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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1화

Author: 코코넛 서고
호롱이의 뜻도 그 미소년이 말한 것과 다르지 않았다.

서인경은 뜻밖이었다. 벼랑에서 떨어져 죽을 뻔했는데 오히려 그 덕에 이런 두 명의 추종자를 얻을 줄이야.

그녀는 그들에게 일어나라 손짓하고 미소년에게 물었다.

“내가 널 뭐라고 부르면 되겠느냐? 너의 이름은 무엇이냐?”

미소년이 대답했다.

“어머니께서 저를 낳으신 곳은 온천 옆의 그 대추나무 아래였습니다. 그래서 아버지께서는 제 이름을 조빈이라 지으셨지요.”

“조빈?”

서인경은 이름을 한 번 읊조렸다.

“꽤 듣기 좋구나.”

그렇게 조빈과 호롱이는 그 산골짜기 아래에서 맹세를 세웠다.

이 생애, 서인경을 따르며 결코 배신하지 않겠노라. 만약 그 맹세를 어긴다면 지옥에 떨어져 영원히 구원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이다.

서인경은 그런 맹세를 듣고도 그리 심각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그렇게 무섭게 말하지 말고 어서 와서 불 좀 쬐거라. 몸을 녹여야 하지 않겠느냐?”

호롱이는 서인경 곁에 앉았지만 조빈은 움직이지 않았다.

“왕비 마마, 이 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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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인경은 불길한 예감을 느끼며 생각했다. 화족 놈들은 틀림없이 이들이 서로를 소모해 함께 무너지는 틈을 기다리고, 그 뒤에서 어부지리를 취하려는 것이다.자신이 짐작할 수 있다면, 저쪽 역시 눈치챘을 터였다.노인의 안색이 서서히 굳어졌다.“누구냐, 나와라!”그러나 대답은 없었다. 현장은 숨이 멎은 듯 고요했다.노인의 분노가 더 짙어졌다. 수염은 들썩이며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듯했고, 그는 지팡이를 바닥에 쿵쿵 찍어댔다.화족이 줄곧 자기 곁에 숨어 있었는데도, 정작 그는 그 존재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마치 교묘한 술수에 완전히 농락당한 기분이었다.그는 분을 참지 못하고 욕설을 퍼부었다.“다른 족속들은 그래도 떳떳하게 나오는데, 화족은 바깥에서 온갖 일을 벌여 놓고도 숨어서 목숨이나 부지하려 드는 거냐? 조상 망신도 이런 망신이 따로 없구나! 내가 설산으로 돌아가면, 네놈들 영토에 있는 무덤을 모조리 파헤쳐서 네 조상들 눈앞에 들이밀어 주마! 후손이 얼마나 비겁한지. 너희들이 얼굴조차 못 내미는 꼴을 똑똑히 보게 해 주지!”말이 끝난 지 잠시 후, 인파 속에서 한 사람이 천천히 걸어나왔다.거친 삼베옷을 입고, 하인 차림을 한 사내였다.그는 키가 훤칠하게 커서, 사람들 사이에서도 유난히 눈에 띄었다.사내는 사람들 앞에 이르러, 머리에 쓴 삿갓을 조용히 벗었다.드러난 얼굴은 깨끗했으나, 지나치게 평범해서 금세 잊힐 듯한 인상이었다.하지만 서인경은 그 얼굴에서 임선우의 흔적을 어렴풋이 읽어냈다.“임충서?”임충서는 서인경이 자신의 이름을 알아맞힌 데에도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이미 아버지를 만나셨군요. 그리고 제 어머니가 얼마나 처절하게 저라는 혈맥을 남겨 냈는지도 알고 계신 모양이네요.”그가 말을 꺼낼 때, 표정은 어둡고 뒤틀려 있었다.어머니가 오랜 세월 임선우 곁에서 참고 견디며 살아온 나날을 떠올린 듯했다.일불락의 여러 부족 가운데는, 가문의 혈맥을 잇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서인경 역

