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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2화

서은월
단낭은 얼음으로 만든 그릇은 알았지만 얼음과자는 처음이었다.

“얼음과자라니, 그게 무엇입니까?”

아람이 말했다.

“보통 과자는 찌거나 튀겨서 따뜻하게 먹지. 헌데 얼음과자는 찐 다음 얼음물에 담가 차게 만든 과자를 말해. 그러니 여름에 먹으면 더없이 좋지.”

단낭은 머뭇거렸다.

“그… 저는 그런 과자를 먹어본 적도 없고 만들 줄도 몰라요.”

아람이 웃음을 띠며 말했다.

“어렵지 않아. 잠시 후 같이 사러 가자.”

단낭은 눈을 크게 떴다.

“한겨울에 차가운 과자를 먹는다고요?”

“다른 곳에서는 이상할지 몰라도 경성에서는 전혀 이상하지 않아.”

아람은 단낭의 손을 잡고 풍수강 하변을 걸었다.

“경성에서는 무엇이든 가능한 법이야. 저쪽에 저 큰 등불 보여?”

단낭이 그녀의 손짓을 따라 강 건너를 바라보았다. 높은 누각 위, 한 개의 거대한 등불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보입니다. 저 등불에 불을 밝히면 저 일대는 등잔을 켤 필요가 없겠어요.”

아람이 말했다.

“저곳은 천교각이라 불러.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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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915화

    “그 열씨 라는 자, 우리 대성조 사람이 아니다. 그가 정현에 온 목적이 결코 단순할 리 없다. 그걸 아무 의심 없이 믿는 건, 너뿐이겠지.”은공이… 대성조 사람이 아니라고?주연아는 번쩍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곧 생각이 스쳤다.그가 그녀를 구해준 건 사실이었다.그가 어느 나라 사람이든, 그는 그녀의 은공이었다.그러나 그 말은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눈앞의 소림은 더 이상 예전의 ‘소림 오라버니’가 아니었다.그가 친정을 시작한 이후, 그는 곧 대성조의 하늘이 되었고, 만백성의 주인이 되었다. 그의 시선 하나, 말 한마디마다 거스를 수 없는 위엄이 실려 있었다.주연아의 마음속에 억울함이 쌓이고 받아들이기 힘든 감정이 들끓어도 그 앞에서는 단 한 점도 드러낼 수 없었다.그저 생각 없는 메아리처럼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짙고 길게 드리운 속눈썹 아래로 모든 감정을 감춰버렸다.“예. 알겠습니다.”소림은 눈앞의 여인을 바라보았다.고개를 숙인 채, 온순하게 굴복한 모습이 마치 한 마리 토끼처럼 보였다.그의 마음속에 남아 있던 마지막 불꽃마저도, 이내 완전히 사그라들었다.결국, 그는 끝내 그녀에게 매정해질 수 없었다. 그녀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두자.그는 가장 정예의 호위들을 붙여 그녀의 안전을 지키도록 했다.그러다 그녀가 세상 물정을 모르고, 혼자 정현이라는 진흙탕 속으로 뛰어들겠다고 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는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그날 밤, 신분을 감춘 채 궁을 빠져나와, 밤새 말을 달려 이곳까지 달려왔다.그는 평생 한 번도 수도를 벗어난 적이 없었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아마 평생 바깥 세상의 풍경을 직접 볼 일도 없었을 것이다.주연아. 그녀는 그의 고독한 삶을 비추는, 단 하나의 빛이었다.그 빛이 꺼지는 것을 그는 견딜 수 없었다. 또한, 놓아줄 수도 없었다.한참 뒤, 소림의 목울대가 천천히 움직였다.그의 마음속 모든 감정은 결국 아주 미약한 한숨으로 흩어졌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914화

