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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 무도회 초대

Author: Khay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10 11:23:58

이든은 원래 학교 행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체육대회도 거의 나오지 않았다.

축제는 얼굴만 잠깐 비추고 사라졌고, 무도회는 말할 것도 없었다.

사람 많은 곳을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래서 다들 알고 있었다.

이든은 학교 행사 같은 건 안 간다는 걸.

그런데 올해는 달랐다.

복도 사물함 앞에서 에릭이 말했다.

“이든.”

이든이 사물함 문을 닫으며 말했다.

“뭐.”

“너 무도회 간다며.”

이든이 어깨를 으쓱했다.

“갈 수도 있지.”

에릭이 웃었다.

“전학생 때문이지.”

이든이 바로 말했다.

“아니거든.”

그때 옆에서 누가 말했다.

“애리?”

이든의 손이 멈췄다. 그는 고개를 들었다.

“왜.”

그 누군가가 웃으며 말했다.

“걔 이미 파트너 세 명 있다던데.”

이든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뭐?”

“동급생 셋이 먼저 신청했다더라.”

복도 소리가 그대로인데, 이든에게는 잠깐 멀어진 것처럼 느껴졌다.

그가 물었다.

“…셋?”

에릭이 웃었다.

“경쟁자 많네.”

이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물함 문에 기대 서 있었다.

잠시 후 그가 말했다.

“…상관없어.”

에릭이 웃었다.

“그래?”

이든이 어깨를 으쓱했다.

“어차피.”

“…나한테 올 거니까.”

에릭이 고개를 갸웃했다.

“근거는?”

이든이 말했다.

“없어.”

“…그냥.”

***

그 시각.

애리는 사물함을 닫고 있었다.

금속 문이 철컥 소리를 내며 닫혔다.

옆에서 친구가 물었다.

“그래서 누구랑 갈 거야?”

애리가 말했다.

“몰라.”

친구가 웃었다.

“세 명이나 신청했다며.”

“맞아.”

“농구팀 주장도 있고, 학생회 애도 있고, 연극부 애도 있다던데.”

애리가 웃었다.

“그래도.”

“아직 결정 안 했어.”

친구가 물었다.

“왜?”

애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사물함 문에 기대서 복도를 바라봤다.

학생들이 오가고 있었다.

하지만 애리가 찾는 사람은 없었다.

애리가 말했다.

“…기다리는 사람 있어.”

친구가 눈을 크게 떴다.

“누구?”

애리는 창밖을 봤다. 운동장 쪽이었다.

“…몰라.”

친구가 웃었다.

“뭐야 그게.”

애리는 잠깐 웃었다.

그리고 아주 조용히 말했다.

“…근데 올 거 같아.”

***

무도회를 하루 앞둔 날이었다.

복도는 평소보다 훨씬 시끄러웠다.

사물함 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 웃음소리, 운동화가 바닥을 끄는 소리.

학생들이 점심을 먹으러 식당으로 몰려가고 있었다.

애리는 사물함 앞에 서 있었다.

사물함 문 안쪽에는 아직 어색한 시간표와 접어 둔 종이 몇 장이 붙어 있었다.

애리는 책을 꺼내 가방에 넣고 있었다.

옆에서 친구가 말했다.

“그래서 누구랑 갈지 결정했어?”

애리가 고개를 들었다.

“어디?”

친구가 웃었다.

“무도회.”

애리는 피식 웃었다.

“아직 안 정했어.”

친구가 말했다.

“세 명 중 마음에 드는 애가 없는 거야?”

애리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건 아닌데… 아직.”

친구가 고개를 기울였다.

“왜.”

애리는 사물함 문을 닫았다.

금속 문이 철컥 하고 소리를 냈다.

“…그냥.”

그때 복도 반대편에서 누가 걸어오고 있었다.

키가 큰 남자였다.

곱슬머리에 파란 눈, 어깨에는 기타 케이스를 메고 있었다.

이든이었다.

애리는 말을 멈췄다.

친구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왜?”

애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사이 이든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친구도 그쪽을 한번 보더니 작게 중얼거렸다.

“…저 사람.”

“밴드 하는 선배 맞지?”

애리가 작게 답했다.

“응.”

그때 뒤에서 누가 말했다.

“애리.”

애리가 돌아봤다.

남학생 하나가 서 있었다.

농구팀 유니폼 재킷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두 명이 더 있었다.

친구가 애리 귀에 속삭였다.

“…무도회 후보들.”

애리가 웃었다.

“하지 마.”

남학생이 말했다.

“그래서.”

“생각해 봤어?”

애리가 입을 열려는 순간, 이든이 바로 앞에 멈췄다.

복도 가운데, 짧은 정적이 흘렀다

이든이 말했다.

“전학생.”

애리가 고개를 들었다.

“왜요.”

그는 주변을 한번 둘러봤다.

남학생 셋.

애리.

그리고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는 친구.

