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판 / 성녀의 침실에는 죄 많은 황제가 산다 / 254. 한쪽으로 다른 한쪽을 지우지 마세요

Share

254. 한쪽으로 다른 한쪽을 지우지 마세요

Author: 데이지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23 16:10:12

엘리시아의 손끝이 펜 위에서 멈췄다.

자신은 열네 살.

칼릭스는 열여덟 살.

둘 다 현재보다 훨씬 어렸다.

한 사람의 피에는 성녀 후보 번호가 붙었고,

다른 사람의 피에는 황위 적응값이 붙었다.

그리고 누군가는 두 사람의 현재 의사와 무관하게

그 흔적을 한 실험표 위에 올렸다.

“폐하께서 황태자였습니까?”

“당시에는 황위 계승 1순위였습니다.”

“그럼 세 후보 가운데 하나였겠군요.”

“예.”

“본인 이름을 지금 공개하시겠습니까?”

칼릭스가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

“필요하다면.”

“필요성을 묻는 겁니다.”

그가 침묵했다.

예전 같으면 ‘전부 공개하겠다’고 했을 것이다.

이번에는 먼저 목적을 따졌다.

“현재는 반출표본의 제공자만 확인하면 됩니다.”

“동의합니다.”

“개인 전체 의료기록은 열지 않고요.”

“예.”

법무청에 제한 명령이 추가됐다.

십일 년 전 소재불명 황제 혈흔 표본의 제공자 신원만 확인.

질환·치료·유전 정보 제외.

현재 건강기록 제외.

반출 경로와 실험 사용 승인만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Latest chapter

  • 성녀의 침실에는 죄 많은 황제가 산다   330. 왕을 잡아두는 거대한 목장

    곧 두 개.세 개.이미 오래전에 운반된 빈 왕핵석들이 북부 곳곳에 묻혀 있었다.그리고 수확기가 다시 움직이면서 그중 일부가 동시에 반응하기 시작했다.하겐이 늦은 밤 전술실로 들어오며 지도를 확인했다.“저걸 전부 먹이점으로 쓰려고 한 건가?”테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위치만 겹쳤다.점들은 흰 뿔의 왕이 최근 이동한 길과 완전히 같지 않았다.오히려 일정한 간격으로 왕의 이동선 바깥을 둘러싸고 있었다.거대한 원.로스테를 중심으로 한 원도 아니었다.흰 뿔의 왕이 머물러 있는 북부 골짜기 전체를 감싸는 형태였다.엘리시아는 잠옷 위에 외투만 걸친 채 사무실 통신판 앞에 앉아 그 지도를 바라봤다.

  • 성녀의 침실에는 죄 많은 황제가 산다   329. 죽인 마물이 없었던 전투

    “승인자는 선대 황제입니다. 제 즉위 뒤에는 자동 보존목록에 남아 있었고,저는 첫해에 그 목록 전체를 갱신했습니다.”“내용을 모르고요?”“예.”그는 설명을 더 붙이지 않았다.엘리시아 역시 그 서명 때문에 지금의 최근 재가동까지 칼릭스 책임이라고 확대하지 않았다.다만 그가 폐기되지 않은 구조를 유지했다는 책임은 별도로 남겼다.“최근 누가 물길을 손봤는지는 아직 못 찾았습니까?”“황실 쪽 기록에는 없습니다.”“그럼 로스테 구매기록과 대조하겠습니다.”“필요한 자료가 있으면 보내겠습니다.”“지금은 문서만 주

  • 성녀의 침실에는 죄 많은 황제가 산다   328. 사람 대신 손실을 받아들이다

    하겐은 웃지도 않고 고개를 돌렸다. 실제로 시간이 많지는 않았다.소형 개체들은 폐창고 방향으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고,그 길 중간에는 주민들이 이미 빠져나간 목탄 마을이 있었다.마을이 비어 있다는 사실은 다행이었지만 가축과 창고, 겨울 연료가 남아 있었다.베른하르트는 마을을 지키겠다고 병력을 보내지 않았다.대신 혹시 소형 개체들이 길을 바꿔 로스테로 향할 경우를 대비해서북쪽 방어선만 한 겹 뒤로 물렸고, 마을의 손실은 발생하는 대로 기록하기로 했다.첫 번째 소형 개체가 목탄 저장고 울타리를 부쉈다.사람은 없었다.두 번째는 우물 주변을 맴돌다 물길 아래로 고개를 숙였고,그때 수면이끼 층으로 이어지는 지하수의 미약한 왕핵 유사반응이 잡혔다.하겐이 그 장면을 보고 말했다.