    “오해입니다, 전부 오해입니다! 열 공자 댁의 집안일이라면, 저희가 더는 방해하지 않겠습니다.”관병들이 물러나자, 대전 안은 다시 죽은 듯한 적막에 잠겼다.공기 속에는 보이지 않는 칼날들이 서로 부딪히며 튀기는 것처럼, 팽팽한 긴장이 감돌았다.소림은 차갑게 주연아를 한 번 흘겨보았다.“여기서 뭘 더 하고 있는 것이냐? 떠나기 아쉬운 것이냐?”한 점의 온기도 담기지 않은 목소리였다. 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돌아서서, 성황묘의 허물어진 문을 먼저 나섰다.열무는 오히려 팔에 힘을 더 준 상태로 고개를 숙인 채 낮게 웃었다. 소리는 작았지만, 문간에 다다른 소림의 귀에는 또렷이 닿았다.“연아 아가씨, 이제 와서 다리를 끊을 생각이십니까?”주연아는 슬쩍 소림을 흘끗 보더니, 그대로 열무의 발을 세게 밟았다.열무는 순간 통증에 숨을 삼키며 낮게 신음했고, 그제야 손을 놓았다.자유를 되찾은 주연아는 그와 더 말다툼할 겨를도 없이 급히 밖으로 따라 나섰다.서릿빛 달빛이 길 위에 차갑게 내려앉아, 객잔으로 돌아가는 길을 한층 더 쓸쓸하게 비추고 있었다.소림은 맨 앞에서 걸었다. 등은 소나무처럼 곧았지만, 그 모습은 산처럼 고독했다.주연아는 그 뒤를 따르며 서너 걸음 거리를 유지했다. 가까이 다가갈 수도, 그렇다고 멀어질 수도 없었다.열무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두 손을 머리 뒤로 깍지 낀 채, 느긋하게 맨 뒤를 따라왔다.세 사람, 세 개의 그림자.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길을 걸었다.그 분위기는 숨막힐 듯 눌려 있어, 길가의 벌레들마저 눈치를 보듯 울음을 멈춘 듯했다.객잔에 도착하자, 열무는 눈치 좋게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주연아는 머뭇거리며 소림의 뒤를 따라 방 안으로 들어갔다.방 안에는 촛불이 고요하게 타오르고 있었다.주연아는 감히 소림의 얼굴을 바라보지 못했다.두 사람 사이에는 팔선탁자 하나가 놓여 있었지만, 그 거리는 오히려 숨조차 쉬기 어려울 만큼 답답하게 느껴졌다.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두 손으로 옷자락을 쥐어짜듯 꼬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913화

    거의 동시에, 전각 밖에서 아주 미미한 발소리가 스며들듯 들려왔다.주연아는 순간 정신을 번쩍 차리고, 곧장 숨을 죽였다. 심장은 금방이라도 목구멍까지 튀어 오를 듯 뛰었다.발소리는 점점 가까워지더니, 마침내 대전 문 앞에서 멈췄다.소림은 그녀의 작은 몸을 완전히 제 뒤로 감싸듯 숨기고, 깊고 어두운 시선으로 매처럼 바깥의 기척을 노려보았다.잠깐의 정적 끝에, 짙은 남빛 옷자락 하나가 문턱에 스쳤다.소림의 몸이 활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튀어나갔다. 주먹이 가르는 바람이 매섭게 휘몰아치며, 그 옷자락의 주인을 향해 맹렬히 쏟아졌다.상대 역시 반응이 빨랐다. 몸을 비틀어 가까스로 치명적인 일격을 피했다.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허공을 가르는 옷자락의 바람 소리와 살과 살이 부딪히는 묵직한 충돌음만이 전각 안을 채웠다.주연아는 신상 뒤에서 몸을 내밀어 상대의 얼굴을 확인했다.은공이다!“그만하십시오!”그녀는 생각할 틈도 없이 뛰쳐나가 다급히 외쳤다.“둘 다 당장 멈추세요!”격투 중이던 두 사람은 그 소리를 듣자마자 동시에 움직임을 멈췄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 공격을 거두고 뒤로 물러나 거리를 벌렸다.열무는 자세를 바로 세운 뒤, 입가에 스친 피 한 줄기를 무심히 훔쳤다. 그리고 시선을 소림 너머로 넘겨 주연아에게 꽂았다.그는 비웃듯 짧게 웃었다. 그 웃음에는 노골적인 조롱과 차가운 기색이 가득했다.“아가씨께서 한밤중에 목숨 걸고 나선 이유가 이거였습니까? 정인을 만나러 온 겁니까?”주연아는 그를 노려보며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무슨 헛소리를….”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절 문 밖에서 소란스러운 발소리와 함께 거친 고함이 들려왔다.“안에 누구냐! 나와라!”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다섯 여섯 명의 관병들이 등불을 들고 칼을 쥔 채 들이닥쳤다.순식간에 열댓 개의 등불이 켜지자 어둡고 낡은 성황묘 안은 대낮처럼 환해졌다.선두에 선 관두는 전각 중앙에 서 있는 세 사람을 한눈에 발견했다. 그리고 시선이 열무의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912화

