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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작가: 서은월
유한석의 눈빛이 예리하게 파고들었다.

“강 마님, 어찌 형님께서 경성에 오는 까닭조차 모르신단 말입니까?”

강시아는 알지 못했다. 오라버니의 서신을 받은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었기에, 나중에 그의 소식은 더 이상 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한석의 눈매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강 형님께서는 돈을 모으려다 네 해 전의 과거시험마저 놓쳤습니다. 이번에 경성으로 오는 것도 가을의 추위시험을 위해서지요.”

바로 그때, 한 대의 마차가 지나갔다. 그 안에 앉아 있는 사람은 다름아닌 송하윤이었다.

그녀의 안색은 극히 좋지 않았고 시녀 소영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그녀 발밑에 무릎 꿇고 있었다. 순간 흩날린 바람이 마차의 발 가리개를 들추어, 그녀는 그 틈으로 익숙한 실루엣을 볼 수 있었다.

송하윤은 즉시 차가운 손으로 차일을 젖혔는데, 강시아의 맞은편, 그녀 앞에 한 사내가 앉아 있던 것이었다! 마차가 스쳐 지나가며 그의 옆얼굴이 뚜렷이 드러났다. 몇 달 전, 사람을 이끌고 그녀의 집을 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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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88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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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887화

    그 착각은 거울 속 꽃과 물 위의 달처럼, 손을 대는 순간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꿈처럼 흐르던 삼 년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영국공부 세자, 주종현이 혼인을 올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그 소식이 그녀의 귀에 들어왔을 때, 강시아는 마침 연아의 작은 옷에 노란 영춘화를 수놓고 있었다.바늘끝이 그대로 손가락을 깊게 파고들었다. 붉은 핏방울이 번져 나와 연한 꽃잎을 물들였다.하지만 그녀는 아무런 통증도 느끼지 못했다. 머릿속에는 오직 일부러 그녀가 듣도록 낮춘 목소리로 속닥거리는 하녀들의 말만이 맴돌았다.“들었어? 송 가 아가씨래.”“그 송 아가씨는 우리 세자의 사촌이래. 태후 마마께서도 칭찬하신 재녀라잖아.”“이게 바로 문벌이 맞는 혼사고, 친가끼리 더 가까워지는 거지.”“그렇지 뭐. 예전에 약혼까지 했었다잖아. 송 가에 일이 생겨서 깨졌을 뿐이지…”“이젠 송 가 장자가 출세했으니, 이 혼사도 다시 올라온 거고.”그들의 말은 바늘처럼 하나하나 그녀를 찔렀다.모두가 그녀를 비웃고 있었다. 사람들은 입을 모았다. 강 마님의 좋은 날은 이제 끝났다고.그 유일했던 총애도 곧 정실부인에게로 돌아갈 거라고.총애라니. 강시아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그녀는 애초에 그런 것을 바란 적이 없었다.그저 자신의 운명조차 손에 쥘 수 없는 하나의 첩일 뿐이었다.그녀의 바람은 오직 하나. 연아가 무사히, 건강하게 자라나는 것뿐이었다.혼례 날짜가 정해진 뒤로 이상하게도 주종현은 오히려 더 자주 그녀의 뜰을 찾았다.예전처럼 그저 조용히 앉아 있거나 연아를 놀아 주는 데 그치지 않았다.그는 무언가를 가져오기 시작했다. 동쪽 거리의 새로 생긴 과자, 서쪽 장인의 손에서 나온 적금 비녀, 남쪽에서 막 들어온 신선한 여지.마치 무언가를 메우려는 듯, 혹은 달래려는 듯.하지만 그럴수록 그녀의 마음속 불안은 점점 더 짙어졌다.그리고 이 “총애”는 곧 큰 마님의 귀에 들어갔다.그날, 그녀는 송학당으로 불려갔다.큰 마님은 상석에 앉아 염주를 굴리며 눈길조차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43화

    “제가 봤습니다. 그 두 놈은 애초부터 수상쩍은 자들이었어요. 헌데 노린 게 부인일 줄이야!”그 꼬마 거지는 맑은 얼굴로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어떻게 알았느냐? 그들이 여기서 사람을 붙잡으려 한다는 걸.”꼬마 거지는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저 집들은 귀신이 산다는 소문이 있어 오래 전부터 버려진 곳입니다. 평소에는 발길이 끊긴 자리였고 바람도 비도 막아주니 애초부터 우리 차지였어요. 며칠 전부터 수상한 자들이 기웃거리길래 이상하다 했습니다. 심지어 놈들이 우리더러 멀찌감치 비켜 있으라며 동전 몇 닢까지 쥐어주더군요.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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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저희가 여기에 남아서 죽게 된다면요.”강시아는 여 마님의 등 뒤를 바라보며 다시 한번 그 말을 반복했다. 그러나 그녀는 움직이지도, 돌아보지도 않았다. 강시아의 목소리는 점점 낮아졌으나 그 안에는 꺾이지 않는 단단함이 숨어 있었다.“저는 그저 살고 싶습니다. 제 딸과 함께… 살아남고 싶을 뿐입니다.”여 마님은 천천히 몸을 돌려 세웠다. 그녀는 오랜 침묵 끝에 마침내 입을 열었다.“지금 성문은 삼엄하게 봉쇄되어 있습니다.”“압니다. 다음 달이면 조공도 있으니 적어도 두 달은 더 걸릴 테지요.”이 소식은 강시아가 한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70화

    그녀의 말이 떨어지자 창가에서 한 서른 즈음 되어 보이는 여인이 고개를 내밀었다.“왔구나.”여 마님은 큰 고객이라 하여 밖으로 나와 맞이하였는데 뜻밖에도 젊은 여인임을 보자 두 팔을 가슴에 끼고 눈을 곱게 치켜세웠다.“열 필이면… 삼천 냥입니다.”말을 돌보던 처녀의 눈이 순간 휘둥그레졌다. 좋은 말이라야 이백관이지 단지 지구력만을 따지는 말은 보통 백관 남짓이면 사는 법인데 삼천이라니...둘째 마님의 노골적인 시선이 느껴지자 처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다시 묵묵히 솔질을 이어갔다. 강시아는 곧장 응수하지 않았다. 부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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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 마님께서 며칠 전 분명 저희 가게에서 삼천오백 냥짜리 진주를 한 알 사 가셨습니다!”장객 부인은 그렇게 말하며 강시아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강 마님, 우선 이 진주를 떼어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저는 감히 마님을 의심하고 싶지 않으나 옥보루가 공연히 누명을 뒤집어쓰는 일은 더욱 원치 않습니다.”강시아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물론이지요. 주인장은 안심하고 떼어내 보셔도 됩니다.”장객 부인이 가위를 들고 한참을 살펴보았으나 실마리 하나 찾을 수 없었다.“이 자수가 참으로 정묘해서 선뜻 망치고 싶지 않는데, 혹시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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