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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5화

Author: 코코넛 서고
그가 콩이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빨리 돌아가서 전보를 치거라. 늦으면 안 된다.”

콩이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발걸음을 재촉해 밖으로 달려나갔다.

진방옥도 검은 두건을 눌러쓰고 모자를 깊게 내려 소리 없이 성 밖으로 나섰다. 구경하러 나온 것도 아니었지만 그는 본분을 잊지 않았다. 성 밖으로 전보를 전하는 일이야말로 이번 작전의 가장 중요한 고리라고 그는 생각했다. 만약 연기준이 실패해도 자신이 보낸 전보가 두 생명을 살릴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진방옥이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성문을 지나 밖으로 나가던 그 순간, 한 쪽에서 마차가 천천히 다가왔다. 마차의 발이 살짝 젖혀지더니 진가이의 얼굴이 드러났다.

“측비 마마, 제가 보기엔 저 사람이 진 도련님과 엄청 닮은 것 같아요. 제가 눈이 잘못된 걸까요?”

진가이는 하인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쪽을 따라 시선을 던졌다.

그 순간, 그녀의 얼굴이 굳었다.

“맞다! 너, 몇 명 데리고 조용히 뒤따라가서 그를 데려오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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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을 거슬러   제1117화

    연기준이 봉한설을 흘겨봤다.“그 머릿속 더러운 상상부터 치워라. 저 여자는 네 황후 마마보다 못생겼다. 짐은 눈이 멀지 않았다.”봉한설이 입을 삐죽 내밀었다.“그게 꼭 얼굴 문제는 아니거든요? 어떤 남자들은 집밥이 질리면 밖에 있는 것도 향기롭다고 한다니까요.”뒤에 있던 암위들이 그 말을 듣고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연기준이 고개를 돌려 한 번 쓱 훑어보자 그들은 즉시 웃음을 거두고 말 위에서 자세를 바로잡았다.연기준은 무심한 눈으로 봉한설을 한 번 더 훑었다.“그거, 네 황후 마마가 가르쳐준 것이냐?”서인경이 아니고서야 저런 말을 할 사람이 없었다.봉한설은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래서 제가 한 치도 떨어지지 않고 지켜볼 거예요. 폐하 곁에는 저 말고 다른 여자가 있어서는 안 됩니다.”연기준의 마음 한켠이 묘하게 풀어졌다.“그게 네 황후 마마가 시킨 일이냐?”봉한설이 고개를 저었다.“황후 마마께서는 감시를 안 해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폐하는 그럴 사람이 아니라면서요. 헌데 제가 못 믿겠습니다.”연기준은 막 피어오르던 그 작은 만족감을 조용히 거두어들였다.그녀는 왜 그렇게까지 자신을 믿는 걸까? 설마 자신의 매력이 부족한 걸까?봉한설은 이유를 듣기 전엔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연기준이 대답하지 않자, 그대로 손을 뻗어 그의 갑옷을 잡아당겼다.“빨리 말해요. 계속 그렇게 폼만 잡으면 황후 마마한테 다 말해버릴 거예요. 다른 여자랑 눈 맞추고 다닌다고! 돌아가면 빨래판 앞에 무릎 꿇을 준비나 하세요.”연기준은 더는 버틸 수 없다는 듯, 그녀의 귀에 바짝 입을 대고 몇 마디를 낮게 속삭였다.그 말을 듣자마자 봉한설의 눈이 번뜩였다. 기묘한 눈빛으로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역시 남자 말은 믿을 게 못 된다니까요! 황후 마마한테 말해야겠습니다. 폐하의 속내가 아주 교묘하다고요. 빨래판도 몇 개 더 준비해 두어야겠어요.”연기준은 말문이 막혔다. 곧바로 손을 들어 그녀를 밀어냈다.“저리 가라! 짐은 멍청한 사람