    먹빛처럼 짙은 밤이 내려앉자 정현성 전체가 고요 속에 잠겼다. 객잔 밖을 순찰하는 관병들의 발걸음 소리는 마치 목숨을 재촉하는 북소리처럼, 한 번 한 번 사람의 심장을 두드렸다.주연아는 침상 위에 누운 채 눈을 감고 고른 숨을 내쉬고 있었다. 이미 깊이 잠든 듯 고요했다. 옆방의 열무 역시 숨결이 길고 잔잔했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창밖에서 야경을 도는 사람이 삼경을 알리는 목탁을 두드리는 순간, 그 길게 이어지던 호흡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주연아는 번쩍 눈을 떴다. 눈동자는 맑게 빛났고, 조금의 졸음도 남아 있지 않았다.그녀는 소리 없이 몸을 일으켜, 재빠르게 야행복으로 갈아입고 긴 머리를 묶었다. 움직임은 살쾡이처럼 가볍고 민첩했다.창문을 살짝 밀어 틈을 만들고, 그녀는 낙엽처럼 가볍게 몸을 날려 짙은 밤빛 속으로 스며들었다.주연아는 알지 못했다. 그녀의 그림자가 사라지자마자, 또 하나의 검은 그림자가 조용히 뒤를 밟아 나섰다는 것을.정현의 밤은 낮보다 훨씬 더 엄중한 검문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횃불을 든 관병들이 무리를 지어 순찰했고, 철갑이 부딪히는 소리는 텅 빈 거리 위에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주연아의 몸은 지붕 처마와 골목의 어둠 사이를 가르며 스쳐 지나갔다. 오르내릴 때마다, 그녀는 정확하게 순찰의 불빛을 피해 움직였다.*성 남쪽, 성황묘.향불이 그리 성하지 않은 그 사당은 밤이 되면 더욱 적막해져, 어딘가 음산한 기운마저 감돌았다.주연아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담장을 넘어 안으로 들어가, 가볍게 몸을 숨기듯 대전 안으로 스며들었다.전각 안은 촛불이 희미하게 흔들릴 뿐, 제단 위의 두 개의 장명등만이 희미한 빛을 내고 있었다. 콩알만 한 불꽃이 바람에 일렁이며 성황신의 위엄 있는 흙빛 금신을 비추었다.그녀는 경계심 어린 눈으로 주위를 훑어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곧장 커다란 향로 앞으로 다가갔다.향로 안에는 다 타버린 향대들이 빽빽하게 꽂혀 있었고, 두툼한 향재가 넘칠 듯 쌓여 있었다.주연아는 타다 남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911화