  • 시간을 거슬러   제123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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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을 거슬러   제123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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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을 거슬러   제123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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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을 거슬러   제1233화

    서인경이 방금 내뱉은 말은, 덕비를 떠보는 시험에 가까웠다.그리고 지금의 반응을 보는 순간, 그녀의 마음속에는 어느 정도의 짐작이 자리 잡았다.덕비는 지나치게 쉽게 분노했고, 또 너무도 쉽게 남에게 휘둘렸다. 좋게 말하면 단순해서 속마음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는 성정이었고 나쁘게 말하면 속셈도 계략도 없는 사람이었다.이런 사람이 후궁에서 살아남은 것만 해도 기적에 가까웠다.그런데 과연 이런 인물이, 지난 세월 동안 금족을 이곳에 숨겨 두고 큰일을 도모해 온 족장일 수 있을까?야랑국의 늙은 황제는 노련하고 교활하기로 이름난 인물이다.그런 사람이 수년 동안 곁에 두고도 속셈을 품은 자를 눈치채지 못했을 리가 있을까?서인경과 연기준은 짧게 시선을 주고받았다.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이 노무림 안에는, 분명 더 위험한 인물이 숨어 있다.덕비는 그저 앞에 내세워진 희생양일 뿐. 그녀의 딸 역시, 뒤에 숨어 있는 자에게는 하나의 말에 지나지 않는다.오늘 벌어지는 이 기사회생의 의식은 겉으로는 덕비의 집착이지만, 실상은 그 뒤에 있는 자가 서인경과 연기준을 끌어내기 위해 꾸민 판일 가능성이 더 컸다.하지만 덕비 본인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어찌 됐든, 예정연은 반드시 금족의 다음 계승자가 되어야 한다! 오늘 나는 반드시 아이를 되살릴 것이다.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어! 산 아래 마을 사람들을 놓아줬다면, 너희가 제물이 되어 내 딸이 다시 태어나는 발판이 되어줘야겠다!”덕비는 두 손을 높이 들어 올리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진법을 열어라! 이곳에 있는 자들 전부, 이 자리에서 묻히게 하라!”그 말이 끝나자마자, 하늘과 땅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붉게 타오르던 촛불들이 돌연 눈부신 금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금빛은 서서히 떠올라 하늘 어딘가에 모이더니 이내 찬란하게 빛나는 거대한 화구로 응집되었다.서인경은 고개를 돌려 연기준을 바라보았다.“저 화구보다 더 높은 곳으로 데려가주세요.”연기준은

  • 시간을 거슬러   제1232화

    서인경은 의술을 익힌 사람이었다. 그저 한눈에 보아도, 그것이 무엇인지 분간하지 못할 리 없었다.눈앞에 쌓여 있는 것은, 모두 사람의 유골이었다.유골은 산처럼 쌓여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늘 정리된 흔적이 역력했다. 매일 누군가가 치우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그 옆에는 커다란 운반용 수레 하나가 놓여 있었다.강물 속에서는 악어들이 여전히 뒤집히듯 몸을 뒤틀며 요동치고 있었다. 낯선 인간의 기척을 느낀 탓인지, 오히려 더 흥분한 듯 보였다.서인경의 머릿속에 한 가지 끔찍한 가능성이 스쳤고, 그녀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이 악어들… 설마 사람 고기로 길러진 겁니까?”사람의 살을 먹고 자란 악어는, 보통의 악어보다 백 배는 더 흉포해진다.한 번 인간의 살맛을 본 뒤로는 식성이 극도로 커져, 성인 열 명의 고기로도 하루 배를 채우기 어려울 지경이 된다.이곳의 악어들은 몸집부터가 남달랐다. 한눈에 보아도 오랜 세월 길러진 것들이었다.셀 수도 없이 많은 무고한 생명들이 이곳에서 스러져 갔을 것을 떠올리자, 서인경의 속에서 분노가 들끓었다. 당장이라도 이곳을 쓸어버리고 싶었다.“이건 모두 변방의 백성들이다.”연기준의 낮게 가라앉은 음성이 뒤따랐다.그 많은 사람을 죽이고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이유. 변방의 기근과 참상, 끝없이 이어지는 비명과 굶주림이야말로 가장 완벽한 가림막이었기 때문이다.하루에 몇 사람이 사라지는지조차, 그곳에서는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서인경은 가슴 깊숙이 분노를 눌러 담은 채, 약왕곡에서 붉은 꽃 한 송이를 꺼냈다.눈부시게 붉은 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아름다움이라기보다, 차라리 눈을 찌를 듯한 기괴한 색채였다.약왕곡 전체를 통틀어 가장 독한 독. 혈봉후(血封喉).입에 넣은 지 단 한 순간, 피가 목을 막고 전신이 썩어들어 간다. 결국 남는 것은 한 줌의 핏물뿐. 마치 이 세상에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흔적조차 남지 않는다.서인경은 이 독을 처음 쓰게 될 줄은 몰랐다. 그것도 하필이면 악어에게 쓰게 될 줄