  • 시간을 거슬러   제1116화

    부생이 어디선가 튀어나오듯 달려들더니, 손에 들고 있던 칼을 그대로 단은설의 배에 꽂아 넣었다.“나를 속여? 나를 도구로 써먹어? 죽여버릴 거야!”봉한설이 급히 달려가 그녀를 막아섰다.“뭐 하는 거야! 아직 물어볼 게 남았는데!”그러나 부생은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칼끝을 더 깊이 밀어 넣었다.“저 여자가 저를 이용해서 사람을 죽였으니 죽어 마땅합니다!”이미 기력이 다한 단은설이었다. 그 깊은 일격을 받자 그대로 숨이 끊어졌다.봉한설은 어렵게 잡아온 사람을, 몇 마디도 묻지 못한 채 잃어버린 것을 보며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았다.“누가 나오라고 했어? 내가 다 물어보고 나서야 네가 뭘 하든 하라고 했지! 지금 네가 죽여버리면 내 질문은 누구한테 해? 너한테 물어볼까?”방금 전까지 살기 어린 표정을 짓고 있던 부생은 그제야 기세가 꺾였다. 그녀는 두 손을 앞에서 불안하게 비비며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저, 저는… 너무 화가 나서 그만…! 뭐 더 물어볼 게 있다면 저한테 물어보세요. 어쩌면 제가 알 수도…”봉한설은 얼굴이 새빨개질 만큼 분노했다.“그 여자가 마지막에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 자기 비밀을 누구한테 털어놨는지 알아? 그걸 어떻게 세상에 퍼뜨릴 생각이었는지 알아? 말해 봐, 아냐고?”부생은 당황해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저, 저는…”봉한설은 이를 악물었다.“그 비밀이 얼마나...”“그만.”연기준이 입을 열어 말을 끊었다. 그의 눈빛은 깊고도 알 수 없이 가라앉아 있었다.“이 일은 여기서 끝낸다. 관련 없는 자들은 모두 정리하고 나머지는 대비 태세를 갖춰라.”그 말을 듣자 부생은 곧바로 무릎을 꿇었다.“폐하, 저를 데리고 가 주십시오. 제가 전에 폐하를 해칠 뻔했습니다. 이제는 곁에서 시중을 들며 제 죄를 속죄하고 싶습니다!”봉한설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부생을 바라봤다.“은혜를 원수로 갚는 것도 모자라서 또 무슨 꿍꿍이야? 폐하 곁에는 내가 있어. 네가 차 따르고 물 따를 필요 없어. 쓸데없는 생각은 집어치워

  • 시간을 거슬러   제111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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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을 거슬러   제1114화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진국군은 거침없이 밀고 들어와 이미 도성 코앞까지 이르고 있었다.금수 대장공주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그녀는 탁자를 세게 내려치며 분노에 휩싸여 외쳤다.“연기준, 감히 본궁을 속이다니!”연기준은 평온한 표정으로 입꼬리만 살짝 올렸다.“황고모께서도 짐을 속이시지 않았습니까? 진국군을 기습하라고 보낸 자들, 모두 정예 중의 정예였지요. 다만 짐이 한 수 위였을 뿐입니다.”금수 대장공주는 발걸음이 휘청이더니, 넋이 나간 듯 의자에 주저앉았다.한참 뒤, 분노로 일그러졌던 얼굴에 억지 웃음이 번졌지만 눈동자 깊은 곳의 패배감은 끝내 숨기지 못했다.“좋다… 참으로 좋다. 역시 연도현이 눈여겨본 사람답구나. 그 아이보다도 네 재능이 훨씬 뛰어나구나.”연도현의 이름이 언급되자 연기준은 잠시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나 그 흔적은 금세 사라졌다.“열셋 째 황숙의 체면을 봐서라도 짐은 황고모와 죽고 죽이는 지경까지 가고 싶지 않습니다. 요동은 사람을 보내 진국 땅에서 날뛰던 메뚜기 떼를 소탕하고, 백성들에게 평안을 돌려주십시오. 또한 요동의 황제와 황후는 재해 속에서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수만의 진국 백성 앞에 머리를 조아려 사죄하고 혼령을 위로해야 합니다. 그리고 성 다섯 곳을 내어주고 앞으로 십 년간 요동 사람은 단 한 명도 진국 땅을 밟지 않겠다고 맹세하십시오. 그러면 이 일은 여기서 끝내겠습니다.”“헛된 망상이다!”금수 대장공주는 반생을 바쳐 진국을 굴복시키려 해왔다. 그런데 마지막에 맞이한 결과가 고작 이것이라니.이대로 궁으로 돌아간다면, 요동의 백성들은 더 이상 그녀를 믿지 않을 것이고 요동 후궁에서도 그녀가 설 자리는 사라질 터였다.“헛된 망상이라고요?”연기준은 태연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소매를 털며 돌아섰다.“그렇다면 황고모께서는 요동이 완전히 진국의 속국으로 전락하는 날을 기다리십시오. 그때가 되면 황고모의 최후는, 지금 짐이 제시한 조건보다 훨씬 더 비참할 것입니다.”연기준은 더는 협상의 여지를 두지 않고