  • 성녀의 침실에는 죄 많은 황제가 산다   327. 새로 비교하지도 않습니다

    더 불쾌한 것은 신성 잔류를 넣는 단계였다.중앙 수확기 측면에는 작은 유리관 여섯 개가 꽂혀 있었고 그중 네 개는 비어 있었지만, 두 개에는 아직 오래된 신성 반응이 남아 있었다. 아델라이드 계열과 높은 유사도를 가진 것 하나, 여러 후보 파장이 섞여 판독되지 않는 것 하나였다. 엘리시아의 현재 파장은 잡히지 않았다.그녀는 화면을 오래 보다가 말했다. “제17호 혈액이 저기 있었다고 쓰지는 마세요.”오스카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는 근거가 없습니다.”“그리고 저 유리관을 확인한다고 제 혈액을 새로 비교하지도 않습니다.”“그 조건은 이미 감정지에 들어 있습니다.”엘리시아는 그제야 시선을 돌렸다.테사는 조립선의 동력을 찾고 있었다. 수확기 본체가 왕핵을 직접 쓰지 않는다면 무엇으로 움직이는지가 중요했다. 오래된 설계도에는 수동 태엽과 지열 보조만 적혀 있었지만 현재 장치는 그보다 훨씬 오래 움직일 수 있었다.원인은 벽 뒤에서 나왔다.수면이끼 저장고.말린 이끼가 아니라, 아직 살아 있는 짙은 회녹색 군락이 따뜻한 물길 위에 자라고 있었다. 지하의 미약한 열과 습기를 이용해 십일 년 동안 완전히 죽지 않은 군락이 남아 있었고, 누군가는 최근 물길을 손봐 다시 번식하도록 만들었다. 이끼가 내놓는 진정성 분진은 회각충 껍질의 불규칙한 반응을 낮췄고, 동시에 오래된 자동기계의 마력공명 오차를 줄이는 완충재로 이용되고 있었다.미하일은 해당 자료를 받자 얼굴을 찌푸렸다. “수면이끼를 약으로 쓴 기록만 보면 이런 용도로 쓸 생각을 못 했을 겁니다. 진정시키는 대상이 사람만이 아니었던 거군요.”엘리시아가 물었다. “저 군락을 죽이면 수확기가 멈춥니까?”“일부는 멈출 겁니다. 다만 포자가 지하 전체에 퍼져 있으면 태워 없애는 방식은 위험합니다. 열을 올리면 오히려 분진이 한꺼번에 올라올 수 있습니다.”하겐이 통신으로 들어왔다. “물길을 끊으면?”테사는 수확기 설계도를 겹쳤다. “가능합니다. 수면이끼가 살아 있는 층

