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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나를 가두었던 문장을 지우며

ผู้เขียน: 데이지
last update วันที่เผยแพร่: 2026-07-12 17:22:14

칼릭스는 시선을 내렸다.

결속 준비 문서 맨 위에는 황제의 최종 승인란이 남아 있었다.

그는 펜을 들어 승인란 위에 짧게 썼다.

‘당사자 의사 확인 전 집행 금지.’

그 아래 날짜와 자신의 이름을 남겼다.

오전 아홉 시, 엘리시아는 황궁 서쪽 기록보관실에 들어섰다.

침실에서 문서를 받아볼 수도 있었지만, 

원본이 어떻게 보관되는지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이레나는 반걸음 뒤를 따랐고, 

기록관 두 명은 갑작스러운 성녀의 방문에 잔뜩 굳은 얼굴로 앞장섰다.

기록보관실은 창문이 적었다. 

햇빛 대신 벽에 박힌 마석등이 긴 서가 사이를 밝히고 있었고, 

오래된 종이와 가죽 표지에서 마른 먼지 냄새가 났다.

엘리시아는 그 냄새를 천천히 들이마셨다.

감옥 지하의 곰팡이 냄새와 달랐다.

이레나가 옆에서 낮게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괜찮아요.”

대답한 엘리시아는 곧 덧붙였다.

“다만 이곳에서는 제 뒤에 서지 말아주세요.”

이레나는 이유를 묻지 않고 오른편으로 이동했다. 

검집이 엘리시아의 시야 안에 들어오는 거리였다.

기록관이 준비한 책상에는 지난 한 달간의 관보와 귀족회의 회의록, 제국력 연감이 놓여 있었다.

엘리시아는 가장 최근 관보부터 펼쳤다.

서부 곡물세 조정, 남부 하천 범람, 로스테 외성 보수 예산 삭감, 

아르카디아 사절단 입국 예정. 모두 기억과 같았다. 

다만 처형 이전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항목들이 지금은 서로 다른 의미로 보였다.

로스테 외성 보수 예산이 삭감된 날짜는 결속식 사십이 일 전이었다.

황실은 대신전의 성흔 증폭 장치 도입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북부 재난예산 일부를 옮겼다.

엘리시아는 해당 페이지에 얇은 표지를 끼웠다.

“이 예산안 원본도 보고 싶습니다.”

기록관이 난처한 얼굴을 했다.

“성녀께서 열람하실 수 있는 등급이 아닙니다.”

“제 성흔 증폭 장치 비용 때문에 삭감된 예산인데도요?”

“문서상 집행 주체가 황실과 대신전이라서 그렇습니다.”

엘리시아는 기록관을 탓하지 않았다. 그는 규정을 읽어줄 뿐이었다.

“열람 요청서를 작성하겠습니다.”

“허가가 나려면 황실 재무실과 대신전 양쪽의 승인이 필요합니다.”

“양쪽 모두에 보내세요.”

엘리시아는 관보를 덮지 않은 채 다음 자료로 넘어갔다.

날짜를 검증할수록 전생이 꿈이 아니었다는 증거가 쌓였다. 

그해 여름에 무너진 남부 다리, 결속식 전 들어왔던 아르카디아 사절단, 

이레나가 투덜거리며 읽었던 경비대 예산안까지 순서가 같았다.

마지막으로 확인한 것은 황실 일일 기록이었다.

어제 날짜 아래에는 칼릭스가 참석한 회의와 서명한 칙령이 적혀 있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엘리시아도 기억했다. 

북부 군마 사료 가격에 관한 사소한 조정안이었다. 

결속 준비 때문에 칼릭스가 점심을 거른 날, 

그녀가 집무실로 수프를 가져다준 적이 있었다.

그 일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오늘 예정돼 있던 결속식 검토 역시 취소됐다.

회귀 전의 시간과 현재는 같은 길 위에 있었지만, 

이미 어제부터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꺾이고 있었다.

엘리시아는 손목 안쪽을 누르지 않았다.

대신 새 종이를 당겨 필요한 문서 목록을 적었다.

“결속식 준비에 관련된 최초 동의서도 이곳에 있습니까?”

기록관이 서가 번호를 확인했다.

“원본은 대신전에 있고, 황실에는 공증본만 있습니다.”

“공증본이라도 가져다주세요.”

기록관이 자리를 뜬 사이, 이레나가 관보에 끼운 표지를 가리켰다.

“로스테 예산이 마음에 걸리십니까?”

“제 비용으로 누군가의 성벽을 깎았다는 게 마음에 걸려요.”

“성흔 증폭 장치는 폐하와의 결속 안정에 필요한 장치라고 들었습니다.”

“저도 그렇게 들었죠.”

엘리시아는 관보의 한쪽 귀퉁이를 손가락으로 눌렀다.

“문제는 늘 듣기만 했다는 거예요.”

이레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이 엘리시아의 손끝에 머물렀다. 

어제 과도로 그은 상처 위에는 얇은 붕대가 감겨 있었다.

잠시 뒤 기록관이 공증본과 함께 돌아왔다.

그 뒤에는 황실 서기관 두 명이 커다란 문서 상자를 들고 있었다. 

상자 앞에는 새로 찍힌 황금 독수리 봉인이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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