  • 시간을 거슬러   제489화

    그러다 문득 무언가를 떠올린 듯, 서인경은 황급히 아기의 바지를 벗기려 했다. 그러자 봉한설이 깜짝 놀라며 급히 손을 막았다.“아아, 안 됩니다! 춥잖아요. 남자아이에요. 제가 확신합니다!”서인경은 그제야 손을 거두었다.“내가 얼마나 오래 잔 것이냐? 그리고 여긴 어디냐? 아까 그 노부인은 누구고? 전선은 지금 어떤 상황인 것이냐?”서인경의 머릿속에는 풀리지 않은 의문이 너무 많았다. 그녀는 처음으로 아기를 낳았지만 전생에서는 신생아들을 수없이 봐왔었기에 아기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지금 서인경의 아기는 또렷한 눈으로

  • 시간을 거슬러   제462화

    진국에서 연기준이라는 패를 내세운 지금, 그의 유일한 희망은 단안 뿐이었다.그는 분노를 삼키며 단안이 다음에 어떤 수를 둘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진군의 군영.봉한설은 두 뿌리의 약초를 들고 호청을 찾아갈 때까지도 계속 어안이 벙벙해져 있었다.“아니, 마마께서는 이런 약초를 어디서 구하셨을까요?”서인경이 호청에게 건넨 것은 은근초와 호릉각이었다. 모양은 영지와 비슷했지만 약효는 영지를 훨씬 능가했다. 둘 다 보기 드문 귀한 보약으로 이 세상에선 좀처럼 구할 수 없는 약초였다.호청은 그것을 받자마자 마치 보물을 얻은 사람처

  • 시간을 거슬러   제488화

    서인경 자신이라면 약왕곡으로 숨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결국 남는 건 한 줌의 영혼뿐이었다. 그녀는 봉한설을 데리고 갈 수도, 이 육신을 지킬 수도, 뱃속의 아기를 품을 수도 없었다.그렇다고 해서 봉한설을 자기와 함께 죽게 내버려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서인경은 통증을 참으며 봉한설을 바깥으로 밀어냈다.“어서 나가거라. 날 신경 쓰지 말고 빨리 가란 말이다.”하지만 봉한설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녀는 서인경을 꼭 끌어안고 불길 속에서 함께 벗어나려 안간힘을 썼다.“안 됩니다. 전 왕비 마마를 혼자 두고 나갈 수

  • 시간을 거슬러   제485화

    시종의 이름은 장평이었다. 단안이 장군부에 온 이후 귀면부장이 그의 곁에 붙여둔 인물이었다. 시중을 든다는 명목이었지만 실제로는 감시였다.단안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이 나라, 능지국의 사람들은 그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는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도 몰랐고 자신의 가족이 어디에 있는지도 알지 못했다. 눈을 떴을 때, 그는 이미 장군부 안에 있었고 그곳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말했다.“당신은 이 나라의 대장군입니다.”그의 사명은 단 하나였다. 진국을 무찌르고 진국의 성을 함락시키는 것. 그들은 거기엔 그의 가족을 죽인 원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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