하면 평범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아르셀리아는 침실에서 나갈 때마다 그것을 한 번씩 읽게 되었다.오늘 아침에만 벌써 세 번째였다.“…….”그녀는 손가락으로 나무판의 가장자리를 가볍게 건드렸다.달칵.문패가 작은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뭐 하십니까?”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아르셀리아가 돌아봤다.아스테리온이었다.검은 머리카락을 느슨하게 묶은 그는 한 손에 책을 들고 있었고, 다른 손에는 어제 시장에서 산 검은색 찻잔을 들고 있었다. 인간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마력은 안정적이었으며, 얼굴에도 피곤한 기색이 없었다.아르셀리아는 문패를 가리켰다.“이거.”“예.”“생각보다 예뻐.”아스테리온의 시선이 문패로 향했다.“어제도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오늘도 예쁘다고.”“그렇습니까.”“응.”아스테리온이 조금 웃었다.“그럼 잘 샀군요.”“잘 샀지.”아르셀리아는 다시 문패를 바라봤다.“근데 왜 하필 이 문장이야?”어제도 이유를 들었다. 자신이 돌아왔을 때 반가워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려 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고 나니 조금 더 궁금해졌다.아스테리온은 잠깐 생각하더니 대답했다.“처음에는 다른 문장을 생각했습니다.”“뭔데?”“‘어서 오십시오.’”“그것도 괜찮네.”“예. 하지만 조금 이상했습니다.”“왜?”“그건 누구에게나 할 수 있는 말이니까요.”아르셀리아가 고개를 갸웃했다.“돌아오면 반갑다는 것도 누구한테나 할 수 있잖아.”“말은 그렇습니다.”아스테리온이 문패를 바라봤다.“하지만 저는 누구에게나 그렇게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주인님께서 돌아오실 때 반갑다는 뜻으로 골랐습니다.”아르셀리아는 잠시

  • 성검은 드래곤과 혼인하고 싶어 합니다   처음으로 산 선물은 보물고에 넣지 마십시오

    아스테리온이 시장 안으로 사라진 뒤, 아르셀리아는 정확히 열두 번 그의 뒷모습이 사라진 방향을 돌아봤다.열두 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열세 번째 돌아보려던 순간이었다.“…….”아르셀리아는 고개를 돌리려던 것을 멈추고 눈앞의 가게를 노려봤다. 가게 주인이 진열대에 놓인 유리 장식품을 정리하다가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찾으시는 물건이 있으십니까?”“없어.”“그럼 혹시 기다리시는 분이…….”“있어.”“아, 그러시군요.”가게 주인은 더 묻지 않았다. 그런데 그 침묵이 오히려 아르셀리아의 신경을 건드렸다. 자신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그렇게 뻔하게 보이는 모양이었다.그것도 이상했다.아르셀리아는 기다리는 일을 좋아하지 않았다. 화염궁에 찾아오는 손님은 대부분 약속한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고, 늦는 자가 있으면 기다리지 않고 다른 일을 했다. 칠색 의회에서 회의가 지연되면 가장 먼저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것도 그녀였다.그런데 지금은 월백촌 시장 입구에서, 자기 보물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아니.보물이라고 부르는 것도 조금 이상했다.그는 분명 자기 검이었다. 계약으로 이어진 성검이었고, 그녀가 에드릭에게서 빼앗아 온 보물이기도 했다. 그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다.하지만 조금 전 아스테리온은 자신의 돈을 가지고,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사기 위해 혼자 시장 안으로 걸어갔다.아르셀리아는 그를 따라가지 않았다.그가 혼자 고르고 싶어 했으니까.“…….”그런데 왜 이렇게 오래 걸리지?고작 선물 하나인데.아르셀리아는 허리춤에 찬 작은 시계를 확인했다.십칠 분.“……별로 안 지났네.”생각보다 훨씬 적은 시간이었다.그녀는 결국 근처 찻집의 야외 의자에 앉았다. 따뜻한 차를 한 잔 주문하고, 시장 입구가 잘 보이는 자리를 골랐다.가게 주인이 물었다.“동행분이 오시면 차를 더 준비해 드릴까요?”아르셀리아는 잠깐 망설였다.“응. 한 잔 더.”“어떤 차로요?”“…….”아스테리온이 좋아하는 차가 뭐였더라.화염궁에서는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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