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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은 대신 업어치기를 했습니다
승은 대신 업어치기를 했습니다
Penulis: 이스

1화. 곶감보다 중요한 건 없었다

Penulis: 이스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7-14 08:27:36

"그 밥을 다 먹니?"

연화는 대답 대신 마지막 밥 한 숟갈을 입에 넣었다.

우물우물.

꿀꺽.

빈 그릇이 됐다.

옆에 앉아 있던 궁녀가 기가 막힌다는 얼굴로 쳐다봤다.

"넌 아까도 한 그릇 먹었잖아."

"응."

"배 안 불러?"

"아직."

연화는 자연스럽게 맞은편 궁녀 상으로 손을 뻗었다.

"고기 남기지?"

"야!"

궁녀가 황급히 젓가락으로 막았다.

"그건 내 거야!"

"안 먹잖아."

"먹을 거거든!"

"방금 한숨 쉬었잖아."

"그거랑 무슨 상관인데!"

연화는 아쉬운 듯 손을 거뒀다.

궁녀들이 혀를 찼다.

"기집애가 사내처럼 먹기는."

"많이 먹어야 오래 살지."

"그래서 넌 왜 그렇게 오래 살고 싶은데?"

연화는 잠시 생각했다.

"출궁해서 떡집 해야지."

"또 떡집이래."

"떡집 좋잖아."

"네 머릿속엔 떡밖에 없냐?"

"곶감도 있어."

궁녀들이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지만, 연화는 진지했다.

궁에 들어온 지 삼 년.

그동안 깨달은 건 두 가지였다.

첫째.

세상에 공짜는 없다.

둘째.

궁에는 공짜 밥이 있다.

게다가 엄청 맛있다.

연화는 이게 너무 좋았다.

---

"야."

옆 궁녀 하나가 슬그머니 물었다.

"근데 너 진짜 관심 없어?"

"뭐."

"승은."

연화가 인상을 찌푸렸다.

"싫어."

"왜?"

"귀찮아."

"이년아."

궁녀들이 동시에 손바닥으로 이마를 짚었다.

"전하께 승은 드는 게 귀찮다고?"

"응."

"너 미쳤어?"

연화는 고개를 갸웃했다.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좋아하고 말고가 어디 있어!"

"그럼?"

"전하잖아!"

연화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잠시 고민했다.

그러곤 진심으로 물었다.

"전하 얼굴은 어떻게 생겼는데?"

"..."

"..."

순간 방 안이 조용해졌다.

궁녀들이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연화를 쳐다봤다.

"너 진짜 몰라?"

"응."

"궁에 들어온 지 삼 년인데?"

"멀리서만 봤어."

"세상에."

연화는 억울했다. 아침부터 밤까지 일하느라 바빴다.

밥 먹고.

일하고.

간식 먹고.

또 일하고.

곶감 나오면 줄 서고.

그러다 보면 하루가 끝나는데, 왕 얼굴 볼 틈이 어디 있나.

연화는 시선을 떡에 고정한 채 말했다.

"난 존재감 없이 지낼 거야."

궁녀들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존재감이 없다고?

아침마다 장작 두 묶음씩 들고 다니고, 궁녀 셋이 드는 물동이를 혼자 옮기고.

남의 반찬 뺏어 먹다가 쫓겨다니는 애가?

---

문이 벌컥 열렸다.

상궁이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왔다.

"다들 뭐 하고 있느냐!"

궁녀들이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연화도 따라 일어나다가 마지막 남은 떡 하나를 얼른 입에 넣었다.

상궁의 시선이 연화에게 잠시 머물렀다 이내 못 본 척 넘어갔다.

아마 익숙해진 모양이었다.

"창고 정리를 도울 사람이 필요하다."

궁녀들의 얼굴이 동시에 굳었다.

창고.

그 말은 곧 무거운 짐이라는 뜻이었다.

"수라간 뒤편 창고 말씀이십니까?"

"그래."

상궁이 고개를 끄덕였다.

"쌀자루와 장작이 밀려 있다. 오늘 안으로 옮겨야 한다."

순간 궁녀들의 시선이 한 사람에게 모였다.

연화.

"오늘 곶감 나오는 날인데..."

연화가 작게 중얼거리자 상궁의 눈썹이 꿈틀했다.

"뭐라 하였느냐."

"아무것도 아닙니다."

"창고 일 끝내고 먹어라."

"..."

끝났다.

곶감은 끝났다.

창고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분명 남는 게 없을 것이다.

연화는 인생의 시련을 마주한 사람처럼 고개를 떨궜다.

---

상궁에게 한바탕 혼난 뒤, 연화는 수라간 뒤편 창고로 향한다.

곶감은 결국 못 먹었다.

생각할수록 분했다.

"하..."

한숨을 쉬며 어깨에 짐을 올렸다.

쌀자루였다.

궁녀 둘이 들어도 버거운 무게지만, 연화는 익숙하게 번쩍 들었다.

창고와 수라간을 잇는 길은 한산했다.

궁녀들도 잘 안 다니고, 상궁들은 더더욱 안 다닌다.

그냥 일꾼들만 쓰는 길이었다.

연화는 쌀자루를 멘 채 걷다가 문득 멈췄다.

앞에 누가 서 있었다.

높은 나무 아래, 그것도 혼자.

'누구지.'

복색은 좋았다.

꽤 높으신 분 같은데... 얼굴은 처음 본다.

"비켜주실래요?"

연화가 말했다.

상대는 눈을 깜빡였다.

"뭐라고?"

"길이 좁아서요."

연화는 쌀자루를 살짝 들썩였다.

"이거 무거워요."

남자는 웃음이 터질 뻔했다.

지금 자신에게 길을 비키라는 건가.

"네가 돌아가면 되지 않느냐."

"싫은데요."

"..."

"멀어요."

잠시 침묵.

남자는 결국 옆으로 물러났다.

연화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감사합니다."

그러곤 지나가려 했다.

그때 쌀자루 끝이 문설주에 걸렸다.

중심이 틀어졌다.

연화는 괜찮았지만 문제는 남자였다.

퍽-

거대한 자루가 기울며 그대로 남자 쪽으로 떨어졌다.

"전하!"

어디선가 비명이 들렸다.

그제야 연화는 눈을 깜빡였다.

전하?

그 순간 반사적으로 몸이 먼저 움직였다.

탁.

남자의 팔을 잡고 확 끌어당긴다.

원래라면 자루가 떨어질 자리.

대신 왕이 연화 쪽으로 확 끌려왔다.

너무 세게...

"..."

"..."

연화의 품 안에 왕이 들어와 있었다.

그리고 조금 멀리서,

내관이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서 있었다.

"전하..."

연화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처음으로 깨달았다.

'전하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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