    그는 술잔을 들어 올렸지만 입에 대지는 않고 그저 옅은 미소만을 띠었다.“전 관사께서 베풀어 주신 성의는 마음으로 충분히 받았습니다.”그는 술잔을 조용히 내려놓으며 말했다. 목소리는 부드러웠으나, 그 안에는 거스를 수 없는 단호함이 담겨 있었다.“다만 오늘은 길을 서둘러야 하는지라, 술을 많이 들 수 없는 형편입니다. 훗날 다시 우주에 들르게 된다면, 그때는 전 관사와 마음껏 술잔을 기울리겠습니다.”이 말은 사실상 자리를 정리하겠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그러나 전유덕은 마치 그 뜻을 전혀 알아듣지 못한 사람처럼, 오히려 미소를 더 짙게 지었다.“아이, 열 공자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다니!”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진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열 공자처럼 젊고 유망한 분을 저는 가장 좋아합니다. 이처럼 큰 뜻을 품은 영웅호걸과 사귀는 것, 그보다 더한 즐거움이 또 있겠습니까! 다만 만난 시간이 너무 짧은 것이 한스럽습니다. 그게 아니었다면, 공자와 발을 맞대고 누워 사흘 밤낮을 마시며 이야기했을 텐데요!”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더욱 절절한 목소리로 덧붙였다.“공자께서 길을 재촉하셔야 한다는 것, 저도 잘 압니다. 그러니 오늘은 길게 마시지 않겠습니다. 딱 한 잔, 마지막 한 잔만!”그는 다시 술잔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불타는 듯한 눈으로 열무를 바라보았다.“이 한 잔만 비우시면, 제가 직접 말을 준비해 공자와 부인을 성문까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그 말은 얼마나 간절하고, 또 얼마나 호방한가.마치 이 한 잔을 거절하는 순간, 그의 진심을 저버리고 이 우정을 업신여기는 일이 되는 것만 같았다.열무의 시선은 고요한 물결처럼 가라앉아 있었다. 그는 광기에 가까운 열기를 띤 전유덕을 조용히 바라보다가, 입가에 문득 의미심장한 웃음을 띠었다.천천히 술잔을 들어 올린 그는 전유덕의 기대에 찬 시선을 마주한 채 단숨에 잔을 비워냈다.“좋습니다!”전유덕은 손뼉을 치며 크게 웃었다. 그의 눈빛에 안도의 기색이 번뜩였다.연회는 아직 끝나지 않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910화

    주연아는 그의 손에 붙잡힌 채 손목이 끌려가듯 이끌리며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그의 손은 넓고도 뜨거워 마치 쇠집게처럼 단단히 그녀를 조였고, 조금의 틈도 허락하지 않았다. 주연아의 속에서는 분노와 짜증이 들끓었지만, 시선이 객잔 대청을 스치는 순간 그 모든 감정은 순식간에 서릿발 같은 냉기로 얼어붙었다.문가였다. 짧은 갈색 옷을 걸친, 체구가 우람한 사내 하나가 순찰 병사와 무언가를 주고받고 있었다.광산의 그 광두였다.주연아의 숨이 덜컥 멎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 만큼 깊이 움켜쥐어졌다. 열무는 그녀의 굳어버린 기색을 눈치챈 듯, 발걸음을 아주 미세하게 늦추며 그녀의 시선을 따라갔다. 그 광두 역시 무언가를 감지한 듯 이쪽을 힐끗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돌렸다.그러다 문득 멈칫했다. 다시 고개를 돌린 그는 아무 거리낌도 없이 주연아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곁에 있던 순찰 병사는 그가 전유덕의 귀한 손님을 노골적으로 바라보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겨 그의 팔을 툭 쳤다.“뭘 그렇게 쳐다는 보는 겁니까! 그만두십시오. 저분들은 전 관사 어르신의 손님입니다. 괜히 귀인을 건드렸다간 큰일 날 거예요!”그러나 그 광두는 고개를 저었다. 시선은 여전히 주연아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아니. 이 여자… 왠지 낯이 익습니다.”그는 병사의 귀에 바짝 다가가 음산하게 속삭였다.“가서 전 관사한테 전하십시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저 둘을 붙잡아 두라고 말입니다. 오늘은 떠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병사의 얼굴에 곧장 난색이 떠올랐다.“이건… 왕 두령, 그건 좀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전 관사 장사에 손대는 건… 그 성미... 알잖습니까.”왕 두령은 차갑게 그를 훑어보았다.“광산의 규칙, 잊은 건 아니겠지요. 전유덕을 건드릴지, 아니면 주인을 건드릴지… 당신이 고르십시오.”그 모든 일은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졌다.주연아의 심장은 이미 바닥 깊숙이 가라앉아 있었다.열무는 그녀의 손을 더욱 단단히 쥐며, 살짝 힘을 주어 그녀를 자신의 뒤로 끌어당겼다.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82화