  • 성녀의 침실에는 죄 많은 황제가 산다   326. 더 오래 봐야 하는 이유

    수확기 본체가 깨어났다는 보고가 올라온 직후에도 로스테는 폐창고로 사람을 들여보내지 않았다. 지하에서 움직이는 금속 구조물의 크기와 수가 아직 정확히 잡히지 않았고, 무엇보다 스물네 개가 넘는 왕핵 유사반응이 한곳으로 모이기 시작한 상황에서 문을 열어버리면 그 반응이 바깥 먹이길로 흩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겐은 새벽 경비교대를 마치기도 전에 북벽 전술실로 들어왔지만, 정찰대를 꾸리자는 말 대신 창고 주변 도로를 먼저 비우고 민가가 있는 남서쪽 길을 차단하라고 지시했다. 폐창고에서 가장 가까운 목탄 작업장은 이미 비어 있었으나, 그 아래 마을에는 열두 가구가 남아 있었고 겨울 장작을 옮기던 마차도 아침부터 그 길을 사용할 예정이었다.베른하르트는 주민들을 강제로 성 안까지 데려오지 않았다. 폐창고 반경 안에 들어가는 마을만 두 시각 동안 임시 이동 대상으로 지정하고, 동쪽 공회당과 인근 친척집 가운데 원하는 곳을 선택하게 했다. 가축을 함께 옮길 수 있는 마차가 부족하다는 문제가 나오자 군수마차를 가져다 쓰지 않고 도시 운송조의 빈 수레 여섯 대를 먼저 배정했으며, 이동한 주민들에게 지급하는 식사와 난방비가 조사 협조의 대가로 기록되지 않도록 비용 항목도 따로 만들었다.엘리시아는 그 과정이 끝난 뒤에야 수확기 본체의 구조도를 받았다. 십일 년 전 왕핵국 설계본에는 지하 최심부에 하나의 대형 수확기가 있고, 그 주변으로 회각충 껍질을 분류하는 자동 회수틀과 공명각 보관함이 배치됐다고 적혀 있었지만, 현재 관측값은 설계보다 훨씬 컸다. 원래 다섯 기였던 회수틀 가운데 적어도 열둘 이상이 움직이고 있었고, 일부는 벽면을 따라 새로 이어진 금속선과 연결돼 있었다.“십일 년 동안 누군가 증설했다는 뜻입니까?”오스카의 질문에 테사는 기록과 현재 값을 번갈아 보다가 고개를 조금 기울였다. “증설했을 수도 있고, 처음부터 숨긴 수량이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공식 설계하고 실제 시공이 달랐다는 사례가 너무 많아서 어느

  • 성녀의 침실에는 죄 많은 황제가 산다   325. 접촉을 반복하지 않겠다

    그 정도면 됐다.약속이라 부르기에도 작은 합의였다.그런데도 엘리시아는 그 말을 한 뒤 이상하게 숨이 조금 편해졌다.다음 진동은 오지 않았다.대신 방의 문틈부터 어둠이 희미해지기 시작했고, 천명몽 특유의 낙하감이 다시 두 사람을 각자의 현실로 밀어냈다.마지막까지 둘 사이의 거리는 줄어들지 않았다.엘리시아가 현실에서 눈을 떴을 때 방 안은 여전히 어두웠다.그녀는 곧바로 통신석부터 잡지 않았다.먼저 자신의 상태를 기록했다.성흔 열감은 잠들기 전과 비슷했고 심박은 정상 범위였으며, 손바닥에는 아무 흔적도 없었다. 천명몽에서 느낀 칼릭스의 통증은 자신의 몸에 남지 않았다.그녀는 네 번 숨을 고른 뒤 침대에서 일어나 물을 마셨다.그때 기존 의료통신 경로에 새 기록 하나가 올라왔다.황도 주치의 보고.시각은 방금 전.칼릭스가 수면 중 깨어났고, 약 삼 분간 절명흔 주변 압박감이 있었으나 심박은 곧 안정됐다. 오른손 냉감 인지 지연은 전날과 비슷했고 새로운 감각 소실은 없었다.엘리시아는 그 기록을 오래 바라봤다.천명몽에서 느낀 감각과 닮아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꿈에서 확인했다’는 문장을 사건기록에 적지 않았다.의료기록은 의료진이 확인한 현실 자료로 충분했다.잠시 뒤 칼릭스에게서 별도 문장이 도착했다.‘방금 의료기록을 기존 경로에 올렸습니다.’그리고 한 줄이 더 있었다.‘천명몽에서의 접촉을 확인 목적으로 반복하지 않겠습니다.’엘리시아는 답신란 앞에서 잠시 손을 멈췄다.‘네.’거기까지만 썼다가 지웠다.조금 더 정확하게 다시 적었다.‘동의합니다. 저도 그러지 않겠습니다.’전송한 뒤 그녀는 통신석을 덮었다.손을 잡은 것도 아니었다.서로 원해서 닿은 것도 아니었다.그런데 한 번의 사고가 이전에는 몰랐던 사실 하나를 남겼다.천명몽에서 서로의 몸에 닿으면 현재의 감각 일부가 넘어올 수 있다.그것은 생각을 읽는 일도, 기억을 보는 일도, 거짓말을 가려내는 일도 아니었다.그러니 둘은 그 기능을 이용하지 않기로 했다.적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