복도는 여전히 시끄러웠다.

하지만 이 작은 공간만 따로 떨어진 것처럼 느껴졌다.

이든이 다시 애리를 봤다.

“무도회.”

“나랑 가.”

주변 소리가 잠깐 멀어진 것 같았다.

그때 남학생 하나가 말했다.

“우리가…“

그러자 애리가 먼저 대답했다.

“그래요.”

순간 정적이 잠깐 흘렀다.

친구가 눈을 크게 떴다.

남학생 셋은 아무 말도 못 했다.

이든이 어깨를 으쓱했다.

“됐네.”

애리가 방긋 웃었다.

“언제 물어볼 생각이었어요?”

이든이 애리에게 말했다.

“지금.”

“…원래 계획이었지.”

친구가 옆에서 중얼거렸다.

“…와.”

그때, 조금 떨어진 곳에서 누가 속삭였다.

“야.”

“유리온실이 무도회 간대.”

다른 애가 말했다.

“…전학생이랑?”

소문은 그렇게 퍼지기 시작했다.

***

다음 날 저녁이었다.

애리 집 앞 골목에 차 한 대가 천천히 들어와 멈췄다.

운전석 문이 열리고 이든이 내렸다.

검은 턱시도였다.

말끔하게 차려입긴 했지만 보타이는 매지 않았다.

셔츠 단추 두 개가 풀려 있어서 어딘가 조금 불량해 보였다.

손에는 보타이가 들려 있었다.

이든은 집을 한 번 올려다봤다.

2층 창문에 불이 켜져 있었다.

그는 가볍게 숨을 내쉬고 현관 앞으로 걸어갔다.

초인종을 누르자 문이 열렸다.

문 앞에는 애리 엄마가 서 있었다.

이든은 자세를 바로 세웠다.

“안녕하세요.”

애리 엄마가 눈을 깜빡였다.

“…애리 친구?”

이든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든이라고 합니다.”

조금 더 또박또박 말했다.

“무도회… 같이 가기로 했습니다.”

애리 엄마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그래요.”

뒤를 돌아보며 위층을 향해 말했다.

“애리야.”

위층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네.”

계단 위에 애리가 나타났다.

이든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말을 잃었다.

애리는 목선이 그대로 드러난 채 머리를 올리고 서 있었다.

짧지만 풍성하게 퍼지는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움직일 때마다 자연스럽게 퍼졌다.

하얀색의 드레스가 빛을 받으면 은은하게 반짝였다.

조금 공주 같은 느낌.

그런데, 과한 쪽은 아니었다.

깔끔했고, 생각보다 더 잘 어울렸다.

애리가 계단을 천천히 내려왔다.

이든은 그대로 서 있었다.

애리 엄마가 웃으며 말했다.

“이든?”

그제야 이든이 정신을 차렸다.

“…네.”

“멋지네.”

이든이 어색하게 웃었다.

그때 애리가 마지막 계단을 내려왔다.

둘의 시선이 마주쳤다.

애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왜요?”

이든이 피식 웃었다.

“…전학생.”

“예쁘네.”

애리가 웃었다.

“알아요.”

이든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 가자.”

애리는 잠깐 엄마를 돌아봤다.

“다녀올게요.”

그러자 엄마가 말했다.

“열 시 전에 와.”

이든이 바로 받아쳤다.

“열한 시요.”

엄마가 눈을 가늘게 뜨며 이든을 바라봤다.

그 모습을 본 애리가 웃었다.

“열 시 반.”

잠깐 정적이 흐른 뒤 엄마가 결국 웃으며 말했다.

“…그래.”

이든이 문을 열어 주었고, 애리가 먼저 밖으로 나갔다.

둘은 그대로 차 쪽으로 걸어갔다.

이든이 조수석 문을 열자 애리가 앉았다.

문이 닫히고 이든은 운전석에 올라탔다.

차 안이 조용해졌다.

애리가 이든의 손을 봤다.

보타이가 아직도 들려 있었다.

애리가 말했다.

“근데.”

이든이 시동을 걸며 말했다.

“뭐.”

애리가 고개를 기울였다.

“이거 왜 안 했어요?”

이든이 보타이를 내려다봤다.

“귀찮아.”

애리가 웃었다.

“줘 봐요.”

애리는 몸을 조금 기울였다.

보타이를 가져와 그의 셔츠 깃 사이로 넣었다.

손가락이 움직이며 천천히 매듭을 만들었다.

그는 가만히 있었다.

둘 사이 거리가 가까워졌다.

애리가 매듭을 정리하며 말했다.

“…이든 오빠.”

그 소리에 이든이 멈췄다.

“뭐?”

애리가 웃었다.

“연습.”

“뭐를.”

애리가 보타이를 마지막으로 정리하고 고개를 들었다.

“오빠라고 부르는 거.”

이든의 시선이 잠깐 흔들렸다.

그리고 낮게 웃었다.

“잘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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