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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아이를 웃게 하는 사람

Penulis: 이스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7-20 10:35:40

# 16화. 아이를 웃게 하는 사람

궁 밖으로 나온 지도 어느덧 반나절이 흘렀다.

연화는 이제 제법 수행원 차림이 익숙해진 모양이었다.

처음처럼 이것저것 구경하느라 걸음을 멈추지도 않았다.

무관이 힐끗 연화를 바라보며 웃었다.

"이제는 사내 같구나."

연화가 반색했다.

"...정말이옵니까?"

"입만 열지 않으면."

"..."

연화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것은 칭찬이 아닌 듯하옵니다."

무관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헌도 말은 없었지만 입가가 아주 미세하게 풀렸다.

---

그때였다.

"도둑이다!"

시장 한복판이 술렁였다.

사람들이 좌우로 흩어지고, 어린 사내아이 하나가 정신없이 골목을 뛰어 나왔다.

뒤에서는 떡장수가 씩씩거리며 쫓아오고 있었다.

"잡아라!"

무관이 재빨리 앞으로 나섰다.

아이의 팔을 붙잡자 아이가 발버둥을 쳤다.

"놔!"

"싫어!"

품에는 따뜻한 떡 하나가 꼭 안겨 있었다.

무관이 낮게 말했다.

"훔쳤으면 벌을 받아야지."

아이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울먹일 뿐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연화가 조용히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아이 앞에 쪼그려 앉았다.

"...배고프냐."

아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눈물만 뚝뚝 떨어졌다.

연화는 한참 아이를 바라보다가 품에서 종이 하나를 꺼냈다.

조금 전 이헌이 사 준 산자를 먹다 남겨 둔 것이었다.

"...먹을래?"

무관이 의아한 얼굴로 연화를 바라봤다.

아이는 울음을 뚝 그쳤다.

산자와 연화를 번갈아 보더니 조심스레 물었다.

"...정말?"

연화는 웃으며 산자를 내밀었다.

"먹고 싶지?"

아이는 조금 망설였다.

연화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먹으려면."

"..."

"고운 말부터."

아이는 훌쩍이며 입술을 달싹였다.

"...주세요."

"착하지."

연화가 산자를 건네자 아이는 허겁지겁 한입 베어 물었다.

볼이 빵빵해질 만큼 우물우물 먹는 모습에 연화도 따라 웃었다.

"천천히 먹어."

"목 막힌다."

아이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무관은 어이없는 듯 웃음을 흘렸다.

"아이를 잘 다루는군."

연화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어릴 적 동네 아이들이랑 자주 놀았사옵니다."

"울면."

잠시 생각하더니 머쓱하게 웃었다.

"...먹을 것 하나 쥐여주면 금세 웃더라고요."

헌은 말없이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는 어느새 울음을 그치고 연화를 졸졸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형."

"...응?"

"형은 좋은 사람이네."

연화는 피식 웃었다.

"...좋은 사람까지는 아니고."

"배고픈 건 참기 힘든 법이니까."

헌이 떡장수를 돌아봤다.

"떡값은 얼마냐."

헌은 아이가 훔친 떡값보다 많은 돈을 상인에게 건넸다.

"아, 아닙니다."

떡장수가 손사래를 쳤다.

"저 아이가 며칠째 굶은 걸 압니다."

"그래도 훔친 건 잘못이라 화를 냈던 것뿐입니다."

연화는 아이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였다.

"들었지?"

"다음부터는 훔치면 안 된다."

아이는 금세 고개를 끄덕였다.

"...예."

"배고프면?"

아이가 잠시 고민하다 대답했다.

"...말하겠습니다."

연화가 환하게 웃었다.

"그래."

"그게 훨씬 어렵지만."

"더 용감한 일이다."

헌의 시선이 조용히 연화에게 머물렀다.

조금 전까지는 힘센 궁녀였다.

활을 잘 쏘고.

칼 든 사내도 망설임 없이 제압하는 사람.

그런데 지금은.

울던 아이 하나를 웃게 만들고 있었다.

'...'

'이런 사람도 있구나.'

---

그 시각.

시장 맞은편 비단전.

수수한 옷차림의 부인이 발걸음을 멈췄다.

곁을 따르던 상궁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마마."

부인은 연화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물었다.

“저 아이가 누구냐.”

상궁이 목소리를 낮췄다.

“오늘 새벽, 전하께서 강녕전 궁녀 하나를 수행원으로 변장시켜 데리고 나가셨다 들었습니다.”

“궁녀라고?”

“예. 궁문을 나설 때 직접 확인한 자가 있사옵니다.”

부인은 다시 연화를 바라봤다.

“남장을 제법 그럴듯하게 하였구나.”

부인은 아이가 연화를 붙잡고 웃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러다 아주 작게 미소 지었다.

"...신기하구나."

상궁이 고개를 갸웃했다.

"무엇이 말씀이십니까."

"저 아이는."

잠시 말을 고르던 부인이 나지막이 이었다.

"...울던 아이를 웃게 만드는구나."

상궁도 그제야 연화를 바라봤다.

아이의 얼굴에는 조금 전의 울음이 거짓말처럼 사라져 있었다.

부인은 천천히 몸을 돌렸다.

"강녕전 궁녀라 했지."

"...예."

"...이름을 기억해 두거라."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 것 같다."

시장은 다시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연화는 자신을 바라보던 시선이 하나 더 있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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