  • 시간을 거슬러   제1113화

    그곳에 이르게 되면 자신은 결국 주인의 짐이 될 뿐이었다. 그래서 그는 더 이상 따라가지 않기로 했다.차라리 진국 황궁으로 돌아가 주인을 대신해 태자를 목숨 걸고 지키는 편이 낫다고 여겼다.주인 곁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자, 연풍의 마음은 더욱 아렸고 놓아주기 어려워졌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든 반드시 주인보다 먼저 앞에 나서겠다고, 설령 주인을 대신해 죽게 된다 해도 그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으리라 다짐했다.봉한설의 말은 분명 연풍에게 큰 타격이 되었다. 그 깊은 무력감은 오히려 그를 더욱 성실하고 치열하게 움직이게 만들었다.그 변화는 연기준뿐 아니라, 어린 꼬막이조차 눈치챌 정도였다.*다음 날, 부생이 그들을 데리고 단은설을 찾으러 가자는 이야기가 나오자 연풍은 유난히 적극적으로 나섰다.“폐하, 저를 보내주십시오. 반드시 단은설을 데려오겠습니다.”연기준은 담담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그럴 필요 없다. 단은설 곁에는 연강호가 남긴 사람들이 있다. 너로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한설이에게 맡기거라.”말을 마친 뒤, 연풍의 낙담한 표정을 보고는 한마디를 덧붙였다.“한설의 무공이 너보다 약할 수는 있어도 일불락을 상대하는 데는 훨씬 능하다.”그 말은 전혀 위로가 되지 못했다. 그는 언젠가 반드시 설산으로 가게 될 날이 떠올랐다. 그곳에 이르면 자신은 진짜 아무 쓸모 없는 존재가 되고 말 것이다.연풍은 다시 한 번 깊이 무너져 내렸다.하지만 연기준의 말은 사실이었다. 억지로 따라간다 해도, 그저 짐이 될 뿐이었다.그때, 꼬막이가 그의 가라앉은 기색을 눈치채고 다가와 옷자락을 잡아당겼다.“연풍 형님, 저랑 같이 가요. 부탁할 게 있습니다!”연기준이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또 무슨 생각이냐?”꼬막이는 신비롭게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대신 친척 좀 만나러 가야 합니다!”연기준은 눈을 가늘게 뜬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꼬막이를 연풍에게 넘겨주었다.“잘 지키거라.”자신에게도 아직