    결국 그 장면은 주종현의 날카로운 시야에 걸려들고 말았다. 그는 온몸을 빗줄기 속에 드리운 채 마차의 발판 위에 서 있었는데, 눈 속에는 차마 감출 수 없는 분노가 가득 담겨져 있었다.“대인, 마차가 다 수리되었사옵니다.”유한석은 고개를 살짝 돌려 주종현을 보며 두 손을 모아 예를 갖추고는 이내 몸을 돌려 마차에 올라탔다. 마차가 천천히 떠나가자, 강시아도 시선을 거두며 주종현의 마차에 올랐다.빗줄기는 점점 굵어졌고 콩알만 한 빗방울들이 마차 지붕을 두드리는 소리가 만마군이 달려드는 듯 요란스러웠다. 좁은 마차 안에는 고요히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103화

    송하윤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그때, 송 씨 부인이 도착해 제때에 송하윤을 제지했다.강시아의 시선을 느낀 주종현은 뒤를 돌아 송 가의 모녀가 함께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입술을 미세하게 움직이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낮게 말했다.“자신의 몸을 미끼로 삼다니… 자칫하면 정말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강시아는 그의 눈빛 속에서 그 어떤 의미라도 읽어 내기 위해 애를 썼다. 자신이 죽통에 갇혀 얼음장 같은 연못 속으로 던져지던 전생의 기억이 머리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조용히 한마디를 내뱉었다.“그건 소첩의 운명입니다.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79화

    “한데 그 무리들이 들이닥칠 때의 기세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그날 제가 얼버무리며 뒤에 주인장이 있다고 말하지 않았더라면 벌써 우리 곡차를 뒤엎어버렸을 것입니다.”“너는 그 주인장이 누구라고 말했느냐?”하대우는 허벅지를 탁 치며 답했다.“제가 감히 누구 이름을 입에 올리겠습니까! 그저 얼버무리며 넘겼을 뿐이지요. 강 마님, 이제 어찌해야 좋을지 어서 대책을 세워 주십시오..”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곡창의 문이 쾅 하고 걷어차이며 열렸다. 그 무리들이 다시 들이닥친 것이었다. “오, 아직 안 옮겼네? 보아하니 결국 마음을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83화

    강시아는 주종현의 눈동자에 서린 잔혹한 기운을 똑똑히 보았다. 그녀의 가슴속은 이미 얼어붙은 듯 차갑게 굳어져 가기 시작했다.강시아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그렇습니까? 만약 제가 한 줌의 시체가 된다면 서방님께서는 그래도 원하시겠습니까?”주종현은 그녀의 돌변한 낯빛을 바라보며 눈빛이 살기로 물들었다. 그는 갑자기 힘을 주어 그녀의 두 손목을 머리 위로 틀어 올리고는 다른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단단히 움켜쥐었다.“너는 평생 나를 떠날 수 없다.”광풍은 빗물을 휘몰아 그녀의 얼굴에 촘촘히 흩뿌렸다. 얼굴 위에는 싸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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