  • 시간을 거슬러   제1112화

    검은 옷의 사내는 완전히 혼란에 빠졌다.“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그는 방금 연기준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설마 너희가 일불락의 원수가 아니라는 것이냐? 그럴 리가…”봉한설이 담담히 말했다.“왜 그럴 리가 없습니까? 그들은 일불락의 원수일 뿐만 아니라, 당신이 감히 헤아릴 수도 없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당신에게 손을 쓰라고 부추긴 그 자야말로 진짜 일불락의 가장 큰 원수예요.”검은 옷의 사내는 눈을 크게 떴다.“아니, 그럴 리 없다. 그는 분명…”말을 반쯤 꺼내다 말고 그는 그대로 입을 다물어 버렸다.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움직이지 못했다.“지금의 나는 그도 믿지 못하겠고 너희도 믿지 못하겠다. 오늘 일은 여기서 끝내지. 다음에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땐 이렇게 간단히 끝나지 않을 거다.”그 말을 마치자마자 검은 옷의 사내는 꼬막이를 연기준 쪽으로 던져 버렸다.연기준이 몸을 날려 받아냈다. 꼬막이는 공중에서 한 줄기의 호를 그리며 날아가 그대로 그의 품에 단단히 안겼다.검은 옷의 사내가 달아나려 하자 암위들이 즉시 장검을 뽑아 들고 그를 향해 찔러 들어갔다.그때, 꼬막이가 다급히 외쳤다.“아아아, 잠깐! 아프게 하지 마세요!”그의 말에 암위들의 손길이 순간 멈칫했다.그 틈을 타 검은 옷의 사내는 꼬막이를 깊이 한 번 바라보더니 곧바로 몸을 날려 자취를 감췄다.짧지만 소란스러웠던 소동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꼬막이는 큰일을 겪고도 무사히 다시 연기준의 곁으로 돌아왔다.아이는 뒤늦게 가슴을 두드리며 중얼거린다.“아이고... 아기 심장 떨어질 뻔했습니다.”연기준이 곁눈질로 그를 흘겨봤다.“아까 보니 꽤 침착하던데.”꼬막이는 연기준의 어깨를 끌어안고 온몸의 힘을 빼듯 축 늘어졌다.“그건 다 속인 겁니다. 사실은 정말 무서워서 죽을 뻔했거든요.”그 말투를 듣고서야 봉한설은 그가 크게 다치지 않았음을 알았다.“왜 암위들한테 잡으라고 안 했습니까? 그자를 잡으면 줄기를 따라가서 뒤에 있는 가문까지 찾아낼 수도 있었을 텐데요

  • 시간을 거슬러   제401화

    대황자 연강헌은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단여월은 그의 태도를 가늠하지 못해 속이 조급했으나 이 기회를 그냥 흘려보낼 수 없다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그의 옷자락을 살며시 잡아당겼다. “대황자, 신첩은 정말 한 마음으로 대황자만을 위합니다. 지난번 그 약은 신첩이 놓은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 모함하여 누명을 씌운 것이니 부디 신첩을 믿어 주십시오.”연강헌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가느다란 손목을 내려다보았다. 며칠 보지 못한 사이, 살이 한결 빠진 듯했다.“진정 잘못을 깨달은 것이냐?”단여월의 눈에 한줄기 희망이 스쳤다. 그녀는

  • 시간을 거슬러   제37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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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을 거슬러   제408화

    가면을 쓴 자가 몇 차례 비웃듯 콧소리를 흘렸다.“곧 죽을 자가 굳이 그리 많이 알 필요는 없다. 치거라!”한 마디 호령에 검은 가면의 무리들이 일제히 움직였다. 순간 산림 사이에는 칼빛이 번뜩이고 살기가 가득 차올랐다. 놀란 날짐승들이 허공으로 솟구치고 길짐승들은 사방으로 흩어졌다.육승과 안포가 두 패의 병력을 이끌고 천리를 달려왔으나 현장에 도착했을 때 눈앞에 펼쳐진 것은 오직 수십 구의 시체뿐이었다. 사방에 흩뿌려진 핏자국, 튀어 오른 선혈.핏내가 가득한 공기 속에 살아 있는 자는 한 명도 없었다.시위가 주위를 살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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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파 속에서 누군가 갑자기 중얼거렸다.“저기 보자기에 든 진주마노 목걸이, 어쩐지 낯이 익은데…”이 한마디가 불씨가 되어 모두의 시선이 그곳으로 쏠렸다. 시위는 곧장 그 목걸이를 집어 들어 대중 앞에 들어 보였다.그 순간, 진가이뿐만 아니라 대황자의 안색 또한 순식간에 변했다. 황제는 그 말을 꺼낸 이를 향해 날카로운 눈길을 보냈다.“똑똑히 기억해 내거라. 어디서 본 것이냐?”잠시 머뭇거리던 일품 고명 부인이 앞으로 나와 대황자를 향해 조심스레 시선을 던졌다.“신첩도 확신할 수는 없사오나 대황자께서 대례를 올리시던 날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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